VII-10. Intermission (3)

작두타는라이츄 0 2,896

시로헤비가 나타난 후로도 히다리는 한동안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아마, 자신의 엄마가 싫어했던 사람이기도 하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녀와 미기야는 어찌됐건 유일한 혈육이었다. 하지만, 본인이 미안하다면 어쩔 수 없지...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 "

"어라, 너... 히다리? 미기야 동생 히다리지? "

"...... 응. "

"미기야 보러 온 거면, 잠깐 나갔는데. "

"...... 아. ...이거... "

 

히다리가 내민 것은 포장 봉투였다. 하트가 그려진 봉투 안에는 버터링 쿠키가 들어 있었다. 쿠키의 반은 초콜렛에 담겨 있었다. 유산지로 쿠키 대여섯 개를 받치고 그 상태에서 봉투에 넣은 모양인지, 뒷면으로는 유산지밖에 보이지 않았다. 갓 만들었는지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쿠키... 내가 만들었어... "

"응, 고마워. 꼭 전해 줄게. "

 

히다리가 가고, 잠시 후 돌아온 미기야는 책상 위에 놓인 쿠키를 발견했다.

 

"웬 쿠키예요? "

"니 선물. 뜯어봐. "

"아... 어라, 버터링 쿠키네? 저 이거 진짜 좋아하는데... "

"그러냐? ...그 녀석, 취향 하나는 귀신같이도 맞추는구만... "

"......? "

"이거 니 동생이 선물로 주고 간 거야. "

"아아...... "

 

히다리가 선물로 주고 갔구나. 그는 한 입 먹었던 쿠키를 내려놓았다. 버터링 쿠키를 좋아한다는 건, 히다리와 미기야만의 비밀이었다. 그녀의 계모는 그런 것, 전혀 해 줄 리 없었으니까. 쿠키는 가끔 계모가 자리를 비울 때 히다리가 해줬던 그 맛 그대로였다.

 

"??"

"히다리는 지금 어디 있어요? "

"갔는데? "

"아...... 저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 "

 

잠깐 나갔다 온다던 미기야는 저녁나절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시계가 저녁 여덟 시를 가리킬 무렵이 돼서야 겨우 돌아왔다. 어딜 뛰어갔다 온 모양인지, 가쁜 숨을 내쉬며 그는 파이로를 불렀다.

 

"어디 갔다 오냐? "

"헉, 헉... 파이로 씨, 혹시 나베 할 줄 아세요? 밒푀유 나베요. "

"난 모른다네. 애시가 알겠지... 왜? "

"히다리가... 밀푀유 나베를 좋아하거든요...... "

"음...... 어이, 애더. "

"왜? "

"너 혹시 밀푀유 나베 만들 줄 아냐? "

"...그게 뭐냐? 아아, 배추에 고기랑 야채랑 이렇게 겹겹이 해서 만드는 거 말하는거지? 어, 나 그거 할 줄 알아. 근데 그건 왜? "

"이 녀석 여동생이 그거 좋아한다는데? ...너 그럼 지금까지 뭐 하다 온 거냐? "

"아니, 재료를 사야 하는데 레시피를 전혀 모르겠어서요... 파는 걸 사 줄까 하다가, 히다리가 제가 해 줬던 밀푀유 나베를 제일 좋아했던 게 생각나서... "

 

데스 애더는 종이에 밀푀유 나베에 필요한 재료와 레시피를 적어 주었다.

 

"이거 그대로 사서 이렇게 해 주면 될거야. ...해 줬었는데 어쩌다 그걸 까먹은거야? "

"오랫동안 안 하면 그럴 수도 있지. 이해해. "

 

그리고 미기야는 다시 밖으로 나가 동네 슈퍼로 향했다. 종이를 보고 재료를 하나하나 고른 다음, 바구니에 담고 계산을 마친 그는 히다리의 집으로 향했다. 봉지 가득 든 것은, 히다리에게 해 줄 밀푀유 나베의 재료였다.

 

"히다리! "

"......? "

"짜잔~ "

"...아. "

"저녁 먹었어? 아직 안 먹었으면 간만에 밀푀유 나베나 먹자. "

"...정말? ...아직 안 먹었어... "

"그럼 잠깐 들어갈게. "

 

히다리의 집은 생각보다 간소했다. 1인분의 살림살이, 그리고 2~3인분의 식기와 수저. 그 외에는 단촐했다. 하긴, 일본에서도 히다리는 그랬었지. 오히려 방 좀 꾸미고 살라고 그가 한소리 할 정도였으니까.

 

"방 안 꾸미고 사는 건 여전하구나, 히다리. "

"...... "

 

데스 애더가 가르쳐 준 대로, 미기야는 야채를 썰고 고기와 켜켜이 겹쳐 냄비에 넣었다. 그리고 준비해 간 육수를 넣고 끓이다가, 불을 살짝 줄인 다음 가쓰오부시를 한 젓가락 얹었다. 뜨끈한 김이 올라 올 때마다 나베 위의 가쓰오부시가 움직였다.

 

"자, 먹어. "

"...... 잘 먹을게. "

 

오랜만에 먹어보는 그 맛인지, 히다리는 나베 한 솥을 금방 비웠다.

 

"쿠키 잘 먹었어. "

"...... 아. 응... "

"가끔 사무실에도 좀 놀러 오고 그래, 우리 식구들한테도 너 소개 좀 시켜 주게. "

"...... 그래도 돼? "

"그럼. ...새엄마가 잘못 한 거지, 넌 잘못 없잖아. 난 너 원망 안 해. "

"...... "

 

그는 자정이 넘어서야 사무실로 돌아 왔다. 그리고 그가 돌아왔을 때, 파이로와 데스 애더는 체스를 두고 있었다.

 

"어, 왔냐? "

"네. "

"잘 먹디? "

"네. "

"다행이구만... 야, 나중에 그 나베 나도 좀 해 줘라. 좀 먹어보게. "

"아, 밀푀유 나베요? "

"어. "

"나중에 히다리 놀러 오면요. 얼른 주무세요, 내일도 일해야죠. "

"그래. 들어가라. "

 

여전히 체스를 하고 있는 데스 애더와 파이로를 뒤로 하고, 미기야는 집으로 들어 갔다. 


Author

8,759 (78.7%)

<덜렁거리는 성격. Lv.1에 서울의 어느 키우미집에서 부화했다. 먹는 것을 즐김. >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53 만월의 밤 自宅警備員 06.26 2730
252 추락. 댓글1 양철나무꾼 06.14 2850
251 헌신하는 아내 이야기 3 (끝) 네크 06.13 2547
250 無力と言う罪_after 블랙홀군 06.08 2620
249 예전에 쓴 즉흥시? 댓글1 귤탕자MAK 06.08 2674
248 無力と言う罪_Borderland 댓글1 블랙홀군 06.05 2720
247 남자로 돌아왔는데 두근거림이 멈추지않는다 댓글1 네크 05.23 2918
246 헌신하는 아내 이야기 2 네크 05.22 2741
245 헌신하는 아내 이야기 1 네크 05.16 2775
244 단상 1 WestO 05.11 2708
243 안개왕 이야기 네크 05.09 2723
242 여느 4월 때와 같은 날씨였다. Novelistar 05.04 2813
241 백마를 탄 놈 랑쿤 04.29 2944
240 무제 YANA 04.29 2932
239 꿈을 꾸는 이야기 네크 04.19 2721
238 부재 greenpie 04.19 2632
237 애드미럴 샬럿 4 폭신폭신 04.12 2720
236 통 속의 뇌 댓글1 네크 03.22 2944
235 Robot Boy - 2 댓글1 Novelistar 03.17 2933
234 Robot Boy - 1 댓글1 Novelistar 03.14 2788
233 마법사가 우주비행사를 만드는 법 댓글1 Heron 03.11 2938
232 239Pu 댓글1 Heron 02.25 2898
231 디트리히 루프트헬름의 이야기 (1) 네크 02.24 2875
230 별의 바다와 열두 이름들 이야기 네크 02.15 3333
229 운명론자 이야기 네크 01.25 2876
228 붉은 찌르레기 이야기 네크 01.23 2786
227 천랑성 作家兩班 01.18 2841
226 마녀 이야기 2(끝) 댓글1 네크 01.17 2868
225 마녀 이야기 1 댓글2 네크 01.16 2907
224 미래의 어떤 하루 주지스 01.07 2796
223 시간 야생의주지스 01.07 2944
222 그 해 가을 - 上 Novelistar 12.18 3199
221 애드미럴 샬럿 3 폭신폭신 12.15 2883
220 기관사 아가씨 16편 폭신폭신 12.06 2977
219 매장昧葬의 후일담後日談 Novelistar 11.10 3213
218 있을 때 잘해. 댓글1 Novelistar 10.31 2893
217 유리 구슬과 밤이 흐르는 곳 - 2 Novelistar 10.25 2790
216 상담사님과 함께 작가의집 10.24 2929
215 프로자식 레나 10.23 2946
214 유리 구슬과 밤이 흐르는 곳 - 1 Novelistar 10.21 2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