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미럴 샬럿 4

폭신폭신 0 2,718
"4번기와 M기를 올려, 그리고 5초뒤 내리고 다시 S기를 올려라."
"알겠습니다."
신호를 담당하는 사관 후보생이 조심스레 깃발을 올렸다. 손상을 입은 채로 긴급수리만 되어있는 마스트 위로 두 깃발이 휘날렸다.
아마 저들이 보기에는 이 배는 영락없이 전투에서 살아돌아온 전열함으로 보이리라.  
신호를 수신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해안포대가 신호기를 올려왔다.
"V기와 R기."

샬럿의 말대로 신호가 올라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깃발이 올라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포성이 울리기 시작한다. 공격을 하는게 아니라 예포를 쏘는것이다.

"잘 되고 있군."
브리란테 말로 중얼거린 샬럿에게 시선이 집중되자 샬럿은 세실리아 어로 덧붙였다
"잘 되고 있다. 자, 필요한 돛을 전개하라."
어차피 코앞이 항구인데 굳이 모든 돛을 전개할 필요는 없었다. 



"앞으로 한 이십분정도인가."
샬럿이 중얼거렸다. 제대로 되면 좋으련만. 
어쨌든 적의 사거리 안에 들어와 있는것이다. 그것도 이곳저곳이 박살나 수리가 필요한 2급 전열함으로. 아마 공격이 시작되면 빠져나가기 쉽지 않을것이다.
게다가 샬럿은 공화국 원수에게 심히 안좋은 기억을 남겨주었으니 포로라도 됐다간 별로 좋은 꼴은 못될것 같다고 생각하자 자기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졌다.

"전원. 전투준비. 눈치채지 못하도록."
부하 사관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움직였다. 이제 슬슬 목소리가 다른 배에도 들릴지도 모를 거리. 조심하는 편이 좋았다.

갑판 밑에서는 이제 병사들이 총을 장전하고 각자의 군장을 확인하며. 수병들이 포문을 닫은채로 함포를 장전하고 있을것이다.
"준비 끝났습니다 전하." 
몇분쯤 지나자 위관이 올라와 경례를 하고는 전투 준비가 끝났음을 조용히 알렸다.

"지금은 대령일세. 신호를 대기하라 전하도록."
"네, 전하."
말좀 들어먹어라. 샬럿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냥 말을 아꼈다. 전투가 코앞인데 굳이 사소한 일로 문책주고 싶진 않았다.

"투묘하라!"
덜커덕 거리는 소리와 함께 항해의 마지막을 알리는 투묘가 시작되었다.  자신이 브리란테 왕국의 해군에 입대할때부터 공화국 해군의 제2의 심장인 이곳에 입항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건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샬럿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부두에는 의전을 위해서 방위병력 이백여명이 도열해있었고 군악대가 배치되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마 전열함 위에 달려있는 중장기 때문이리라. 제독이 내리면 곧장 군악대가 연주를 시작할것이고 도열한 병사들이 받들어 총 자세로..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시작하라."
"네, 전하. 기를 바꿔라!"
휘날리고 있던 갈라테아 공화국의 기가 내려가고 세실리아 제국의 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부두에 도열한 병사들과 장교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샬럿은 곧바로 외쳤다.
"하선하라!"
파손되어 캔버스로 대충 가려놓은것 같았던 좌현의 캔버스가 걷어지자 그안에 숨겨져있던 세실리아 제국 육군 병사들의 모습을 보고 도열해 있던 공화국 병사들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곧바로 좌현의 함포들이 불을 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백여명의 공화국 병사들은 포도탄과 산탄 사격을 받고 핏자국과 잘려나간 팔,다리, 머리만 남긴채로 부두에서 사라져버렸고. 그들의 차리를 뛰쳐 나온 제국 병사들이 차지했다.

팔백 제국 육군 병사들은 사전에 훈련받은대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적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박살내야 했다. 
적어도 샬럿 휘하의 해군 병사들은 그걸 잘 알고 있었는지 가용 화력을 모두 사용해 사격 가능한 모든 적군을 사격하고 있었다
"황녀님의 말씀대로다."
샬럿은 중얼거렸다.
앙리에타 황녀의 말대로 레나에인시에는 병력이 얼마 없어보였다. 아마도 휴전협정이 정식으로 조인되기 전까지 병력을 차출하여 세실리아 제국과의 국경 소요에 투입되었으리라.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해안포대 두개가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육군 친구들이 잘 해낸 보양이군. 우리도 임무를 수행해야지. 양묘하라! 그리고 전범 전개!!"
모든 돛이 일제히 전개되고 닻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샬럿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외친다.
"에코 조를 제외한 전 승무원은 하선하라! 그리고 각자 숙지한 임무를 수행하라!"

그말을 끝내자 마자 샬럿이 밧줄을 타고 곧바로 부두로 뛰어내렸다. 오십명의 해병과 삼백여 수병들이 배에서 뛰어 내렸고 수병들은 곶장 부사관이나 위관을 따라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샬럿이 주변을 둘러보자 그제서야 비명이 들려오는듯했다. 하지만 부두쪽에서는 총성은 들려오지 않았다. 남아있는 상대라고 해봐야 인부나 조선공에 불과하니까. 굳이 비무장인 이들을 향해 총을 쏠 필요는 없을것이다.

"해병은 나를 따르라."
계획과는 달리 특별히 진압작전은 필요 없을듯 했다. 고맙게도 의전을 한답시고 당직병력이 거의 다 모여준 덕분에 부두의 병력이 한번에 사멸해준 덕이다.
원했던 대로. 아니 원하는것보다도 훨씬 수월한 상황이였다.

부두에 계류되어 있던 수많은 함선들이 닻을 올리고 부두를 떠나고 있었다.
20문도 안되는 등외함도 있었지만 26문 프리깃. 32문 프리깃같은 프리깃. 게다가 공화국 주력함인 74문급 전열함이나 심지어 1급 전열함인 108문 전열함까지.
모두들 정원의 십분의 일도 안되는 수병들에게 조종되어 출항하고 있었다. 

"조준!"
"응?"
"사격!"
샬럿이 황급히 뒤돌기도 전에 총성이 일제히 울렸다. 샬럿은 일제사격의 화약 연기가 가라앉은 다음에야  무슨일인지를 파악할수 있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술집이나 사창가에서 뛰어오던 공화국 수병과 방위병들이 일제사격에 맞아 나뒹굴었던것이다. 후방의 평온한 구역에 배치받았다고 좋아했었을지도 모를 그녀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나뒹굴었다.
팡!
일제사격에서 살아남은 병사중 한명이 헌병이였는지 메고 있던 머스킷을 꺼내들려고 하다 뒤늦게 사격한 샬럿의 권총에 맞아 쓰러졌다.
역시 난 권총은 별로다라고 샬럿은 생각했다.
"여깄습니다 전하."
"아, 고맙네."
뒤늦게 자신이 탄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걸 깨달은 샬럿에게 해병 대위가 권총을 건네주었다. 샬럿은 빈 권총을 그녀에게 건네주고는 다시 상황을 살펴보았다.
샬럿이 명령했던대로 나포한 전투함들은 대부분 항을 떠나고 있었지만 수송함과 일부 전투함은 출항 준비만 마친채로 준비하고 있었다.
"좋아, 작전대로 가져갈수 있는건 전부 가져가고 못가져 가는건 태워버려라!"

해군공창으로 유명한 레나에인시 답게 수많은 해군용 물자가 이곳저곳에 널려있었다.
"창고는 어디에있나!"
오줌을 지려버린 조선공에게 총을 들이밀며 윽박지르자 조선공은 금방 손가락으로 한 건물을 가리켰다.
"다른곳은?"


네곳의 해군 창고를 약탈하기 시작했다. 이미 담당자들은 그냥 시체가 되어있거나 도망친 뒤였다.
샬럿은 무거운 함포는 노획을 포기하고 파괴할 생각이였는데 의외로 해병들이 생포한 조선공과 인부들을 닥달하여 수송선에 적재하기 시작했다. 비스킷이나 염장고기 같은건 물론이고 범포, 밧줄과 삭구. 털수 있는건 죄다 털어 넣기 시작했다. 하긴 약탈물의 가격의 일부가 그녀들의 주머니에 들어갈테니 적극적인것도 이상하진 않다. 샬럿 자신의 주머니에 가장 큰 액수가 들어갈것이기에 말릴 이유도 없었다. 

마치 도적떼나 다름이 없지않은가. 샤를로트는 짧게 생각했지만 금새 생각을 바꿨다. 어쨌든 자신은 명령받은대로 하는것이고 이 약탈행위야 말로 이번작전의 본질이였다. 
애초에 천여명의 병력으로 레나에인시의 항구적 점령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조선소와 부두의 함선들이나 기타 부수기자재는 다르다.
이를 최대한 나포, 약탈하거나 불가능할경우 파기하여 공화국 해군 세력의 약화와  더불어 세실리아 제국 해군력의 강화를 노리는게 이번 작전이였다.
마치 해적질이나 다름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세실리아 제국 해군 장관 앙리에타 황녀의 직접 명령이였다. 임시 휴전이 아직 공식적으로 세실리아 제국에 도착하지 않았음을. 정확히는 사자가 오던길에 어째선지 굉장히 잘 조직되어있던 산적들의 일제사격을 받아 사망해서 생긴 빈틈을 노린 작전이였다. 그 유순해보이던 앙리에타 황녀가 낸 작전이라고는 상상할수 없었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화약은 한 배에 몰아 실어라!"
"허튼짓 하면 쏴버리겠어!"

이쪽은 특별히 문제가 없어보였다. 자신이 없어도 잘 될것 같았다.

"대위. 이쪽을 담당하게. 난 성쪽으로 가보겠다. 해병 스물만 날 따라오도록."
"알겠습니다. 렝테! 전하를 호위하라!"

샬럿은 부사관과 해병 스물정도와 함께 연기가 올라오고 있는 성을 향해 뛰어올라갔다 
----------------------

뱃살..빼고싶다..

Author

Lv.1 폭신폭신  2
42 (4.2%)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53 만월의 밤 自宅警備員 06.26 2728
252 추락. 댓글1 양철나무꾼 06.14 2847
251 헌신하는 아내 이야기 3 (끝) 네크 06.13 2546
250 無力と言う罪_after 블랙홀군 06.08 2617
249 예전에 쓴 즉흥시? 댓글1 귤탕자MAK 06.08 2672
248 無力と言う罪_Borderland 댓글1 블랙홀군 06.05 2718
247 남자로 돌아왔는데 두근거림이 멈추지않는다 댓글1 네크 05.23 2916
246 헌신하는 아내 이야기 2 네크 05.22 2738
245 헌신하는 아내 이야기 1 네크 05.16 2773
244 단상 1 WestO 05.11 2705
243 안개왕 이야기 네크 05.09 2720
242 여느 4월 때와 같은 날씨였다. Novelistar 05.04 2810
241 백마를 탄 놈 랑쿤 04.29 2941
240 무제 YANA 04.29 2930
239 꿈을 꾸는 이야기 네크 04.19 2718
238 부재 greenpie 04.19 2629
열람중 애드미럴 샬럿 4 폭신폭신 04.12 2719
236 통 속의 뇌 댓글1 네크 03.22 2942
235 Robot Boy - 2 댓글1 Novelistar 03.17 2930
234 Robot Boy - 1 댓글1 Novelistar 03.14 2786
233 마법사가 우주비행사를 만드는 법 댓글1 Heron 03.11 2936
232 239Pu 댓글1 Heron 02.25 2897
231 디트리히 루프트헬름의 이야기 (1) 네크 02.24 2874
230 별의 바다와 열두 이름들 이야기 네크 02.15 3332
229 운명론자 이야기 네크 01.25 2875
228 붉은 찌르레기 이야기 네크 01.23 2785
227 천랑성 作家兩班 01.18 2840
226 마녀 이야기 2(끝) 댓글1 네크 01.17 2867
225 마녀 이야기 1 댓글2 네크 01.16 2903
224 미래의 어떤 하루 주지스 01.07 2795
223 시간 야생의주지스 01.07 2943
222 그 해 가을 - 上 Novelistar 12.18 3198
221 애드미럴 샬럿 3 폭신폭신 12.15 2882
220 기관사 아가씨 16편 폭신폭신 12.06 2975
219 매장昧葬의 후일담後日談 Novelistar 11.10 3212
218 있을 때 잘해. 댓글1 Novelistar 10.31 2891
217 유리 구슬과 밤이 흐르는 곳 - 2 Novelistar 10.25 2789
216 상담사님과 함께 작가의집 10.24 2927
215 프로자식 레나 10.23 2945
214 유리 구슬과 밤이 흐르는 곳 - 1 Novelistar 10.21 2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