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공모에 낼 소설] 결혼식 (2/2)

BadwisheS 0 2,671

 

나는 생각했다. 이 곳에는 수많은 형태의 사랑이 모여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을 마음에 평생을 산 나의 볼품없는 그것, 그것을 위해 사회에 맞서는 어쩌면 위태로운 민호와 유민의 그것, 죽은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번갈아가며 마음을 괴롭히는 아현의 그것,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어찌하지 못하고 지켜봐야 하는 진수의 그것이 바로 이 곳에 모인 사랑이다. 그것 말고도 더 있을 것이다. 은사님은 사람, , 그리고 다른 모든 것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보이시며, 사람들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그 자체에 대해서도 사랑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형태의 사랑이 존재한다. 어쩌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직은 어린 이 청년들을 이끌어야 할 내가 품어야 할 태도일지도 모른다. 마음을 다잡고, 나는 민호와 유민의 준비되지 않은 결혼식을 축복하기로 했다. 둘이 팔짱을 끼고 내게 마주섰다.

 

「……하나님께서 만든 모든 것이 아름답습니다. 여러분이 각자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도 바로 그 아름다운 것들의 하나입니다. 다시 말해 오늘 우리는, 하나님께서 만드신 아름다움을 기념하고, 축복하고,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여러분의 관계와, 행동 양식과, 그 사랑의 형태는 남들과는 분명히 다를 것입니다. 그것은 다시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그 만큼이나 많은 사랑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 새로 시작하게 되는 이 사랑의 형태를 잘 기억하시고, 마음속에 사진으로 남겨두어 앞으로 한참이 지나 인생에 황혼이 찾아올 때 꺼내보시며, 과거와 현재의 사랑의 형태는 같은 것인가, 살피시길 바랍니다. 이것으로 제 축사는 마치겠습니다. 입장하신 두 분께서는 마지막으로 맹세의 입맞춤을 하여 주십시오.

 

두 남자가 서로 가볍게, 그리고 수줍게 입을 맞춘다. 그 때 고물 발전기가 마침내 전구송이에 전력을 공급하며 요란하게 돌아간다. 그리고는 언덕을 불빛으로 가득 채운다. 그리고 세 사람의 조용하고 느긋한 박수소리가 그칠 줄을 모르고 조용한 밤을 가득 채웠다.

 

Author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53 로슈포르 중앙은행 - 2 - 폭신폭신 10.23 2667
252 오타쿠들이 멸망에 대처하는 자세 댓글3 네크 10.01 2666
251 한방꽁트 - 자율주행이 바꾸는 생활 cocoboom 03.30 2666
250 마녀 이야기 2(끝) 댓글1 네크 01.17 2665
249 Cats rhapsody - 2 민간인 11.23 2663
248 [어떤 세계의 삼각전쟁] 난투극 - 1 RILAHSF 03.07 2663
247 [교내 공모에 낼 소설] 결혼식 (1/2) 댓글2 BadwisheS 12.15 2660
246 마녀의 밤 단편선 - 손님 Badog 07.09 2660
245 카펠라시아 기행록 - 1 댓글2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2.01 2659
244 나는 너의 미래다 - 3 민간인 02.12 2659
243 [푸념시] 씻어내자 박정달씨 02.17 2659
242 운명론자 이야기 네크 01.25 2659
241 네버랜드 - 3. 엄마? 마미 07.03 2659
240 prologue VII-두 개의 무덤 작두타는라이츄 03.18 2659
239 섬 저택의 살인 8 폭신폭신 07.04 2657
238 Cats rhapsody - 3 민간인 11.23 2656
237 VII-2. 지박령이 된 가장 작두타는라이츄 03.18 2654
236 Vergissmeinnicht 블랙홀군 02.26 2653
235 [Project Union] 여명 댓글1 Badog 01.07 2652
234 본격 토끼구이가 오븐에서 나오는 체험담 댓글2 베키 06.24 2650
233 언제든지 돌아와도 괜찮아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3.18 2649
232 애드미럴 샬럿 1 폭신폭신 07.15 2649
231 VII-8. 어느 노배우의 사흘 작두타는라이츄 11.01 2649
230 작문 쇼 댓글2 민간인 08.10 2648
229 한방꽁트 - 풍운 마왕동! 2부 댓글2 cocoboom 04.13 2646
228 [소설제 : I'm Instrument] 열시까지 BadwisheS 01.30 2645
227 추락. 댓글1 양철나무꾼 06.14 2643
226 카라멜 마끼아또, 3만원 어치 민간인 06.26 2642
225 열두 이름 이야기 네크 08.16 2640
224 뚜렷 한흔적 댓글2 다움 05.10 2636
223 이게 너의 손길이었으면 Novelistar 07.06 2636
222 VIII-1. 빛을 보지 못한 자의 원한 작두타는라이츄 12.30 2636
221 Cats rhapsody - 4 민간인 11.23 2633
220 학교에 가는 이야기. 폭신폭신 05.13 2633
219 (본격 아스트랄 판타지)성스러운 또띠야들의 밤-1 댓글3 greenpie 10.04 2633
218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방법 네크 12.20 2632
217 [소설제-천야] Nighthawk's Dream 카페인성인 11.06 2631
216 아름다웠던 하늘 김고든 04.10 2630
215 천랑성 作家兩班 01.18 2629
214 관찰 안샤르베인 09.12 2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