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현

안샤르베인 6 2,321

그는 손목을 잡힌 채 엘리자드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 왕자는 뚱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 곳에만 시선을 두지 않고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두려움인지, 호기심인진 알 수 없었다. 여전히 후드를 벗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거리엔 여전히 병사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참 무엇인가를 수색하던 병사 중 한명이 그를 보곤 달려왔다. 그러나 그를 데리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고 멈춰섰다. 엘리자드는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냐?"

"아, 수상한 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수상한 자?"

 

엘리자드는 병사를 본 뒤 자신의 뒤에 있던 사람을 다시 보았다. 그리곤 병사에게 물었다.

 

"어떤 자 말이냐?"

"아... 그, 그게..."

 

병사는 잠시 우물쭈물했다. 엘리자드가 눈썹을 약간 올리자 그가 움찔했다.

 

"검은 옷을 입은 자가 허가 없이 성문을 통과했다는 보고가 있어서 말입니다."

"그렇군. 수고하게."

 

순간 엘리자드는 뭔가 말하려는 듯했으나, 이내 입을 닫았다. 그리곤 발을 내딛으려고 했다. 병사가 다시 말했다.

 

"그런데 뒤에 따라오는 두 사람은..."

"내 부하랑 왕자님일세."

"소, 송구합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병사가 황급히 머리를 조아리자 왕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죽을 죄는 됐고, 네 할 일이나 해."

 

병사가 달아나듯 돌아가자, 엘리자드는 제 옆사람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

 

엘리자드는 응접실 앞에서 멈춰 섰다. 시녀들이 방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는 한 번 헛기침을 한 뒤 입을 열었다.

 

"여왕 폐하. 급한 일이 있습니다. 알현을 허락해 주십시오."

"들어오세요."

 

안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엘리자드는 열리는 문을 힐끗 본 뒤, 그를 데리고 들어섰다.

여왕은 작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사실 그리 작은 크기는 아니었지만, 방과 비교하면 한없이 왜소한 크기였다. 차를 가볍게 홀짝이던 그가 엘리자드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군요. 무슨 일이지요?"

"잠시 시녀들을 물려주십시오."

 

여왕의 명으로 시녀들이 물러나는 동안 그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궁전답게 잘 꾸며져 있었지만, 오히려 복도보다 화려해 보이진 않았다. 이 방의 주인은 쓸데없는 치장은 좋아하지 않는 듯했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여왕을 바라보았다.

여왕은 첫눈에 봐도 시선을 끌었다. 검푸른 머리칼이 어깨에서 치렁거렸고, 맑은 자주색 눈이 부드럽게 호를 그렸다. 손동작 하나하나에서 기품이 묻어나왔다. 소녀의 때묻지 않은 아름다움과 성인 여성의 원숙미를 같이 가지고 있었다.

그의 입이 살짝 벌어진 채로 여왕을 응시하고 있는데, 엘리자드가 입을 열었다.

 

"너무도 중대한 사안이라 부득불 사람을 물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일은 아무에게나 알려서는 안 됩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옆의 그 아이는 누구죠?"

 

그는 멈칫했다. 엘리자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이 서찰을 가져온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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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절단 타이밍이 좀 묘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냥 제가 딱딱 끊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안샤르베인
그냥 당장 생각나는 데에서부터 끊고 있습니다.
용량제한 때문이려나요. 나중에 몰아 보면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안샤르베인
용량제한까진 잘 모르겠고(...) 여기 꽤 길게 써지긴 합니다. 짧게 끊는 건 처음 글을 짧게 썼다보니 뒤에서도 안 그러면 이상할 거 같아서 그렇습니다.
흐린하늘
여왕님이면.....저 왕자 엄마인가요?
안샤르베인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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