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

안샤르베인 2 2,308

엘리자드 시네스, 익숙한 이름이었다. 현 시네스 가의 주인이며 왕실 근위대의 훈련대장. 그리고 제네시스 장군의 부인. 시네스 가는 이 나라가 있고부터 항상 왕실의 호위와 군사의 훈련을 도맡아 해왔다. 그래서 왕가와 가장 가까운 가문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 자는 그 이름을 언급한 것일까? 소년의 눈썹이 움찔하는 걸 그는 놓치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 분을 꼭 뵈야 합니다."

 

그가 갑자기 손을 잡아서 하마터면 뿌리칠 뻔 했다. 다행히 자국이 남을 정도로 잡은 건 아니었다. 다만 올려다보듯 보는 자세에서 간절함이 느껴져왔다. 태도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이 사람의 본모습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 걸까?

문득 눈길이 상대의 허리춤으로 향했다. 허리 부근에 돌돌 말린 천이 잘 묶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게 무엇인지 소년은 바로 알아보았다. 

소년은 잠시 생각했다. 이 자는 굉장히 특이한 심부름꾼이었다. 우악스런 힘도 힘이지만 좀 전의 움직임도 보통 사람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에 반해 소심해 보일 정도로 예의를 챙기고 있었다. 강함에 비해 허술한 점이 많았다.  

암살자나 스파이라면 처음 보는 이에게 타겟의 이름을 술술 흘리지 않을 것이다. 소년은 잠시 그를 떠보기로 했다.

 

"맨 입으로?"

 

상대가 눈에 띄게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 그는 입을 벌리는가 싶더니 다물곤 손가락으로 턱을 잡았다. 예상대로의 태도라 소년은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솔직히 내가 당신의 뭘 믿고 알려줘야 돼? 날 납치한 사람한테?"

 

상대는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좀전에 자신을 납치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잘못했다는 자각은 하는 듯했다. 일부러 강하게 나왔는데도 뭐라고 하지 못하는 걸 보면. 소년은 이참에 그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뭐, 부탁을 들어준다면 도와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무슨... 부탁 말입니까?"

 

긴장한 어조가 역력했다. 소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쉬워. 간단한 거야."


Author

Lv.1 안샤르베인  3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흐린하늘
어린애가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네요.
안샤르베인
잔망스럽죠 여러모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53 라노벨 부작용 다움 06.27 2527
252 바톤터치 댓글1 글한 11.17 2528
251 과제로 낼 예정인 소설-전개 부분 댓글4 안샤르베인 10.18 2529
250 경계를 넘어선 만남(完) 댓글2 안샤르베인 12.01 2532
249 계약 안샤르베인 12.30 2533
248 섬 저택의 살인 6 폭신폭신 07.02 2534
247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 댓글2 블랙홀군 02.16 2535
246 하바네로 잉어킹 09.25 2538
245 그와 그녀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 1. 언리밋 12.12 2539
244 [소설제: STEP] 종료입니다! 댓글2 QueenofBlade 12.22 2540
243 [자연스러운 문장 연습] 귀머거리 BadwisheS 03.26 2541
242 섬 저택의 살인 9 댓글2 폭신폭신 07.06 2542
241 [어떤 세계의 삼각전쟁] 난투극 - 2 RILAHSF 04.04 2543
240 미아 이야기 2 (끝) 네크 08.06 2544
239 부고(訃告) 댓글2 가올바랑 01.25 2546
238 따뜻함을 사고 싶어요 다움 04.09 2547
237 Resolver(리졸버) - 1 댓글5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14 2547
236 VIII-2. Rimen game 작두타는라이츄 01.14 2547
235 이복남매 이야기 블랙홀군 01.30 2549
234 Robot Boy - 1 댓글1 Novelistar 03.14 2549
233 [Project:Union] 유트뵐리스와 차문화 Badog 03.26 2549
232 VI-2. Gloxinia 미식가라이츄 08.24 2550
231 해바라기 소이소스 11.18 2553
230 유리 구슬과 밤이 흐르는 곳 - 2 Novelistar 10.25 2553
229 사신의 서 - (0) 엣날 옛적에 Badog 02.11 2554
228 미래의 어떤 하루 주지스 01.07 2555
227 반의 성공, 반의 실패 안샤르베인 09.22 2556
226 손님을 맞는 이야기. 폭신폭신 06.05 2556
225 HIGH NOON -1 잉어킹 11.21 2557
224 붉은 찌르레기 이야기 네크 01.23 2557
223 여느 4월 때와 같은 날씨였다. Novelistar 05.04 2557
222 [습작] 죽음을 거스르는 방법 Prologue 댓글4 앙그라마이뉴 09.14 2559
221 Workerholic-Death In Exams(1) 댓글2 Lester 12.17 2562
220 Workerholic-Death In Exams(3) Lester 02.02 2567
219 무제 민간인 06.22 2567
218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2 댓글4 네크 07.10 2567
217 [본격 휴가 나온 군인이 쓰는 불쌍한 SF 소설] 나방 (#001 - 강산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사람뿐) 레이의이웃 06.11 2569
216 Cats rhapsody - 1 민간인 11.23 2579
215 외전 3. Adventure for Death 작두타는라이츄 11.13 2581
214 검은 나비의 마녀 댓글1 블랙홀군 07.17 2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