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X-4. 잘못된 망집

작두타는라이츄 0 2,456

미기야와 라우드, 그리고 파이로와 현은 의뢰를 받고 교토에 와 있는 상태였다. 이토(異等)가에서 온 의뢰는, 차기 당주가 될 예정이었던 이토 야키리와 그의 여동생인 이토 아라즈를 찾아달라는 의뢰였다. 의뢰를 한 사람은 이토 가의 현 당주이자 남매의 아버지인 이토 히사무였다.

 

"저희 이토 가는 대대로 부적술로 유명한 가문입니다. 하지만, 그 또한 부적술을 이을 당주가 없으면 의미 없지요. "

"그렇군요... 아무래도 가문을 이어야 하니까요. 아드님과 따님이 사라진 시점은 언제인가요? "

"둘 다 사라진 지는 2년 정도 되었습니다. "

"2년이라... 찾기는 힘들지만, 아마 찾을 수는 있을 겁니다. 부적술을 쓰는 자는, 부적술을 쓰는 자를 알아보기 마련이니까요. "

"꼭 좀 부탁드립니다. 둘 다 돌아오지 않으면, 가문이 없어질 지도 모릅니다... "

 

히사무는 미기야에게 꼭 두 사람을 찾아 줄 것을 부탁했다. 부적술을 쓰는 자는 부적술을 쓰는 자를 알아보는 법,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2년 전에 사라진 사람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서울에서 김서방을 찾는 게 빠르겠군... "

"그러게요. "

 

미기야는 이토 가의 저택 옆에 있는 사당으로 가, 꼭 두 남매를 찾을 수 있게 도외주십사 기도했다.

 

"이토 가는 교토에서 유명한 가문이고, 특징이라면 부적술. ...그 외에 두 사람을 찾을 수 있는 수단은 전무하지. "

"그럼, 이제 어쩌죠? 도쿄 전역을 데스 애더씨의 거미줄로 두르면 나오려나요...? "

"일단 어디로 갔는 지를 알아내야 하는데, 그것조차 힘들 거야. ...찾는 게 기적이겠군. "

"실례합니다. 저희 아들과 딸을 찾아주신다고... "

 

방에서 쉬고 있는 네 사람에게, 중년의 여성이 찾아왔다. 기모노를 곱게 차려 입은 여성은, 자신을 히사무의 아내인 이토 나츠코라고 소개하며, 아라즈와 야키리 남매에 대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아라즈는 야키리보다도 부적술이 뛰어났다. 이토 가에서 그녀를 이길 자는 없을 정도로 뛰어나서 차기 당주로 거론되기도 했었다. 야키리 역시 자신보다는 아라즈가 당주가 되는 게 나을 거라며 그녀를 인정했었다. 단 한 사람, 그녀의 조부 빼고.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조부에게 악령이 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라즈는 부적술로 조부에게 깃든 악령을 없애버렸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조부는 그녀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토 가문에서 유일하게 그녀를 차기 당주로 지지하지 않았던 그녀의 조부가 살아있는 한, 이토 가의 당주는 계속 해서 히사무가 될 예정이었다. 조부가 당주를 이어받아야 한다고 했던 야키리는 당주로 임명되기를 거부했고, 살심한 아라즈가 집을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집을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이토 가의 당주가 되려면 성인이 되는 해에 특별한 의식을 치러야 하는데, 야키리는 그 의식을 치르기 사흘 전에 집을 나갔던 것이다.

 

"어딜 가나 그놈의 남아선호사상이 문제구만. "

 

조부는 결국, 히사무가 당주일 적 죽음을 맞았다. 야키리와 아라즈는 그 후로도 돌아오지 않았고, 여전히 집의 당주는 히사무인 채였다. 조부가 죽기 전까지는 암묵적으로 아라즈를 지지하던 친척들도, 조부가 사망하고 나자 이제는 아라즈를 찾아 당주로 임명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움직임이 거세졌다. 즉, 조부만 아니었어도 그녀와 야키리는 집을 나갈 일이 없었다.

 

"보통 가문의 당주는 아들이 이어받게 되어 있지. 왜냐, 딸은 시집을 가면 그 집에서 며느리로 살게 되거든. ...그렇다고 해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 할아버지 참, 성격 웃기네. "

"그러게요. "

"부디 아라즈와 야키리를 찾아주세요... 두 사람은 이렇게 생긴 장신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장신구는, 이토 가에서만 사용하는 부적술사의 장신구입니다. "

 

나츠코는 옥패가 달린 노리개를 건넸다. 미기야가 받아들자, 신비한 힘이 흘러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힘이 흘러들어오는 것 같아요. "

"부적술사에게 있어, 이토 가의 장신구는 기운을 강화시켜주는 물건으로 통하지요. 두 사람... 특히나 야키리라면, 이 장신구가 없으면 부적술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

"그렇군... 이 장신구를 찾으면 되는건가. 일단 알겠어. "

"부디 부탁드립니다. "

 

다음날, 네 사람은 이토 가의 주변부터 수색하기로 하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두 사람의 위치는 특정하기도 힘든데다가 교토는 너무나도 넓어서 하루 종일 돌아다녔음에도 허사였다.

 

"이거... 이 정도면 신력을 가진 사람 하나 정도는 데려와야 하는 거 아니냐? 키츠네라던가. "

"쿠로키 씨도 와달라고 할까요? "

"그래야 할 것 같은데. "

 

미기야가 막 키츠네에게 연락하려던 찰나.

 

"사람을 찾고 있니? "

 

낯선 여자가 미기야에게 다가왔다. 길고 검은 머리는 군데군데 하얀 빛이 섞여들어가 있었고, 얼어붙을 것 같은 파란 눈으로 그녀는 미기야를 쳐다보고 있었다. 미기야가 키츠네와 연락하려던 걸 놓고 그녀를 바라보니, 그녀는 한 번 빙긋, 웃어보였다.

 

"이토 가의 차기 당주인 이토 아라즈와 이토 야키리를 찾고 있는거지? "

"그걸 어떻게 아세요? "

"그야, 지금까지 그 두 사람을 찾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왔었으니까. 하지만 대부분 실패했지. 두 사람은 2년 전에 집을 떠났고, 지금은 위치조차 특정되지 않아. 물론, 너라면 그 두 사람을 만났을 떄 알아 볼 수는 있겠지만. "

 

그녀는 미기야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내가 도와줄게, 그 두 사람을 찾을 수 있도록. "

"...네? 어떻게요? "

"이 몸은, 인간이 아니니까. 너처럼 특별한 힘을 지닌 자들을 감지할 수 있거든. "

"너도 그럼 온종일 돌아다니게? "

"피곤하게 뭐하러? "

 

그녀가 잠시 눈을 감았다 뜨자, 눈앞에 도꺠비불이 두 개 생겨났다. 그녀는 허리에 찬 검을 들어 이토 가를 가리킨 다음, 도깨비불을 날려보냈다.

 

"자, 두 사람을 찾으면 도깨비불이 날아올거야. 그 불을 따라가도록 해. "

"그런데... 그 쪽은 이름이 뭔가요? 왜 저희를 도와주시는거죠? "

"내 이름? 유키시로라고 해. 편하게 유키라고 불러. 너, 아나키나시스를 만나고 나서도 살아남았다며? 용케도, 우리같은 마물을 만나고 나서도 살아남은 자가 있다니... 의외인걸? "

 

이야기를 마친 그녀는 도깨비불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가 버렸다.

 

다음날 아침, 그녀라 날려보냈던 도꺠비불 중 하나가 미기야의 옆을 맴돌았다. 어제 유키시로가 날려보냈던 도깨비불임을 기억한 파이로가 따라가려고 했지만, 도깨비불은 미기야의 옆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나, 참... 너도 특별한 녀석 알아보는거나... 야, 일어나. "

"으음... 왜요...... "

"도꺠비불 왔어. "

"네? "

 

화들짝 놀란 미기야는 자신의 옆을 맴도는 도꺠비불을 확인했다. 푸른 빛을 내뿜으며 그의 주변을 맴도는 도꺠비불은 그가 어디를 가든 함께였다. 아침 식사를 마친 미기야와 함께 세 사람이 남매를 찾기 위해 집 밖을 나서자, 도깨비불은 어딘가로 네 사람을 인도했다.

 

그리고 도깨비불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오사카였다.

 

"참 멀리도 왔네. "

"어, 저 쪽에! "

 

나츠코가 보여줬던 장식을 찬 남자가 보였다. 도깨비불은 네 사람이 남자를 발견하자 어딘가로 날아가버렸고, 미기야는 남자에게 다가가 혹시 이토 야키리라는 사람을 아는 지 물었다.

 

"제가 이토 야키리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

"집에서 당신을 찾고 있어요. "

"하지만 저는, 아라즈를 찾아야 해요. 할아버지가 당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전... 저는 그 아이가 이토 가의 당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

"어, 그건 알겠는데. 할아버지 돌아가셔서 말이야. "

"...돌아가셨다고요? "

"응. 우리도 자세한 사인은 모르지만. "

 

그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에 조금 놀란 눈치였다.

 

"동생분이 어디에 있는 지는 모르시나요? "

"네. 저도 여기에 살면서 동생을 찾아다니는 중입니다만... "

"우리도 니 동생을 찾고 있긴 해. 아무튼, 알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네 의력을 맘껏 피력하라고. "

 

라우드와 현이 야키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도꺠비불이 또 날아들었다. 미기야의 옆을 맴도는 도깨비불을 따라 도착한 곳은, 고베였다. 그 곳에서도 한참동안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섯 사람은 낯선 여자의 앞에 도착했다. 미기야는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가 이토 아라즈임을 깨달았다.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실례합니다. 이토 아라즈 씨 맞나요? "

"그렇습니다만. ...오라버니? "

"집에서 당신을 찾고 있어요. "

"그 집구석에서요? 하, 이제 무슨 일로 또 쓰고 내치려고 찾을까? 그 놈의 영감탱이가 눈 감기 전까진 절대로, 안 가요. 아니, 그런 가문이라면 차라리 멸문해버리는 게 나을 거예요. "

"네 얘기는 대충 들어서 알고 있어. 그리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

"돌아가셨다...? 돌아가셨다고요? "

 

그녀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야 그렇겠죠. 이미 악령에 한 번 씌여서 쇠약해 진 몸인데다가, 그 약령은 할아버지를 잡아먹지 못 해 안달이었으니. 그 녀석을 쫓을 수 있는 건, 저밖에 없었으니까요. 자업자득이예요. 쓸데없는 아집때문에 차기 당주가 임명되는 것도 보지 못 하고 삼도천을 건넌 거라고요. "

"참, 더럽게 웃긴 전통도 많지. 그럼 이제 와서 가문에서 널 찾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네 아버지는 계속 당주인 채로 있어. 그리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일가 친척들은 너를 당주로 임명하게 해 달라고 거세게 일어났지. 그게 전부야. "

"할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는 아무 것도 못 하다가, 이제 와서요? "

"전통이 뭐같으면 니가 뜯어 고쳐. 너는 그래도 돼. 악습을 굳이 이어 갈 필요는 없거든. 좋은 것은 취하고, 아닌 것은 버리는거지. ...뭐야, 너는 그 장식 버렸어? "

"굳이 착용하지 않을 뿐, 가지고는 있습니다. 목숨을 끊지 않는 이상, 저는 이토 가의 사람이니까요. "

"아라즈. 할아버지도 돌아가신 지금, 네가 당주가 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게다. 혹시라도 있다면, 그 때는 내가 막아주마. 그게 누구던간에. "

"오라버니... "

 

그녀는 뭔가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돌아가죠. "

 

히사무는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아라즈와 야키리를 얼싸안고 한참을 울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츠코 역시 마찬가지였고, 아라즈와 야키리의 조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자리에 없는 것은, 할아버지 뿐이었다.

 

"해피엔딩...인거겠지? "

"아마도요. "

"잠시만요. 오랜만에 가족이 돌아와서 행복하시겠지만, 그 전에. "

"......? 유키시로 씨? "

 

유키시로가 마당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허리에 찬 검을 꺼내, 히사무의 뒤를 베어갈랐다. 비명 소리와 함께, 무언가의 손이 힘없이 툭, 떨어졌다. 유키시로는 그 손을 주워들고 금줄로 꽁꽁 싸매 아라즈에게 건넸다.

 

"이토 가에서 당주를 20살이 되는 해에 임명하는 건 이 악령의 영향이 컸어요. 이 악령은 당주로 임명된 자에게는 손을 대지 못 하지만, 당주가 아닌 자를 해할 수 있으니까. "

"이건... "

"당신의 할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던 존재예요. "

"이...게요? "

"손을 잃었으니 아마 더 이상 누군가를 해햐지는 않을 거예요. 게다가 당신같이 능력이 뛰어난 자가 있다면 더더욱. ...인간들은 어리석군요. 이렇게 능력이 있는 자를 여자라는 이유로 내치려고 하다니 말이죠. "

 

유키시로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아라즈가 부적을 붙여 건네 준 손을 항아리에 담아 사당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이 악령은 대체... "

"사당에는 당주의 영혼을 모신다고 했죠? 이 가문에는 오래 전, 아라즈씨와 같은 분이 또 있었어요. 능력이 특출난 부적술사였지만 당신처럼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죠.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살아서는 이토 가의 여자였지만 죽어서는 악령이 된 거예요. 인정받지 못 했다는 원한을 갖고. "

"...... "

"당신은, 그 악습을 없애주실 수 있겠죠? "

 

머칠 후, 이토 가에서는 새로운 당주가 임명되었다. 전례에 없던 여자 당주였다. 아라즈는 당주가 됨과 동시에, 당주를 남성으로 제한하던 기존의 풍슴은 버릴 것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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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렁거리는 성격. Lv.1에 서울의 어느 키우미집에서 부화했다. 먹는 것을 즐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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