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공모에 낼 소설] 결혼식 (2/2)

BadwisheS 0 2,647

 

나는 생각했다. 이 곳에는 수많은 형태의 사랑이 모여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을 마음에 평생을 산 나의 볼품없는 그것, 그것을 위해 사회에 맞서는 어쩌면 위태로운 민호와 유민의 그것, 죽은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번갈아가며 마음을 괴롭히는 아현의 그것,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어찌하지 못하고 지켜봐야 하는 진수의 그것이 바로 이 곳에 모인 사랑이다. 그것 말고도 더 있을 것이다. 은사님은 사람, , 그리고 다른 모든 것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보이시며, 사람들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그 자체에 대해서도 사랑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형태의 사랑이 존재한다. 어쩌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직은 어린 이 청년들을 이끌어야 할 내가 품어야 할 태도일지도 모른다. 마음을 다잡고, 나는 민호와 유민의 준비되지 않은 결혼식을 축복하기로 했다. 둘이 팔짱을 끼고 내게 마주섰다.

 

「……하나님께서 만든 모든 것이 아름답습니다. 여러분이 각자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도 바로 그 아름다운 것들의 하나입니다. 다시 말해 오늘 우리는, 하나님께서 만드신 아름다움을 기념하고, 축복하고,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여러분의 관계와, 행동 양식과, 그 사랑의 형태는 남들과는 분명히 다를 것입니다. 그것은 다시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그 만큼이나 많은 사랑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 새로 시작하게 되는 이 사랑의 형태를 잘 기억하시고, 마음속에 사진으로 남겨두어 앞으로 한참이 지나 인생에 황혼이 찾아올 때 꺼내보시며, 과거와 현재의 사랑의 형태는 같은 것인가, 살피시길 바랍니다. 이것으로 제 축사는 마치겠습니다. 입장하신 두 분께서는 마지막으로 맹세의 입맞춤을 하여 주십시오.

 

두 남자가 서로 가볍게, 그리고 수줍게 입을 맞춘다. 그 때 고물 발전기가 마침내 전구송이에 전력을 공급하며 요란하게 돌아간다. 그리고는 언덕을 불빛으로 가득 채운다. 그리고 세 사람의 조용하고 느긋한 박수소리가 그칠 줄을 모르고 조용한 밤을 가득 채웠다.

 

Author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열람중 [교내 공모에 낼 소설] 결혼식 (2/2) BadwisheS 12.15 2648
332 Workerholic-Death In Exams(1) 댓글2 Lester 12.17 2557
331 [소설제: STEP] 시작합니다! 댓글15 QueenofBlade 12.21 3230
330 기사의 맹약 댓글1 안샤르베인 12.22 2693
329 [소설제: STEP] 종료입니다! 댓글2 QueenofBlade 12.22 2537
328 [소설제:STEP] 통합정리글입니다! 댓글9 QueenofBlade 12.22 2866
327 Xeperux-ziram 의 페허 안에서 가올바랑 12.29 2657
326 계약 안샤르베인 12.30 2532
325 태양이 한 방울의 눈물이 되던 날 댓글2 Novelistar 01.01 2829
324 Workerholic-Death In Exams(2) 댓글3 Lester 01.01 2695
323 [Project Union] 여명 댓글1 Badog 01.07 2625
322 길 잃은 바이킹 - 1 작가의집 01.18 2837
321 길 잃은 바이킹 - 2 댓글1 작가의집 01.18 2782
320 마그리트와 메를로 퐁티 그 사이에서. 댓글2 Sir.Cold 01.25 2678
319 부고(訃告) 댓글2 가올바랑 01.25 2543
318 [창작 SF 단편] - 열역학 댓글3 Loodiny 01.27 2837
317 이복남매 이야기 블랙홀군 01.30 2548
316 [소설제 : I'm Instrument]Color People Lester 01.30 3039
315 [소설제 : I'm Instrument] 열시까지 BadwisheS 01.30 2620
314 [소설제 : I'm Instrument] 새벽의... 앨매리 01.31 2694
313 [소설제 : I'm Instrument] 갯가재 Novelistar 01.31 3005
312 [소설제 : I'm Instrument] 종료 & 감평 댓글11 작가의집 02.01 2988
311 카펠라시아 기행록 - 1 댓글2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2.01 2625
310 Workerholic-Death In Exams(3) Lester 02.02 2565
309 나는 너의 미래다 - 2 민간인 02.07 2836
308 Hazelnut 댓글2 블랙홀군 02.09 2657
307 [창작 SF 단편] - 인간, 죽음 Loodiny 02.10 2677
306 나는 너의 미래다 - 3 민간인 02.12 2626
305 나는 너의 미래다 - 끝 민간인 02.14 2580
304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 댓글2 블랙홀군 02.16 2533
303 [푸념시] 씻어내자 박정달씨 02.17 2632
302 [단편] 미네크라프 Caffeine星人 02.17 2761
301 전설의 포춘쿠키 댓글1 민간인 02.19 2701
300 시시한 시 Sir.Cold 02.22 2844
299 [어떤 세계의 삼각전쟁] 4월의 전학생 댓글3 RILAHSF 02.22 2920
298 [시?] 첫사랑 Caffeine星人 02.24 2799
297 Vergissmeinnicht 블랙홀군 02.26 2620
296 [어떤 세계의 삼각전쟁] 관리자 댓글3 RILAHSF 02.27 2689
295 LOM Sentimental Blue Velvet Ground 終章 - 상념 Novelistar 03.04 3250
294 유정아 댓글1 민간인 03.05 2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