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Pu
He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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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1
2015.02.25 19:03
과거부터 여러 종류의 던전이 존재해왔다. 던전의 대표격은 오래된 왕의 무덤이다. 특히 대략 3~4천 년 전에 고대 왕국에서 세운
거대한 왕의 무덤에서는 귀금속으로 만들어진 값진 부장품이 쏟아졌다. 당시 신과 같은 왕권을 휘둘렀던 왕들은 이후의 시대에서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 많은 부를 자신이 사후에 머무르게 될 거처에 쏟아 부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왕의 보물은 대부분 전문적인
도굴꾼이 훔쳐갔다. 본격적으로 무덤을 발굴하게 된 시점에서는 이미 별로 남아있는 것이 많지 않을 정도였다.
그다음으로
유명하면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던전으로는 연금술사가 비밀리에 연구를 진행하고 그 성과를 보존하기 위해 만든 지하시설물과 오랜
옛날에 지어졌다가 버려진 대피시설 같은 것이었다. 연금술사는 값비싼 귀금속을 연구재료로 삼으며, 고위층을 위한 대피시설에는 그들의
재산 일부가 보존되어있었다. 이것들 또한 도굴꾼에 의해 털리는 일이 많았으나, 자신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철저하게 보물이
숨겨져 있었기에 왕의 무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보물이 남은 경우가 많았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흥미 위주의 이야기 중에서
던전 탐험을 소재로 하는 것은 주로 후자였다. 물론 고대의 무덤에 출현하는 악령과 괴물들을 물리치고 왕의 보물을 차지하는 것도
던전 탐험의 로망이었으나, 연구시설이나 대피시설이었던 던전에는 실제로 흥미를 끌 만한 요소가 존재했기에 이쪽의 탐험을 서술하는
이야기가 주목받았다. 귀중한 연구 자료나 보물을 지키기 위해 설치된 온갖 함정들과 비밀장치들은 이후 공성전이 활발하게 일어났을 때
성벽에 장치하여 방어시설로 활용되기도 했다. 대피시설은 함정이 설치된 경우는 별로 없었지만, 연구시설 못지않은 비밀장치와
비밀통로가 많았고, 이들은 입구 부분이 개방된 경우가 많았기에 온갖 짐승들의 소굴이 되어있어 도굴꾼이나 유적 탐사대를 습격할 때도
있었다. 여기에 사람들의 상상력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모험소설의 로망이 그대로 구현된 곳이 된다.
거기에 더해 최근 들어
주목받는 종류의 던전이 있다. 이러한 유형의 던전은 과거에는 그저 두 번째 유형의 던전처럼 한 때는 연구시설이었거나 대피소였던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진 경우다. 게오르기우스 왕자가 던전 탐사에 관심을 둔 것도 세 번째
유형의 던전에서 나온 성과 때문이었다.
“보십시오. 정말 찬란한 아름다움이 담겨있지 않습니까?”
게오르기우스 왕자가
그것을 처음 접한 것은 자신의 서른 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열린 연회에서였다. 이웃 나라의 왕자, 그러니까 자신의 처남이 되는
발레리우스 왕자가 그에게 줄 생일선물이라며 가져온 고급스러운 상자에는 비단이 깔렸고, 그 위에는 게오르기우스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두 자루의 단검이 들어있었다.
단검의 길이는 각각 40cm, 15cm 정도 되었고, 전부 외날이었다. 칼날은
거울처럼 은백색의 빛을 반사하여, 게오르기우스가 가진 가장 매끄러운 거울만큼이나 그의 얼굴을 깨끗하게 비추어주었다. 게오르기우스는
처음에는 단검의 손잡이가 나무로 된 것인 줄 알았으나, 손으로 직접 그것을 쥐어본 뒤에는 곧 그것이 자신은 생전 처음 보는
재료로 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검들의 생김새는 매우 실용적인 것을 추구하듯이 단순하면서도 유연한 곡선을 보였고, 특히
커다란 단검은 눈으로 보기에도 매우 튼튼해 보였다.
“이게 뭡니까?”
발레리우스는 게오르기우스가 단검에서 눈을 떼지도 못하고 그렇게 묻자, 그럴 줄 알았다며 씩 웃어 보였다.
“이번에 우리 왕국에서 지원을 받은 발굴단에서 찾아낸 것입니다. 수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던전이었는데, 기존에는 그저 옛날에 버려진 대피시설인 줄 알았습니다만 실제로는 무기 공장이더군요.”
발
레리우스는 아직 젊은 나이답게 던전 탐사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십여 년 전부터 기존의 던전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유행하면서,
기존 던전을 목적으로 삼는 발굴단 몇 곳을 가장 먼저 후원해주기 시작한 것이 그였다. 새로운 발견의 원인 또한 그의 호기심의
결과에 의한 것이었다. 십여 년 전, 발레리우스가 아직 십 대 중반의 나이였을 때, 왕위계승권이 없던 그는 모험 소설의 영향을
받아 자신들의 수하와 직접 고용한 몇몇 고고학자들을 이끌고 던전을 돌아다니기를 즐겼다. 그러던 중 어느 던전에서, 기존에는 육중한
문에 가로막혀 들어가지 못했던 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틈새를 우연히 그가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곳에는 어지간한 방
하나를 채울 정도로 금괴가 쌓여있었던 것이다.
발레리우스의 발견은 곧 동행했던 고고학자들에 의해 역사적인 발견으로
인정되었다. 연구지원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어린애 장난에 참여하는 심정으로 발레리우스를 따라갔던 고고학자들은 그날 이후로
고고학계의 거성이 되었다. 그들이 발견한 금괴에는 알 수 없는 문자가 일괄적으로 새겨져 있었으며, 그 뒤에 이루어진 몇 년의 연구
결과 그 문자들은 단 한 번도 알려진 적이 없던 문명의 문자라는 것이 밝혀졌다. 금괴가 발견된 던전에서 함께 발견된 석판이나
금속판 등을 기반으로 고고학자들은 몇몇 문자들의 대략적인 의미를 알 수 있었고, 그들은 금괴에 적힌 문자를 통해 금괴들과 던전을
남긴 문명이 수천 개의 금괴를 똑같은 크기와 순도로 찍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발레리우스가 금괴를 발견했을 때
그와 함께했던 사람들이 충성심 높은 호위병들이었다는 것은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발레리우스는 급히 마차와 수레를 구해 궁으로 실어
날랐고, 그것을 본 왕은 국가예산규모와 비견될 막대한 금을 보고도 눈이 뒤집어지지 않은 호위병들에게 감동하여 그들에게 작위와
금괴를 안겨주었다. 이후 그들은 금괴가 발견된 던전을 더 상세히 조사하고, 그와 비슷한 던전을 찾아내어 발굴을 진행했다. 그러자
처음 그 던전의 주변에서 비슷한 양의 금괴가 묻힌 몇 개의 던전을 추가로 발굴할 수 있었다.
“이 검을 찾은 것은 금괴가
발굴된 던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던전에서였습니다. 금괴가 나오지 않아 실망했지만, 무척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녹 하나
슬지 않은 검을 무수히 발견한 것이죠. 투명하면서도 단단한 상자에 밀봉되어 들어있었다고는 해도, 적어도 수천 년은 지났을
던전에서 멀쩡히 발견된 것을 보면 고대의 야금기술이 정말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축하합니다. 이제 귀국의 병사들은 이런 보검으로 무장할 테니 누가 감히 넘볼 수 있겠습니까?”
게
오르기우스는 자신이 그러한 보검을 받았다는 것에 기뻐하면서도, 바로 이웃 나라의 군사력이 강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여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고대의 무기 공장을 찾아내었으니 이렇게 오랫동안 녹슬지 않는 검으로 모두가 무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결혼동맹을 맺은 입장에서는 든든하기도 하면서도 언제 뒤에 칼을 맞을지 걱정도 되었다.
발레리우스는 그런 그의 심정을 들여다보기라도 했는지 이렇게 말했다.
“그
게 참, 아까운 일이죠. 발견된 공장의 설비는 이미 낡아서 도저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살펴봐도
공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있어야 말이죠. 얻은 것은 수천 자루의 단검뿐인데, 이것도 길이가 짧아 전투용으로 쓰기에는
부적합합니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선물로 드리거나 하고 있죠. 그래서 꽤 쓸 만할 겁니다. 호신용으로도 좋고, 이런저런 잡다한
일을 하는 데 쓰기에도 좋죠.”
“수천 년 된 보검인데 그런데 쓸 엄두가 안 나는군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수천
자루가 있으니 잃어버리거나 망가지더라도 더 드릴 수 있습니다. 사돈 좋다는 게 뭐겠습니까? 게다가 시험 삼아 사용해봤더니 어지간한
경우에는 망가지거나 녹이 슬지도 않더군요. 튼튼하기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장인이 만든 단검보다도 더하더군요.”
게오르
기우스가 던전 탐사에 열을 올린 것은 그다음부터였다. 젊었을 적에도 그러한 종류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지만, 당장 눈앞에 나온
던전 탐사의 결과를 보니 욕심이 생겼던 것이다. 사실 게오르기우스의 던전 탐사는 좀 늦은 감이 있었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발레리우스의 나라가 발견한 막대한 금괴를 보고서 자신들도 자신들의 영토 안에 있는 던전을 이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고, 벌써
곳곳에서 여러 성과가 나오고 있었다. 어떤 던전에서는 고대의 석판이나 조각상이 무수히 발견되었고, 어떤 던전에서는 발레리우스가
선물한 단검과 비슷한 재질로 만들어진 금속판이 발견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금괴가 발견된 던전도 있었고, 어떤 던전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보석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특히 이렇게 발견된 보석들은 고대의 보석이라 불리며 더 높은 가치가 매겨졌는데, 현대의
세공술로는 도저히 따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답게 연마되었기 때문이었다. 고대의 보석이 입소문을 타자 그것을 모방하여
보석을 연마하는 것이 유행했지만, 진품에 비하면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게오르기우스가 가족도 돌보지 않고 밖에서
던전을 찾는다고 돌아다녀 그의 아내의 타박이 심했지만, 고대의 보석이 발견되고 유행하고서부터는 그녀가 먼저 게오르기우스를 던전을
탐사하라고 내쫓을 정도였다.
그리하여 게오르기우스가 처음으로 고대의 던전을 발견한 것은 게오르기우스가 처남에게서 단검을 받은
지 3년이 지났을 때였다. 발레리우스의 나라와의 국경 부근에 있는 던전으로, 지금까지는 매우 두꺼운 문과 벽으로 가로막혀 아무도
들어가지 못한 곳이었다.
“흠, 239Pu라…….”
게오르기우스는 감회에 젖어 던전의 입구에 기대어진 금속판에,
삭아서 지워지고 남은 글자를 읽었다. 고대의 던전과 관련된 공부를 하다 보니, 고대의 던전에서 자주 발견되는 문자가 현대의 어느
문자에 해당하는지는 대략 알고 있었다. 던전의 입구는 폭발물로 열렸기에, 폭파의 흔적이 역력했다. 금속판은 폭파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 아마 던전의 일련번호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앞의 숫자는 던전의 번호 수, 뒤의 문자는 던전의 용도라고 추측되고 있습니다. 저 금속판도 원래는 파묻혀있다가 발굴한 것이지요.”
던전을 찾아낸 탐사대의 대장이자 이번 던전 발굴에서 수석 고고학자로 임명된 마르쿠스의 말이었다.
“안에 위험한 것은 없었나? 던전에 함정 같은 것이 설치되는 일은 많지 않은가. 아니면 오래된 부분이 충격 때문에 무너진다든지.”
게
오르기우스는 1년 전에 겪었던 사고를 생각하며 그리 물었다. 고대의 던전에는 보통 함정이 설치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고대의 던전이라고 착각하고 들어간 곳이 함정이 왕창 설치된 연금술사의 던전이거나, 고대의 던전이 맞더라도 오랜 세월에 풍화되어
약해진 부분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오르기우스가 당한 사고는 문을 세차게 열어젖혔다가 그 충격으로 벽이 무너져
내려 출입구가 막혀버린 것이었다. 그때 그는 던전 안에 이틀 동안 갇혀있으면서 난생처음으로 식사를 걸렀었다. 게다가 그가 갇힌
던전은 고대의 던전도 아니었다.
“그런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 던전에서는 그런 부분은 없을 것입니다. 금속판이
발견된 것을 보면 고대의 던전인 것은 확실하고, 폭발물이 발전한 현재에 와서야 발굴이 가능할 정도로 튼튼한 던전이니까요. 정말
이상하리만치 벽이 두껍고 튼튼하게 지어져 있습니다.”
“마침 국경지대에 있으니, 이번 탐사를 끝내고 군사시설로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봐야겠군. 일단 들어가 보세.”
발
굴대는 게오르기우스와 마르쿠스를 비롯하여 스무 명의 고고학자, 서른다섯 명의 일꾼, 쉰 명의 호위병으로 구성되었다. 예전에
이루어졌던 던전 발굴대 구성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축에 속하는 인원이었지만, 발레리우스의 금괴 발굴 이후로는 기본적으로 이 정도
인원이 투입되었다. 특히 고고학자의 수가 많이 늘었고, 보물을 발견할 경우를 대비하여 잡일꾼 같은 사람들을 저지할 수 있을 정도로
수가 많고 배반하지 않을 정도로 충성심이 깊은 호위는 필수가 되었다.
백 명이 조금 넘는 수의 인원이 차례로 던전으로
들어갔다. 던전 내부의 통로는 상당히 널찍하고 높은 편이라 그 많은 인원이 한 번에 들어가도 답답한 느낌은 없었다. 다만 외부에서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 굉장히 어두웠다. 횃불을 여럿 켜들고 있었지만 멀리 앞을 내다보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했다.
던전
탐사는 입구와 가까운 부분부터 차례대로 이루어졌다. 통로는 입구에서 똑바로 쭉 뻗어있었고, 통로의 양옆으로 커다란 방이 몇 개
있는 구조였다. 던전 발견 직후 입구를 다시 폐쇄하고 게오르기우스를 기다렸기에, 던전의 어떤 방도 사람의 손길을 최소한 수천 년은
타지 않은 상황이었다.
게오르기우스는 첫 번째 방부터 차례대로 들어갔다. 문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는데, 세월의 흐름
탓에 전부 부식되어 저절로 떨어져 있거나, 아니면 발길질 몇 번에 떨어질 정도로 약해져 있었다. 하지만 꽤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면서 모든 방을 뒤졌는데도, 쓸 만한 것이 있는 방은 아무 데도 없었다. 안에 어떤 구조물들은 남았지만, 문과 마찬가지로
낡아서 자기 무게에 부스러진 모양새였다. 마르쿠스는 그것들이 이 던전에 있었던 사람들이 사용한 가구의 흔적일 것이라고 말하며, 그
속을 뒤져 아주 낡은 책이나 도구들을 몇 개 챙겼다. 책은 펼치면 바로 부서질 정도로 약해져 있었고, 도구는 몇몇 종류를
제외하면 전부 낡고 녹슬어있었다. 외부와 차단된 환경이라 형태는 남아있었지만, 뭔지는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나마 수확을 얻은
것은 고대 문명의 인류가 사용했던 것 같은 안경이나 눈금이 촘촘한 자, 유리와 사기로 되어 부서지지 않은 식기류 같은
것들이었다. 특이하게도 안경은 지금처럼 줄로 묶는 방식이 아니라, 게오르기우스가 발레리우스에게 받은 단검의 손잡이에 사용된 것과
비슷한 재료의 물건이 유리알을 감싸고 있는 형태였다. 자나 각도기 같은 측정 도구는 전부 그러한 재질로 되어있었고, 식기류
중에서도 그런 재질로 만들어진 것이 많았다.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자, 중앙의 통로 좌우로 중앙통로와 비슷한 통로가
뚫려있었다. 게오르기우스는 다른 통로는 차례로 탐색하기로 하고, 중앙통로를 따라 계속 전진하기로 했다. 그리고 입구에서 약
200m가량 들어왔을 때, 통로의 막다른 끝에 다다랐다. 통로의 끝에는 커다란 문이 있었는데, 지금까지와는 달리 아주 튼튼하게
제작되어 지금도 뚫고 들어가기 어렵게 되어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마르쿠스와 고고학자들은 문을 조사해보고는, 지금 장비로는 뚫고 들어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입구의 문과 비슷한 정도로 튼튼한 문이며, 이것을 열기 위해서는 입구를 연 것과 마찬가지로 폭발물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폭발물을 사용했다가는 무너지지 않겠는가?”
“그
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래도 이곳의 발굴은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바깥문의 재질과 마찬가지로 단단한 회벽에
단단한 금속판이 함께 사용된 문 같은데, 그렇다면 망치와 정으로 깨부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아주 장기간동안 천천히 조금씩
부숴나가든지, 이후에 던전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이 문을 여는 방법이 나올 때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게오르기우스는 잠시 고민하다가 뒤로 돌아서기로 했다. 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당장 어찌할 수 없다면, 다른 곳을 먼저 탐사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발
굴대는 뒤로 돌아 통로가 십자로 갈라지는 중앙으로 돌아갔다. 게오르기우스는 입구에서 볼 때 오른쪽으로 나 있는 통로를 선택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30m 정도 진행하자 커다란 돌무더기가 통로를 막고 있었다. 고고학자들이 살펴보자 이미 오래전에 무너진
부분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바깥의 지형을 고려해볼 때, 이 부분은 던전이 들어있는 언덕의 동쪽 사면으로 이어집니다. 아무래도 오래전에 지형이 바뀌면서 이 부분은 무너져 내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바깥에서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지 않나.”
“그렇습니다. 적어도 백 년 단위로 노출되면서 흙이 덮이고 나무가 자라 다른 곳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여긴 다음에 파보도록 하고, 반대쪽으로 가보지.”
반
대쪽에는 다행스럽게도 무너진 부분은 없었다. 반대쪽으로 쭉 가는 도중에도 여러 개의 방이 보였고, 이번에는 중앙 통로와는 달리
옆으로 뻗은 가느다란 통로도 여럿 보였다. 그 가느다란 통로들에도 작은 방들이 연결되어있어,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는 점점
더뎌졌다. 하지만 여전히 쓸 만한 물건은 나오지 않았다. 금으로 된 반지나 목걸이 몇 개가 나왔지만, 던전의 규모를 생각하면 딱히
괜찮은 소득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게오르기우스는 그나마 아내에게 선물할만한 물건은 챙겼다고 생각하면서, 서쪽 통로의
막다른 길에 섰다. 서쪽 통로도 중앙 통로와 마찬가지로 커다란 문이 가로막고 있었다. 중앙통로의 문과 마찬가지로 서쪽 통로의 문
역시 단단한 회벽과 금속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 문은 살짝 열려있었다.
“다행이군. 이 문은 열려있으니 말이야.”
게
오르기우스가 그렇게 말하며 문을 열려고 했지만, 육중한 문은 잘 열리지 않았다. 게오르기우스 혼자서 밀어서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게오르기우스가 물러서고 일꾼들이 밀었을 때도 움직임이 없었다. 더 많은 인원이 밀어붙이기에는 문의 크기가 작아 여의치가 않았다.
발굴대는 이날의 탐사는 여기에서 마치기로 하고 밖으로 돌아갔다. 이미 시간이 상당히 흐른 뒤였다. 일꾼들이나 호위병들은 방을 조사하는 중에 쉬었지만, 고고학자들은 온종일 유물을 뒤적이느라 녹초가 된 상황이었다.
다
음날 발굴대는, 전날 저녁에 베어서 다듬어놓았던 나무줄기를 가지고 던전으로 들어갔다. 공성추처럼 사용할만한 나무줄기는 가지고
들어가기도 어렵고 무거워 그냥 들고 나르기도 어려웠지만, 발굴대가 들고 가는 나무줄기는 여럿이서 교대로 들면 나르기 수월한
정도였다. 그것을 서쪽 통로의 문에 대고 사람들이 달려들어 문을 밀어볼 심산이었다.
발굴대가 서쪽 통로로 가는 데는 전날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가볼 수 있는 모든 방을 둘러본 상황이었고, 남은 것은 오로지 서쪽 통로의 끝에 있는 방뿐이었다.
그리로 곧바로 가기만 하면 되었기에, 발굴대는 그렇게 지칠 일도 없이 방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발굴대원들은 나무줄기를
문에 대고 힘껏 밀어댔다. 수십 명이 나무줄기에 매달려 밀어대자, 아주 조금씩 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참 동안 용을
쓰다가, 그러면서도 중간에 쉬어가면서 문을 밀어댔고, 문의 틈새가 나무줄기가 들어갈 정도가 되자 아예 그 틈새에 나무줄기를 밀어
넣고 지렛대를 사용하듯이 밀어댔다. 다들 탈진하여 쓰러질 때쯤이 되자 사람 한 명이 간신히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문이 열리게
되었다.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몰랐기에, 가장 먼저 들어간 것은 호위병 중 하나였다. 그는 한 손에는 횃불을 들고, 다른
손에는 칼을 들고 문틈으로 비집고 들어가서, 이리저리 둘러보며 경계를 했다. 방이 상당히 넓어서 횃불 하나로는 다 밝혀지지
않았다. 차례차례 호위병들이 들어갔고, 그제야 호위병들은 경계를 풀었다. 문 안의 방은 상당히 넓었지만, 그 안에서 움직이거나
뭔가 위험해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오르기우스와 고고학자들이 들어갈 때는 이미 방 안이 호위병들이 든 횃불에 의해 조금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호위병들은 이전의 방들을 탐사했을 때처럼 넓게 퍼져서 곳곳에서 횃불을 들었다.
“여기는 뭐하는 곳인 것 같은가?”
게
오르기우스가 주변을 둘러보며 마르쿠스에게 물었다.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중앙에 있는 탁자와 벽을 따라 늘어선 가구와 찬장 같은
것들뿐이었다. 어두워서인지 아니면 진짜 아무것도 없는지, 그의 눈에 주목할 만한 것은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곳은
연구시설인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둘러봤던 방에서 회수된 물품들은 배우지 못한 자들은 사용할 일이 없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안경과 필기구, 계측 도구 같은 것들도 발견되었고, 엄청나게 많은 수의 책도 나왔죠. 이 방은 특별히 넓은 것이, 실험을 위한
장소인 것 같습니다.”
게오르기우스는 그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설마 설마 했지만, 결국 건질만한 것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귀금속 같은 것을 조금 얻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는 던전을 찾아내고 문을 폭파시키고 사람들을 모아
뒤적거리면서 사용한 비용을 충당할 수 없었다.
게오르기우스가 한숨을 쉬든 말든, 마르쿠스와 고고학자들은 눈을 번뜩이며
구석구석을 뒤적였다. 이 방에도 마찬가지로 많은 서적이 비치되어있었다. 게다가 금속으로 된 옷장 같은 것의 문을 부수고 열어보니,
심하게 낡기는 했지만, 여태까지와는 달리 그래도 상태가 그나마 나은 책들이 나왔다. 그것들만 해도 고고학자들에게는 대단한
선물과도 같았다. 서적류는 아무래도 오래 남기가 어려운데다, 여태까지는 이 정도로 많은 양이 발견된 적도 없었다. 연구시설을
발굴한 것은 매우 드문 일로, 이제 고고학자들이 대학으로 돌아가서 이번에 발굴된 서적을 연구하는 데만 시간을 쏟아도 몇 년간의
연구계획이 잡힐 정도였다.
고고학자들이 열심히 방을 뒤지는 것을 둘러보던 게오르기우스는, 방의 중심에 있는 탁자로 걸어갔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는지 오랜 세월에도 손상되지 않은 탁자의 위에는 둥근 모양의 돌덩이 같은 것이 놓여있었다. 그는 횃불을 하나
가져와 돌덩이 주변에 대고 살폈다. 조금 밝아진 곳에서 보니, 그것은 돌덩이가 아니라 금속으로 된 구였다. 정확히 말하면 위아래로
반구가 하나씩 겹쳐져 하나의 구를 이루고 있었다. 금속 구의 크기는 한 뼘이 안 될 정도로 작았다. 게오르기우스는 마르쿠스를
향해 말했다.
“이보게, 이건 뭐라고 생각하나?”
“금속으로 만든 구 같군요. 흠, 이보게들, 이리로 와보게.”
마르쿠스는 고고학자들을 불러 모았다. 횃불이 더 많아지자, 확실히 금속구는 빛을 조금 반사하고 있었다. 군데군데 검게 변색되었지만, 아직 상당한 부분이 호위병들의 검과 비슷하게 빛나고 있었다.
“고대의 실험기구일까요?”
“어쩌면 장식품일지도 모릅니다.”
“커다란 방의 중심에 있는 것이니 중요한 물건인 것 같기는 한데……. 역시 서적을 조사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
런저런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그 금속구를 밖으로 가지고 나가자는 것은 공통적이었다. 챙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챙겨서 나가야
이후의 연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했고, 발굴대가 떠난 뒤에 들어올지도 모를 도굴꾼의 손에 넘어갈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단 금속구를 챙겨두기 위해 게오르기우스가 금속구에 손을 대자, 그의 손에 금속의 차가움이 아니라 따뜻한 느낌이 전해졌다.
“이상하군. 이보게들, 이걸 한 번 만져보게나.”
게오르기우스가 그렇게 말하며 위쪽에 있던 금속반구를 들어 고고학자들에게 건넸다. 고고학자들은 게오르기우스의 감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주었다. 그들도 하나같이 금속에서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희
한하군요. 제가 연금술에 박식하지는 않지만, 금속이 온도를 잘 전달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정상대로라면 이 금속의 온도는
방의 평균온도와 마찬가지로 서늘해야 하죠. 그런데……. 이건 상당히 따뜻하군요. 이 탁자에 뭔가 장치가 되어있는 걸까요?”
마
르쿠스의 말에 다른 고고학자들이 아래에 있던 금속반구를 들어냈다. 하지만 금속구를 전부 들어낸 탁자의 위에는 금속구가 굴러가지
않도록 고정하기 위한 받침대밖에 없었다. 혹시 하여 받침대도 치워보았지만, 그 아래에는 그저 단단한 대리석판이 있을 뿐이었다.
횃불을 가까이 가져 대보고 두드리거나 해보아도 별다를 것은 없었다. 그야말로 완벽하게 매끈한 대리석판이었다.
“아무래도 금속구 자체가 특이한 물건인 거 같군. 전설로 전해 내려오는 마법의 금속일까? 방 안을 샅샅이 뒤져서 금속조각이 있는지 조사해보게.”
게
오르기우스의 말에 따라 고고학자들은 더 꼼꼼하게 뒤지며 뭔가 없는지 찾아다녔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 고고학자 한 명이 벽장을
찾아냈다. 벽장의 문은 두꺼운 금속으로 되어있었는데, 문을 연결하는 경첩이 바깥으로 드러나 있었다. 일꾼들이 경첩을 부수고 문을
떼어내자, 그 안에는 금속으로 된 막대기들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마르쿠스는 횃불로 벽장 안에 뭔가 다른 것은 없는지 살피더니 금속막대 하나를 꺼내 들었다. 막대의 길이는 한 뼘 정도였고 굵기는 엄지손가락만 했다.
“게오르기우스님, 찾은 것 같습니다. 이 금속막대도 손에 쥐니 따뜻한 느낌이 납니다.”
게오르기우스는 기뻐하며 그것들을 바깥으로 끄집어내도록 지시했다. 그는 검을 몇 개는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금속막대가 있다는 마르쿠스의 말에, 전설의 금속으로 만든 검을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금속막대는 일꾼들의 손에 의해 하나하나 꺼내어져 탁자 위로 옮겨졌다. 개수를 파악하기 위해 하나하나 조심스레 탁자 위에 나열되었고, 탁자가 크지 않아서 몇 개는 서로 포개어놓아야 했다.
그
때, 발굴대원들은 겹쳐진 금속막대들에서 옅게 푸르스름한 빛이 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 빛은 어둑한 방이 아니었으면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옅었지만, 금속에서 나는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방안이 조금 따뜻해진 것을 느꼈다. 게오르기우스가 횃불을 몇 개 끄도록
지시하자, 조금 더 어두워진 방에서 더욱 확실하게 금속에서 나는 빛이 보였다.
“이거, 아무래도 정말 마법 금속을 발견한 것 같군. 스스로 열을 내면서 여러 개가 겹치면 빛이 난다니. 이야기에서나 나올 금속이 아닌가?”
게오르기우스는 기쁜 마음으로 철수를 명령했다. 이미 챙길 것은 다 챙긴 상황이었다. 남은 것은 발견한 서적과 금속을 옮기는 것뿐이었다.
발
굴대가 밖으로 물건을 전부 빼낸 것은 해가 저물 무렵이었다. 혹시나 뭔가 더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발굴대가 들어갔던 곳에는 더는 쓸
만한 것이 없었다. 중앙통로 끝에 있는 방에도 똑같이 마법 금속이 들어있을지도 몰랐지만, 게오르기우스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이번에 발견한 마법 금속으로도 일단 성과는 충분했다.
게오르기우스는 마법 금속을 한데 모으라고 지시했다. 몇 개를 모으면
빛이 얼마나 밝아지고, 얼마나 따뜻해지는지 시험해볼 필요가 있었다. 열이 나는 것은 당장 어디에 써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그는 적어도 푸르스름한 빛이 나는 마법검이라면 대단히 희귀한 물건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발견한 마법 금속이 겉보기보다
무거웠기에 실제로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지만, 왕자인데다 장차 왕이 될 그가 어차피 마법검을 실전에 사용할 일도 없을 테니
문제는 없었다.
고고학자들이 탁자 위에 늘어놓았던 금속 막대를 하나하나 한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금속구는 겹치기 어려우니
빼놓고, 금속막대만 사용하기로 했다. 금속막대가 하나하나 차곡차곡 탁자 위에서 쌓여가면서, 막대들의 더미에서 따뜻한 열기와 함께
푸르스름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몇 개의 금속막대가 쌓이게 되자 금속막대 더미에서 나는 빛은 점점 강렬해졌다. 게오르기우스는
만족스러웠다. 지금 쌓아놓은 분량이면 칼 한 자루는 만들 정도였다. 그런데도 남은 금속막대는 많았다. 저 정도로도 벌써 밝게 빛이
나니, 마법검을 여러 자루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게오르기우스는 속이 약간 메슥거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마법 금속을
목격했다는데 너무 들떠서 이런 것으로 생각했다. 입에서 왠지 조금 시큼한 맛이 나서 물을 한 컵 들이켠 그는, 직접 금속막대를
쌓아올리기 위해 금속막대 두 개를 양손에 들고 금속막대 더미로 다가갔다. 그가 금속막대 두 개를 그 위에 얹자, 금속막대 더미에서
굉장히 뜨거운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불길을 손 앞에 두고 있는 것 같이 뜨거웠다. 게오르기우스는 ‘앗 뜨거!’하고 작게
소리를 지르며 놀라 황급히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푸른빛은 점점 강렬해졌다. 게오르기우스의 뒤를 이어 고고학자 한 명이
금속막대 몇 개를 더 얹었다. 그 고고학자도 열기에 놀라 뒤로 물러섰다. 게오르기우스가 느끼는 열감은 뒤로 물러났는데도 오히려
더더욱 강해졌고, 게오르기우스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엎드려 구역질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비틀거리며 탁자 위로
엎어졌다. 탁자는 그와 함께 옆으로 쓰러졌고, 탁자 위에 쌓여있던 금속막대들이 전부 쏟아져 한 곳에 쌓였다.
게오르기우스가 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눈 부신 빛과 강렬한 열기였다. 그것을 끝으로 그의 사고는 끊어졌다.
탐
사대는 200년 전에 있었던 사고의 현장으로 다가갔다. 스무 명의 탐사대원 중에서 어떤 사람은 계속해서 삑삑거리는 소리를 내는
기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삑삑거리는 소리는 점점 크고 빨라졌다. 탐사대원들은 짐에서 두꺼운 노란색
옷을 꺼내 입은 뒤 길을 계속 갔다.
그들이 찾아가는 곳은 과거 대폭발이 일어났던 지역이었다. 폭발위치는 두 나라의
경계였고, 주요 무역로가 지나는 곳이기도 했다. 당시 폭발을 목격한 사람들은 천벌이 내린 것이라 두려워하였고, 이후 폭발이 일어난
곳에는 다가가기만 해도 죽거나 병이 든다고 하여 누구도 접근하지 않았다.
200여 년간 사람이 접근하지 않은 사고지역은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있어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탐사대원들은 트럭이 지나가기 쉬운 곳을 찾아 빙빙 돌아다녔고, 결국 트럭이 지나갈 만한 통로를 찾아냈다.
불
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지역은 사고지역이 아니라 재해지역으로 불렸었다. 당시 사람들의 관점에서 그토록 강력한 폭발은
자연재해와 같은 수준이었다. 전해 내려오는 목격담을 들어보면 사고지역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고, 거대한 버섯 모양 불기둥이
솟아올랐다고 한다. 그다음에는 뜨거운 열기의 폭풍이 몰아치고, 커다란 산불이 발생하여 비상사태를 불러왔었다. 산불뿐만이 아니라
사고지역 주변에서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 사고지역 근방에 살던 모든 사람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였다.
사고
지역은 폭발 전에 사고현장에 조사를 위해서 가 있던 게오르기우스 왕자의 이름을 따서 게오르기우스 지역이라고 불렸으며, 그곳이
분지가 되어있다는 것이 항공정찰의 결과로 알려지면서 게오르기우스 분지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때 일어난 사고의 여파로 전 대륙에서
고대의 던전 발굴이 중지되었다. 발굴금지는 이번 탐사의 결과에 따라서 점차 제한적으로 해제될 예정이었다.
게오르기우스 분지
중심으로 향하던 탐사대는 분지의 바깥쪽으로 누워있는 나무들을 발견했다. 나무들은 전부 죽어있었으며, 그 사이사이로 수십 년 정도 된
나무들이 자라있었다. 가이거 계수기의 수치는 조금씩 더 올라갔으며, 분지의 가장 움푹한 곳에서 최대치에 달했다. 하지만 이미
방사선 수치는 시간이 흘러 상당히 줄어있었다.
탐사대원들은 답답한 방호복의 헬멧을 벗었다. 그리고 1만 년 전에 있었던 핵무기 개발이 지금에 이르러 다시 일어났다는 것에 전율을 느끼며, 아무것도 모르고 죽어간 200년 전의 탐사대원들을 향해 묵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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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쓴지가 벌써 2년이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