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이야기 2(끝)

네크 1 2,871

그렇게 수많은 날이 지나자, 비트베르겐의 사람들은 슬퍼했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슬퍼했죠. 아버지는 화가 났습니다. 가보인 검과 석궁을 두고 온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이 미웠고, 아무말도 없이 숲으로 들어간 셋째 딸이 한심했고, 이 모든 일을 일으킨 마녀에게 분노했습니다.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을 모아 숲의 마녀를 죽이기로 결심했습니다. 숲을 공격하기로 한 날, 숲 앞에 모인 군대의 앞에 셋째 딸이 나타났습니다. 녹색 로브를 둘러싼 셋째 딸의 검은 머리칼은 눈보다도 희게 변해있었고 작고 둥글었던 그녀의 뿔은 곧고 검게 자라나 있었습니다. 마녀가 가르쳐준 마법 때문이었지만 셋째 딸과 가족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죠.
셋째 딸은 오랬만에 만난 가족을 보고는 반가운 듯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버지! 그리고 큰 오빠랑 작은 오빠! 정말 오랜만이에요! 숲에는 무슨 일로 오신건가요?"
그런 소녀를 보고 첫째 아들은 통곡했습니다.
"아! 마녀가 내 동생을 죽이고 말았구나! 내 동생은 검은 머리를 하고 있었단 말이다!"
그제서야 셋째 딸은 자신의 머리색이 변한걸 깨닫고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아니에요 큰 오빠! 저는 오빠의 막내 동생이 맞답니다! 무엇으로 제가 오빠의 동생이란걸 증명할 수 있을까요?"
셋째 딸의 질문에 곰곰히 생각하던 첫째 아들은,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습니다. 자신이 떨어트린 가문의 보검을 되찾아 온다면, 마녀의 편이 아니라고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거죠.
"내가 떨어트린 가문의 보검을 마녀에게서 되찾아오너라! 그렇다면 네가 내 진짜 동생이라고 믿을 수 있게 되겠지!"
셋째 딸은 눈물을 흘리며 마녀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마녀에게 부탁했습니다.
"마녀님! 저에게 검 한 자루만 주시면 안될까요? 예전에 제.. 아니, 이곳에 찾아왔었던 비트베르겐의 첫째 아들이 떨어트리고 간 검을 주시면 안될까요?"
마녀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습니다.
"소녀야, 네게 가르쳐준 마법은 숲의 그 어떤 동물도 너를 해치지 만들어 줄거야. 그런데 어째서 그 검을 원하는거야?"
셋째 딸은 거짓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숲 밖의 사람들은 숲의 그 어떤 동물도 이기지 못하잖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마법으로 제 몸을 지킬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마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꺼냈습니다. 그 검은 똑같은 보검이었지만 녹색 수정을 깎아 만든것처럼 푸르고 투명한 수정으로 변해있었습니다.
"이 검에 베인 사람은 이내 시름시름앓아 목숨을 잃게 될거야. 이 검이라면 다른 사람이 널 해치지 못하게 될거야."
검을 받아든 셋째 딸은 숲 속을 달려 첫째 아들에게 달려갔습니다.
"이 보검이 큰 오빠가 떨어트린 보검이랍니다. 마녀의 마법으로, 이 검에 베인 사람은 이내 시름시름앓아 죽게 될거에요. 이제 제가 오빠의 동생이라는 걸 믿을 수 있겠나요?"
첫째 아들은 맨 처음엔 투명한 수정검을 보고는 가문의 검이라는 것을 믿지 못했지만, 검에 새겨진 가문의 문양을 보고 이 검이 진짜라는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신비한 마녀의 마법에 놀라고, 이 소녀가 진짜 동생이라는 사실에 두번 놀란 첫째 아들은 기쁜듯이 외쳤습니다.
"아! 네가 내 진짜 동생이구나! 머리가 희게 변해도, 뿔이 크게 자라나도 내 동생은 변함없이 아름답구나!"
셋째 딸을 안으려는 첫째 아들을 막아선 둘째 아들은, 안경을 고쳐쓰고 말했습니다.
"멈춰! 형님께서는 이 여성이 동생이라 굳게 믿으시지만 전 그렇지 않소! 만약 당신이 진짜 내 동생이라면, 내가 숲 속에 떨어트린 석궁을 가져오시오!"
둘째 아들의 말에 충격을 받은 셋째 딸은 눈물을 흘리며 숲 속으로 다시 달려갔습니다. 마녀를 찾아간 셋째 딸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마녀님! 저에게 석궁 한 자루만 주시면 안될까요? 예전이 이곳에 찾아왔었던 비트베르겐의 둘째 아들이 떨어트리고 간 석궁을 주시면 안될까요?"
마녀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습니다.
"소녀야, 내가 준 검은 어쩌고? 숲에서 잃어버린거니? 네게 가르쳐준 마법은 숲 속의 어떤 물건도 찾아낼 수 있게 만들어줄거야. 그런데 어쨰서 석궁을 원하는거야?"
셋째 딸은 거짓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숲에서 잃어버린게 아닌걸요. 전 검술을 몰라서 숲 밖의 사람들에게 금새 검을 빼았기고 말았답니다. 검술을 하지 못해도 제 몸을 지킬 수 있는 석궁이 필요할것 같아요."
마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석궁을 꺼냈습니다. 그 석궁은 똑같은 석궁이었지만 나무로 만들었던 몸체에서 나뭇가지가 자라 푸르게 새싹을 틔우고 있었습니다.
"이 석궁에 맞은 사람은 이내 네 편에 서서 죽을때까지 싸워주고 널 지켜줄거야. 이 석궁이라면 다른 사람이 널 해치지 못하게 될거야."
석궁을 받아든 셋째 딸은 숲 속을 달려 둘째 아들에게 달려갔습니다.
"이 석궁이 작은 오빠가 떨어트린 석궁이랍니다. 마녀의 마법으로, 이 석궁에 맞은 사람은 이내 오빠의 편에 서서 죽을때까지 싸우고 오빠를 지킬거에요. 이제 제가 오빠의 동생이라는 걸 믿을수 있겠나요?"
둘째 아들은 신비하게 자라난 나뭇가지를 보고서 가문의 석궁이라는 것을 믿지 못했지만, 석궁에 새겨진 가문의 문양을 보고 이 석궁이 진짜라는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둘째 아들은 자신의 동생을 품에 꼭 안고 말했습니다.
"아, 의심해서 미안하단다, 내 동생아! 하지만 네가 가져온 검을 보고, 석궁도 같은 힘을 가지게 될지 궁금했단다!"
그때, 아버지가 나타나 둘을 갈랐습니다. 그리고 근엄한 목소리로 호령했습니다.
"나의 셋째 딸! 너는 어찌하여 숲 안으로 숨어들어가 이 아비와 오라버니들을 걱정하게 만들었는가!"
셋째 딸은 근엄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가슴 한편으로는 무서웠고, 한편으로는 오랬만이었기 때문이었죠. 울면서 셋째 딸은 대답했습니다.
"아버지, 저는 첫째 오라버니처럼 강한 군인도 아니고 둘째 오라버니처럼 똑똑한 학자도 아니었답니다. 숲에 오긴 했지만 전 뭘 해야될지 몰랐고, 마녀에게서 마법을 배워 강한 마법사가 되는 것이 가문에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부디, 저를 용서해 주세요."
아버지는 그런 셋째 딸은 보다가, 이내 말했습니다.
"딸아, 네가 돌아온 것 만으로도 이 아비는 마음이 놓인단다. 더욱이 마법을 배웠다니, 네가 가문에 어떤 사람이 될지 상상도 되지 않는구나. 그렇기 때문에 널 용서한단다, 나의 딸아."
셋째 딸은 아버지의 용서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싱긋 웃었습니다. 그리고 입을 열었습니다.
"그렇다면 아버지, 부탁 하나만 드릴게요. 숲 속의 마녀는 나쁜 사람이 아니랍니다. 비록 생긴건 다르더라도, 오랜 시간을 살아온 현자이며, 남을 해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여인이랍니다."
하지만 셋째 딸의 부탁에, 아버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마녀는 사라져야한다, 내 사랑하는 딸아. 마녀 때문에 마을이 고통받고 두려움에 떨고있단다. 그녀를 방치함으로써 또다른 소녀가 사라진다면, 우리 가문을 믿고 의지하는 마을은 이제 무엇을 믿고 살아하야 하겠느냐? 그렇기 때문에, 어쩔수 없단다, 내 딸아."
셋째 딸은 만류했지만, 아버지는 깃발을 치켜들고 휘두르며 외쳤습니다.
"전군! 진격하라! 숲 속으로 들어가 마녀를 해치우라!"
함성을 지르며 마을 주민들은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잠시뒤 되돌아 나오는 것은 마을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피에 물든체 부상당한 병사들 뿐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고민했습니다. 마녀의 힘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강력하고 무서웠고, 더 공격한다면 마을 사람들만 고통에 처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셋째 딸을 불러 말했습니다.
"나의 딸아. 이 마녀는 너무나 강력해 마을 사람들은 해치지 못할 것 같구나. 하지만 마녀는 너만큼은 해치지 않을테지. 네가 숲 속으로 들어가, 마녀의 눈을 가져오거라. 눈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해치지 못할테니 말이다. 그렇게 한다면, 마녀를 죽이려는 일도 그만하겠단다."
셋째 딸은, 이것만큼은 할 수 없다며 울부짖었지만, 아버지는 결코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셋째 딸은 아버지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숲 안으로 들어가 마녀에게 향했습니다. 집 안에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던 마녀는 싱긋 웃으며 소녀에게 말했습니다.
"마을은 즐거웠나요? 숲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조금 혼내주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네요."
셋째 딸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수많은 거짓말을 마녀에게 했고, 수많은 부탁도 마녀에게 했지만, 이것만큼은 요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결국, 셋째 딸은 진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자신이 비트베르겐의 셋째 딸이고, 자신이 검과 석궁을 자신의 오빠에게 건내주었으며, 아버지가 마녀의 눈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마녀는 모든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뉘우치는 셋째 딸의 이마에 키스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했습니다.
"알고있었어요, 비트베르겐의 셋째 딸. 사실을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러니 저도 당신에게 사실을 이야기해줄게요. 당신에게 줬던 검으로 사람을 베면 그 사람은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겪게 되지만, 결코 죽을 정도의 상처는 입지 않게 되지요. 또 당신에게 줬던 석궁으로 사람을 쏜다면, 그 사람은 당신은 물론 주위의 모든 사람을 의심하게 되어 결국 혼자 남을때까지 칼로 남을 베고 또 베게 되지요."
셋째 딸은 마녀의 호의에 깜짝 놀랐습니다. 셋째 딸은 마녀가 자신에게 화를 낼 것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런 셋째 딸을 보며 마녀는 말했습니다.
"제가 화내지 않아 놀랐나요? 저는 결코 당신에게 욕하지 않을거에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제 눈을 드릴게요. 그리고 이 눈을 가져가세요."
셋째 딸은 아니라고 외치려 했지만, 마녀는 순식간에 자신의 왼쪽 눈을 파냈습니다. 손에 자신의 눈을 쥐고, 피가 흐르는 왼쪽 눈꺼풀을 덮은 마녀는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셋째 딸에게 속삭였습니다.
"이걸 가지세요. 이 눈을 가진 사람은 저와 같은 수명을 살게 되고 저와 같은 마력을 얻게 될거에요. 그대의 아버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이 눈을 주고 반만년동안 지지않는 제국을 건설하세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비트비르겐의 운명이 거대한 왕국이 아니라면 이 눈동자를 당신의 품 속에서 결코 놓치지 말아주세요. 이 눈은 사랑의 증표. 사랑하는 이를 위해 제가 내어줄수 있는 가장 큰 것. 제 심장은 이미 도려내어 존재하지 않기에, 이 눈동자가 제가 사랑하는 그대에게 드릴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랍니다."
피와 눈물을 똑같이 흘리던 마녀가 건내준 마녀의 눈을, 셋째 딸은 떨리는 손으로 받아 쥐었습니다. 마녀는 그 눈을 바라보는 셋째 딸에게 모자를 씌워주었습니다.
"이 모자는 제가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에요. 당신의 작은 오빠가 떨어트리고 간 이 모자를 푹 눌러쓴다면, 그 어떤 사람도 당신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될거랍니다. 부디 이 모자를 가져주세요."
셋째 딸은 그 모자를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마녀에게 작별인사를 속삭였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나의 첫번째이자 유일한 스승님. 그리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랑."
마녀도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잘 가요, 나의 첫번째이자 유일한 손님이자 제자. 그리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랑."
숲 밖으로 나간 셋째 딸은 이내 아버지와 첫째, 그리고 둘쨰 아들을 만났습니다.
"아버지, 이것이 마녀의 눈이랍니다. 마녀는 이 눈을 주며 이 눈을 지닌 자는 끝없는 수명과 마력을 지니게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자, 부디 이 눈을 쥐고 비트베르겐을 거대한 왕국으로 만들어주세요. 마녀의 마지막 꿈을 이뤄주세요."
그 눈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크게 웃으며 그 눈을 쥐려 했습니다.
"아! 내 그 어떤 자식보다도 네가 가장 대견하구나, 나의 딸아! 이 눈을 가지게 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나 많을지! 비트베르겐의 이름을 쥰-미르스 대륙 천하에 울려퍼지게 할지니! 나의 딸아, 부탁 하나를 하겠다. 내가 죽거든, 셋째 딸 네가 가문의 맹주가 되어 내가 하지 못한 야심을 충족시켜다오. 이 눈을 가져온 너라면, 불가능 한 일이 아니지 않겠느냐!"
그 말에,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은 발끈하며 아버지에게 화를 냈습니다. 첫째 아들이 외쳤습니다.
"무슨 소리십니까 아버지! 가문의 맹주를 멀쩡히 살아있는 첫째와 둘째를 두고 셋째에게 넘긴다는 이야기는 전례도 없는 헛소리입니다! 가문의 정통한 후계자는 저이니, 저를 다음 맹주로 삼으십시오!"
둘째 아들도 외쳤습니다.
"아버지! 나이가 들어 시야가 흐려진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런 말을 할 정도인줄은 몰랐습니다! 세 자식중 가장 현명한 저에게 가문의 맹주를 주어야만 가문의 부흥에 도움이 되리라, 이미 익히 알고 계셨으리라 믿었습니다만, 실망입니다!"
아버지는 분노하여 외쳤습니다.
"이 멍청하고 미련한 녀석들! 서로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냐! 한심하고 또 한심하다! 네녀석들을 미리 죽여야 거대한 비트베르겐 가문의 후대에 누가 되지 않겠구나! 드높은 가주의 이름으로 너희 둘을 비트베르겐 가문에서 파문한다!"
아버지는 칼을 뽑아, 첫째 아들에게 겨누었습니다. 첫째 아들 또한 자신이 차고있던 수정검을 뽑아들어, 아버지에게 겨누고는 말했습니다.
"어짜피 죽을 목숨, 지금 정당한 후계자에게 목숨을 잃는것 또한 가주님의 뜻!"
그 순간, 둘째 아들은 석궁을 뽑아 첫째 아들에게 발사했습니다. 화살은 곧게 날아가 첫째 아들의 심장에 박혔습니다. 둘째 아들이 말했습니다.
"형님, 싸우게 된다면, 절 위해서 싸워주시는 편이 더 좋지 않겠소?"
깜짝 놀란 셋째 딸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녀의 눈을 품 속에 넣었습니다. 첫째 아들의 눈길이 검게 변하더니, 둘째 아들을 응시하고는 말했습니다.
"이 빌어먹을 동생놈아! 내 지위를 노리는 독사같은 녀석! 네녀석부터 베어주마!"
자신이 생각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둘째 아들의 목을 첫째 아들이 수정검으로 베어 넘겼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둘째 아들은 목이 떨어졌는데도 죽지 않았습니다. 끝없는 고통을 얼굴로 표현하고 있었지만, 결코 숨쉬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 광경을 본 아버지는 놀라며 비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아! 마녀의 저주다! 이것은 마녀의 저주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첫째 아들과 맞써 싸웠습니다.
"정신 차리거라, 아들아! 이것은 마녀의 술수다! 네 동생이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보아라!"
하지만 첫째 아들은 결코 칼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거짓말 마시오! 아버지는 날 죽이려 했고, 칼을 거두면 그 순간 날 죽일테지! 마녀를 핑계삼아 우리를 숲속으로 보내 죽일 샘이었걸 난 알고 있소!"
첫째 아들의 수정 검을 받아친 아버지는, 결국 어쩔수 없었다는듯 첫째 아들의 가슴에 검을 박아 넣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을 죽인다는 사실에 머뭇거린 아버지를, 광기에 사로잡힌 첫째 아들이 수정 검으로 베어내는데에 성공하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신음소리를 흘리며 쓰러졌습니다.
"아아! 마녀가 원망스럽구나! 비트베르겐의 미래가 눈 앞에 있었건만!"
첫째 아들은 순식간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죽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도 참을수 없는 고통을 느끼며 쓰러졌습니다.
"딸아, 나의 딸아. 거기 있느냐? 눈 앞이 보이지 않는구나, 딸아, 거기 있느냐?"
셋째 딸은 모자를 벗고 아버지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아버지, 저 여기있어요. 당신의 딸이 여기 있어요."
아버지는 딸에게 힘겹게 이야기했습니다.
"딸아, 나의 딸아. 나를 죽여다오. 이 끊임없는 고통에서 해방시켜다오. 그리고 그 눈을 가지고, 비트베르겐을 지켜다오."
딸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예, 그렇게 할게요."
그리고 셋째 딸은 아버지의 검을 들어 아버지의 심장을 찔렀습니다. 아버지는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더니, 단말마의 한숨을 내쉬며 편안한 얼굴로 죽었습니다. 셋째 딸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그 울음소리는 너무 커, 온 숲 속와 마을, 그리고 비트베르겐의 영지에 울려퍼졌습니다. 해가 지고 다시 떠오르고서야, 셋째 딸의 울음은 끝났습니다. 그녀는 수정 검과 살아있는 석궁, 그리고 아버지의 검을 메고는 모자를 쓰고 마녀의 눈을 쓴채 숲 속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마녀의 집에 마녀는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두고서, 마녀는 처음 왔을때처럼 조용히 떠나갔습니다. 다른 사람을 더 이상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 숲을 떠나간 것이죠. 셋째 딸은 울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흘릴 눈물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울음은 소리도 눈물도 없는 울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울음은 숲 속을 조용히 떠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때, 셋째 딸은 자신이 쥔 마녀의 눈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자신을 위해 대신 울어주었던 것이죠. 셋째 딸은 마녀의 눈을 통해, 자신이 마녀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비록 같은 곳에 있지 않지만, 그녀를 위해 함께 울어줄 사람이 자신과 함께 있어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셋째 딸은 마녀가 되었습니다. 비록 전 마녀만큼 수많은 마법을 다루지는 못했지만, 주위의 그 어떤 마법사보다 뛰어났기 때문에, 주위에 점점 소문이 퍼져갔습니다. 많은 사람이 마녀의 도움을 청하러 찾아왔고, 이를 마녀는 도와주었습니다. 마녀는 특이했습니다. 마녀는 결코 화내지 않았습니다. 울지도 않았습니다. 언제나 키득거리며 웃으며, 마을 사람들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곤경에 처한 마을 사람들을 마법으로 도와주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세대가 바뀌어도, 마녀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고요한 울음소리가 떠돌아다니는 숲 속에서, 이전에 비트베르겐의 비호아래 살아가던 사람들을 마법으로 도와주는 그녀는 늙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키득거리며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숲을 찾아간다면, 당신은 마녀를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는 마녀를 기다리는, 긴 뿔과 흰 머리를 가지고 있는 마녀를 말이죠.

[끝]











"그래서 말야. 진짜로 있었던 일이야?"
"글쎄."
난희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불성실한 태도 때문이었는지, 패트리샤는 짜증난다는 듯이 토라져 고개를 돌렸다.
"비트베르겐 가문이 불화로 인해 피의 다툼으로 끝난건 사실이야. 많은 문헌이 그걸 증명하고 있지. 숲 속의 마녀에 대한 전설은 비트베르겐이 다스리던 지역뿐만 이 근방의 지역에서 넓고 다양한 전승으로 내려져오고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 이야기가 시작된 시기와 마녀의 섬이라고 불리는 '취-토'의 이야기가 시작된 시기 또한 일치해. 다시말해 이 숲에서 떠난 마녀가 취-토로 향했다는 가능성이 있는거지. 이렇게 이야기가 딱딱 맞아드니 오히려 의심이 들긴 하지만 뭐.. 직접 마녀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뭐어?! 지금까지 살아 있을리가 없잖아! 그렇다면 진짜 마녀.."
"그렇지. 그러니까 마녀라고 부르겠지. 애초에 마녀가 아닌데도 엄청나게 오랬동안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어. 놀라울건 아니라고."
패트리샤는 질렸다는듯, 한숨을 쉬고 말했습니다.
"거짓말이야?"
"글쎄."
난희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곧 싱긋 웃고는 말을 이었다.
"알아봐야지."

Author

Lv.1 네크  3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흐린하늘
뭔가 슬픈 이야기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3 색깔의 무게 (1) 글한 11.13 2742
52 Magica - 1 [팬픽] 마미 11.09 2677
51 과제로 낼 소설 - 결말 댓글2 안샤르베인 11.08 2970
50 [소설제-천야] Nighthawk's Dream 카페인성인 11.06 2852
49 악마들과의 인터뷰 댓글2 작가의집 11.04 2963
48 Tycoon City 데하카 11.02 2937
47 과제로 낼 예정인 소설 - 위기, 절정(수정본) 댓글2 안샤르베인 11.01 2942
46 로슈포르 중앙은행 - 2 - 폭신폭신 10.23 2887
45 라이즈 프롬 헬 - 프롤로그. 악몽 댓글3 무지작가 10.23 2888
44 [어찌됐건 스토리와 제목 창작연습을 하기 위한 소설] 대충 창조한 세상 댓글8 BadwisheS 10.22 2961
43 피와 명예의 파스타 작가의집 10.19 3348
42 죽은자들의 밤 댓글2 작가의집 10.19 3818
41 증기의 심장 작가의집 10.19 3226
40 공분주의자 선언 작가의집 10.19 2951
39 이상한 석궁수와 모험왕 작가의집 10.19 2987
38 과제로 낼 예정인 소설-전개 부분 댓글4 안샤르베인 10.18 2773
37 2012년을 보내며 잉어킹 10.17 2892
36 다 좋은데 자네만 없었으면 좋겠군 (3) 댓글5 잉어킹 10.13 3180
35 네 마리 형제새의 일부라고 가정한 단편. 댓글3 환상갱도 10.10 2898
34 다 좋은데 자네만 없었으면 좋겠군 (2) 댓글8 잉어킹 10.09 3243
33 [Relay]Witch on Tanks -Prologue : 그는 그렇게 마녀에게 홀렸다.- 댓글1 LucifelShiningL 10.02 3174
32 다 좋은데 자네만 없었으면 좋겠군 (1) 댓글6 잉어킹 09.29 3817
31 과제로 낼 예정인 소설 - 발단 부분만입니다 댓글6 안샤르베인 09.29 2842
30 [백업][리겜 소설제]The Onyx Night Sky 댓글5 Lester 09.27 2990
29 [백업][리겜 소설제]풍운! 북채선생 댓글1 Lester 09.27 3260
28 [푸파 시리즈] 변신 이야기 ④ 로크네스 09.27 3255
27 [푸파 시리즈] 변신 이야기 ③ 로크네스 09.27 2968
26 [푸파 시리즈] 변신 이야기 ② 로크네스 09.27 3077
25 [푸파 시리즈] 변신 이야기 ① 로크네스 09.27 3052
24 [백업][밝음 소설제 출품] The Lone Star NoobParadeMarch 09.27 2837
23 [백업][Cytus 소설제 출품] Area 184 NoobParadeMarch 09.27 3135
22 [백업][6X6 소설제 출품] 보드카, 보르쉬, 카츄샤 - director's cut NoobParadeMarch 09.27 3312
21 [푸파 시리즈] 안트베르펜의 연인 ② 댓글2 로크네스 09.26 3024
20 [푸파 시리즈] 안트베르펜의 연인 ① 로크네스 09.26 3353
19 그만 살아주소서 (1) 글한 09.25 2547
18 하바네로 잉어킹 09.25 2782
17 여행자들을 위한 신비롭고 놀라운 이스티야의 안내서 - 요정과 마녀 (백업 자료) 댓글1 Badog 09.23 2907
16 [푸파 시리즈] 상태 개조 ② 로크네스 09.23 3259
15 [푸파 시리즈] 상태 개조 ① 댓글2 로크네스 09.23 4399
14 [푸파 시리즈] 더러운 손 ② 댓글4 로크네스 09.21 3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