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집 이고깽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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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자들의 밤
우주인이나 입을법한 큼지막하고 흰 생화학 보호복을 입은 연구원 한명이 뒤뚱뒤뚱 걸어와 앞에서 전자 현미경 화면에 보호복 바이저를 바짝 들이밀고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
"박사님, 샘플 테스트가 끝났습니다."
현미경을 보고 있던 박사는 등허리에 손을 가져다 대고 힘겹게 허리를 똑바로 펴며 자신에게 말을 건 사람에게 고개를 돌려 대꾸했다.
"양성 반응을 보인 샘플은?"
"G-155 와 G-243입니다."
박사는 무의식적으로 뒷머리를 긁으려 손을 들고 머리를 긁적댔지만 긁히는건 보호복 머리부분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채곤 잔뜩 주름진 얼굴을 찌푸렸다. 연구원이 재차 물어왔다.
"C동으로 샘플을 옮길까요?"
"그렇게 하게. 어차피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해도 결국 성공한건 아직까지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도 이번엔 행운을 빌어보지요, 박사님."
박사는 질렸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실패한 횟수만 200회가 넘어가는데 행운은 무슨. 가져가서 반응 실험이나 시작하게, 척."
"네 알겠습니다."
척이라고 불린 연구원은 샘플 두개를 카트에 싣고 출입구 셔터를 열어 연구실을 나갔다. 다시 허리를 굽혀 전자 현미경의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던 박사는 불현듯 생각난 생각에 셔터쪽을 휙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척, 항상 말하는 거지만 충격에 조심-"
셔터는 아까전에 닫힌 뒤였다. 박사는 피식 웃으며 다시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 저놈도 같은 소릴 200번 넘게 듣기는 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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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척이 실종된지 3시간이 흘렀다.
"처어어어억!!! 이 개새끼는 어딜 간거야?!"
어이없는 표정으로 CCTV 패널을 만지작대며 영상을 살피는 보안요원 뒤로 박사가 걸쭉한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었다.
"CCTV 녹화영상을 봐도 C동으로 가는 통로에서 마지막으로 보여진게 끝입니다!"
박사는 아까부터 얼이빠져 답답한 소리만 해대는 보안요원의 머리통을 신경질적으로 후려갈기며 소리를 왁왁 질러댔다.
"무슨 수를 써서라든 빨리 찾아내! 그 샘플들은 모두 극도로 위험한 바이러스들이라고!"
"아...알겠습니다!"
그러나 보안요원은 식은땀을 질질 흘리며 패널에 손만 얹고 있을 뿐이었다. C동 통로는 창문같은것도 없는 직선 외길이었다.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은 말도안되는 일. 더군다나 이곳은 지하 30층에 위치한 연구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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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은 어안이 벙벙했다. 방금 눈을 깜빡이기 전까진 C동으로 가는 통로에 있었지만 눈을 깜빡이고 나니 눈앞에 보인 광경은 무미건조한 철제구조물과 멸균 타일이 아닌 숲길이였다. 침엽수와 들꽃이 보이고, 포근한 흙이 밟히며 노을이 아름답게 지고있는.
척은 고개를 휙휙 저었다. 어제 분명 조니와 함께 칵테일을 너무 마신것이 분명했다. 아님 지금 보는게 전부 다 꿈이던가. 잠에서 깨고나서 출근하면 분명 오늘 샘플은 적어도 5개 이상 성공할테고, 박사는 여느 때와 같이 충격에 조심하라며 C동으로 자신을 보낼것이며, 최종 반응 실험에도 성공하는 샘플이 오늘 꼭 있을것이 분명했다. 잠에서 깨어나야 했다.
그러나 멍하니 서있는 채로 몇분을 가만히 있어도 차차 해만 점차 저물어갈 뿐. 척은 이 현실같아 보이는 꿈에서 깨지도,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지도 않았다. 척은 그제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여기가 당최 어딘지부터 알아야겠는데... 하지만 연구실 위는 사막이라고. 이런 숲같은게 있을리가 없잖아..."
척은 초조한 마음에 입술을 물어뜯으며 카트의 손잡이를 쥐고있는 손을 달싹댈 뿐이었다. 일단 척은 움직여보기로 했다. 여기가 어딘지 전혀 경황이 없기에 척은 일단 지는 해를 따라 카트를 밀기 시작했다. 숲길을 따라 앞에 보이던 야트막한 둔덕에 올라서자, 척의 눈 앞에 석양빛으로 물든 거대한 중세풍의 도시가 보였다. 석조 성벽이 둘러져 있고, 드문드문 성벽 높이를 넘는 가옥들이 보이는 동화책에서나 볼 법한 도시가. 척은 더욱 더 혼란스러워졌다.
"이건 무슨 개같은 상황-"
척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나지막한 욕설이 자신이 유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신의 등짝을 뚫고 가슴팍 앞으로 삐져나온 뻘건 화살촉을 보기 전까진 말이었다. 척은 명치 바깥으로 관통한 화살을 보곤 그대로 피를 토하며 앞으로 엎어졌다. 생화학 보호복의 바이저가 피로 뻘겋게 가려졌다. 카트는 척을 따라 덩달아 넘어지며 내용물을 흙바닥에 쏟았다. 그가 C동으로 운반하던 샘플이 둘 모두 깨져버리고 만것은 당연지사였다. 박사가 누누히 강조했던것 만큼 샘플병은 충격에 약했다.
"킁, 죽었나? 뭔가 싱거운데."
"엄청 커다란 옷을 싸매고 있길래 갑옷인줄 알았는데 말이지."
숲길 바깥의 숲쪽에서 두 사람의 실루엣이 척의 시체로 다가섰다. 한명은 몽둥이를 들고, 한명은 장궁을 든 노상강도 2인조였다. 이상한 행색을 보고 일단 쏴보긴 했는데 생각외로 쉽게 쓰러져서 그들도 어안이 벙벙했던 것이었다. 강도들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장궁을 든 강도가 몽둥이를 든 강도의 등을 슥 떠밀며 말했다.
"됐고, 값나가는거 있나 살펴봐, 블랑후."
"아 예예. 이상한건 뭐든 건들긴 싫으시겠죠? 아 예예."
"이 새끼가... 알았어, 같이 뒤져보자고. 음... 그래도 네가 사람쪽을 뒤져봐. 난 저 손수레쪽을 뒤질테니까."
두 사람은 수레를 엎치고 척의 시체를 뒤집어보고 방호복을 칼로 찢기도 해보며 여기저기 뒤졌지만 수확은 없었다. 척의 손가락에서 발견한 은반지가 고작이었다. 장궁을 든 강도는 수레에서 쏟아진 액체를 손가락에 찍어서 냄새를 맡아보았다. 이상한 냄새. 강도는 옷자락에 대충 손가락을 닦고 일어섰다. 심통이 난 표정. 이상한 냄새 외의 수확은 전혀 없는것이 분명했다.
"이상한 천조각이나 이상한 단도... 그리고 이상한 냄새까지 풀풀 나는 요상한 액체뿐이야. 이건 무슨 물약인가?"
몽둥이를 든 강도는 척의 손가락에서 빼낸 은반지를 슬쩍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이쪽도 수확이 없다. 뭐 악세사리 하나 달고다니는게 없어? 촌놈같으니."
"그나저나 이놈은 대체 뭐야?"
"....."
"....."
강도 둘은 그냥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상하다'로 일축 가능한 시체를 보며 잠시 멀뚱하니 서있었다. 몽둥이를 든 강도는 코를 킁킁대다가 주머니에 숨겨둔 은반지를 꺼내며 다른 강도에게 말했다.
"야, 미안. 이거 하나 건졌긴 했는데."
"이 새끼가."
"날씨도 추워 죽겠으니까 여관가서 벌꿀술이나 사먹자. 이거가지곤 몇 잔 못마시겠지만."
"이 새끼가... 알았어, 가자."
두 강도는 척의 시체와 수레를 길 밖의 덤불에 대충 던져 숨겨놓은 뒤 길을 따라 성곽으로 향했다. 해가 이제 보이지 않게 될 무렵, 활을 든 강도가 기름먹인 횃불을 꺼내들어 부싯돌로 불을 켜며 다른 강도에게 넌지시 물었다.
"야, 근데 아까 그 자식은 대체 뭘까?"
"아 몰라. 어디사는 또라인가보지 뭐. 그러려니 해. 우리가 사람 한 둘 죽여보냐?'
"그렇지? 썅, 괜히 머리만 뒤숭숭해졌네."
활을 든 강도는 갑자기 근질거리기 시작하는 팔뚝을 벅벅 긁으며 나란히 걷고있는 동료 강도를 잠깐 바라봤다. 왠지 모르겠지만 코를 킁킁댈 때마다 들썩대는 목울대를 보니 왠지 모르겠지만 식욕이 돋았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었다. 활을 든 강도는 왠지는 모르겠지만 동료 강도의 어깨를 붙잡았다. 몽둥이를 든 강도는 별안간 자신의 어깨에 손을 댄 동료를 바라봤다.
"왜?"
동료의 눈알이 빨갰다. 그리고 얼굴에 있는 핏줄이란 핏줄은 모두 검붉은 색을 띄며 흉하게 툭툭 튀어나오고 있었다. 강도는 흉한 몰골로 가쁘게 숨을 내쉬는 동료를 보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었다. 갑자기 팔뚝이 심하게 간지러워왔지만 동료가 우선이었다.
"야, 괜찮아? 왜 그래?"
"배가... 고파..."
"뭐? 곧 술마시러 가잖아... 에이, 기분이다. 내가 고기도 살게."
"씨..씨발, 배-배가 죽도록 고프다고!!"
활을 든 강도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피를 왈칵 토하고는 길바닥에 쓰러졌다. 몽둥이를 든 강도는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당황해서 몽둥이도 떨어뜨리고 동료를 부축했다.
"야...! 야! 너 왜그러냐? 야!"
동료는 다행히도 곧 눈을 떠서 그를 바라봤다. 흉한 몰골은 그대로였지만 그래도 정신을 되찾은게 어딘가. 그렇게 생각하며 강도가 부축을 하자, 활을 들고있었던 강도는 괴성을 내지르며 부축하는 동료의 목덜미를 세차게 물어뜯었다. 새된비명과 함께 피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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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 제가 올린 서신을 읽지 아니하셨습니까?"
"읽으셨소."
대륙의 북쪽 변두리에 위치한 도시 몰토스의 길드장 재크빌은 자신의 질문에 표정도 변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읽으셨소."라고 대답하는 왕이 보낸 응원군의 대장을 보곤 두손으로 책상을 쾅 후려치며 소리질렀다.
"그럼 왜 불을 다루는 파괴마법사와 중무장한 보병들을 가능한 많이 보내달라는 청을 싹 무시하시고 녹슨 칼이나 꼬나든 농민병과 성직자만 이리 많이 끌고오셨습니까?!"
대놓고 문제를 지적해대는 길드장의 태도에 대장의 눈가가 부르르 떨렸다.
"무례한..! 이미 왕국은 간톤 산맥을 타고 세라톤으로 내려온 그 빌어먹을 공분주의자 산적떼들에게 위협당하고 있소. 군의 주력은 모두 다 거기로 차출되었단 말이오, 게다가 고작 좀비 무리라면 이 정도로라도 충분하지 않소!"
대장은 감히 국왕의 증원군에 대해 감사는 못할망정 다짜고짜 소리부터 질러대는 무례한 장사치에게 화가 치밀었다. 자칫하면 칼이라도 빼들 뻔 했지만 대장은 차근차근 정황을 설명하며 참았다. 이곳의 영주가 좀비들의 습격에 사망한 상황이었기에 길드장인 이 사람이 지금은 이곳의 총 책임자였다. 기분에 따라 베어서 일이 꼬이게 된다면 나중에 자기도 큰 곤욕을 치를것이 뻔했다.
"상황이 아주 심하게 심각합니다! 당신이 원군같지도 않은 원군을 이끌고 온 성곽 남쪽은 어떻게 잘 통제를 해둔 편이라 안전하지만 성곽 북쪽에서 밀려들러오는 적들이 너무나 많아요! 그리고 지금도 그 숫자가 불어나고 있단 말입니다!"
"아까부터 국왕폐하의 원군을 모독하고 있는데, 그만두지 못하겠소?!"
"그딴 시시콜콜한 사항은 집어치워요! 일단 끌고온 오합지졸들에게 상황 설명부터라도 해야겠습니다!"
대장은 일단 도우러 온 마당에 한걸음 지고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접입가경으로 국왕폐하를 대놓고 모독하는 저 건방진 길드장을 나중에 국왕에게 꼭 고해서 그 목을 단두대에 올려놓아야겠다고도 생각했다. 길드장은 멀뚱히 서있는 대장을 놔두고 문짝을 거칠게 열고 나가며응원군이 집합해있는 도시 광장으로 뛰어갔다.
대장이 광장에 들어서자, 광장의 단상위에 길드장이 쇠사슬로 단단히 포박해놓은 누군가를 발로 퍽퍽 차대면서 무언가 말을 하는 광경이 보였다. 죄인 처형이라도 면전에서 하며 군기를 바로잡을 생각인가 하고 대장은 생각했지만 가까이 가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포박된 사람은 도저히 사람의 몰골로 보이지 않을 수준의 끔찍한 피투성이 꼴을 하고는 자신을 발로 차는 길드장을 잡아먹을 듯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쇠사슬덕에 길드장에겐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았지만 그대로 꽤나 위협적인 몸짓이었다.
계속해서 그 죄인인지 누구인지 모를 사람을 차 쓰러뜨리던 길드장은 그 사람이 자신이 날린 발길질에 완벽히 단상에 엎드려지자, 그대로 그 사람을 누르며 칼을 빼들었다. 그리곤 주저없이 엎어진 그 사람의 왼팔을 동강내버렸다. 왼팔이 잘라지고 잘라진 어깻죽지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옴에도 그 사람은 요동치는것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열받았다는 듯 더욱 세차게 꿈틀댔다. 길드장은 단상 앞 응원군을 바라보며 외쳤다.
"이 정도는 여기 모이신 우리 사제분들께서 많이 퇴치해보신 좀비들과 다를것이 없을겝니다, 허나!"
깔려있는 사람이 좀비였다고 하는 길드장에 말에 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흉한 몰골을 한 사람이 살아있는 사람일 리 없었다. 말을 하던 길드장은 손짓으로 집합한 성직자단 앞줄에 서있는 성직자 한 사람을 단상으로 불러냈다. 그리곤 엎어진 사람이 일어나지 못하게 발로 계속해서 꾹꾹 누르며 말했다.
"한번 힐링으로 이 걸어다니는 시체를 지옥으로 돌려보내보시죠 사제님."
"예, 알겠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상처를 신성력으로 아물게 하는 회복마법들은 이미 죽은 시체들과 악마들에겐 치명적인 파괴마법이나 다름없었다. 고로 좀비에겐 신성마법을 쓰는 성직자들이 제격이었다. 파괴마법이나 둔기들로산산조각내는 것도 방법이었지만 전자가 압도적으로 깨끗하고 효과적이었다. 그것이 길드장의 서신에도 불구하고 왕이 응원군으로 성직자 다수와 경무장을 한 농민병들을 보낸 이유중 하나였다.
단상위에 올라선 성직자가 쓰러진 좀비에게 힐링을 가하자, 광장에 모인 사람들과 대장, 힐링을 한 성직자의 얼굴이 모두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좀비의 잘라진 팔 단면이 아물고 있었다. 그리고 좀비의 움직임도 점점 힘을 받아 격렬해졌다. 길드장은 좀비가 엄청난 힘으로 몸을 일으켜 남은 오른팔로 자신의 다리를 세차게 잡자, 들고있던 칼로 좀비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두개골이 박살나고 뇌수가 단상으로 흘러내렸다. 좀비는 그제서야 움직임을 멈추고 단상 바닥에 축 늘어졌다. 길드장은 단상 아래의 복면과 두건, 장갑을 꽁공 싸맨 길드원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아그로. 이 놈, 소각장에서 태워버리게."
거구의 길드원은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좀비의 발끝을 조금 잡고는 조심스럽게 질질 끌며 시체를 광장 한구석에서 밝게 타는 큰 불가로 가져갔다. 길드장은 한숨을 툭 쉬고 말했다.
"보셨다시피, 이 좀비들은 신성마법이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놈들에게 힘을 줍니다. 살아있는 사람인 것 마냥."
광장에 모인 응원군들은 모두 다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미 약삭빠른 몇몇은 '끼지 말아야 할 곳에 끼고 말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구동성으로 멍을 때리는 병사들을 보고 길드장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툭툭 건드리며 그들에게 말했다.
"머리를 박살내십쇼. 그게 이 놈들을 죽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곳의 영주님이 친히 머리가 깨져 돌아가주시면서 그 사실을 이곳의 우리들에게 알려주셨죠. 아, 그리고 죽이고 난 시체는 반드시, 반드시 불태워야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농민병중 한 사람이 머뭇머뭇 손을 머리위로 들었다. 길드장이 턱끝을 까딱이며 그 사람을 가리켰다.
"뭡니까?"
"송구하지만 시신을 불태우는건 전염병에 쓰는 방법 아닙니까, 나으리?"
길드장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 농민병에게 대답했다.
"맞습니다. 정확히 정의해드리죠, 당신들은 이제부터 걸어다니는 전염병과 싸우게 될겁니다."
경악에 빠진 얼굴이던 사람들의 얼굴이 다시 의구심에 빠진 듯 혼란스러운 얼굴로 변했다. 한쪽에서 잠자코 듣고있던 대장이 그 때 끼어들었다.
"전염병? 그게 무슨 소리인가. 우릴 공격하는 무리들이 좀비들이라면 응당 저들을 다루는 강령술사들이 있을게 아닌가? 이 지역이 외지다보니까 강령술사들도 많이 숨어산다고 들었는데, 그 놈들중 하나가 원인일테니 그놈들만 골라 해치우면-"
길드장이 고개를 휙휙 저었다.
"이 주변에 거주하던 강령술사들과 이 사태는 관계 없습니다. 오히려 사태 초기에 자신들의 좀비들을 일으켜 이 좀비 무리들과 싸우다가 지금은 거의 다 죽었죠. 아니, 이곳을 공격하는 좀비들의 무리에 합류됐을겁니다."
대장은 통 이해가 가지 않는 소리만 하는 길드장에게 손사래를 쳐댔다.
"잠깐- 잠깐. 좀 이해가 가게 설명해주면 어디 덧나오?"
"만약 이 좀비들에게 물리거나, 저놈들의 더러운 손톱에 할퀴어지거나 하면 수 시간내에 무조건 죽습니다. 거기엔 예외가 없었지요. 그리고 죽은 후엔 얼마 되지도 않아서 좀비가 되어 되살아나 주변의 사람들을 닥치는대로 공격합니다. 사술을 펼치는 강령술사가 있는것도 아닌데 시체가 다시 살아난다는건 강령술이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시체들을 처리하는 곳에서 불을 피우기 시작한 후로부터 시체 처리역할을 맡은 인원들에게서는 일체 사망자가 발생하질 않았습니다. 이건 분명 전염병이고, 그것도 지옥에서 기어나온게 분명한 전염병입니다."
그 말을 들은 대장의 얼굴이 시퍼렇게 뜨고 말았다. 응원군들은 숫제 크게 술렁이며 산만하게 웅성대기 시작했다. 길드장은 대장에게 냉소적이게 툭 내뱉었다.
"그리고 이제 밤의 계절이 시작되는 시기인건 잘 알고 게실테죠. 여긴 왕성보다 한참 북쪽에 있으니 이제 몇 달동안 해가 뜨지 않을겁니다."
"....."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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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줘! 성문 열라고, 이 미친새끼들아!!"
성문 밖에서 아직 들어오지 못한 농민병 서넛이 닫힌 성문을 쿵쿵 두들기며 절박하게 소리질렀다. 그러나 성벽 위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저 그들을 안쓰럽게 지켜볼 뿐이었다. 농민병은 이제 말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공포에 질린 괴성을 질러대며 울부짖었다. 그들 뒤에선 이리저리 살점이 뜯어지고 뼈가 몸 밖으로 튀어나온 농민병과 사제 행색을 한 좀비들이 느릿느릿 다가오고 있었다. 성문 계폐를 담당하는 담당관이 횃불을 들고 성벽위의 길드장에게 다가와 말했다.
"길드장님! 성문은 아주 잠깐만 열면 됩니다. 저 느림보 새끼들이 당도하기 전에 열었다가 다시 닫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길드장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물리지 않았습니다! 저 녀석들은 오늘 전투에서도 한참 뒤 대열에 있던 놈들이라구요!"
"자네가 책임질 수 있으면 열어보게."
"예?"
길드장은 낮 시간임에도 거무죽죽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이를 악문 채로 말했다.
"저 세네명 정도 되는 놈들 중 병에 걸린 사람이 혹시 한사람이라도 있다간 속된말로 개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네. 그걸 책임지고 감당할 수 있으면 한번 해보라는거네."
"....."
성문 담당관은 더 말을 잇지 못한 채 아래쪽의 소리지르는 농민병들만 바라보았다. 그 때, 어스름한 여명만이 남은 북쪽 지평선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물체의 실루엣이 하나 보였다. 사람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이상한 그 외양에 담당관과 길드장, 그리고 성벽위에 올라와 있던 병사들은 그 정체를 파악하려 애썼다.
"마차?"
길드장은 확실하지 않은 목소리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분명 수레 비슷한 물건이긴 했지만 그걸 끄는 가축이라던가 사람은 없었다. 그저 흰 연기만 무럭무럭 뿜어내며 제법 빠른 속도로 성문을 향했다. 큼지막한 철제 벨트 비스무리한것을 여러개의 바퀴에 낀 그 수레는 드드드 하는 소리와 함께 성벽 앞에서 버티고 서있는 좀비들을 마구 짓밟고 들어왔다. 방금까지 등뒤의 좀비들에게 겁먹고 소리지르던 농민병 네명도 수레가 좀비들을 깔아뭉개는 광경을 보고 멍하니 지켜볼 뿐이었다. 성문앞의 대다수 좀비들이 수레바퀴에 달린 무지막지한 철제벨트에 깔아뭉개지던 찰나, 수레는 별안간 동작을 멈췄다. 그리고 수레 상단부에 달린 문이 열리더니 노인 한명이 재빨리 튀어나와 성문으로 달려오며 외쳤다.
"나는 왕립 장인그룹의 수장 나카무라 타쿠미다! 성문을 열어라!!"
길드장은 귀에 들려온 생소하고 이상한 이름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뒤에서 상황을 보던 응원군 대장은 화들짝 놀라 성문 담당관의 어깨를 부여잡고 소리쳤다.
"빨리 문 열어 이 얼간아! 나카무라 선생님이시다!!"
담당관은 재빨리 성벽 아래의 병사들에게 성문을 열으라며 소리쳤다. 담당관이 길드장에게 보장했듯 성문은 빠르게 열렸다가 닫혔고, 장인 나카무라와 공포에 떨던 농민병 넷도 무사히 성벽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길드장과 응원군 대장은 성문 앞에서 귀빈을 맞았다. 나머지 병사들은 같이 들어온 농민병 네 명을 철저히 검사해야 했지만 성문에 들어온 귀빈을 뚫어져라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성문으로 들어온 그 귀빈은 그들처럼 생기지 않았고, 피부가 누랬으며 얼굴이 납작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들어와 거리 안쪽을 향하는 농민병 네명을 그냥 놓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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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이 고개를 숙인 채 알현실에 들어왔다. 대신은 한쪽 무릎을 꿇어 앉은 후 입을 열었다.
"전하."
"고하라."
"알겠사옵니다. 세라톤에 나타난 공분주의자 무리들은 군의 주력들을 투입시켜 공격한 결과, 사실상 괴멸됬사옵니다. 소수가 다시 간톤산맥으로 숨어들었지만, 추격부대를 뒤따라 보내놓았으니 전하께선 심여치 마시옵소서."
왕은 치렁치렁하게 기른 턱수염을 만지작대며 물었다.
"몰토스의 상황은 어찌되었는가?"
"밤의 계절은 끝났지만 아직 그 근방 지역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사옵니다. 아직도 고립되어 싸우고 있는 상황이거나... 모두 전멸했을 가능성이 농후하옵니다. 겨울이 지나서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는 계절에 세라톤에서 돌아온 군의 주력을 그쪽으로 보내는 방안을 생각중이온데, 전하의 동의가 필요하옵니다."
"그대의 뜻대로 하라."
"망극하옵니다."
보고를 마친 대신은 잠시 어물쩡하게 앉아있었다. 왕은 알현실에서 나가지 않고 있는 대신을 보고 말했다.
"또 보고할것이 남아있는가?"
"전하.. 그것이..."
"말하라."
대신은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수호자들이 이번에 몰토스로 갈 군의 주력에 합류하겠다며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하, 수호자들이?"
왕은 코웃음쳤다.
"영문도 모를 상황엔 무조건 끼어들고 보는 별종들이 하는짓이라곤. 다른 말은 안하던가? 그 속을 알 수 없는 것들이 그것만 요구하지는 않았을텐데."
"사실 더 있사옵니다. 그것이 제일 큰 문제이옵고..."
"어서 고해보라."
"왕립 장인그룹의 수장인 나...나카무라 선생의 신병도 요구했사옵니다."
대신은 발음하기 어려운 이상한 이름을 대느라 잠시 말을 더듬었다. 그 말을 들은 왕은 잠시 한숨을 탁 쉬더니만 왕좌의 팔받침대를 쾅 치며 노성을 질렀다.
"절대로 나카무라를 넘겨줄 수 없네! 그 사람은 우리 왕국의 힘의 원천이지않나?! 이 빌어먹을 별종놈들, 수호자는 무슨 수호자! 이 대륙의 나라라는 나라는 다 돌아다니면서 내정에 간섭하고 피나 빨아먹는 흡혈귀들 같으니! 당장 가서 우린 볼 일 없으니 더 이상 우리 왕국에게 간섭하지 말라고 전하게!"
왕이 금방이라도 알현실 밖에 있을 수호자들의 대변인을 왕홀로 쳐죽일 기세이자, 대신은 손사레를 치며 왕을 말렸다.
"전하. 전하. 그것이 아니옵고-"
"그럼 무엇인가?!"
"나카무라 선생께서 현재 몰토스에 계시옵니다."
뜻밖의 충격적 소식에 왕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뭐- 뭣?! 왜? 아니, 왜 거기에-"
"몰토스에서 수수께끼의 좀비들이 나타났다고 보고가 왔을 때에 마침 그곳의 대규모 작업소를 시찰하러 가셨었사옵니다. 그런데 세라톤에서의 공분주의자들이 출현한 것과 시기가 거의 같았던 바람에 적극적으로 군을 동원해 구출하지 못하였고..."
왕이 왕홀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비틀거리다가 쓰러지듯이 왕좌에 앉았다.
"신병을 양도해달라고 했나?"
"예, 전하."
"정체도 모를 괴물들에게 죽임 당하는것보단 낫겠지... 수호자들의 제안을 허락하라."
분노에 찬 왕의 빠드득 하고 이 가는 소리가 알현실 바깥까지 들려왔다. 검은 로브를 입은 수호자들의 대변인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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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투른 만돌린소리와 쉰 목소리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길드건물 옥상에서 퍼져나와 주변을 휘감았다.
"가시나무 사이로 휘몰아치는 돌개바람, 처녀들은 등잔에 불을 켜네. 가시나무 사이로 휘몰아치는 돌개바람, 당신은 그 가시들을 쉽게 헤쳐나가지 못하리. 백파운드와 동전한개의 무게가 재어지네. 그가 오는 날에-"
아까부터 노래를 잠자코 듣고있던 길드장 재크빌은 노래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노래를 끉는 무례를 감수하고 노래부르던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에게 말을 걸었다.
"희한한 노래군요."
그러나 노인은 길드장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계속 서투른 손동작으로 만돌린을 치며 노래부를 뿐이었다.
"나는 들었지 괴수 가운데중 하나가 하는말을. 나는 창백한 말 한마리를 보았네. 말 위에 탄 사람의 이름은 죽음이었네. 그리고 그의 뒤에 지옥이 뒤따르네."
그것을 끝으로 기묘한 노래는 멎었다. 노인은 불어오는 바람에 벌벌떠는 몸을 움츠리며 길드장을 천천히 쳐다보았다. 길드장도 자신을 바라보는 노인을 마주 바라봤다. 대륙 최남단에 존재하는 큰 섬의 왕조에만 존재한다고 들었던 황색 피부의 노인이 보였다. 노인이 그 섬 출신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길드장은 응원군 대장에게 그 노인의 이름이 나카무라 타쿠미이며, 왕국 장인들의 최고위치에 올라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들었다. 나흘 전 원군과 몰토스 성의 경비병의 합동 병력들이 좀비들에게 크게 패퇴했을 당시 북쪽에서 좀비들을 뚫고 홀로 괴상한 수레를 몰며 '궤도'라고 말하는 철제 벨트 바퀴로 좀비들을 죄다 으깨버리고선 간신히 몰토스 성 안으로 들어왔던 나카무라의 모습을 길드장은 똑똑히 기억했다.
"내가 젊었을 적에."
노인이 드디어 천천히 입을 열어 길드장에게 말했다.
"내가 젊었을 적에 새벽의 저주라는 영화를 보고나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맘에 들기에 기타를 치며 익힌 노래지. 어차피 크리스찬도 아니니 난 별로 거리낄게 없었거든."
길드장은 입꼬리를 삐죽거렸다. 다시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늘어놓기 시작한 것이었다.
"영화의 내용이 지금과 정말 같았어. 건물 옥상. 주변을 둘러싼 좀비떼들. 반대편 건물에 있는 다른 생존자들."
길드장은 반대편의 큰 여관건물을 바라보았다. 두 명의 농민군과 사제 하나, 응원군 대장이 옥상에 무력하게 웅크려앉아 있었다. 그리고 길드장은 눈길을 내려 건물 사이를 바라보았다. 각양각색의 옷차림을 한 좀비떼들이 그의 얼굴을 보며 손을 뻗고 괴성을 질러댔다. 나카무라 선생이 들어왔을 때, 같이 들어온 농민병을 그냥 들여보낸 대가였다. 길드장은 손바닥으로 겨울바람에 잔득 터버린 얼굴을 문지르며 자신때문에 생명을 잃고 괴물같이 변해버린 길드원들을 생각했다. 이 성 출신으로선 자신 혼자밖에 살아있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그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실의에 잠긴 길드장을 보며 나카무라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일단 들어오긴 했지만... 더 이상 머물다간 상황이 곤란해질텐데..."
나카무라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길드옥상 출입문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길드장은 급히 일어나며 칼을 빼들고 옥상의 다락문을 겨눴다. 뒤이어 문이 열리고 검은 로브를 입은 사내 세 명이 사다릴 타고 올라왔다. 좀비는 아니었다. 길드장은 긴장을 늦추진 않았지만 적어도 사람이 이곳에 올라왔다는 사실에 칼을 조금 내리고 물었다.
"당신들 누구야? 밖엔 좀비 천지인데 어떻게 들어온거지? 그리고-"
"수호자놈들!"
길드장이 질문을 더 하기도 전에 그의 뒤에 있던 나카무라의 한탄섞인 외침이 들렸다. 길드장이 뒤를 돌자 옥상 난간에 등을 바짝 붙이고서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나카무라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 나카무라를 보고 검은 로브를 입은 거구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자, 나카무라 선생. 여기 계셨군요. 일전에 격납고에서 도망치실 땐 저희도 깜짝 놀랐습니다. 증기기관 기술로 그 정도까지 응용하셨다니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던 수준이었거든요."
".....작업소에 있던 내 물건들은 어떻게 한건가?"
사내는 질문에 짧게 응답했다. 사내는 흐흐흐 웃으며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목을 쓱 그었다.
"큰거 작은 거 구분 안하고 전부 답니다."
나카무라는 순간 눈앞에서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보일 법한 무서운 얼굴을 하며 검은로브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사내는 노쇠한 노인의 복부를 주먹으로 강타해 간단하게 쓰러트려버렸다. 주위의 다른 두 사내가 나카무라의 한팔씩을 잡고 일으키자 한마디 더 덧붙였다.
"그러길래 왜 여기서 큰 일을 벌이시려고 합니까? 조용히 살면 될것을. 아무튼 이계인들이란..."
나카무라는 그 소릴 듣고 숨을 컥컥 들이마시다가 사내를 치켜올려보며 소리쳤다.
"이런 개같은, 네놈도 이계-"
그러나 다시 노인의 복부에 작렬한 사내의 주먹에 나카무라는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두 남자가 거의 기절한 나카무라를 데려가자, 길드장은 그 상황에서 어찌 행동해야 할 지 몰라 칼을 든 채로 떨떠름하게 서 있었다. 그런 길드장을 보고 검은 로브 사내는 말했다.
"그 칼. 우리한테 쓸건가?"
"아.. 아닙니다."
길드장은 멋쩍게 칼을 거뒀다.
"아예 버려."
"예?"
"아예 버리라고. 그 칼. 이쪽으로 넘겨."
길드장은 칼을 다시 뽑아다가 천천히 사내에게 던졌다. 사내는 웃으며 칼을 주워들었다.
"하하, 뭔 강아지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시키는대로 다 하는구만 그래. 자, 그럼 우린 사라져보실까..."
사내가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나카무라를 데리고 자리를 뜨려하자, 길드장은 사내를 불러세우려 했다.
"자...잠깐! 저는 어쩌고 그냥 가십니까?"
"네가 알아서 하면 돼. 건너편 사람들처럼 그냥 얼어죽던가."
길드장이 어안이 벙벙하여 멍한 표정을 짓고 있자, 나카무라를 잡고있던 사내 중 한명이 길드장의 칼을 든 사내에게 말했다.
"저기 보십시요. 왕실에서 파견한 병력들이 오고 있습니다. 빨리 여기서 빠져나가는게 좋겠습니다."
"아아, 그래 그래."
사내는 멀리서 좀비들에게 불을 뿜는 마법사들과 메이스로 좀비들의 머리를 박살내며 쇄도해오는 대규모 병력들을 흘깃 쳐다봤다. 그리고 눈을돌려 길드장을 바라봤다.
"저기에 끼면 되겠구만 그래. 나카무라 선생이 어디있냐고 묻거든 수호자들이 이미 신병을 확보했다고 알려주라고."
"아- 잠깐, 하지만."
"저게 뭐지?"
사내가 길드장의 뒤를 가리키자, 길드장은 뒤를 바라봤다. 뒤쪽 성곽이 보일 뿐 특이사항은 없었다. 다시 뒤를 돌자, 검은로브의 사내들과 나카무라는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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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중. 백업중. 배를 버려라! 으하하하하.
* 위 글은 이상한 석궁수와 모험왕, 공분주의자 선언 과 같은 세계관을 다루고 있습니다. 선행해서 저 작품들을 보시면 맥락 없는 이 글의 이해가 그나마 잘 갈 수 있습니다.
* 피드백과 질문, 짜잘한 사소한 질문 모두 환영합니다. 이게 다 힘이 되거든요.
Motivated by - Dawn of dead(영화, 2004년 작), SCP foundation, The Elder Scrolls V : Skyrim(게임, 2011년 작)
* 으헿헿 휴가나온김에 글을 수정했습니다. 아무래도 글을 더 써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