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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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성문으로 들어서자, 그 큰 광장에 건장한 성인 남성 세명 높이의 장대 다섯개가 일렬로 박혀있었다. 그 다섯개의 장대 끝엔 다섯명의 머리가 제각기 다른 부위가 잘린체 걸려 드높이 세워져 있었는데, 남자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성문을 지키던 경비병을 찾아가 장대를 가리키고 물었다.

"이보시오, 대체 저 장대 위에 박혀 썩어가는 저 머리통들은 뭐요?"

경비병은 남자가 가리키는 곳을 힐끔 쳐다보더니 별일 아닌양 무심하게 답했다.

"저거? 예전에 이 도시를 주름잡던 자들의 머리요. 정권이 바뀐 뒤에 경고의 의미로 박아놓은거지."

남자는 제일 왼쪽의 머리를 가리키고 물었다.

"저기 저 머리는 누구의 것이오? 누구의 것이기에 코가 잘려있소?"

경비병은 그 머리를 보고 말했다.

"옛 영주에게 충언을 하던 자요. 옳은 말만 하며 옳은 행동만 하던 자였지. 하지만 세상이 바뀌는 냄새를 맡지 못하고 충절을 지키다 죽은거요. 그래서 코를 잘랐지."

남자는 왼쪽 두번째 머리를 가리키고 물었다.

"저기 저 머리는 누구의 것이오? 누구의 것이기에 아랫턱이 통째로 잘려나간 것이오?"

경비병은 그 머리를 보고 말했다.

"옛 영주에게 거짓을 고하던 자요. 자기 잇속을 불리기 위해 사실을 지 멋대로 바꿔서 말하다 결국 재정을 파탄나게 만들었지. 자기 입으로 도시를 망쳤으니 그 입을 통째로 잘라낸거요."

남자는 가운데 머리를 가리키고 물었다.

"저기 저 머리는 누구의 것이오? 누구의 것이기에 귀가 잘려있소?"

경비병은 그 머리를 보고 말했다.

"옛 영주의 명령을 받들던 자요. 그의 말이라면 뭐든지 하던 자였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생각도 하지않고 그저 귀로 들은 명령만 따른 죄밖에 없다고 이야기하기에, 그 귀를 잘라낸건 당연한 순리였지."

남자는 그 오른쪽에 있던 머리를 가리키고 물었다.

"저기 저 머리는 누구의 것이오? 누구의 것이기에 눈이 파내어 사라진거요?"

경비병은 그 머리를 보고 말했다.

"옛 영주 밑의 간신배와 충신 사이에서 그들의 싸움을 보고만 있던 자요. 도시가 망해가도 그것이 천운일 뿐인양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들이었지. 그따위 눈이었으니, 그들도 필요하지 않았을거요."

남자는 맨 끝의 머리를 가리키고 물었다.

"저기 저 머리는 누구의 것이오? 누구의 것이기 눈두덩 위의 머리가 죄다 잘려나간 것이오?"

경비병은 그 머리를 보고 말했다.

"옛 영주의 머리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던 자의 머리이니, 둘로 쪼개놓은거지."

남자는 팔짱을 끼고 물었다.

"이야기를 전부 들었네만, 궁금한게 있소. 방금 경고의 의미로 대가리를 장대에 꽂아 걸어놓았다 했는데, 말을 들어볼수록 누구에게 하는 경고인지 모르겠소. 지금 자리를 잡은 신하를 위한 것이오? 살아남은 옛 신하를 위한 것이오? 아니면 신하를 꿈꾸는 자들을 위한 것이오? 이건 대체 누구를 위한 경고요?"

경비병은 피식하고 웃고는 말했다.

"저건 영주 스스로를 위한 경고요. 모든 머리를 직접 자기 손으로 자른 영주 바로 그 자신을 위한 경고 말요."

그러고는, 재밌는 이야기가 떠올랐다는 듯 이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영주는 장대 하나를 더 준비해두었다오. 다른 장대보다 더 길고 곧은 장대지. 우리의 일과는 그 장대를 갈고 닦는데에서부터 시작한다오. 그 장대가 누굴 위한 것인지 짐작 할 수 있겠소?

남자는 곰곰히 생각하다 말했다.

"모르겠소. 답이 뭐요?"

경비병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 장대는 지금 영주 제 자신을 위해 준비한거라오. 자기가 죽으면 자신의 머리를 잘라 장대에 꽂아달라 이야기했지. 자기처럼 아무리 준비하고 경각심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도 죽음은 결코 비켜가지 않으니, 언제나 깨어있으라는 경고의 의미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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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 장대가 사람의 머리가 박혀있었던 장대라고?"

울피나가 폴루션에 들어서며 그렇게 말했다. 눈 앞에는 굳게 쳐진 울타리 안에 여섯개의 장대가 높이 세워져 있었고, 화려한 휘장이 새겨진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며 걸려있었다.

"그 머리들은 어디갔는데?"

"다 썩어 문드러졌지. 언젯적 이야기인데?"

난희가 웃으며 말했다.

"흠. 나라면 달랐을텐데."

"어? 뭐가 다른데?"

난희가 물었다.

"나라면 말했을꺼야. 시간이 지나고 머리가 썩어 문드러지면 같은 죄를 지은 사람의 머리를 잘라 똑같이 걸어놓으라고 했을거야. 경고는 언제 해도 빛이 바래지 않으니말야."

울피나가 담담하게 말했다.

"…인성봐라…"

"네가 말하는 이야기의 등장인물들보다는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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