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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샤르베인 0 2,633

병사들은 우왕좌왕했다. 서로 힘을 합쳐도 모자를 상황에서 두 상관이 대립하고 있었다. 게다가 한쪽은 여유만만한 반면 장군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상황을 알게 된 병사들도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 지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장군 편으로 붙으면 저 괴물들에게 피할 틈도 없이 당할테고, 그렇다고 상대 편에 붙자니 그가 살려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제네시스는 이를 갈았다. 함정이 있을 것이란 건 출전할 때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그것이 하필이면 믿고 있던 도끼였을 뿐. 부관은 여유만만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요. 당신이 죽는 광경이나 감상해야겠군요."

 

그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와 동시에 괴물이 울부짖었다. 귀를 찢는 굉음이 울려퍼졌다.

 

"으윽!"

 

귀를 막았지만 울림까진 어찌할 수 없었다. 어지러웠다. 다리가 휘청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괴물이 돌진해왔다. 제네시스는 본능적으로 몸을 틀었다. 주먹이 갑옷을 스치고 막사에 가 박혔다. 골조가 주저앉았다.

제네시스는 허리를 움켜쥐었다. 스친 것이었음에도 상당한 충격이 왔다. 이렇게 되면 얼마 버틸 수 없다. 속전속결로 끝내야 했다.

 

"네놈... 죽여 버리겠어!"

"하하하. 그런 말은 저것들을 처리한 뒤에 하시지요."

 

어떻게 조종하는 건지 알 수 없었으나, 괴물은 알아서 제네시스를 노리고 있었다. 다른 괴물들은 여전히 포위를 풀지 않았다. 차라리 자신만을 노리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입술을 짓씹자 비릿한 피맛이 났다. 이 광경이 마치 검투장에서 벌어지는 경기 같다고 생각했다. 최종 승자가 정해지기 전까지, 아무도 경기장에서 나가지 못하는 데스매치.

제네시스는 검을 다잡았다. 약점은 알고 있다. 분명 변형된 신체 어딘가에 마석이 있으리라.

 

=======================

 

"이거 참... 예상 외로군요."

 

부관은 아주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제네시스는 숨을 헐떡였다. 간신히 몇 마리 처치할 순 있었지만 체력도 이젠 한계였다. 허리는 더욱 욱신거렸다. 숫자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여전히 많은 수의 괴물들이 포위를 풀고 놔주지 않고 있었다. 공포에 기절하는 병사들도 속출했다.  

당장이라도 포기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많은 사람의 목숨이 자신에게 달려 있었다. 메이다나가 무사히 있어야 할 텐데...

 

"그럼, 심심하니 룰을 좀 바꿔볼까요?"

"뭐?"

"이런 거죠."

 

부관은 병사들 사이에 끼어 있던 메이다나를 잡았다. 반격하려고 했지만 손쉽게 막혀버렸다. 그는 메이다나의 목 가까이에 칼을 들이댔다.

 

"제한 시간 내에 죽이지 못하면, 이 아가씨가 죽는거죠. 어때요? 재밌지 않습니까?"

"이 자식....!"

"자, 그럼 시작해라."

 

부관이 손가락을 튕기자, 괴물이 날뛰기 시작했다. 메이다나가 아무리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쳐도 소용없었다. 칼이 더욱 목 가까이 들어올 뿐이었다. 제네시스는 절망감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저 몸이 움직이는 대로 괴물을 벨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괴물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전에 상대했던 것들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스친 상처도 금방 재생됐다.

당장이라도 저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모두를 속인 대가를 치루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시간만 흘러갈 뿐, 자신은 괴물에게 아무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이런이런. 장군이라도 이건 역시 무리였던 모양입니다."

 

부관이 고개를 내저었다. 입가엔 한껏 비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제네시스는 이성이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부관이 도를 치켜올리는 순간, 괴물도 잊고 그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그리고, 부딛쳤다. 정통으로. 

 

"아버지!"

 

메이다나가 소리쳤다. 장군은 의식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괴물이 몸통을 그대로 받았던 것이다. 충격에 몸을 움직이기 힘들었다. 일어나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면 딸이...

그때, 여지껏 가만히 있던 괴물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포위가 흐트러지는 걸 본 부관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황이 떠올랐다. 피리를 불어 모으려고 해도 괴물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 

 

"뭐, 뭐냐? 어째서!"

"...죄송합니다."

 

제네시스가 간신히 고개를 돌렸다. 이미 자신을 공격했던 괴물은 형체조차 없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부관은 입을 벌렸다. 분명 떠나는 걸 같이 확인했는데, 어떻게? 

검은 망토자락이 휘날렸다. 검날이 달빛을 받아 푸르게 빛났다. 그의 모습은 마치 전장의 여제라 불리는 이슈타르의 전신 같았다.

 

"일찍 오려고 했는데, 늦었던 모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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