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안샤르베인 2 2,681

가까이 갈수록 혼란스러운 움직임이 포착됐다. 병사들은 갑자기 나타난 이 불청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용감하게 덤볐던 몇은 이미 큰 부상을 입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 상태였다. 간신히 무기를 잡고 대치만 하고 있을 뿐, 어느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아이는 괴물을 눈으로 확인했다. 저번의 모습과 같았다. 특정 신체 부위가 크게 부풀어올랐고, 그곳에는 핵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광물이 박혀 있었다. 그 주변으로 강한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다.  

괴물이 그르렁댔다. 그 눈은 제 앞으로 뛰어오는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괴물은 팔을 들어올렸고, 겁먹은 병사들 사이로 돌진했다. 미처 피하지 못한 병사들이 눈을 감았다.

 

카앙. 금속의 파열음이 울렸다. 괴물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제 머리가 붙어 있나 싶어 얼굴을 매만졌고, 떨어져 있어서 상황을 볼 수 있었던 병사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괴물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고작 도 한 자루에, 깡마른 어린아이에게 막혀서.

아이는 싸늘한 눈으로 괴물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크게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미끄러지듯이 접근해서, 정확하게 상대를 무력화할 수 있는 자리에서 막아내고 있었다. 미세한 움직임은 있어도 아이는 밀리지 않았다.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로 보고 있자 아이는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소리쳤다.

 

"마석이 약점이에요! 공격하면 사라질 겁니다!"

 

그말에 정신을 차린 병사 중 몇명이 괴물을 포위해왔다. 괴물은 마지막으로 발악하듯 아이를 밀쳐내고 공격하려고 했지만, 그중 한명이 노련하게 괴물의 가슴팍에 창을 꽂아넣었다. 마석은 허무하게 파괴되었고, 괴물은 무너져내렸다.

아이는 잠시 한숨을 돌렸다. 괴물은 이윽고 사체가 되나 싶더니 부서져내렸다. 가루가 바람에 휘날렸다. 병사들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아이는 잠시 괴물이 있던 자리에 애도를 표했다. 그만이 놓치지 않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괴물은 순간적으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는 걸.

별안간 아이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다시 소리질렀다. 

 

"물러서세요! 위험해요!"

 

숨 돌릴 새도 없었다. 병사들은 아이의 외침과, 그 뒤에 이어서서 나타나는 무리들을 보았다. 괴물은 한 마리가 아니었다. 하나하나의 모습도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공통점이라곤 뒤틀린 몸과 특정 부분만이 비대해진 것, 그 중심에서 확인되는 마석 뿐. 부상자를 옮기던 병사들은 걸음을 빨리 했고, 미처 대처하지 못했던 병사들도 무기를 꼬나들고 맞설 준비를 했다. 다들 긴장하고 있었다. 상대는 무척이나 강력했다. 그나마 안심이 되는 요소라면 적들의 약점을 안다는 것이었다.

 

겁먹은 병사가 제대로 보고를 하지 못하자 제네시스는 직접 병사들이 있는 쪽으로 왔다. 그리고 눈 앞에 있는 광경을 의심했다. 처참하게 다쳐 의식을 잃은 병사들보다도 더 놀라운 건 진 한가운데서 괴물과 대치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었다. 보고 미치지나 않으면 다행인 괴물들 사이에서 아이는 그 어떤 병사보다도 능숙하게 괴물을 처리하고 있었다. 마치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았다. 한 괴물을 찔렀다고 생각하면 또다른 괴물이 베여나갔다. 무식한 힘을 감당하느라 고전중인 병사들도, 그가 나타나면 약점을 정확히 노릴 수 있었다.

 

제네시스는 잠시 자신의 위치를 망각했다. 한 사람이라도 아까운 상황이었다. 이곳에서 더 이상의 부상자가 나와서는 안된다. 그런 판단 하에 그 자신도 검을 잡고 괴물에게로 달려들었다. 교전 상황에서 장군을 알아본 병사들이 탄성을 질렀다.

 

"자, 장군님이시다!"

"장군님의 검 솜씨를 볼 수 있다니!"

 

아이도 하는데 자신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장군은 그가 하던 대로 마석이 있는 신체부터 내리그었다. 마석이 파괴된 괴물은 언제 그랬냐는 듯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한 병사가 비명을 질렀다.

 

"장군님! 뒤!"

"뭐?"

 

장군의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주먹이 자신의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막으려는데, 움직임이 멈췄다.

 

"어...?"

 

괴물은 산산히 부서졌다. 잔해가 흩날리는 뒤엔 도를 정확히 꽂아넣은 아이가 보였다. 그는 괴물이 전부 사라진 뒤에도 예리한 눈매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참 뒤에서야 도를 칼집에 밀어넣었다.

긴장이 풀어진 병사들이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대부분의 병사들은 괴물 무리와 싸워본 적이 없었다. 가끔 괴물을 본 적이 있는 병사가 있다고 해도 소수였고, 봤다 하더라도 떼지어 다니는 괴물을 상대하진 않았다. 아이가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대처가 더 늦었을지도 몰랐다.

안타깝게도 희생된 병사들도 있었지만, 이만하길 천만 다행이라고 제네시스는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제네시스는 그를 물끄러미 보다가, 그에게로 다가갔다. 어깨에 손이 올라가있자 그는 눈을 깜빡였다.

 

"고맙다. 네 덕에 무사했다."

"...인사는 미뤄주십시오."

 

딱딱한 말투에 제네시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 괴물을 조종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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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안샤르베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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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흐린하늘
~~강렼한 꼬맹이다~~

전투 상황 묘사가 자세한건 좋아요.

한번쯤 간결하고 박진감 넘치는 묘사도 시도해보시면 어떨까요?
안샤르베인
그러고 싶은데 그걸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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