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침을 삼켰다. 그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만 복장이라 당장이라도 어둠에 녹아들 듯 했다. 얼굴은 제 나이쯤 됐겠다 싶었지만 차림을 봐서는 용병이나 여행자에 더 가까운 듯 했다.
소년은 퍼뜩 불길한 생각을 떠올렸다. 얼마전부터 수도에 용병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걔중에는 말이 용병이지 무뢰배들이나 다름없는 자들도 많았다. 대낮부터 술을 마시다 싸움이 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치안대뿐만이 아닌 군인들도 나서야 할 수준의 사고도 많이 발생했다. 어쩌면 병사들이 늘어난 이유도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소년은 천천히 걸음을 뒤로 뗐다.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저기... 난 좀 바빠서 말이지..."
난처하다는 듯이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리를 터 주곤 했다. 하지만 앞사람은 여전히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상대방의 눈이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쯤은 알 수 있었다. 소년은 시선을 피했다. 얼른 자리를 뜨고 싶었다. 등을 돌리려고 하는데 손목으로 손이 휘감겨왔다. 엄습하는 통증에 소년은 외마디 소리를 냈다. 아귀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고통스러운 신음에 상대도 얼른 손을 놓았다. 안절부절하는 모습이었다.
"죄송합니다. 결례를 저질렀군요."
결례인 걸 안다면 하지 말라고,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옷을 살짝 걷어보니 손목엔 붉은 손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얇기만 한 손가락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놀라웠다.
그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소년은 발을 떼려고 했다. 그러나 골목으로 한 무리가 들어닥쳤다. 병사들이었다.
"찾았다!"
"도망쳐 봐야 제까짓 게 어디로 갈 수 있겠어?"
소년은 잠시 당황한 표정으로 제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자도 태도에서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병사들이 창을 들고 빠져나갈 길목을 옥죄어왔다. 낭패라는 두 단어만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소년은 이곳에서 빠져나가긴 글렀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는 행동이 빨랐다. 그가 바로 등을 돌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소년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소년이 입을 떼려는 순간, 허공에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소년은 얼빠진 표정이 되었다. 마치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옆구리의 불편함을 제외한다면. 병사들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면 현실이란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앗! 사람을 납치했다! 거기 서라!"
소년이 상황을 파악했을 때, 그는 달리고 있었다. 상점가의 지붕 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