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에 낼 소설 초안] 꿈, 혁명, 그리고 조미료와 아스피린 (1)

BadwisheS 1 2,940
 혁명에 미친 한 남자가 있었다. 어떻게든 혁명을 한 번 일으켜 보고 싶어했던 그는 그냥저냥 알고 지내던 순진한 아가씨의 자궁에 혁명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고, 10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되었다. 단언컨대 그것은 혁명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원했던 혁명은 이런 혁명이 아니었다고 생각한 그는 순진한 아가씨와 갓 태어난 아들을 내버려 두고 혁명가 대신 쓰레기가 되기를 선택했고, 솔직히 굳이 그것을 선택하기 이전에도 그가 쓰레기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쨌건 쓰레기인 그가 어느 길바닥에서 굴러다니고 있는지 지금 아는 사람은 없다.

 아버지 이야기를 하고 보니 어제 어머니께서 전화하셨던 일이 떠오른다. 매년 그렇듯 순진한 어머니는 올해도 연말이면 벼룩시장에서 '관상 보는 법' 따위의 책들을 헐값에 사오셨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라면을 끓이면 그 책들은 곧잘 좋은 냄비받침이 되었다. 그 후 시간이 흐르고 성년이 된 나는 자취를 시작했고, 어머니의 가계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안 그래도 외풍이 드는 어머니의 단칸방은 가스 공급조차 끊겼다. 이제 어머니에게 그것들은 냄비받침으로도 쓸 수 없는 한낱 불쏘시개에 지나지 않았다. 아니, 아궁이도 없는 어머니의 단칸방에서 그것들은 불쏘시개가 아니라 '잉여'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그 잉여들을 챙겨보시고는 어머니께서는 연말이면 해년마다, 그리고 어제도 내게 전화를 걸어,

 “아들, 내가 관상을 봤는데, 올해까지 내 얼굴에 낀 액운이 끝나고, 내년부터는 운이 술술 잘 풀릴 거래.”

 이렇게 말하시는 것이다. 어머니가 사 오신 낡은 관상서적에는, 어떻게 그렇게 한결같이 내년부터 일이 술술 풀린다고 적혀있는 것인지 모른다. 웃긴 일이다. 나는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일이 잘 풀린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가스뿐만 아니라 전기까지 끊긴 어두컴컴한 단칸방에서, 어머니는 화장실의 물때 가득 낀 어두운 거울을 마주 보며 혼자 관상을 보셨다는 것인가?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머니가 타고난 팔자를 대략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언제나 ‘내년부터는 운이 잘 풀릴’ 팔자다.

 그렇다. 백 보 양보해서, 올해까지 액운이 끼었던 어머니의 운은 내년부터 잘 풀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년'이 가까이 다가오는, 어머니께서 스스로 관상을 보시는 연말이 지나면 언제나 내년은 '올해'로 바뀌어버린다. 어머니는 언제나 올해만을 산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는 언제나 '올해에는' 운이 잘 풀리지 않고, '내년부터' 운이 잘 풀릴 팔자로 남아있는 것이다.

─────(계속)

이제까지 지적받은 대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솔직하게 써보려고요.

좋은 글이 나올지는 뭐, 모르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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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가 괜찮네요 특히 첫 문단이 읽고싶다라고 느끼게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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