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세계의 삼각전쟁] 난투극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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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과도하게 늑장을 부려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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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이었다. 잘 정돈되어 있던 사무용 집기들은 바닥에 소란스럽게 흩어져버렸고 깔끔하던 하얀색 벽과 석고 천장은 두 구의 시체에서 뿜어져 나온 혈흔으로 범벅이 되었다. 불과 10분 전만 해도 여중생이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던 평범한 일상의 장소는 이제 두 구의 시체가 놓여있는 강력사건 현장이 되고 말았다.

그 두 사람, 특히 아무런 죄 없이 살해당한 레스토랑 점장은 정말 지독하게도 운이 없었다. 하필이면 강도들이 그녀의 일터를 골랐기 때문에. 하필이면 같은 장소에 있던 여중생이 실은 총기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는 동독 공산정권의 간첩이었기 때문에. 하필이면 그 강도무리의 우두머리가 권총 두 자루를 들고 왔는데 두 번째 권총을 목격한 사람이 자신밖에 없었기 때문에. 세 겹으로 겹쳐진 말도 안 되는 불운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에리카는 상황을 다시 한번 점검하기로 했다. 시간적 여유는 많았다. 눈앞의 적대적 요소는 소리 없이 처리되었고, 바깥에 있는 나머지 강도들이 떠드는 내용에 따르면 그들이 한동안 이곳으로 올 여지는 없었다.

먼저 그녀는 책상 위에 있던 컴퓨터에 접속했다. 물론, 실력을 행사하기 전에 먼저 방범장치가 있는지 훑어보긴 했지만, 혹시라도 그녀가 놓친 부분이 있다면 이 사무실에서 벌어진 일을 기록한 데이터를 지워야 했다. 그녀가 처음 관측한대로 사무실은 사각지대가 맞았다. CCTV는 식당구역에 4, 주방에 2, 직원구역 복도에 1대가 있었는데, 그나마도 강도들이 돌입하자마자 모두 스프레이 페인트로 렌즈를 가려놓은 상태였다.

아무리 보안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레스토랑이라고 해도 방범 벨 정도는 있었을 텐데, 시간이 제법 지났음에도 안티스킬이나 저지먼트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도 알 수 있었다. 강도들이 돌입하기 전에 통신선을 끊었는지 전화와 인터넷이 작동하지 않았다. 휴대전화는 두꺼운 건물 외벽 때문에 중계기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었는데, 이것도 손을 쓴 모양이었다.

권외? 소비에트보다 두 세대 앞선 이동통신 기술도 콘크리트 벽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로군. 그나저나 생각보다 치밀한 놈들이네. 그런데 총기까지 준비하고 통신선도 끊을 줄 아는 녀석들이 보석상이나 은행이 아니라 이런 식당을? “

, 어차피 모조리 죽여버릴 건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

에리카는 처음부터 강도들을 모두 살해할 작정이었다. 다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했다. 강도 우두머리는 그녀가 빈손으로 상대하다가 허리춤에 있던 강도의 다른 무기를 빼앗아서 죽인 거라 정당방위가 인정될 수 있었지만 나머지는 아니었다. 나머지 강도들의 무기는 칼이나 야구배트가 전부였지만 그녀에게는 권총이 있었다.

이걸로 단순하게 쏴 죽였다간 법적으로 문제가 되겠... 아니 뭐야??? “

첫 번째 권총의 잔탄을 확인하려던 그녀는 예상치 못한 사태에 직면했다. 여벌 탄약까지 합쳐서 100발 가까이 탄약이 남아있던 두 번째 권총과 달리, 첫 번째 권총의 탄창은 텅 비어있었다. 45구경 자동권총은 탄약이 완전히 떨어지면 슬라이드가 뒤로 간 채로 고정된다. 슬라이드가 고정되지는 않았으나 탄창이 비어있는 경우는 약실 속에 딱 한 발의 총알만이 남아있는 상태이다.

“ 6.5mm 무탄피탄을 100발 가까이 들고 다니는 녀석이 45구경은 고작 두 발? 뭔가 이상한데... “

강도 우두머리가 숨겨뒀던 두 번째 권총은 그가 위협을 위해 꺼내서 발사했던 45구경 콜트보다 총 자체도 탄약도 훨씬 더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었다. 45구경 권총은 학원도시 바깥에서 밀수를 통해 뒷골목 불량배들에게 제법 퍼져있는 물건이다. 반면, 강도 우두머리가 숨겨뒀던 권총은 학원도시의 최첨단 기술로 생산되는 무탄피탄 권총이었는데, 안티스킬 대원을 살해하거나 관공서를 털기 않는 이상 일개 범죄자가 구할 수는 없는 물건이었다.

혹시? 만약 그렇다면... “

에리카는 첫 번째 권총의 마지막 탄약을 허공에 발사했다. 쩌렁쩌렁한 총성과 울려퍼지고 당황한 강도무리의 웅성거림과 발소리가 사무실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슬라이드가 젖혀진 권총을 바닥에 던진 그녀는 강도 우두머리를 죽이는데 썼던 회칼을 역수로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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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의 식당 구역에 남겨진 강도들은 손님들과 점원을 식당의 한쪽 벽면에 나란히 모이게 했다. 그들은 이윽고 인질들에게 두 손을 드러나 보이게 바닥에 대고 엎드리도록 지시했다. 다섯 명의 강도 중 셋은 인질들을 감시하는 동시에 품에 지니고 있던 귀중품을 강탈했고, 나머지 둘은 테이블이나 의자에 놓여 있던 가방 따위를 뒤졌다.

히야아~ 대박이네. 작은 형님, 이건 내다팔면 20만 엔은 받겠는데요? “

한 녀석이 어느 직장인이 들고 있던 태블릿 PC를 빼앗아 허공에 흔들어대며 말했다.

병신아, 그런 전자기기는 GPS가 달려있어서 내다파는 순간 철창 행이라고. 내려놔. “

파란 복면을 쓴 강도가 다른 강도에게 핀잔을 주었다. 나머지 네 명이 존칭을 붙여서 부르는 파란 복면의 강도는 이 6인조 강도단의 2인자였다. 그는 말 나온 김에 나머지 인원에게도 한 마디 당부를 더 했다.

현금은 지폐 하나 하나 전부 꼼꼼하게 살펴봐. 일본은행이 아니라 학원도시 1학구 조폐국에서 발행한 엔화 지폐는 IC칩이 박혀있거든? 그것도 추적이 된단 말야. 천엔짜리 하나 잘못 집었다가 감방 가기 싫으면 두 눈 크게 뜨고 똑바로 살펴봐! “

강도들은 부산히 움직이며 여기저기서 갖가지 물건들을 노획했다. 최고급 레스토랑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저렴한 메뉴를 파는 곳도 아니었다. 적어도 중산층 이상은 되는 손님들 개개인의 귀중품을 한데 모으니 삽시간에 제법 거액의 장물이 쌓였다.

무슨 레스토랑을 터냐고 큰형님한테 개긴 건 확실히 사죄해야겠네요. “

이들은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물건을 얻은 모양이었다. 분명히, 은행이나 보석점도 아닌 레스토랑을 상대로 강도 짓을 벌이는 건 뭔가 어색한 모습이었다.

그렇지? 은행이나 보석점 같은 데는 서큐리티 수준도 엄청나고 현찰이라고 해봐야 칩 박혀있는 지폐밖에 없어. 큰형님이 학원도시 첨단과학의 등잔 밑을 잘 노린 거지. 기껏해야 레스토랑에 경비 드론을 배치하는 회사는 없잖아. 반지 귀걸이에 GPS를 박는 여자도 없고 말야. 빌어먹을 사이버펑크 세상에서는 요런 현물들이 차라리 처분하기 쉽다니까. “  

한 여자에게서 빼앗은 목걸이를 손가락에 감고 빙빙 돌리며 파란 복면이 말했다. 설명을 늘어놓고 난 그는 그러니까 앞으로 큰형님이 좀 두서없이 말하셔도 제발 토 달지 말자 얘들아라고 덧붙였다.

그나저나 큰형님은 저쪽에서 뭘 하시길래 여태껏 안 나오십니까? “

금시계를 한 움큼 쥐고 있던 다른 녀석이 파란 복면에게 물었다.

아아 저기는 사무실이야. 점장하고 왠 아르바이트 자리 알아보던 여중생 하나밖에 없어. 쭉쭉빵빵 OL녀에 혼혈 미소녀라고~. 메인 금고에서 챙길 건 벌써 다 챙겼을 테고 아마 한참 즐기고 계시겠지. 방해하지 말자고. “

미소녀가 어쩌고 하는 대목에서 느글거리는 말투로 기분 나쁘게 말꼬리를 올리는 파란 복면이었다. 인질로 잡혀있던 점원이 도저히 역겨움을 참을 수가 없었는지 흉기와 둔기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감히 강도들에게 말했다.

당신들... 후회할거에요. 그 초 미소녀가 말이에요, 토키와다이 교복 입고 왔거든요. 못해도 레벨 3라고. “

으에엑, 토키와다이? ’ 라고 동요하는 강도들도 있었지만 파란 복면은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말했다.

알아. 나도 봤어. 완전 쫄아있던데? “

그리고 그를 쏘아보던 점원의 따귀를 한대 쫙 때리고는 말을 이었다. 점원은 고통에 신음했다.

레벨 3가 뭐. 초능력이 다 전투에 써먹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지가 총 앞에서 뭐 어쩔 거야. “

총 이야기가 나와서였을까, 때마침 직원 구역에서 총성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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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A4 3장 분량으로 쓰는 편인데 1화 이후에 남은게 넉 장이라 둘 씩 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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