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들과의 인터뷰

작가의집 2 2,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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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들과의 인터뷰


"마리아, 주세페 건은 어떻게 끝났습니까?"

검은로브를 입은 까까머리 사내가 아지트 입구로 들어서는 붉은 곱슬머리의 여성에게 물어왔다. 여자는 긴 머리를 가리던 후드를 젖혀벗고 남자앞에 서서 말했다. 

"좋게 끝나지도 못했고, 사실상 최악이었어요. 실리아하고 그 주변도시를 보호감찰 하에 둬야 할 수준인던데요- 그나저나 빨리 문좀 열어주시죠?"

여자가 불만섞인 음색으로 말했지만 남자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제우스"

여자는 한숨을 툭 쉬더니 대답했다.

"헤라"
"예, 보안해제. 입장하세요."
"이 웃기는 짓좀 그만하면 안돼요?"
"그게 제 일인데요?"

남자는 벙글벙글 웃으며 의자옆의 레버를 당겼다. 그러자 육중한 철문이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들어가는 마리아에게 남자가 말했다. 

"오늘도 수호자로써 수호의 의무를 다 했기를!"

마리아의 표정이 짜게 식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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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는 수호자들의 리더 '보스'에게 실리아와 주세페에 대한 상황보고를 끝마쳤다. 주세페는 반쯤 예상했던 대로 전혀 협조적이지 않았으며, 수호자들에게 매우 비 우호적인 태도를 갖췄고 그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기에 실리아와 그 주변도시에 대한 상업적, 물류적 봉쇄와 감찰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실리아 주변으로 콜리오네 가문의 마피아들이 더 유입되거나 파스타 레스토랑이 더 퍼진다면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지기 때문이었다. 보스는 그 주변지역 수호자들에게 우호적인 지주와 시장, 영주에게 협조를 구해보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마리아는 마지막으로 주세페가 물고있던 시가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이며 그 출처를 파악해볼 필요성이 있겠다고 알렸다.

마리아는 수호자들의 아지트 내에 마련된 자신의 방에 들어가 탁자에 앉아 여태 옆에 메고 있던 사각형의 검은가방의 지퍼를 열어 그 안에 들어있던것을 꺼내다 탁자에 올려뒀다. 약간 동글동글한 외양의 핫 핑크색 노트북이었다. 마리아가 노트북을 펴자, 실리아에서 주세페를 만나기 전에 참고하며 보았던 서적 정보가 띄워졌다. "신세대 주부들을 위한 주세페의 이탈리아 요리법' 느끼해보이는 이탈리아 남성, 아니 젊은날의 주세페가 봉골레 파스타가 들어있는 접시를 내미는 모습이 표지에 찍혀있었다. 마리아는 어느 새 마우스를 연결해 띄워진 창을 닫고 모니터 구석에 위치한 '인터뷰' 폴더를 열었다. 폴더아래 작업표시줄에 쓰여진 'Window 14' 상표가 눈에 띄었다. 폴더와 텍스트 문서를 띄우자 그녀의 방문을 누군가 노크했다. 마리아는 "들어오세요" 라고 짧게 말했다. 뒤이어 문을 열고 짧은 스포츠형 머리칼을 한 백발의 다부진 체격의 노인이 들어왔다. 마리아는 손으로 맞은편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으세요, 쿼리치 중령님."
"여기선 말단인데 중령은 무슨."

노인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빨리 시작하죠. 시간 끄는거 싫어하시니까."
"물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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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세이 드라고비치, 더 유명한 이름으로는 '이름없는 인민'. 이봐, 빨갱이. 자네 삶에 미련은 없는가."

낫과 망치 심볼이 놓여진 제단앞에 눈부시게 하얀 수도복을 입고 무릎꿇어 앉아있는 사람의 뒤통수에 리볼버를 들이밀며 쿼리치가 말했다. 검은 로브와 하얀 수도복이 어색하게 대비를 이뤘다.

"없다."

이름없는 인민은 천천히 대답했다.

"다만 원통한것이 있다면 이곳에 공산주의 낙원을 이루지 못한것 뿐이다."

쿼리치는 리볼버의 공이치기를 당겨 찰칵소릴 내더니 심드렁하게 이죽거렸다.

"망령같은 사상에 그렇게 집착했는데 결과를 못 낸것이 그렇게도 속상한가?"

이름없는 인민은 그 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뗐다.

"3년이었다..."
"뭐가 말인가?"

이름없는 인민은 떠는 몸을 돌려 얼굴을 들고 쿼리치를 바라봤다. 금발에 푸른눈을 한 이십대 초반 여성이 흐느끼고 있었다.

"순수한 맑시즘이 레닌으로, 스탈린으로, 그리고 주체사상에 도달하더니 결국 종교로 변질될 때 까지 걸린 시간..."

쿼리치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이름없는 인민의 이마에 총구를 똑바로 겨누며 말했다.

"그리고 너를 공분공산의 신 마르코스께서 보내신 성녀라고 떠받들기까지의 시간인거군."

무력하게 쿼리치를 바라보는 금발 여성은 눈물 범벅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쿼리치의 표정은 질질짜기 시작하는 타겟을 못봐주겠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더니 문득 생각난것이 있는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여자에게 물었다.

"이봐, 빨갱이. 그러고 보니 넌 이곳에 오기 전에 뉴욕 증권거래소를 대량의 사제폭탄으로 날려버리려고 시도하던 중 경찰들이 들이닥치기 직전 폭탄들과 함께 사라졌었다고 정보원에게 들었었다. 그렇다면 폭탄들은 다 어디에 있는거지?"
"그건 절대로 말해줄 수 없어."

여자가 이를 앙다물며 말하자, 쿼리치는 어깨를 한번 으쓱대더니 대답했다.

"어차피 나도 별 상관없어, 그냥 죽어버리기나 하게, 빨갱이."

여자는 그 말에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에 앞에 있는 낫과 망치 심볼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지막 눈물을 떨구며 중얼거렸다.

"이곳은... 뭐든지 최악의 형태로 바꿔버려..."

공분주의 회단에 짧은 총성이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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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 폭탄은 공분주의 회당 지하에 묻혀있던걸로 밝혀졌지. 누가 폭탄을 작동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성 한채가 그냥 날아가버렸어. 거기있던 공분주의자들이며 진압하러 온 미가스 군인들이며 그냥 다 산화되어 버렸네. 도망친 빨갱이 잔당들 처리에, 폭탄 폭발을 마법사들의 공성마법 시전 실패로 무마하는 것에, 뒤처리가 아주 귀찮았지."

뒤이어  마리아는 질문했다. 

"그 인민은 왜 자기가 애써 이뤄놓은 것을 날려버렸을까요?"
"보아하니 공산주의가 일당독재를 넘어서 일신교의 광신수준까지 발전- 아니 악화되는 광경을 직접 목격해버렸으니 자기가 평생 믿고 따르던 공산주의에 대해 환멸이 부글부글 끓었겠지. 보통 우리네 역사에선 거의 백년 이상 걸리던 과정 아니던가?"
"그렇죠. 아, 그리고."

마리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말했다.

"정보원이라느니 하며 절 그렇게 말하고다니지 말아주셨으면 하네요."

쿼리치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22세기에서 오신 분을 몰라뵙고 심기를 불편하게 했나보군그래."
"저도 엄연한 수호자들의 멤버거든요?"
"과연 그럴까나?"
"네?"

쿼리치는 애매한 대답을 남긴채로 방을 떠났다. 마리아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지금까지 듣고 받아쓴 내용을 '공분주의자 선언'이란 이름으로 저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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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가 노트북을 두드리며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있자 똑똑 하고 정중히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리아는 "들어오세요"하고 말했다. 그러나 마리아가  "들어-" 라고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문 밖에 있던 사람은 벌컥 문을 열어버리며 "안녕!" 하는 "앙뇽!"에 가까운 인삿말을 발사했다. 마리아는 들어온 사람을 보고 약간 불편한 듯 부자연스런 표정으로 헤헤 웃으며 손님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희연씨."

짧은 산발의 흑발에 땅딸만한 체구를 가진 여성은 탁자에 놓인 의자를 질질질 끌어다가 반대편의 마리아가 있는 자리로 가져오더니 거기에 앉아서 마리아의 팔뚝에 매달렸다.

"마리아쨩, 마리아쨩, 이게 얼마만이야? 내가 얼마나 보고싶었는 줄 알기나 해???"

마리아는 희연이 가까이 붙자 재빨리 노트북을 닫아버리고 희연을 마구 밀어내며 말했다.

"반대편에 앉아서 말해요, 안그럼 그냥 나가게 할거니까!"

팔뚝에 붙어서 심각하게 부비적대던 희연은 울것같은 표정으로 마리아에게서 떨어지더니 "우웅, 그치만..." 이라 중얼거리며 의자를 다시 질질 끌어 원래있던 자리에 놓고 앉았다.

"시작하죠."
"웅, 구래. 마리아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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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로브를 팔랑이며 작은 체구의 여자가 명랑하게 여관문을 개박살내고 들어왔다. 경첩째 떨어져나가 산산조각나는 파괴음때문에 여관에서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던 사람들의 시선이 입구로 쏠렸지만 이내 그 사람의 검은로브 차림을 보고 대부분이 고갤돌려 모른척 했다. 엮어서 좋을 일 없는 악귀라도 본 듯한 표정이었다. 검은로브의 여성은 여관의 카운터까지 춤추듯 총총 걸어가서 여관주인 앞 자리에서 포도주를 들이키는 남자 옆에 섰다. 그리고 후드를 경쾌하게 벗어제끼며 말했다.

"Nice to meet you, John Smith!!!"

사내는 흑발의 동양여자가 명랑한 목소리로 날리는 영어 인삿말에 눈을 부릅뜨더니 마시던 포도주잔을 망설임없이 여자에게 집어던졌다. 여성은 우히히힛 웃으며 날아오는 포도주잔을 가볍게 쳐냈다. 쳐낸 포도주잔이 여관 마루바닥에 뎅그렁 소릴 내며 떨어질 때 쯤, 이미 남자는 빼든 석궁을 여자의 머리에 겨누고 있었다. 남자는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Go and FUCK yourself Bitch!"

그리고 주저없이 석궁을 발사했다.  석궁의 시위를 벗어난 볼트는 여자의 이마에 반 이상 박혀들어갔다. 여자는 헤실헤실 웃던 표정 그대로 뒤로 쓰러졌고, 남자는 은화 몇 개를 카운터에 던져버리고 여관에서 급히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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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연은 자기 몸을 스스로 감싸안으며 으흥흥 하며 이상야릇한 신음가지 냈다. 그렇게 온몸을 비틀며 말하길

" '혼자 가서  자위나 해, 이 창년아!' 라니, 너무 야하지 않나, 마리아쨩?"

마리아는 못들어주겠다는 표정으로 마지못해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희연은 소중한 물건이라도 된다는 양 검은 로브에서 석궁 볼트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좀 무뎌진 촉 끝을 할짝할짝대며 말했다.

"이렇게 선물도 주고 가길래 정말 이걸로 혼자 해보기도 했..."
"딴소린 그만하고 본론이나 말해요!"

마리아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소리질렀다. 희면은 볼트를 숫제 빨며 애무하려다 멈칫하고는 입에서 볼트를 빼냈다. 피 섞인 침이 입에서 몇방울 튀어나왔다. 희연은 혀로 침을 쓱 빨아먹더니 마리아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응. 알았어, 마리아쨩이 정 그렇다면."

마리아는 희연이 샌들을 벗은 맨발로 자신의 로브 안쪽을 파고들어 자신의 발목과 종아리를 매만지기 시작했다는걸 알고 있었지만 일단 이야길 계속듣기위해 일단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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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은 희연이 나타날 때마다 머리통이며 가슴팍이며 매번 볼트를 꽂아넣어 치명타를 안겨줬다. 희연은 그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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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것들 다 모으고 있다? 여기여기, 한 스물 여섯개 되는데..."
"본론만 말하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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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과는 이성적인 방법으론 대화조차 불가능하자, 희연은 어쩔 수 없이 무력을 행사하기로 했다. 대륙의 각 숲과 묘지에서 밴시들을 모조리 모아다가 존이 속한 용병단이 지나갈 길목 동굴에 풀어놨던 것이었다. 모은 밴시들이 손아구에서 벗어나는 것을 보며 희연은 모처럼 마법사로서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대강 파괴마법으로 다 박살내고 불태우면 쉬웠지만 희연은 쉬운방법을 정말 싫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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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막 불뿜고 돌던지면 우리 존쨩 몸이 다치잖아? 그건 내가 싫어하거든. 존쨩이 날린 사랑의 화살을 한 열 세번쯤 맞았을 때, 내가 존쨩을 너어어어어어무나 사랑한다는 걸 알았어."

희연이 대놓고 교성을 지르며 얼굴을 붉히고, 발을 마리아의 허벅지 안쪽까지 파고들어 꼬물락대자, 마리아는 그냥 다 뒤집어 엎고 자신 앞의 변태를 두들겨 패고 싶은 욕망을 간신이 찍어누르고 노트북을 두드리는 상태가 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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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도의 몽둥이에 묻어있던 독이 서서히 몸에 퍼져나갔다. 으식이 흐려져가는 가운데 존은 동굴밖을 바라봤다. 쿼렐은 좀 망설이는가 싶더니 역시 시킨대로 동굴을 벗어났다. 가족에게 전할 편지를 가진 쿼렐이 동굴을 탈출했으니 그는 더 바랄게 없었다. 그대로 눈을 감으려던 잘나, 가벼운 발소리가 동굴안을 울리며 가까워졌다. 몇달동안 자신을 지겹게 괴롭히던 익숙한 발걸음이었다.

"드디어 잡았다~ 존-쨩!"

지겨운 하이톤 목소리. 존은 사력을 다해 석궁을 소리나는 쪽으로 겨누려 했지만 손가락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희연의 실루엣이 점점 드러나 존의 희미해진 시선에도 눈에 띄었다. 어두운 청회색 빛을 발하는 밴시들을 주변에 두르고서 희연은 천천히 존에게 다가셨다. 그러다가 발에 채이는 왈도의 시체를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잡기쉽게 독을 치는건 좋았지만 결국우리 존쨩이 다쳤쟈나!"

희연이 손짓을 몇 번 하자 왈도의 시체가 흉하게 녹아내렸다. 녹아내린 부산물을 쓱 피해 존의 몸 위로 다가선 희연은 그대로 존의 몸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존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닿을락 말락 가져다 대더니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이 개년은 왜 날 이렇게 괴롭히나?' 응. 나도 괴롭힐 생각은 없었엉. 우리 존쨩이 만날 때마다 맘에 쏙 드는 행동만 하길래 나는 더 놀고 싶었던거지."

희연은 존의 귓바퀴를 할짝대며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래도 이젠 완전히 내꺼지만!"

그 목소리를 듣는것을 마지막으로 존의 숨은 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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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의 달링 존쨩과의 사랑이 시작된거야! 너무 로맨틱하지 않아, 마리아쨩? 아아. 존쨩의 몸을 가지곤 가끔 아랫도리가 심심할때 다시 깨워다가 하기도 해! 아직 독이 남아 있어서 해보면 아랫도리부터 스멀스멀 퍼지는 독의 느낌이 아주 끝내줘! 찌릿찌릿하면서 농밀한것이! 마리아쨩도 혹시 흥미 있으면 셋이서 같이 해도 되는데? 에헤헤헤헤헤! -그런데 이거 몇십년은 된 이야기인거 알지? 왜 이게 갑자기 궁금한지 모르겠넹. 마리아쨩? 마리아쨩? 듣고있어?"

희연은 방금 자기가 쫓겨난 마리아의 방문을 두들기며 말하고 있었다. 마리아는 쿵쿵대는 소리를 무시하고 이야기를 종합해다가 저장했다. 그리고 파일명을 '이상한 개년'으로 하려다 한숨을 탁 쉬고 '이상한 석궁수'로 수정했다.

마리아는 잠시 쉴 요량으로 자신의 침대를 향하다가 아까 희연이 앉았던 의자자리를 바라봤다. 의자와 의자 주변이 온통 무언가로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그리고 거기선 불쾌한 지린내와 악취가 풀풀 풍겨나오고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알아채버린 마리아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문밖에선 희연이 문 두들기는걸 그만두고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다.

"마리아쨩, 마리아쟝, 다음엔 그 노트북에 있는 백업파일 꼭 보여줘야 해? 나 22세기의 엥하위키는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싶거드-은?"

마리아는 심적으로 뭔가가 툭 끉기는 느낌이 들었다. 마리아는 의자다리를 그대로 꼬나들며 문을 박차고 나갔다.

"야 이 빌어먹을 변태년아!!!"

소란은 마리아가 희연을 신나게 두드려 패고 난 뒤에나 소강되었다. 숫제 의자로 두들겨 맞는데도 교성을 지르며 웃던 희연의 광기에 수호자들의 멤버들이 다시금 희연에 대해 질려버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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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는 의자를 걸레로 벅벅 문질러 닦으며 분을 삭히려 애썼다. 아무리 기록관인 자신의 임무지만 저런 미친 인간말종 변태녀의 비위까지 맞춰줘야 한다는게 못마땅했다. 재차 불만섞인 중얼거림을 내뱉으려던 찰나, 마리아의 방문을 누군가 노크했다. 마리아는 한숨을 툭 쉬고 말했다.

"누구시죠?"
"퀸튼. 퀸튼 잭슨입니다."

문밖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리아는 걸레를 대충 정리해 집어던지고 대답했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체구가 큰 흑인남자가 들어섰다. 그러나 퀸튼은 방에 들어서다 말고 코를 킁킁대더니 한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이런, 바쁜 줄 몰랐는데. 마무리할 때 까지 기다릴까요?"
"그런거 아니거든요!?"

마리아가 화난표정으로 쏘아붙이자, 퀸튼은 힐힐 웃으며 방에 들어왔다. 마리아가 노트북을 열어 타이핑을 준비하자, 퀸튼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 검지손가락을 쭉 펴더니 말했다.

"저 말고 당사자에게 직접 듣는게 어때요?"
"잭슨씨가 잡아 온 그 나카무라란 사람한테요?"

퀸튼은 활짝 웃었다.

"암요. 그게 더 정확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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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잭슨씨? 전 이런데서 이야길 들을 줄은 몰랐는데요?"

마리아는 떨떠름한 얼굴을 숨기지 않으며 그 장소에서 주춤주춤 나가려했다. 그러나 퀸튼이 마리아의 팔을 붙잡으며 나가는 것을 막으며 말했다.

"당신도 이런것에 익숙해지는게 좋을거에요, 마리아."

마리아가 퀸튼에게 이끌려옷 곳은 수호자들 본부 내의 사형집행소였다. 그리고 안에 있는 교수형대엔 자루에 얼굴이 씌이고 목에 밧줄을 감은 채 무릎꿇린 나카무라가 있었다. 퀸튼이 나카무라 옆에 서있던 집행인에게 손짓하자, 집행인은 나카무라의 얼굴에 씌인 자루를 벗겨냈다. 시퍼런 피멍이 이곳저곳에 부어올라 흉해진 노인의 얼굴이 보였다.

"멤버로 받아주겠다고 해도 제 얼굴에 침만뱉더라고요? 그래서 낡아빠진 이빨 몇 개 주먹으로 빼줬죠."

싱글벙글 웃으며 말하는 퀸튼의 모습을 보고 얼굴을 찌푸리는 마리아는 슬슬 속이 안좋아지려 했다. 그 때, 나카무라가 입을 열었다.

"젊은 날에 공업대학교에서 기술 조금 배우다가 포기하고 집안에 틀어박혀 부모님께 폐만 끼치는 사회의 암덩어리 같은 존재, 그게 바로 나였다. 이곳에 오고나서야 삶에 의미를 찾고 일생동안 장인으로 살아왔지. 내가 창안한 증기기관을 장비에 적용시키고 증기기관으로만 움직이는 이족보행 로봇을 만들어냈을 때의 기분은 가히 환상적이었지."

노인은 부어오른 눈을 껌뻑이며 빠진 이때문에 새는 발음을 신경쓰며 심지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내 평생 이룩한 성과물을 네놈들 같은 악당 나부랭이들에게 넘겨줄 수 없다! 죽여라! 내 삶에 단 한점 후회따윈 없다!"

말이 끝나자 누군가가 박수를 깔짝깔짝 쳤다. 마리아가 뒤를 돌아보니 풀린 눈을 한 마녀 희연이 "저 사람도 북두의 권을 봤구낭!" 이라 중얼대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 뒤로 쿼리치 중령과 보스, 기타 수호자들의 멤버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마리아가 무슨 상황인지 몰라 주춤거릴 때, 모인 사람들은 삼삼오오 자리에 착석했다. 그리고 수호자들의 리더 보스가 청중을 향해 내리 깐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부터, 이계인 나카무라 타쿠미의 처형식 및 기록관 마리아 로페즈의 '수호자들' 입단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사람들이 착석하자, 엉거주춤하게 자리에 따라 앉은 마리아의 얼굴에 의문이 서렸다. 그 얼굴을 보고 옆에 앉은 쿼리치가 넌지시 마라했다.

"기록관의 자리가 수호자들의 정식 멤버자리인 줄 알고 있었나? 아무튼, 이제 주세페의 일 처리도 있었고, 정식적인 수호자들의 멤버가 될걸세. 기쁜자리라고."

마리아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입단식을 왜 이런 을씨년한 장소에서 하는지, 왜 처형식 및 입단식인지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보스가 재차 말을 이었다. 

"우선, 처형식에 앞서 이계인을 떠나보내는 작별인사를 하겠습니다."

모든 인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일렬로 서서 나카무라를 향해 걸어갔다. 마리아는 쿼리치의 손길에 일으켜져 그 줄에 합류했다. 멤버들은 한명씩 나카무라의 앞에 서서 무언가 조용히 말하거나 그의 앞에서 조소를 터트리기도 했다. 앞에서서 가던 희연은 자신의 차례가 오자 나카무라의 앞으로 종종걸음쳐 가더니 나카무라의 머릴 쓰다듬으며 "라오우가 좋아, 켄시로가 좋아?" 하며 물었다. 그러나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그냥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다음 차례로 넘겼다. 다음차례인 퀸튼은 말 대신 나카무라의 얼굴에 주먹을 세게 휘둘렀다. 뭔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나카무라의 입에서 핏덩이와 치아가 몇 개 튀어나왔다. 나카무라는 비명지를 힘도 없는 듯 신음만 흘렸고, 퀸튼은 실실 웃으며 차례를 넘겼다. 차례가 가까워지자 쿼리치는 마리아에게 슬쩍 말했다.

"그냥 하고싶은 말 같은걸 하면 되네."

그리고 쿼리치는 나카무라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조곤조곤히 말했다.

"아까운 재능을 여기서 끝내지 말게. 지금이라도 협조하면 살 수 잇어. 다시 생각해보게."

그러나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나카무라는 대답이 없었다. 쿼리치는 마리아에게 오라 손짓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리아는 부들부들 떨리는 발걸음으로 나카무라 앞에서 섰다. 그러나 입만 어물 댈 뿐 뭐라 말을 잇지 못하자, 대신 나카무라가 입을 열었다.

"머뭇거리는걸 보니 당신이 오늘 입단한다고 한다던 마리아라는 사람인가."
".....네"

마리아는 얼결에 대답했다.

"이 조직은 미쳤어. 당신도 실감했을테지. 똑같이 미친 인간이 될텐가?"

마리아는 입술을 꼭 깨물고 고개를 숙인 채 자릴떴다. 다음 차례이자 마지막 차례인 보스가 나카무라의 앞에섰다. 나카무라는 다시 입을 열었다.

"수호자들.... 왜 수호자들이지? 그리고 대체 이러는 이유는 대체 뭔가?"

보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짧게 대답했다.

"말해줘도 절대 이해 못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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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다시 의자에 착석했다. 그리고 보스가 다시 사회를 보았다.

"이제 입단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입단자인 마리아 로페즈는 이곳에 서주싶시오." 마리아는 일단 시키는대로 섰다. 그녀의 앞엔 긴 자루가 달린 레버가 있었다. 교수대에선 집행인이 무력한 노인의 얼굴에 자루를 다시 씌웠다. 보스는 마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작하십시오."

마리아는 이 조직에서 생활하며 언젠가 이계인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게 될 거라는 것을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가 지금이 될 줄은 추호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레버를 잡긴했지만 마리아는 선뜻 레버를 당기지 못했다.

-당신도 이런것에 익숙해지는게 좋을거에요, 마리아.

퀸튼의 섬뜩한 한마디가 다시 상기되었다.

"마리아, 시작하-"

보스가 재촉하려던 찰나 마리아가 레버를 홱 당겼다. 마리아에게 있어서 좋든 싫든 수호자들은 아주 어릴적 이 세계로 떨어진 자신을 거둬준 사람들이었고, 길러준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려선 안된다고 마리아는 생각했다. 비록 수호자들이 건지고 싶던게 자신이 아니라 자신만이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22세기의 웹상 정보를 통째로 백업해둔 노트북일지라도 말이었다.

레버가 내려감과 동시에 교수대의 바닥이 꺼졌다.

그리고 뚜둑하는 소리와 함께 사형수는 목숨을 잃었어야 했다. 그러나 사형수는 줄에 매달려 꺽꺽 하는 괴이한 소리를 내며 격하게 몸부림칠 뿐이었다. 교수대는 목이 꺾이기엔 불충분한 높이였다. 마리아는 멍하니 죽어가고 있는 노인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마리아는 고갤 숙이고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에게 말을 걸던 노인의 검은 눈동자가 상기되었다. 구역질이 치미려 하고 있었다. 노인은 몇 초간 심한 경련을 하더니 곧 축 늘어져 사망했다.

"나도 한 스물 한번 정도 저렇게 죽어봤는데, 죽는 순간에 기분이 지이이이이인짜 좋다? 퀸튼 아저씨도 해보지 그랭? 아아, 늘어져버린 혀 집어넣는게 좀 귀찮긴 행!"

자랑스럽게 자신의 경험을 늘어놓는 희연의 목소리에 마리아는 속에 있는 내용물을 그자리에서 모두 게워내고 말았다. 무릎을 꿇고 구토하며 울고있는 마리아의 모습을 보던 쿼리치는 희연에게 한마디 쏘아붙였다.

"가뜩이나 힘든사람 더 힘들게 하지 말아, 이 마녀할망구야."

희연은 희번득하게 웃으며 명랑하게 대답했다.

"싫-엉★ 이 노땅 애송아~!"

-----

마리아는 초췌해진 모습으로 방에 들어섰다. 바로 침대에 쓰러져 기절하고 싶은 기분을 잠시 미뤄두고 마리아는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지금가지 기록관으로써 수호자들의 인원들과 이야기한 보고내용을 한 폴더에 몰아넣었다.

마리아는 그 폴더의 이름을 '악마들과의 인터뷰'로 설정했다.


----- -----

사이버 지식정보방에서 쓰는 두번째 글. 이전 이야기들을 모아모아 애매한점을 정리하고 이 세계의 다른 이야기를 펴기위한 편입니다. 제가 창조해낸 궁극의 변태 마귀할멈도 등장하게 됬고요.

오탈자나 어색한 부분이 꽤 많을지도. 옮겨적는 시간이 한정되서요.(...)

* 제 이전글을 다 읽어보시는게 이해에 더 용이하실겁니다. 으헿헿.

Motivated by - 기억이...(탕)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이건 생각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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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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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번 편은 저번 편이랑 곧바로 이어지는군요. 확실히 오탈자가 보이긴 하네요. '대체'라는 단어가 한 줄에 2개 나오거나 '십'이 '싶'으로 된 게 제가 발견한 부분.
작가의집
사실 이야기마다 계속 연계점을 두고 다음 이야기를 쓰고 있었죠. 이번 편 처럼 곧바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헌데 오탈자는 어쩔 수가 없네요. 검토할 시간조차 없이 옮겨적기 바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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