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はやぶさ] prologue

개복치 3 2,665
내가 생의 대부분을 보낸 우주는 춥고, 고독하고, 광활했다.
 
발사 당시 중량 510kg, 본체의 최대 치수가 고작해야 2m 정도에 불과했던 자그마한 내게 부여된 임무는 막중했다. 우주에 갈 수 없었던 부모님은 그 대신으로 지구 밖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나를 만들었고, 나에게 지구 밖에 있는 소행성을 탐사하고, 그것의 샘플을 채취해 되돌아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도중에 프로젝트가 취소될뻔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발사 기회를 잡았던 2003년 5월의 어느날, 나는 소행성을 향해 기나긴 여행길에 올랐다.
 
내 진짜 이름은 '제20호 과학위성(第20号科学衛星)'이었지만, 탈것에 간단한 이름을 달아주던 인간의 버릇에 의해, 그리고 일반인들에겐 제X호 과학위성같은 딱딱한 학술 명칭보다는 좀 더 대중적인 명칭이 쉽게 다가갔기 때문에 나는 발사 당일날이야 '하야부사(はやぶさ)', 부모님의 언어로 '매' 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새롭게 얻은 하야부사라는 이름 아래, 나는 인간들의 축복과 기대를 품에 안고, 그리고 언젠가 부모님과 만날 재회의 희망을 가졌다.
 
13시 29분 25초. 굉음과 함께 로켓이 이륙하기 시작했다.
 
오늘부터 여행이 무사히 끝나고 고향으로 되돌아 올때까지는 프로젝트 출범부터 발사 직전까지 함께 해주셨던 부모님도, 항상 나에게 말을 걸어주며 희망을 맡겼다고 했던 연구원들도, 그 누구도 없는 혼자였다. 나는 어쩌면 나 이상으로 막중한 불안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을 재돌입 캡슐을 끌어안았다.
 
그렇게해서, 내 여행은 시작되었다.

Author

Lv.1 Seoulite  1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cocoboom
SF물이군요!
개복치
SF...라기보다는 JAXA의 소행성탐사선 하야부사의 일대기를 하야부사의 시점에서 재구성하는 내용입니다.
뭐 자아를 부여했으니 SF도 맞긴 맞는건가...?
cocoboom
ㅎㅎ 기대하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73 Robot Boy - 1 댓글1 Novelistar 03.14 2708
172 유리 구슬과 밤이 흐르는 곳 - 2 Novelistar 10.25 2705
171 Magica - 3 마미 12.03 2704
170 부고(訃告) 댓글2 가올바랑 01.25 2699
169 섬 저택의 살인 9 댓글2 폭신폭신 07.06 2698
168 헌신하는 아내 이야기 1 네크 05.16 2697
167 VI-2. Gloxinia 미식가라이츄 08.24 2697
166 하바네로 잉어킹 09.25 2695
165 계약 안샤르베인 12.30 2694
164 경계를 넘어선 만남(完) 댓글2 안샤르베인 12.01 2693
163 바톤터치 댓글1 글한 11.17 2692
162 과제로 낼 예정인 소설-전개 부분 댓글4 안샤르베인 10.18 2691
161 섬 저택의 살인 6 폭신폭신 07.02 2691
160 라노벨 부작용 다움 06.27 2688
159 미아 이야기 2 (끝) 네크 08.06 2685
158 마지막 약속 댓글3 안샤르베인 04.18 2676
157 미아 이야기 1 네크 08.01 2669
156 헌신하는 아내 이야기 2 네크 05.22 2668
155 색깔의 무게 (1) 글한 11.13 2667
열람중 [はやぶさ] prologue 댓글3 개복치 03.30 2666
153 애드미럴 샬럿 2 폭신폭신 07.30 2665
152 VIII-3. 인과응보 작두타는라이츄 02.06 2662
151 짧은 글 댓글2 다움 03.27 2658
150 한방꽁트 - 빈티지 패션 트렌드 cocoboom 04.03 2655
149 雪遠 - 3 Novelistar 10.15 2654
148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1 네크 07.10 2653
147 괴담수사대-Laplace's riddle 국내산라이츄 09.18 2653
146 안개왕 이야기 네크 05.09 2650
145 섬 저택의 살인 7 폭신폭신 07.03 2649
144 애드미럴 샬럿 4 폭신폭신 04.12 2648
143 無力と言う罪_Borderland 댓글1 블랙홀군 06.05 2644
142 Lovers Oi My lovers Novelistar 08.22 2644
141 고래 댓글6 레이의이웃 08.31 2641
140 만월의 밤 自宅警備員 06.26 2640
139 의논 댓글2 안샤르베인 09.20 2637
138 도타 2 - 밤의 추적자 팬픽 Novelistar 06.30 2637
137 Prologue VIII. Cryogenic curse 작두타는라이츄 12.01 2637
136 꿈을 꾸는 이야기 네크 04.19 2636
135 VIII-4. 꽃으로 치장된 끝 작두타는라이츄 03.03 2636
134 Magica -2 마미 11.18 2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