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3. Adventure for Death

작두타는라이츄 0 2,807

"어, 혹시 날으는인디언님? "

"아, 안녕하세요. 혹시 바람좋다님? "

"네, 제가 바람좋다예요.. 그럼... 이 분이 슈퍼맨날다님이신가요? "

"아뇨, 그 분은 아직 안 오셨어요. 이 분은 벌쳐님이세요. "

"아아... 그럼 슈퍼맨날다님이랑 허브차한잔님만 오시면 되는군요. "

 

F시의 F상가는, 이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폐건물이 된 데다가 건물주마저 실종된 후 쭉 폐건물이었다. 사실, 거기에 관해서는 흉흉한 소문들도 몇 개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번쯤 그 곳에 발을 들이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도 그 중 하나였다.

 

"안녕하세요~ "

"늦어서 죄송합니다, 허브차한잔입니다. "

"아아, 어서 오세요. 이제 슈퍼맨님만 오시면 되네요. "

"슈퍼맨님이요? 아~ 오다가 만났는데 잠깐 어디 좀 들렀다가 오신대요. 아아, 저기 오시네요. "

 

그리고 여기, 다섯 명의 남녀가 F상가로 발을 들였다.

 

이들은 F상가에 괴담수사대가 도착해 데스 애더의 거미줄을 끊기 전까지 발견되지 못 하고 영원히 이 건물을 떠돌아다니는 운명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그 때 F상가에서 죽음을 맞이 한 다섯 남녀 중 한 명의 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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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월 00일.

F시에 있는 F상가에 가보기 위해 나 말고도 네 사람이 더 모이기로 했다.

F시로 가는 길도 길이지만, F상가에 떠도는 소문이 흉흉해서 걱정이긴 하다.

뭐, 그래도 별 일 없겠지. 이전에도 흉가에는 많이 다녀봤었고...

 

F상가 밖은 분명 낮이었던 것 같은데, 안으로 들어서니 캄캄했다.

혹시나 해서 밖을 확인해 봤더니, 아까는 낮이었던 것 같은데 바깥이 밤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도 몰랐던 모양인지, 당황했다.

거기다가 어째서인지 핸드폰이 되질 않아.

시간도 날짜도 완전히 제멋대로고... 왜 이러지?

 

게다가 여기에 들어온 후로,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을 보지 못 했다.

분명 내가 듣기로는, 많은 사람들이 이 건물에 들어왔었다고 했는데, 어째서 사람의 흔적 자체가 없지?

 

1층의 상가들을 둘러보니 온통 간판이랑 꺠진 유리뿐이다.

여긴 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구나.

그나저나 저기 보이는 돌무더기들은 뭐지? 누군가 오긴 왔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폐건물에서 돌무더기를 쌓아놓고 뭐 하는걸까, 소원이라도 빌고 간 건가?

 

00월 00일.

몇 시간밖에 헤매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날짜가 지나다니... 뭔가 이상하다.

이 곳은 뭔가 이상하다. 아무래도 빨리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다.

다른 분들과 함께 이만 나갈지 더 둘러볼지를 정해야겠다.

 

1층을 둘러 보러 갔던 사람들이 다 모이자, 우리는 여기에 더 있을지 아니면 나갈지를 정하기로 했다.

아직 나 외에는 여기를 나가고 싶은 마음은 없는 모양이라 어쩔 수 없이 나도 있게 되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벌쳐님은 어디 가신 거지? 다른 분들도 다 못 봤다고 하시는데...

일단 어딘가에 있을 벌처님부터 각자 찾아보자.

 

00월 00일.

어제는 하루종일 벌쳐님을 찾아 헤맸지만 찾지 못했다. 대체 어디에 계신 걸까...

다른 사람들은 일단 먼저 다른 층으로 갔을 수도 있으니, 다른 층도 둘러보고 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바람좋다님과 나, 단 둘뿐이다.

둘 다 벌처님을 찾아 헤맸지만 찾을 수 없었다.

 

이전에 봤던 돌무더기가 또 발견됐다.

이 층 구석구석에 놓여 있는 돌무더기들은 대체 뭘까?

짐도 두고 나간건지 집기류도 그대로 남아있는 가게에 돌무더기라니.

어쩐지 위화감이 든다.

 

게다가 벌쳐님은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아...

 

00월 00일.

분명 나와 같이 있었던 바람좋다님이 갑자기 사라졌다.

나는 잠귀가 밝은 편이라 자다가도 누가 움직이면 금방 깨는 편이지만...

일어나는 것도 모를 정도로 피곤했던 건지, 정말 홀연히 사라진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전에 벌쳐님이 사라졌을 때도 이랬었지......

 

아무래도, 난 여기서 나가야 할 것 같다.

하늘좋다님, 벌쳐님... 두분 다 어디 계신걸까...

남은 두 분이라도 무사해야 할텐데...

 

건물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

분명 우리가 들어올 때는 쉽게 말고 들어왔던 문인데 어째서인지 밀리지가 않아.

누군가가 밖에서 단단히 잠근 걸까? 하지만 이 문에 잠금 장치같은 건 없다.

 

그럼 대체...?

 

00월 00일.

 

3층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인디언님의 말로는, 3층에서 벌쳐님의 신발이 발견됐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근처를 찾아봤지만 벌쳐님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신발이 근처에 있다면, 분명 그 근처에 살아있을 줄 알았는데...

 

인디언님이 발견한 것은 벌쳐님의 팔이었다. 그것도 토막난 팔...

믿을 수 없어서 3층으로 올라가 보니, 정말로 토막난 팔이 있었다.

이 옷, 맞아... 벌쳐님이 입었던 까만 가디건...

설마, 바람좋다님도...?

 

안돼!

 

00월 00일.

 

자꾸만 누군가가 사라진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슈퍼맨님, 어디 계세요......

또 어디로 가신 거예요...

바람좋다님도...

제발... 다들 무사할 수 있기를...

 

전부, 전부......

 

00월 00일.

 

여기는 어디인지,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바깥은 지금쯤 어떨까. 여기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인데.

제발 나가고 싶어... 누가 이 문을 좀 열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날 좀 꺼내줬으면 좋겠다.

 

4층에서 벌쳐님의 신발 한 짝을 마저 찾았다.

그리고 그게 벌처님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아직 다른 두 분은 발견되지 않았다.

여기는 이제 인디언님과 나 뿐이다.

이제 이 분마저 사라진다면 정말, 난 어떻게 하지... 혼자서라도 빠져나가야 하나...

 

00월 00일.

 

우리가 들어왔던 출입문을 어떻게든 열고 나가기로 했다.

다른 분들은, 문을 어떻게든 열고 난 다음에 찾자.

하지만 문은 여전히 잠금장치가 없는데도 굳게 잠겨 있었다.

이 건물이 우릴 보내주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제발, 우리를 보내줘... 부탁이야...

 

00월 00일.

 

여기서 나가고 싶다.

제발 내보내줘.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여기에는 나랑 인디언님 둘뿐인데, 누군가가 또 있는 것 같아.

뒤에서 누가 웃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게다가 사방에서 비명소리까지 들려와.

 

이젠 여기 있는 게 두렵다.

차라리 여기서 죽는 게 나아...

 

00월 00일.

 

다른 두 분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다 나도 저 두 사람처럼 사라지진 않을까 두렵다.

제발, 살아서 나가고 싶어...

 

00월 00일.

 

내보내줘.

제발 내보내줘...

 

나갈 수 있어. 나갈 수 있다고.

분명히 들어왔는데 왜 나갈 수 없어.

뭔가가 쫓아오는 것 같아.

잠이 들려고만 하면 이상한 소리가 들려.

다른 두 분의 비명소리도 들린다.

 

아아...

제발 날 여기서 내보내줘...

 

00월 00일.

 

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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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 이후로는 다른 누군가가 추가한 듯한 글이 있었다.

 

00월 00일.

 

허브차한잔님마저 이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지금 혼자 남아 있습니다.

누가 됐든 절대 이 공간에는 오지 마세요.

혹시라도 발을 들일 생각이라면 포기하세요.

저는, 여기서 나갈 수 없습니다. 아마, 죽어서나 나가겠네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그저 여기서 죽으면 언제쯤 발견될까, 그것이 제일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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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렁거리는 성격. Lv.1에 서울의 어느 키우미집에서 부화했다. 먹는 것을 즐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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