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가가 있었습니다. 그의 책은 매우 유명해서 전국 어떤 서점에 가도 그의 책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는 예전처럼 글을 쓰는 것이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출판사의 마감일을 뒤로 미루고, 어쩌다가 써낸 이야기들도 그렇게 좋은 평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소위 말하는 슬럼프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예전의 글 쓰는 감각을 깨달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습니다. 웃긴 만화를 보기도 하고, 여행을 가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브레인 스토밍 방법을 찾아 시도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은, 초등학생이 봐도 비웃을 만한 글이었습니다. 그는 절망했습니다. 그 글로 인해, 그는 출판사에서도 해고되었고, 문학계에서도 다시는 재기할 수 없을 만큼 혹평을 받았습니다. 슬럼프 초기에 응원하던 팬들의 편지도 끊기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작가는 서서히 모든 것에 무덤덤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세상이 흑백으로 변해가는 것고 같아서, 그렇게 큰 변화가 아닌 듯 하면서도 천지가 뒤바뀌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결국에는, 그는 꽃을 보고도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하고, 노래를 듣고도 감동적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바깥에 나가지 않은 채 자기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가만히 있고, 그러다가 점심이 되면 또 밥을 먹고, 컴퓨터로 뉴스나 보다 저녁을 먹고 잠이 드는 것이 그의 하루의 전부였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없던 그는 어두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마음부터 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눈부심과 따뜻함에 의해 침대에서 일어났습니다. 커튼을 제대로 여미는 걸 깜빡했는지, 한 줄기의 햇살이 커튼의 틈으로 침대에 내리쬐고 있었습니다. 그 햇살은 등을 돌리고 잤더라면 전혀 알아채지 못했을 정도로 얇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얇은 햇살이라도 어두웠던 그의 방에선 확실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밝은 것을 봐서인가, 아니면 자신의 방에 맞지않는 이질적인 것을 봐서인가, 그는 눈을 한 껏 찌푸린 채 햇살이 내리쬐는 곳에 손을 올려놓았습니다. 따뜻했습니다. 조용히 햇살은, 차분히, 그러나 따갑지는 않게, 그의 손을 덥혔습니다. 문득 그는 한 줄기 햇살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햇살은 화사한 샛노란 빛이었음에도 강렬하지 않았고, 따뜻했음에도 뜨겁지 않았으며, 밝았음에도 눈이 부시지 않았습니다.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모습은 마치 절망의 늪에 빠져있는 그를 구하기 위한 동아줄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드리워진 동아줄을 물끄러미 보더니, 이내 그것을 잡기로 결심했습니다. 누구하고도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내심 누가 찾아와 주기를 바랬던 그는 조그마한 구원의 빛 줄기를 잡았고, 이내 그는 구원받았다는 안도감과 햇살이 내미는 친절한 손길에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몇 방울씩 흘러내리던 눈물은 이내 비가 되더니 급기야는 홍수가 되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습니다. 어떻게 통제할 수도, 통제하고 싶지도 않았던 그는 눈물에 모든 것을 - 그의 절망을, 어두움을, 슬픔을 - 흘려 보냈습니다.
한참을 울고 진정된 그는 자신이 오랜만에 느꼈던 감정을 잊고싶지 않았습니다. 힘들게 되찾은 느낌을, 감정을, 그는 또다시 시간이라는 강에 흘려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그는 자기가 느꼈던 모든 것을 종이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둡고 우중충하던 나날을, 우울감마저 상실했던 나날을, 그리고 햇살의 따뜻함과, 그가 느꼈던 안도감, 자괴감, 모든 것들을. 마지막으로, 한 때 그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러나 무엇보다도 소중해 마지않았던, 그의 감정을. 그는 조용히, 물이 흐르듯이 써내려 갔습니다. 천천히 써내려 가던 그는 점점 속도가 붙어, 마치 종이가 불에 타는 듯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적어나갔습니다. 이렇게 그는 다시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
음 첫 작이네요. 위의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삘이 와서(진짜로!) 30분만에 써냈습니다.
사실 로봇 올리버 보고 있다가 삘이 제대로 온 게 함정
숙제해야 되는데 쓰라는 다이어리 엔트리는 안 쓰고 뭐 하는건지(...) 으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