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트 워스커 기관사. 본 사령부는 여왕폐하의 종이자 오랜 기간동안 근무하여 충성을 증명한 귀관을 철도 담당관의 추천과 총사령관의 재가를 통해 귀하를 본 사령부의 예비 수송장교로 임명하는 바이다. - 수송 사령부 철도 사령장관 게니 램버트 중장으로 부터.
머슬 호, 앨버트 워스커 중령 상당관. 전술 수송 사령부소속 "
나이가 제법 있어보이면서도 근육이 많이 남아있는 건장한 신사가 장군이 건네주는 임명장을 받아 들었다.
장군의 부관이 중령 견장을 달아주자 신사는 장군에게 경례를 올렸고 장군이 답례했다.
그러자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보급, 수송은 물론이고 중포를 이끌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기관차와 그 운전을 담당하는 기관사는 당연히 군의 중요 자산.
하지만 군 소속 기관차와 기관사는 말그대로 한줌에 불과하다. 그러니 전쟁이 발발하면 민간 기관사와 기관차를 징발하게 되어 있다. 당연히 기관사는 장교 계급으로 복무한다. 귀족과 계급상으로는 동류라는 의미. 기관사들의 사기를 올려주는데 효과적인 요소임은 분명하다.
지금 벌어지는 행사는 그 유사시의 징발을 대비한 행사..지만 좀 변질되어 버렸다.
왕실과 군부가 오랬동안 근무했거나 실력있는 기관사에게 높은 계급을 주어 치하하는듯한 행사가 된것이다.
마지막 대규모 전쟁도 벌써 백년전의 일이니 그럴만도 했다.
삼십년 동안이나 기관사로 복무했고 지금도 크고 낡은 기관차 머슬 호를 몰고 있는 앨버트는 기관차의 이름만큼 근육이 많이 붙은 중년의 남자였다.
국지전에 세번이나 참전했으며 그중 한번은 열차포를 끌고 가서 적 진영에 파멸적인 피해를 안겨주었다는 이야기는 중앙역의 직원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는것이다.
이 기관사들의 모임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
모두들 신사용 정장을 입고 있는 곳에서 숙녀용 드레스를 입고 있는 단 한명의 존재인 세실리아도 그 이야기는 잘 알고 있을 정도였다.
중령이라면 기관사라는 직책이 생긴 이후로 기관사에게 내려진 가장 높은 계급. 사람들이 환호할 만도 했다.
그 대전쟁에서나 내려진 계급이 평시에도 내려진것은 그만큼 앨버트의 노고를 치하했다는 뜻이다.
"그럼 다음으로..."
장군은 다음 임명장을 꺼내 들었고 펼쳤다. 그리고는 흠칫 놀랐지만 금새 표정관리를 하고는 말을 이었다.
"세실리아 양. 앞으로."
"에?"
세실리아는 놀랐지만 장군이 기다리고 있었다. 따지고보면 세실리아도 엄연한 기관사. 그것도 나라에서 가장 큰 기관차의 기관사. 군부는 빅 유니콘호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테니 그 기관사도 징발할 준비를 하는건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이때까지 여자가 장교가 된 일은 없었다.
"뭐, 예의상 준위정도 주고 끝나겠지.."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맞는 예상이였다.
어찌되었든 불렀으니 나가야 했다. 바지를 입은 다른사람들과 다르게 드레스를 입은 세실리아는 빽뺵하게 몰려있는 기관사들을 뚫고 단상으로 올라갈수 있었다.
"에..그러니까 세실리아양..맞으십니까."
"네 장군님."
"에..높히지 않으셔도 됩니다. 음..흠.. 흐음..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장군은 장군 정복의 먼지를 털어냈다. 세실리아도 덩달아 드레스를 살짝 털었다.
"
"세실리아 드 블루아 기관사. 본 사령부는 여왕 폐하의 충실한 종이자 일선에서 수송 업무에 전념하고 있는 귀하를 크리스티아나 왕녀의 추천과 여제 폐하의 명령을 받들어 귀관을 총사령부 직속 부서의 예비 사령장관으로 임명합니다. - 여왕폐하의 총 참모장 안톤 웰링턴 원수로부터. 왕국 여왕 빅토리아로부터.
빅 유니콘 호, 세실리아 드 블루아 소장 상당관. 전략군 사령부 소속. 전략병기 운용 사령관."
장내는 세실리아가 예상했던것처럼 썰렁해졌고. 세실리아는 아까 앨버트가 했던것처럼 경례를 올리려고 했지만 장군 뒤의 부관이 말리는 제스쳐를 살짝 취했기에 가만 있었다. 장군이 부관에게 장군용 견장을 받아 세실리아의 어깨에 끼우려고 했지만 어깨가 푹 파인 드레스 특성상 딱히 매달곳이 없어서 허둥대다 간신히 어깨 끝부분에 끼울수 있었다.
작게 한숨 돌린 장군은 세실리아에게 경례를 올렸고 장군의 부관이 제스쳐를 취해주자 세실리아도 답례하고 다시 부관의 제스처에 따라 손을 내리자 장군도 손을 내렸다.
"축하드립니다 소장 각하. 전략 수송 사령부 중앙역 담당인 키튼 배스펠 준장입니다."
"아..어..안녕하세요..세실리아예요."
장군이 내민 손에 어색하게 손을 내밀어 악수가 되었다.
짝짝짝.
누군가의 박수소리.
앨버트였다.
"대단하지 않은가! 우리들 기관사에서 드디어 장군님이 나온거야. 안그런가?"
장내는 뒤늦게서야 터져나온 박수와 환호로 뒤덮였다.
"이야, '제시카 허드슨 특무 상사'라고 쓰여있다고?"
"네. 상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계급인가봐요."
"상사는 상급 부사관중 하나다. 특무자가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폰 샤른호르스트 양은 대위시니까 꽤나 높으신 계급 아닌가요?"
"흠흠. 이나라에서 거의 유일한 여성 장교일거다."
세실리아가 임페리얼 익스프레스사로 돌아오자 승무원들이 무언가를 떠들고 있었다. 승무원들도 계급장을 받은것 같았다
"저기저기, 사병이 뭐야?"
"제일 낮은 계급이다."
"아아? 뭐야? 나는 왜?!"
"술집 접대부에겐 그걸로도 과분하다 생각했겠지."
"그래도 좀 높은거 주면 안되나...? 아아 세실리아 왔어?"
"계급이라는게 그렇게 시시껄렁한.. 아 왔는가 지휘관."
세실리아가 온걸 먼저 눈치챈건 멜리사였다.
"다들 뭐하세요?"
"아니 뭐 전시 소집장같은게 날아왔어. 세실리아건 없다던데."
"아, 전 거기서 받았어요."
"어머, 무슨계급? 나처럼 사병?"
"지휘관한테 사병을 줄만큼 멍청한 군부는 아니라고 본다만.."
"여자는 안받아준다고 멍청이라고 하던건 언제고.."
"시끄럽다 사병!"
투닥거리는 둘을 무시한 세실리아는 멜리사에게 물었다.
"헨리에타 씨는요?"
"글쎄, 걔 뭐 식량문제때문에 요즘 바쁘니까 말이야."
"그랬죠 참..."
그 전날에도 예산좀 달라고 크리스티아나에게 떼를 쓰는 모습을 보았었다.
"뭐하니 너희들?"
크리스티아나가 갑자기 나타났다.
"아, 이제 나왔나보네."
크리스티아나는 세실리아의 임명장을 빼앗아 대충 읽어보고는 돌려주었다.
"그럼 다들 훈련하러 가야겠네?"
"응?"
"네?"
"뭐냐니..이제 여왕페하의 군인이니까 훈련을 해야.."
"사장님도 참. 그건 그냥 상징적인 거잖아요?"
"아, 농담말라고 크리스티아나."
사장의 이름을 함부러 부르는 부하직원을 무시하듯 크리스티아나가 대답했다.
"농담 아니란다, 전쟁나면 정말 군인이 되어야 하니까말이야.. 기초적인건 알고 있어야 하거든. 다른 회사 승무원들은 대부분 이미 다녀온거란다. 안그래도 여기 왔잖니."
크리스티아나가 내민 종이를 멜리사가 받아보았지만 멜리사가 문서를 보면 늘 짓는 표정을 짓는다.
"문맹이 서류를 봐서 뭐 어쩌겠다는겐가.."
"거 미안하네 여기사양반. 그럼 그쪽이 읽어주쇼."
"어디보자.. 여왕폐하의 왕국을 위하여 귀 사의 직원들을 국방의 일익을 담당할수 있도록... 아..그러니까 훈련하러 오라네. 부사관 이하는 훈련소로. 장교급은 사관학교... 오 그럼 난 사관학교에 가는건가?"
"착각하지 말도록해 그래봐야 몇달간 체험만 하다시피 하는거니까 말야. 난 3년 다 채웠지만."
"잠깐만요 여러분. 여자잖아요?"
"아, 그러네."
여자 군인은 가뭄에 콩나듯 조금씩 있지만 사관학교라니.
"높으신 분들의 여식들은 사관학교에 가긴 한다고 들었다.. 그래봐야 명목상에 불과하지만. 난 기병과에 지원했기에 당연히 떨어졌고."
"그 높으신 분들께서 댁이 창들고 돌진할까봐 그런거 아니겠어?"
"이녀석이 정말..!"
"싸우지 마렴. 해고해버린다?"
크리스티아나의 가벼운 말에 싸움은 순식간에 멈췄다.
"어디보자... 세실리아는 장성급으로 임명됐으니까 사관학교 수료 다음에 바로 육군대학으로 가게 될거야. 꽤나 걸리겠네.."
"그러면 운항은 어쩌죠? 예비 기관사도 없는데.."
"아니 오히려 잘된것 같네. 어차피 선로 정식 개통은 내년이고 그때까지 준비해야 할게 꽤나 많이 있으니까. 그 고기라고 주장하는 소금덩이 같은것들 말이야. 기관차도 오버홀 해야 하고..예비 기관차도 한대 뽑아야 하고.. 저기 새 기관차 이름은 세실리아로 할건데 어때? 최신형이야! 발전기가 대폭 개량되어서 위험한 석탄 난방도 아니고 출력도 대폭 증대되어서 객차도 늘어나게 될거야."
"그건 사장님이 결정하실 일이십니다."
"응..알아서 할게. 그건 그렇고 사관학교나 육군대학은 귀족들이 바글거리는곳이니까 성이 없으면 불편할거야. 급한대로 내 성 쓰렴."
"하지만 감히 사장님의 성을 쓰는건.."
"거기서 성 없는 평민은 노예보다 못한 취급일걸. 남자만 바글거리는곳에서 그런 취급 받았다간 좋지 못할거야. 건들면 큰일난다는 후광이라도 있어야 하는 곳이란다. 정 마음에 걸리면 나한테 시집올래?"
"사장님도 참..."
크리스티아나는 서류를 집어넣고는 직원들에게 말했다
"다음주에 입대니까 그렇게 알아두렴. 돈은 따로 줄테니까 필요한게 있으면 사두는게 좋을거란다."
뭘 사가면 좋으려나.
세실리아는 급격한 상황변화 속에서 그 의문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대항해시대 5 진짜 쿠소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