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이라고?"
"싸우는 도중에 간간이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엔 착각이라고 생각했는데, 소리에 맞춰서 움직임이 변했어요."
제네시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자는 근처에 숨어있을지도 몰랐다. 아무리 멀찍이 떨어져있다 해도 숲 안에서 소리가 멀리까지 울리진 못하니까.
장군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다르게 보자면, 내부에 첩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자는 누굴까?
"그렇게 말하는 너야말로 수상하기 짝이 없군."
그 소리에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 전부터 그를 안 좋게 보던 부관이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수도에서부터 장군님을 따라온 자들이다. 중간에 합류한 건 너밖에 없지. 안 그래?"
"......"
아이가 입술을 깨물었다. 병사들이 술렁거렸지만 어느 하나 아이를 편들러 먼저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을 보호하는 척 환심을 사려고 했던 모양인데, 그런 건 통하지 않..."
"그만하게."
제네시스가 말을 끊었다. 부관은 아이에게 뭐라 말을 더 하려다가 혀를 찼다.
"솔직히 제일 수상한 녀석이 저놈 아닙니까? 저놈이 오기 전엔..."
"그만하라고 했네."
제네시스가 노려보자 그는 그제서야 입을 닫았다. 하지만 미간을 잔뜩 찡그린 게 불만에 찬 표정이었다. 아이는 가만히 서 있었지만, 주먹에 힘이 들어간 것이 눈에 보였다. 제네시스는 아이에게로 다가갔다.
"의무소로 돌아가 있어라. 나중에 보자."
아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곤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 뒤를 메이다나가 살며시 좇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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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소는 환자들로 들어차 바쁘게 돌아갔다. 괴물에게 맞은 병사들은 대부분 상태가 심각했다. 이미 숨이 끊어진 병사도 있었고, 살아남더라도 불구를 면치 못할 사람들도 있었다. 환부가 괴사한 곳을 잘라내는 손길이 분주했다. 아이는 의무소에 도착했지만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어깨를 잡았다.
"저기 말야, 너무 신경쓰지 마."
아이가 시선을 조금 돌리자 메이다나가 어색히 웃었다.
"그사람, 원래 의심이 너무 많아. 네가 이해해줘.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냐."
그는 물끄러미 보다가 피식 웃었다. 메이다나는 그 웃음에 잠시 당황했다.
"좋은 분이시군요."
"아니 난 저기 그저..."
아이는 허둥지둥대는 메이다나를 보고 있다가 등을 돌려 의무실 안으로 돌아갔다. 간신히 말을 이으려던 메이다나는 사라진 아이를 보고 시무룩해졌다.
"으으, 친해질 좋은 기회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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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이 있은 후 며칠 지나지 않아 크게 다쳤던 병사들은 숨을 전부 거두고 말았다. 제네시스는 병사들 한명한명에게 애도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의문점을 가졌다. 처치가 제대로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다는 것이 이상했다. 아이는 침묵했지만 그 역시 표정이 좋지 못했다. 의무소에서 같이 의무병들을 도왔기 때문에 그는 환자의 상태를 전부 보고 있었다.
부관이 여전히 그를 의심하고 있는 것도 신경쓰였다. 그는 유독 이 아이를 경계하고 있었다. 제네시스라고 미심쩍은 부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나타나고서부터 모든 일의 원인을 아이에게 꿰맞추려 드는 부관을 이해할 순 없었다.
제네시스는 의무소로 들어왔다. 시트를 정리하던 아이가 장군을 보곤 가볍게 목례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네게 물어볼 것이 있다."
아이는 물끄러미 장군을 올려다보았다.
"왜 그때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