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드는 둘을 물끄러미 보았다. 왕자가 별나다는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수상한 손님까지 데리고 올 줄이야. 엘리자드도 제 앞에 있는 사람만은 본 적이 없었다. 그는 기사단 내의 사람이라면 일일이 외우고 있었다. 다만 상대의 목소리가 다급하면서도 당당하게 들린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았다.
엘리자드는 둘이 보는 앞에서 편지를 뜯었다. 비단 조각에 급하게 휘갈겨 쓴 흔적이 남아 있었다. 둘만이 알아볼 수 있는 암호를 확인한 후 내용을 읽어 내려가던 엘리자드의 눈이 커졌다.
"이건..."
그는 편지를 읽고 상대를 다시 바라보았다. 어째서 이런 내용을 자신도 알지 못하는 소년에게?
"넌 이 편지의 내용을 알고 있느냐?"
상대는 잠시 멈칫했다가 대답했다.
"전 장군님께서 오늘까지 전해야 한다고 부탁하셨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엘리자드는 상대를 유심히 살폈다. 왕자보다 키도 작고, 검은 옷으로 가렸지만 깡마른 체구였다. 얼굴조차 가리고 있어서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목소리조차도 중성적이었다. 그나마도 착 가라앉아 있었다. 다만 나이가 썩 많은 것 같진 않았다. 기껏해야 왕자의 또래 정도가 아닐까 추측할 뿐.
왕자는 그를 힐끗 살폈다. 편지를 전해주고 나서야 안도한 표정이었다. 시선이 느껴졌는지 그가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십니까?"
"이제 내 부탁을 들어줄 차례잖아."
그가 살짝 입을 벌렸다. 마치 이제서야 알아챘다는 표정이었다. 그가 무언가 말하려는데, 엘리자드가 그 둘을 가로막았다.
"죄송하지만 왕자님. 그 전에 볼일이 있습니다."
왕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뭔데?"
"이건 중대한 사안입니다. 함께 왕궁으로 가야 합니다."
엘리자드는 그의 손목을 잡았다. 왕자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안돼! 내꺼가 먼저라고!"
"잠깐의 유흥을 끝내실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역시 엘리자드도 연락을 받은 게 분명했다. 왕자는 잔뜩 인상을 썼다.
"안돼. 이번엔 꼭 여우눈 영감탱이를 만나야 된다고."
"어차피 궁에서도 보실 수 있지 않습니까. 허가증은 제가 써드리면 그만입니다."
왕자는 표정을 구겼지만 소용이 없었다. 엘리자드는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궁에서 몇 가지를 물어볼 것이다. 네가 알고 있는 대로만 말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