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로 낼 소설 - 결말
안샤르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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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8 02:30
“미안해. 잔이 남을 심하게 경계해.”
잔은 좋지 못한 표정으로 우리를 나간 참이었다. 울음을 그친 크리사오르에게 엔시드가 사과했다. 뒤이어 이어진 설명은 놀라웠다.
처음 만났을 때의 잔은 상처가 덧난 상태로 떠돌아다니다 쓰러진 상태였다. 그런 잔을 구해준 건 엔시드의 부모였다. 다친 곳을 치료해주었고, 갈 곳 없는 잔을 집에 살게 해 주었다. 보답으로 잔은 일을 도와주었다. 처음엔 서툴렀지만 몇 개월이 지나자 잔은 능숙하진 못해도 쓸 만한 일꾼이 되었다. 어린 엔시드도 잔을 잘 따랐다.
그러나 잔을 끈질기게 추적해 온 자가 있었다. 그들은 잔이 친절을 보답할 기간을 주지 않았다. 잔이 불길한 예감에 집으로 달려갔을 때, 그들은 엔시드의 부모를 죽이곤 어린 엔시드마저 붙잡은 상태였다. 그러자 잔은 다시는 쥐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검을 뽑아 사람을 죽였다. 그리고 충격에 우는 엔시드에게 네가 죽는 날까지 널 지켜주겠노라 맹세했다. 그리고 잔은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켰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잔은 엔시드에게 친구였고, 가족이었고, 그를 지키는 기사였다.
오랫동안 같이 산다는 것만 알았지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했던 아스티라도 이 이야기에 경악했다. 아가씨는 입을 가린 채 서 있었고, 소년은 고개를 들어 엔시드를 보았다.
아이가 이해하기를 바라고 해준 말은 아니었다. 잔의 행동은 분명 심했으니까. 그저 왜 그랬는지 알려주기만 하려는 거였다. 하지만 크리사오르는 다 알았다는 것처럼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사람이네요…….”
“어? 어…… 지금까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못 봤는데.”
“그렇게까지 위해줄 수 있다는 건 처음 봐서…….”
크리사오르가 볼을 긁적였다. 자신을 두려워하며, 이용하려 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정말로 그를 이해해주고 위해주려 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크리사오르는 엔시드가 부러웠다.
그때 엔시드 옆에 앉아 있던 도우미가 소년에게 달려들었다.
“우왓!”
헥헥거리며 침을 발라대는 게 아이가 꽤나 맘에 든 모양이었다. 엔시드가 풋, 웃었다.
“얘는 위험한 사람은 바로 알아보는데 너한텐 안 짖네.”
“아…… 그, 그런가요.”
개의 턱을 살살 쓰다듬어주자 도우미는 좋다고 꼬리를 흔들었다. 그것 봐. 잔의 걱정은 기우였다니까. 엔시드가 너스레를 떨었다.
그 때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소리가 난 건 아이의 뱃속에서였다. 크리사오르는 얼굴이 빨개졌다. 엔시드와 아스티라는 그 모습에 웃고 말았다.
“마침 양꼬치 남은 게 있는데, 먹을래?”
남은 양꼬치는 깔끔하게 아이의 뱃속으로 향했다. 엔시드는 배고프면 더 구워줄 수도 있다고 했지만 소년은 사양했다. 그의 몸은 효율이 좋아서 인간이 먹는 양 정도만 먹어도 배가 불렀고, 힘을 쓰는 데 지장이 없었다. 엔시드는 그의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너 갑자기 여기 떨어졌잖아. 어쩌다 그리 된 건지 알아?”
소년은 고기를 꿀떡 넘기고 청년을 보았다. 그의 눈은 궁금증으로 빛났다. 무심코 사실을 말하려다가 소년은 잠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자신의 정체를 확실하게 알려줄 필요까진 없었다.
“그게……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전 그냥 앉아 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빨려드는 느낌이 났어요. 그리고 정신 차리고 나니까 여기여서…….”
그리고 달아나려다 인간에게 붙잡혀서 죽을 뻔했지. 아마 알려진다면 두고두고 좋은 안주거리가 될 것이다. 드래곤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마법도 못쓰고 한낱 인간에게 죽을 뻔했단 사실은. 생각할수록 부끄러워서 소년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엔시드에겐 다른 의미로 보였다.
“저런……. 많이 놀랐겠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따뜻했다. 크리사오르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자 엔시드는 한 번 더 안아주었다. 아스티라가 그걸 보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머. 벌써 양다리를 걸치시려는 거예요?”
“네?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당황해서 떨어지는 엔시드를 보고 아스티라가 웃음을 터뜨렸다. 크리사오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 남잔데…….”
그 말에 둘이 고개를 돌렸다. 팔짱만 끼고 앉아있던 잔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시선이 자신에게로 쏟아지자 크리사오르가 당황했다.
“왜, 왜들 그러세요. 갑자기. 으앗!”
엔시드가 갑자기 앞머리를 확 까올리자 크리사오르는 아연실색했다. 약간 쳐져서 강아지 같은 눈이 쉴 새 없이 깜박였다. 얼핏 보면 귀여운 여자아이로만 보이는 인상이었다.
“원래 드래곤은 다 이래? 예쁘장하기만 해서 난 이름 잘못 들은 줄 알았어.”
“놔, 놔주세요.”
엔시드가 손을 내리곤 어깨를 으쓱했다. 크리사오르는 재빨리 앞머리를 다시 내려 얼굴을 가렸다. 이 아이는 놀리는 맛이 있어. 엔시드는 속으로 웃었다.
“그나저나 난 드래곤이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는데. 이야기 더 해줄 수 있어?”
크리사오르는 잠시 고민했으나 이내 그 정도는 별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드래곤은 마수가 아니다, 인간보다 머리가 좋으며 원래 사는 세계는 따로 있다, 사는 곳이 다르니 인간에겐 별 관심이 없다는 등의 설명으로 상대방의 갖은 오해를 풀어주었다.
엔시드는 설명을 주의 깊게 들으며 가끔씩 맞장구를 쳐 주었다. 아스티라도 처음 듣는 이야기에 눈을 반짝였다. 잔은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그도 듣고 있다는 것을 크리사오르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소년이 이야기를 끝내자 잔이 불쑥 입을 열었다.
“미안하게 됐다. 좀 전의 무례는 사과하지.”
“에……. 어, 아니에요.”
이렇게 시원하게 사과를 받아낼 지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크리사오르의 눈은 잠시 동그래졌다. 엔시드는 씨익 웃었다. 그래야 잔 답지.
“앗!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어떡해!”
아스티라는 거의 사라져가는 노을을 보고 당황했다. 엔시드도 그 말에 벌떡 일어섰다. 아스티라가 아무리 말을 잘 탄다고 해도 해가 지기 전에 성으로 돌아가는 것은 무리였다. 이대로라면 늦게 들어온 걸 아버지와 오빠에게 들키고 말 터였다. 크리사오르가 그녀를 보았다.
“왜 그러세요? 무슨 문제라도?”
“해 지기 전에 돌아오겠다고 말했는데, 저 들키면 큰일 나요. 어쩌죠?”
엔시드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이대로라면 추궁 당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자신과 아스티라의 관계가 들켜버린다면…….
크리사오르는 잠시 뭔가 생각하는 표정이 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뭘 하려는가 싶어 셋이 그를 보았다. 마을은 해가 저물어가서인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불 켜진 곳도 드물었다. 이윽고 소년은 성 쪽을 바라보았다. 일반 사람이라면 쉽게 보지 못할 곳이지만 드래곤인 그에게 성 내부를 살피는 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을 확인하고 크리사오르는 손을 뻗었다.
그러자, 워프게이트가 눈앞에 나타났다.
“어?”
시험 삼아 들어갔다 나와 보니, 정확하게 성 안이었다. 아스티라의 눈이 동그래졌다가 크리사오르에게 연신 감사를 표했다.
“정말 고마워요!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아니에요. 하지만 오래 지속시킬 수가 없어서 얼른 가보셔야 할 거 같아요.”
아스티라는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엔시드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돌아갔다. 엔시드는 마법의 힘에 감탄했다가, 문득 중요한 것을 생각해내고 말했다.
“저 지붕도 고칠 수 있어?”
“으음……. 지금이라면 될 것 같아요.”
그 말을 하고 크리사오르는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지붕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하게 고쳐졌다. 지저분하게 흩어져있던 건초와 짚단도 원래대로 돌아갔다. 제대로 된 마법사라 할 수 있는 사람을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이 시골에서 크리사오르가 마법을 능숙하게 쓰는 걸 보고 엔시드와 잔은 신기해했다.
“마법을 쓸 줄 알면 이렇게 쉬운 거였구나…….”
“쉽지는 않아요. 계산이 방해받아서…….”
무슨 말인가 싶어 엔시드가 보았다. 소년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추측이긴 하지만……. 전 다른 종족이라서 이곳에선 제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 그럼 힘도 제대로 못 쓰는데 어떻게 돌아가지?”
엔시드의 말에 크리사오르는 우울한 표정이 되었다. 순간 말실수를 했다는 걸 알아차리고 엔시드는 아차 하는 표정이 되었다. 소년의 고개가 떨어지자 더더욱 안절부절못했다.
“너무 그러지마. 다 방법이 있을 거야. 아, 돌아갈 때까지만 이라도 여기 있는 건 어때?”
그 말에 소년이 올려다보았다. 고마운 제안이었지만 덥석 받아들이기엔 머뭇거려지는 내용이었다.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자신은 엔시드에게 민폐를 끼친 존재였다. 게다가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동안 또 다른 사고를 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러나 엔시드의 눈은 진심을 담고 있었다. 쉽게 거절하지 못할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크리사오르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이 나와 엔시드가 처음 만나게 된 사연이다. 그때는 몰랐다. 단순히 한 인간과의 만남이 나의 삶에 너무나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될 줄은. 뒷이야기가 궁금하다고? 아쉽지만 내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난다. 다음 이야기는 후에 할 일이 있겠지.
- 끝 -
2. 여자인 줄 알았다는 부분이 좀 더 구체적이거나 혹은 개그틱, 개인적으로는 후자였으면 좋겠군요. 뭔가 크리사오르의 외모에 대해서 설명을 하려는 느낌은 나는데 너무 짧게 마무리되어서 약간 의아...하기보다 똥을 싸다 만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3. 전반적으로 봤을 때 크리사오르의 행동과 주인공 일행의 반응이 이해는 가면서도 그 이상의 의미를 주기 힘듭니다. 다시 말해 '아, 이런 녀석이었구나' 하고 기억하거나 주의깊게 읽을 만한 구석이 별로 없다는 얘기죠.
4. 그리고 늘 그렇듯이 약간 부족한 표현력.
123으로 나누긴 했지만 요약하자면 결과적으론 '이야기를 더욱 부풀려라'가 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