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장군을 잠시 바라보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의무병들은 시체를 수습하느라 밖으로 나가 있었다. 아이는 시트를 마저 정리하곤 의자를 내왔다.
"아니, 난 그저 이야기만 들으러 온 것 뿐인..."
"장군님을 서있게 하는 건 실례입니다."
장군이 의자에 앉자 아이도 작은 의자에 앉았다. 깍지 낀 손이 잠시 꼼지락대다가 멈췄다. 아이는 눈을 내리깔곤,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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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어떻게 그랬는지 모른다. 손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무언가 잡았다고 생각했다. 팔이 들어오기 전에 막아냈다. 도였다. 힘이 더 들어왔지만 밀리지 않았다. 스스로의 힘이 이렇게 강한 지 몰랐기에 아이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괴물의 눈에 핏발이 섰다. 팔을 거두는가 싶더니 다시 내려쳤다. 아이는 굴렀다. 피한 자리가 움푹 패였다.
아이는 도를 다잡았다. 알 것 같다. 무기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크아아아!"
괴물이 괴성을 지르더니 돌진해왔다. 아이는 정면으로 괴물을 마주했다. 잠깐동안 생긴 틈이 보였다. 옆으로 피하고, 발목을 베었다.
균형을 잃은 괴물은 그대로 나무로 엎어졌다. 나무를 몇 그루나 쓰러뜨리고 나서야 괴물이 멈췄다. 아이는 칼에 묻은 피를 바라보았다. 피가 나오자마자 썩어서 불쾌한 냄새가 났다.
아이의 표정이 굳었다. 이렇게 금방 썩을리가 없는데...
피를 씻으려고 생각하고 뒤로 돌아선 순간, 괴물의 포효가 다시 들렸다. 아이는 돌아봤고, 당황했다. 힘줄을 제대로 베었을 텐데, 괴물은 멀쩡하게 일어나 있었다.
"역시... 보통 생물이 아닌가."
아이는 도를 다잡았다. 이상하게 느껴지던 것, 그곳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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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괴물은 쓰러져서 더 이상 미동하지 않았다. 베어낸 팔엔 돌이 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꿈틀거리는 팔을 발로 밟고 마석을 뜯어냈다. 주먹으로 힘껏 쥐자 으스러졌다. 그리고, 시체도 가루가 되어 바람에 날렸다.
"이것...때문이구나..."
그는 손에 남은 마석조각을 보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현자를 찾아야 했다. 나이가 나이인만큼 심하게 다쳤을지도 몰랐다.
"현자님!"
아이가 소리쳤다. 시선 안에 쓰러져 있는 현자가 보였다. 머리에서 피가 났지만, 그리 심한 건 아니었다. 아이는 황급히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숨을 제대로 쉬고 있었다. 현자가 깨어나길 기다리며 아이는 잠시 현자를 눕혔다.
그때, 살아있던 다른 수습 마법사들이 뛰어오는 게 보였다. 아이는 반가워서 소리쳤다.
"마법사님들! 여기에요!"
아이의 소리를 듣고 마법사들이 달려왔다. 아이는 입을 떼려고 했다. 그러다 곧 눈치챘다. 그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왜...그러시죠?"
"현자님에게서 손 떼지 못해!"
"예?"
아이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자신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런 식으로 나오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나타났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라고!"
"저기...잠깐."
아이는 뭔가 말을 하려고 했으나 이내 마법사들에게 가로막혔다. 마법사들은 온갖 매도하는 말을 쏟아내었다.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들리지 않을거란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처음 본 괴물을 보고 미친 걸까?
마법사들의 태도는 단순히 말로 끝나지 않았다. 지팡이 끝에 마력이 보이는 게 보였다. 도망쳐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