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생존자들의 목격담에 따르면, 좀비는 크게 뛰는 좀비와 걷는 좀비로 나눌 수 있다.
두 좀비는 서식지(?)가 겹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뛰는 좀비가 많은 곳에는 걷는 좀비는 보기 드물고, 반대로 걷는 좀비가 많은 곳에는 뛰는 좀비가 보기 드물다. 구체적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추정해보자면 뛰는 좀비와 걷는 좀비의 행동 양식의 차이 때문에 이들은 공존하지 않는 듯 하다.
뛰는 좀비와 걷는 좀비의 무리를 섞어놓으면, 걷는 좀비가 뛰는 좀비의 진로를 방해하여 집단이 어수선해진다. 뛰는 좀비도 단지 움직임이 빠를 뿐, 지능은 낮기 때문에 걷는 좀비 사이로 피하면서 인간을 습격하는 고도의 행동은 할 수 없고 걷는 좀비에게 계속 진로 방해를 당할 뿐이다. 이 때문에 한두 마리의 뛰는 좀비가 걷는 좀비의 무리 사이에 섞여 있다고 해도, 크게 눈에 뛰게 빠른 움직임을 보이기는 어렵다.
반대로 걷는 좀비는 뛰는 좀비의 무리에 일시적으로 섞인다 해도 결국 움직임이 느려서 무리를 따라가지 못하고 낙오 당하기 쉬우며, 이렇게 낙오된 걷는 좀비들끼리는 서로 뭉쳐서 걷는 좀비의 무리를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뛰는 좀비와 걷는 좀비는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속도가 비슷한 좀비들끼리 모여들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이에나와 사자가 사냥을 같이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될 것 같다. 이를테면 처음에는 뛰는 좀비와 걷는 좀비가 섞여 있는 무리라고 해도, 근처에 생존자가 나타나면 뛰는 좀비들이 생존자를 향해 먼저 달려가면서 자연스럽게 뛰는 좀비가 걷는 좀비와 분리되는 것이다. 좀비가 아사(굶어 죽음)한다는 점까지 염두에 둔다면 진화론까지도 엮어서, 걸어다니던 좀비들이 점차 진화하여 뛰는 좀비들로 변화했다고 볼 수 있겠다.
양자가 어느 정도의 비율로 존재하는 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어느 정도 지역에 따라 분포가 극명하게 다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대체로 생존자들은 어느 한 쪽의 좀비만을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뛰는 좀비 무리에게 습격당한 경험을 한 생존자들은 실제로는 뛰는 좀비 무리의 뒷편에서 얼쩡대는 걷고 있었던 걷는 좀비 무리에는 증언도 하지 않고 기억도 하지 않는다. 반대로 걷는 좀비 무리를 헤쳐나온 생존자들은 그 사이에 뜻밖에도 빠르게 움직이는 좀비가 있었다는 것을 자주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또한 양자의 속도 차이는 의외로 그리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느리게 걷는 것처럼 보이는 좀비도 의외로 빠르게 움직이며, 뛰는 것처럼 보이는 움직임은 사실 좀비가 허우적 대면서 걷는 것을 잘못 본 것이라는 설이다. 더더군다나 일단 살기 위해 도망치는 상황에서는 좀비들의 움직임에 대해 자세히 관찰할 틈이 없는 게 사실이다.
흔히 걷는 좀비가 뛰는 좀비보다 비교적 덜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쉽고,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하지만 느린 좀비는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요소들이 발전해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무엇이 더 낫다고 안심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빠른 좀비들은 체력이나 방어력이 낮은 반면, 느린 좀비들은 방어력이 높거나 지능적인 행동(단순히 느린 게 아니라 느긋하다고 생각한다면)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