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코 정리해 보기 <8> 아카시아의 세제자 - 이치류편
두말할 것 없이 인간계 최강의 존재였던 이치류입니다. 아카시아의 세 제자 중에서도 수제자이며 가장 강한 힘을 가졌죠.
이치류는 1부 말미에 사망하고 말지만 시간이 지나고 2부가 진행될 수록 더욱 중요한 존재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치류는 생전에 아카시아의 직접적인 언질을 받은 유일한 제자였고 아카시아나 죠아를 제외하면 세계의 진실에 가장 근접해 있었습니다. 비록 미도라에게 패하고 블루 니트로의 손에 죽고 말았지만 돈슬라임의 계획대로 부활했더라면 엄청난 비중을 가진 캐릭터가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는게 많았던 것만큼이나 이치류는 비밀도 많은 사람입니다. 하나씩 정리해 보죠
1. 이치류는 돈슬라임의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정황으로 볼때 이치류는 아카시아가 변절하고 떠나가기 훨씬 전부터 돈슬라임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 점은 다르게 해석하면 이치류는 아카시아보다도 훨씬 먼저 NEO나 이 우주의 역사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는 말도 됩니다.
돈슬라임은 이치류가 아주 젊었을 때부터 말을 걸었고 이런저런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그 중에 NEO나 블루 니트로에 대한 내용도 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치류와 IGO는 미도라와 미식회에 비해 구르메계를 탐험하는데 한 발 앞서고 있었습니다. 미식회가 구르메계에 거점을 마련한 흔적은 없는데 IGO는 0비오톱처럼 아예 구르메계에 있는 거점도 있죠.
미도라와 대화할 때도 아카시아의 변절을 암시하고 "미도라를 악의 종자로 심었다"는 말을 하는데, 아마 아카시아 본인이 이런 사실을 미주알 고주알 늘어놓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카시아는 돈슬라임과 대치하면서 자기 입으로 "이치류가 뜻대로 따라주지 않았다"고 말하는데, 애초에 이치류를 구슬리려는데 자기 구린 부분을 그대로 말해주진 않았겠죠.
아마 이런 점은 NEO의 존재를 꿰뚫어본 돈슬라임이 정보를 제공하면서 알게 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모순이 하나 발생합니다. 이치류는 많은 대비를 해두었지만 정작 NEO와 블루 니트로 자체에 대한 대비는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황으로 볼때 이치류는 일찍부터 NEO와 블루 니트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겁니다. 또 죠아가 미식회와 IGO 양쪽에 많은 스파이를 심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죠. 그런데 그 사실을 최측근인 맨섬 소장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IGO의 최정예인 0비오톱의 멤버들은 물론 최후까지 미식회와 싸웠던 멤버들도 전혀 아는 바가 없는 걸로 나옵니다. 이건 그저 실수일까요?
2. 이치류는 왜 GOD를 얻으려 했을까?
이치류는 1부 시점부터 GOD를 얻기 위해 사전작업에 들어갑니다. 에어를 얻을 때 브란치가 썼던 칼도 원래는 이치류가 직접 에어를 조리하기 위해 준비한 칼이죠. 원래 풀코스는 포획과 조리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걸 생각해 보면 약 2년에 걸쳐서 풀코스를 포획하고 최종적으론 GOD를 획득한다는 계획을 세웠던거 같습니다.
여기서 이치류에게 GOD가 왜 필요하냐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물론 미도라가 노리고 있긴 했습니다만, 문제는 NEO입니다. 1에서 보았듯이 이치류는 NEO에 대해서는 거의 무방비할 정도로 아무 조치도 취해놓지 않았습니다. 미도라가 아카시아의 풀코스를 노리는건 사실 간단한 해결책이 있습니다. 단지 방해만 해도 충분합니다. 풀코스 중 하나라도 먹지 못하면 다음 풀코스를 먹는데 지장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에어를 먹지 못한다면 당연히 페어를 획득하지 못하겠죠. 그러니까 병력을 8대륙에 집중시켜서 일단 에어를 획득하는 것만 저지해도 이치류로서는 큰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NEO는 우주적인 재앙이며 토리코 월드로서는 멸망으로 직결되는 위협입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당연히 NEO의 말살을 우선시 해야지 GOD를 우선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실 이치류가 GOD를 얻어도 무슨 메리트가 있을지는 알기 힘듭니다. 미도라가 죠아를 상대로 압도할 수 있고 지로가 블루 니트로 전원을 상대로 승부를 걸어볼 수 있는 걸 본다면 각성하지 않은 NEO나 아카시아를 상대하는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그런데도 이치류는 GOD를 얻는데 주력했습니다. 혹시 그래야만 하는 사정이 있었던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대체 그 사정이 뭘까요?
3. 이치류는 NEO를 처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저는 그래서 가설을 세워보았습니다. 그건 바로 이치류가 NEO를 처리하는 유일한 방법을 알고 있었으며 그건 바로 아카시아의 풀코스를 먹은 자만이 NEO를 처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돈슬라임은 NEO가 끝없이 부활하는 존재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원래 구르메 세포의 악마는 통상적인 방법으론 소멸하지 않습니다. 블루 니트로 조차 할 수 없어서 봉인할 생각을 하고 있었죠. 이런 점은 이치류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이치류는 NEO를 방치한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아카시아의 풀코스를 먹어야지만 NEO를 처치할 수 있다면, 그 전에는 NEO를 상대해봐야 아무 소용도 없다는걸 알게 된 거죠.
이런 점은 미도라와 대결 과정을 보아도 들어맞습니다. 이치류는 당연히 자신이 패배하면서 아무도 블루 니트로를 막을 수 없을 거라는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도라를 진심으로 죽이려 들지는 않았고 심지어 패배한 이후에도 구차하게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미도라가 일말의 정을 비추자 그에게 아카시아의 진실을 전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아카시아의 풀코스를 먹는건 이치류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겁니다. 그에게 블루 니트로와 아카시아의 속셈을 전달하고 미도라가 그걸 저지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설사 자신이 풀코스를 못 먹어도 괜찮았던 거죠. 그래서 미도라에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시점에 진실을 말하기 시작한 겁니다. 물론 블루 니트로가 난입하는건 그로서도 예견하지 못한 일이었겠죠.
이 점은 NEO의 진실을 알고 있었을 치치, 카카, 지지 삼인의 선인도 마찬가지였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치치는 이치류와 친분을 과시했지만 그의 복수나 NEO의 정체에 대해서 바로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행이 풀코스를 순조롭게 얻을 수 있도록 조언하기만 했죠. 이들도 아카시아의 풀코스를 먹는 자만이 NEO를 처치할 조건을 갖춘다고 본 겁니다.
4. 사실 아카시아는 자신의 풀코스를 먹지 못했다?
이쯤에서 또 하나 추론을 추가하겠습니다. 제 생각에 아카시아가 이치류에게 언질했던 내용 중에는 정작 자신은 풀코스를 먹지 못했다는 고백이 포함됐을 거라고 봅니다.
우선 그가 GOD를 확보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전쟁을 멈출 수 있었죠. 그런데 사실 그의 풀코스는 GOD로 끝나는게 아닙니다. 순서상으론 제 1대륙의 센터가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플로제는 왠지 풀코스를 조리한 이후에 극도로 쇠약해져서 나타났죠.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센터는 죽은 사람도 살리는 궁극의 소생 식재입니다. 거기서 정제된 요수는 풀코스의 일부일 뿐인데도 즉사할 만한 부상도 순식간에 치유하는 엄청난 효능이 있습니다. 아카시아가 제대로 풀코스를 획득했다면 당연히 센터, 혹은 요수도 가지고 있어야합니다. 그런데 왜 플로제는 죽어가도록 방치한 걸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그는 풀코스를 다 먹는데 실패한 겁니다.
그는 플로제가 죽어가도록 놔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플로제는 그의 계획에 찬동하지 않았으니까요. 제 추론으로는 플로제는 센터를 확보하기 전에 아카시아와 블루 니트로에게 협조하기를 거절했고 아카시아는 GOD까지만 풀코스를 획득한 채로 단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증거로 그가 풀코스를 다 획득했다면 왜 블루 니트로들이 NEO를 끄집어내서 봉인하는 작업을 취하지 않았을까요? 할 수 있을리 없죠. 풀코스를 수집하는데 실패했으니까.
풀코스는 식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중한 재능을 가진 요리사만 조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플로제가 조리를 거부하는 바람에 실패했고 그 대신 아카시아는 "플로제의 몸을 가진 다른 요리사"를 얻을 생각을 하게 됐을 겁니다. 그 결과물이 죠아죠.
아카시아가 원래 이치류에게 자신의 계획을 돕게할 생각이었으므로, 이런 사실까지 말했을 거라 추측해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과 NEO의 존재를 알게 된 이치류는 그들보다 먼저 풀코스를 섭취해서 블루 니트로와 NEO를 완전히 처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을 겁니다. 그가 인간계에서 가장 먼 1대륙에 0비오톱을 설치해 놓은 것도 "이전 시도에서 아카시아가 센터만은 못 먹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겠죠.
이상으로 이치류의 행적에 대한 몇 가지 떡밥을 제 나름대로 정리하고 추론해 보았습니다. 만화가 막바지에 도달했고 벌써 GOD 포획을 앞두고 있으니 제 추론이 얼마나 맞아떨어질지는 지켜봐야겠군요. 사실 그냥 추측의 영역이나 너무 신경쓰진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다음 글에서는 아카시아의 두 번째 제자 지로에 대해서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