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코 정리해 보기 <4> 구르메 세포와 악마들

지난 회까지는 토리코 세계의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 보았습니다. 

 

이번 회에는 토리코 일행의 강함의 근원이자 떡밥의 근원인 구르메 세포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명칭에 대해서 조금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는데요, 일단 원작에서는 "구르메 세포"라는 명칭으로 통하고 웹상에서 제일 널리 알려진 명칭입니다. 그런데 이걸 정식 발매하면서 "고메 세포"로 번역됩니다. 이는 "구르메"란 단어가 프랑스어라서 생긴 문제입니다. 미식가를 뜻하는 gourmet란 단어를 일본은 "구르메"로 번역하고 우리나라는 "고메"로 번역하기 때문입니다. 뭐 여기까지는 그냉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이번엔 토리코 애니메이션을 수입하면서 번역을 다시 바꿉니다. 이번엔 미식세포란 표현이죠. 뭐 따지고 보면 잘된 번역이긴 한데, 이미 두 종류의 번역이 있는데 거기에 또 하나가 끼어드니 헷갈리게 됩니다. 여기서는 그냥 제일 널리 퍼진 번역인 "구르메 세포"로 통일하도록 하겠습니다.

 

만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구르메 세포는 참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일부 식재에 구르메 세포가 포함되어 있다는 묘사가 있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등장인물 대부분이 이 세포를 가지고 있고, 이들의 능력이 모두 구르메 세포의 작용에서 비롯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구르메 세포는 "생물"에만 들어있는게 아니라 만물에 퍼져 있으며 심지어 지구 조차도 구르메 세포에 의해서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대체 이 세포는 뭘까요? 지금부터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선 이 세계는 최초에 생성될 때 "식욕"이 있었습니다. 현실의 우주가 빅뱅이는 강력한 폭발에 의해서 생겨난 것처럼, 토리코의 우주는 식욕의 폭발에 의해서 생겨났다는 겁니다.

 

이 세계에서 식욕이란 물리법칙도 초월하는 강력한 에너지입니다. 덕계에서 비슷한 예시를 찾자면 천원돌파 그렌나간에 나오는 나선력 같은걸 찾을 수 있겠죠.

 

식욕이란건 도저히 없앨 수 없고 끊임없이 재생되는 힘입니다. 이 식욕에서 태어난 세포가 바로 "구르메 세포"입니다. 구르메 세포도 식욕처럼 없앨 수 없고 당장은 눈 앞에서 사라져도 어디선가 다시금 되살아나는 초월적인 세포입니다.

 

구르메 세포는 식욕의 결정 같은 것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다른 세포를 먹어치우고 강해지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맛있는 걸 먹으니 그 자신도 점점 맛있어지지요. 작중에선 그걸 "감칠맛"이라고 표현합니다.

 

작품 초기에서는 이 구르메 세포를 후천적으로 생물에 주입해서 식재를 개량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생물들이 나오고, 토리코 일행도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던 걸로 나오죠. 원래 구르메 세포는 서로 잡아먹으려 드는, 배타적인 세포입니다. 따라서 원래부터 자기 몸으로 타고 났던 쪽이 훨씬 양질의 구르메 세포를 보유하는 겁니다.

 

이렇게 타고난 존재들은 "숙주"라고도 불립니다. 구르메 세포는 식욕을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먹어야 하지만, 단지 세포이기 때문에 사냥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특정 생물 속에 들어가서 그 생물이 음식을 먹음으로 식욕을 충족합니다. 그리고 숙주가 강해짐에 따라서 자신도 강해지죠.

 

이번엔 "구르메 세포의 악마"란 존재들에 대해서도 정리해 봅시다.

 

이 괴물들이 언급되는 시점은 2부부터입니다. 1부에서는 사천왕이나 미식가들이 위협을 할 때 뜨는 이미지, 패기 같은 개념이었죠. 토리코는 붉은 오니의 형상, 코코는 질척거리는 요괴같은 형상 같은게 뜨는데 이게 바로 구르메 세포의 악마입니다. 이때는 그냥 이미지인줄 알았는데, 사실 이게 그들에게 잠재된 구르메 세포의 악마가 나타나는 거였죠.

 

앞서 말했듯이 구르메 세포는 숙주를 통해서 영양을 섭취하고 계속 강해집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선 자아를 갖추고 숙주로부터 튀어나올 수도 있게 됩니다.

 

토리코가 마왕 헤라클래스에게 당했을 땐 푸른 오니가 튀어나와서 멋대로 싸웠고, 네오에서 분열한 괴물이 나타났을 땐 토리코를 재치고 붉은 오니가 튀어나왔습니다. 요즘 네오하고 싸우고 있는 돈 슬라임도 원래는 이치류 안에 있던 악마였죠.

 

니트로들의 설명에 따르면 오히려 이쪽이야 말로 "본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하기야 우주의 근원이 식욕이고, 그 식욕의 덩어리가 이 악마들이니 인간은 그저 이 악마들이 다시 세상에 나타나기 위해 기생하는 존재에 불과합니다. 니트로도 이런 악마들 중에 하나이니 그들 입장에선 인간은 걸치는 옷 같다고 밖에 할 수 없겠죠.

 

이 악마들은 "트롤"이라고도 부르고 이는 니트로들이 원래부터 쓰던 표현입니다. 니트로 본인들도 엄밀히 따지면 여기에 속하죠. 다만 영장류 중에서 유독 인간이 자아가 있고 지혜가 있듯이 트롤들 중에는 니트로를 비롯한 몇몇 종류가 자아를 갖추고 살아온 겁니다. 지금 토리코 일행의 악마들이나 돈슬라임 같은 존재들이 여기에 해당하죠. 이들은 처음부터 자아를 갖춘 존재였고 본래 지금 숙주에 깃든 존재들도 아니었습니다. 몇 억년 전부터 우주를 누비다가 어떤 계기로 지금의 숙주에 들어간 거죠.

 

니트로들 조차도 자신들은 세포의, 식욕의 노예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이들이 활동하는 건 근본적으론 식욕을 채우기 위해서이며 이걸 위해 몇 개의 행성을 돌면서 성계를 플랜트화 시키기도 했죠. 지금은 지구를 "요리"하고 있는데 사실 이런 걸 여러 행성을 돌면서 해왔던 겁니다. 그러던 과정에서 어떤 사고가 생기게 되고, 이것이 전우주적인 위기를 초례합니다. 이건 나중에 또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이렇듯 모든 생명이 식욕을 위해서 봉사하는 존재인 것 같지만 드물게 식욕에 따르지 않고 구르메 세포의 악마에도 의존하지 않는 인물도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치류입니다. 돈 슬라임이 최근화에서 밝혔듯 이치류는 돈슬라임의 힘은 전혀 쓰지 않았으며 자신보다는 남을 배불리 먹이기 위해 노력한 사람입니다. 또 식욕을 추구해서 무한정 식사를 반복하기 보다는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들과 먹는 한 끼의 밥으로 만족을 느끼는 검소한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비록 이치류는 죽었지만 토리코를 비롯한 인간계 요리사들이 그 뜻을 잇고 있죠.

 

그렇게 보면 토리코의 대립 구도는 식욕의 노예가 돼서 오로지 모든 것을 먹어 치우려 드는 존재들과, 식욕에 휘둘리지 않고 나눔과 사랑으로 충족시키려는 존재들의 싸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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