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전 영화 볼 때 울지 않습니다.

[美製]筋肉馬車 0 5240
이해가 안 갑니다. 영화에다가 감정을 이입해서 보는거지, 어째서 눈물을 흘리는건지.

어젯밤에 여친이랑 집에서 영화나 보기로 했는데, 아마존 프라임에서 영화 한 편씩 각자보고 싶은 걸 골라서 같이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전 오리지널 고질라를 고르고 싶었지만, 여친이랑 같이 보기엔 쌈마이한데다가 컬트적이여서 포기했습니다.


여친은 Robot&Frank라는 영화를 골랐고, 저는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 고인 폴워커의 영화였던 Hours를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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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프랭크는, 그 인터넷에서도 유명한 막장 자막으로 유명했던 그거더군요.

영화자체는 치매 때문에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할아버지와 로보트의 우정을 정말 잘 그려냈고, 로봇에 대한 철학적인 주제도 잘 담아낸것 같습니다.

게다가 할아버지가 좋아했던 도서관 사서 할머니가, 사실은 치매때문에 아내를 까먹었다는 설정은, 기억이라는 소재에서 자극적으로 묘사하기 좋았던 설정 같았습니다.

웃기기도 하고, 무엇보다 싸나이와 로보트라는 점에서 매우 재밌었습니다.

저도 로보트하나 가지고 싶네요. 도둑질할때 로보트에게 망토 씌운게 레알 귀요미였습니다.

게다가 배우들 연기가 일품입니다. 특히 치매 때문에 잠시 기억이 혼란스러운 장면들. 로보트에게 "왜 우주 헬멧을 쓰고 있냐?"라고 묻는게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가끔 노인들이 귀엽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를 할 수 가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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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수줍게 같이 파티에 가자고 묻는 이 장면을 보고, 헐. 귀엽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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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딸 역활로 나온,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배우인 리브 타일러는 여전히 핫합니다. 핫핫.  졸라 이쁘긔. 레알 이쁘긔.

근데, 미국영화인데도 미국인인 여친은 흐름을 못 따라 잡더군요. 중반까지 주인공이 치매인걸 못 알아차리더군요. 로보트가 기억장애라는 말까지 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자랑 영화보면 피곤한게, 질문공세입니다. Is he the bad guy? 솔직히 집중 안해도 되는 트랜스포머나, 빵빵 터지는 영화면 상관이 없는데, 좀 집중되서 보는 영화면 조금 짜증나죠. 분노의 질주6 봤었을때가 그랬습니다. 자동차에 집중 좀 하고 싶은데! 으아니! 레티가 누구냐고 묻질않나. 우오오. 그러니깐 여자랑 데이트용으로 영화를 볼 땐 머리를 비우고 볼 수 있는 간단한 영화를 보면 됩니다,

결국 엔딩에선 로봇과 이별이었는데, 여친이 훌쩍거리더군요. 전 귀엽다고 피식 웃어줬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바로 Hours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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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죽음을 의사에게 통보 받으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더군요. 클리셰였지만 연출이 한국의 싸구려드라마의 연출과는 다르게, 폴워커의 연기가 신들려서 정말 깊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폴 워커의 거의 원맨 필름 수준입니다. 뭐, 러닝타임의 90%가 폴 워커 혼자 연기하는 영화, 흡사 라이언 레이놀즈가 연기한 Buried와 비슷한 영화였습니다.

아버지와 딸에 대한 영화입니다.

문 제라면 딸의 목숨이 벼랑끝에 있는, 인큐베이터 속 갓난 미숙아라는거고, 병원은 태풍 때문에 사람들과 의료진들이 다 빠져나갔지만. 인큐베이터가 포터블이 아니라서, 손으로 돌려야하는 자가 발전기에 의존해야하는 설정이, 긴장감을 주죠,

결국 후반으로가면 고립이 길어져서, 영화가 아포칼립스 비슷하게 됩니다.

게다가 정말 미국스러움을 잘 표현했습니다. 구조헬기가 옆 빌딩으로 간다고 헬기를 샷건으로 갈겨버리는, 미국스러운 이기주의까지!

진짜 놀란(폴 워커)가 똥줄 빠지게 고생하는 영화입니다.

3~1 분 간격으로 발전기를 손으로 직접 (나중엔 발과, 적은 힘으로 토크를 더 얻기 위해 익스텐션까지 씁니다) 돌려주면서  2일 동안 잠도 못 자고(진짜 아예 잠을 못 잡니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게다가 아포칼립스 상황이라 약탈자들도 오고... 이래저래 장난이 아니게 빡센 상황이죠. 병원의 아드레날린까지 복용하면서 처절하게 돕니다. 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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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자 둘을 겨우겨우 처리하고, 너무너무 힘들어서 죽은 아내의 환상까지 보다가, 결국 포기하지 않고, 힘이 다할때까지 발전기를 돌라다가 발전기까지 고장나고,

입으로 아기에게 인공호흡으로 숨을 쉬게 해주는 장면에서












내가 그만 눈물을 찔끔 흘려버렸다.




그렇습니다. 저는 여친에게 평생 갈 약점을 잡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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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평소에 "싸나이는 영화 볼때 안 움."이라는 쓰요가리를 치지 않았어야했는데. 자폭해버린겁니다.

그러니깐 허세는 부리지 맙시다, 여러분.

제가 왜 울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실제 배우인 폴 워커가 죽어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배우라는 거였을지도 모르고, 자식을 위한 아빠의 처절한 노력이 극에 달해서였는지도 모르고요.

아무튼 여친이 우쭈쭈거리면서 계속 놀리고, 지 부모님한테도 이야기하면서 빵빵 터지더군요. 아버님 표정이 장난 아니었음.

근데 영화보는 도중의, 여친의 드립이 장맛이었습니다.


"도중에 갑자기 빈 디젤이 나올것 같아."



빵 터져서 웃겼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분노의 질주에서도 갓 아이가 생긴 아빠의 역활을 했었던 폴 워커에다가, 배우도 같고, 게다가 연기톤도 브라이언 오코너 캐릭터와 똑같았습니다. 그래서 진짜 빈 디젤이 차져를 타고 나와도 위화감이 없었을 것 같았죠. 뭔가 육감으로는 느끼고 있었는데, 머리까진 안 올라오다가, 여친이 말하니깐 으엌하면서 폭발했습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재밌는 영화 두편 봤네요. 5월에 고질라 이후로는 우오오오!하는 영화는 못 봤는데, 이 둘은 다른 의미로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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