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 공터에서

솟대 0 4259


 김훈 신작이 나왔다. 흙빛 표지에 말을 그린, '공터에서' 제목이다.


 김훈이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다고 했을 속으로 적잖이 기대를 많이 했다. 5. 16 군사 쿠데타나 유신 독재의 일들 말이다. 그리고 당시는 사회의 일들이 자신의 일이 되기도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시대였다. 김훈이 쓰는 민주화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김훈은 사회를 관찰할 밖에 없는 기자가 직업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는 많이 채우지 못했다. 시대 배경이 강하게 나오는 베트남전 이후였고, 뒤로 근현대사를 파악할만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방법, 작가의 의도에 유추해서 보면 배경이 드러나는 작가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자신의 기억들, 자신의 아버지를 보았던 기억들을 정리하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모든 기억이 시대와 얽혀야 한다는 법은 없다. 글은 기억이 우선이고 시대는 다음이다. 신작과 작가에 대해 가지는 기대를 버린다면 책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소설은 마씨 집안에 대한 이야기다. 아버지 마동수에서 아들 마장세, 마차세로 내려온다.


 여기서 나오는 마씨 집안의 마는 마다. 김훈은 말을 생명력이 가득한 동물로 보는 듯하다. 다른 소설 흑산에서 나오는 '마노리' 역시 말이다. 천한 신분의 마노리는 자신의 생김새와 생명력 때문에 마노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공터에서에 나오는 마씨 집안도 생명력을 이어간다. 하지만 흑산의 마노리와는 달리, 생명력은 말의 힘참이 아닌 기진이 쇠한 나귀의 버팀과 닮았다.


 오히려 비루한 남자들을 지탱하는 여자들인데, 마동수의 아내 이도순과 마차세의 아내 박상희가 그렇다. 마장세를 떠나고 외국 여자도 나오지만, 그럼에도 여기에 나오는 여성들은 남자들보다 삶을 의연하게 받아들인다.


 
굳이 여성의 얘기를 꺼낸 공터에서에 나오는 유아 성기 묘사에 관한 대목이다. 책의 리뷰를 보다보면 부분을 매우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은 부분을 소아성애랑 연결짓기도 한다.


 대체 성적 대상이라는 어떤 의미인가? 가슴과 성기가 묘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성적 대상이라고 말할 있는지 모르겠다. 소설의 누구도 아기의 성기를 가지고 성적 욕망을 품지 않으며, 성기 묘사를 보는 독자 누구도 아이를 향해 음욕을 품지 않는다. 단지 표현 대상의 문제라면, 소설 안에서 나오는 늙은 마동수의 성기에 대한 묘사 역시 노인성애라고 불러야 한다. 하지만 부분에 대해서 누구 하나 입밖에 내지 않는다. 비난을 하는 일부의 비겁한 취사선택이 아닐는지. 최근도 아닌 10년도 작가의 인터뷰를 끄집어내 들이대며 작품을 논하는 매우 잘못된 비평이다. 다른 에세이에 적힌 여자에 대한 , 그리고 여자 화자로 '언니의 폐경' 다루지 않는 건가?


 이건 버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여기엔 남자도 여자도 아이도 포함되었다. 칼의 노래에 나오는 이순신이나 흑산에 나오는 황사영과 같은, 삶을 돌파하기 위해 나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남한산성 같은 이야기로 보아야 한다. 다른 점이라면 집안과 주인공은 김훈 작가와 겹쳤다는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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