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노벨 리뷰) 슈퍼빌런 아카데미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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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에 앞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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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단순히 개인적인 감상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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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알라딘 인터넷 서점


제목: 슈퍼빌런 아카데미 1
지은이: 니켈
일러스트레이터: 헨샤코
출판사: 디앤씨미디어(주) = 시드노벨


스토리

과거에든 현재든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잦은 편입니다. 입고 있는 교복이 불량해보이면 상대방이 불량한 학생이라고 짐작합니다. 얼굴 생김새가 험상궂다면 무서운 사람이라고 지레짐작합니다. 이런 판단이 맞을 때도 있습니다만 늘 진실인 것만은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창작물에서도 이런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때문에 차별받을 뿐 실제로는 좋은 사람인 캐릭터들이 등장하곤 합니다. 슈퍼빌런 아카데미의 주인공, 김처키도 이런 인물입니다.

김처키는 슈퍼히어로를 동경하는 초능력자입니다. 그는 초능력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심지어 위기에 빠진 히어로들을 도와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처키의 초능력을 상당히 강력한 편이라서 작중 설명으로는 지뢰 및 각종 폭약으로 가득 차서 어지간한 전차도 초토화될 곳을 쉽게 초능력으로 제압하고 지나갈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김처키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김처키의 외모입니다. 작중 묘사되는 김처키의 외모는 무섭게 생겼습니다. 일반인이 아닌 “슈퍼빌런 후보”인 여학생들이 김처키의 외모를 보고 “악마가 강림했다!”라면서 비명을 지를 정도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김처키의 초능력입니다. 이 세계관의 초능력자들 중 상당수는 각각 고유의 에너지 글로우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초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작중 서술되는 것으로 보면 에너지 글로우의 형태는 타고난 것이라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김처키의 에너지 글로우는 그 형태가 촉수라는 겁니다. 악마와 같은 얼굴에 징그러운 촉수를 생성시키는 초능력자. 그 모습만 보고 사람들은 김처키,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시크릿 아이덴티티인 사탄맨을 빌런으로 취급합니다.

프롤로그 시점에서 김처키는 사고 현장에서 히어로와 일반인을 구해주다가 빌런으로 몰려서 공격당합니다. 겨우겨우 살아서 도망치나 했지만 알고 보니 히어로들이 그를 추격하기 위해 수를 써놓은 상태였습니다. 이 때문에 김처키는 죽기 직전까지 몰립니다. 하지만 그러던 중 최강의 여성 빌런 블랙 헤카테가 등장해서 김처키를 구조해갑니다. 이에 히어로들은 김처키(사탄맨)가 워낙 거물급 빌런이라 블랙 헤카테가 그를 도와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김처키와 블랙 헤카테, 그리고 그녀의 메이드, 테레사만이 아는 진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김처키는 사실 블랙 헤카테의 아들입니다. 그 때문에 그녀는 김처키를 구조했으며 그에게 슈퍼빌런의 삶을 살 것을 강요합니다. 마침 외모도 딱 빌런 형이라고 하면서 말이죠. 또한 김처키에게 빌런만 된다면 미소녀 하렘은 물론이고 부도 명예도 줄 것이라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김처키는 자신은 슈퍼히어로가 될 것이며 절대 슈퍼빌런이 되지 않을 거리라고 악을 씁니다. 이에 분노한 블랙 헤카테는 김처키가 능력을 쓸 수 없도록 능력을 억제시키는 목걸이를 장착시킨 후 자신이 교장으로 있는 슈퍼빌런 아카데미(작중 여고로 추정됩니다)에 “교환학생”이라는 핑계를 대서 강제로 입학시킵니다. 그리고 슈퍼빌런 아카데미의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건을 겁니다. 만약 김처키를 반하게 한다면 블랙 헤카테의 명예를 걸고 소원을 하나 들어주기로요. 작중 블랙 헤카테는 최강의 여성 빌런이고 세력도 어마어마한 존재로 나옵니다. 이를 DC 코믹스로 생각하면 렉스 루터가 “해당 조건만 들어주면 무엇이든 하겠다.”라고 약속한 거나 다름없죠. 이에 여학생들은 김처키의 정조를 노리게 됩니다.

분명 각양각색의 미소녀들이 대시해옴에도 불구하고 김처키는 빌런이 되기는커녕 슈퍼빌런 아카데미를 탈출할 계획만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슈퍼빌런 아카데미를 탈출해야만 하는 여학생들(디디, 마리화나, 카렌, 골디)를 만나게 됩니다. 이 여학생들의 뒷이야기를 알게 된 김처키는 그녀들과 힘을 합쳐서 탈출 계획을 짜내기 시작합니다.

과연 김처키는 탈출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제 와서 김처키를 블랙 헤카테가 데려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뒷이야기는 직접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슈퍼빌런 아카데미의 단점

개인적으로 저는 슈퍼빌런 아카데미의 표지를 보고 상당히 기대했습니다. 저는 이능력자 학원물과 히어로물을 좋아하고 슈퍼빌런 아카데미는 역시 그런 내용을 담은 작품일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슈퍼빌런 아카데미는 제가 좋아할만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소재는 둘째 치고 몇 가지 단점이 너무 눈에 밝혔거든요. 대체 어떤 단점들이 있었을까요?

첫째로 제가 찾아낸 단점은 주인공, 김처키가 상당히 재미없는 캐릭터였다는 점입니다. 음? 순간 무슨 소리인가 하실 겁니다. 악마 같은 얼굴을 하고 촉수 생성이라는 변태 악당 같은 초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사실 슈퍼히어로를 동경하는 소년이 어떻게 재미없을 수 있을까요? 문제는 김처키가 재미있는 부분은 그게 다라는 점입니다. 그 특성을 그냥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부터 김처키라는 인물은 지나칠 정도로 단순하고 공감하기 힘든 인물이 됩니다.

우선 김처키가 히어로가 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평범한 인간 혹은 평범하고 약한 초능력자가 히어로 워너버라고 하면 독자는 납득합니다. 그것이 자기 분야든 아니든 특별해지고 싶다. 이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이니까요. 하지만 김처키는 다릅니다. 김처키는 초능력자들 중에서도 상당히 상위권에 속하는 강자로 묘사됩니다. 블랙 헤카테를 상대로 조금 밀리긴 하지만 어느 정도 대결이 가능했고(거기다가 김처키는 블랙 헤카테가 어머니라는 이유로 살수는 피했습니다) 본인조차 모르던 특수한 능력을 사용하면 그는 블랙 헤카테조차 압도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그는 블랙 헤카테라는 최고의 백이 있습니다. 즉, 원한다면 언제든지 부와 명예를 누리며 온갖 여자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위치에 앉아있습니다. 애초에 본인이 부탁할 필요도 없이 블랙 헤카테가 그거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니 김처키는 절대 평범한 사람이나 평범한 초능력자도 아닙니다. 그는 무력, 권력, 재력 모든 면에서 강자의 위치에 있는, 원한다면 언제든지 네임드 슈퍼빌런이 될 수 있는 초능력자입니다. 이런 인물이 온갖 멸시를 참아내고 슈퍼히어로가 되겠다고 한다면 거기에 걸맞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배부른 도련님의 투정으로 보이거든요. 문제는 그게 보이질 않습니다. 그가 왜 이렇게 착한가? 그가 왜 히어로가 되고 싶은가? 이에 대한 설명이 상당히 부실합니다. 무언가 “나는 이래서 슈퍼히어로가 될 거야!”라고 말하지만 그것에 딱히 공감이 가지도 않습니다. 본인이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하지만…… 사람들을 선하게 이끌 거면 히어로가 아니라 정치인이나 다른 길도 많을 텐데요? 굳이 이 사람이 히어로가 돼야만 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물론 슈퍼맨도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만 슈퍼맨은 그 존재 자체가 “신”에 필적하는 존재이자 이방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런 신적 존재가 지상을 굽어 살피는데 그러려니 넘어갑니다. 그런데 김처키는 이도 아닙니다. 그는 강하지만 슈퍼맨처럼 신적 존재가 아닙니다. 그저 인간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평범한 인간도 아닙니다. 비범한 인간입니다. 그렇다고 배트맨이나 아이언맨처럼 히어로가 될 계기를 만들어주는 사건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그는 지나치게 어중간하고 모호합니다. 그렇기에 그의 행동은 그냥 “작가가 시켜서 움직이는 인형”으로 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동기가 없이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뿐이에요.

둘째로 제가 찾아낸 문제는 히로인들의 과거사가 밝혀지는 방식과 김처키에게 반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히로인들의 과거는 아래와 같은 형식을 통해 밝혀집니다.

김처키에게 히로인이 유혹을 시도→실패하고 묘한 상황에 처함→김처키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말함→김처키 이에 히로인이 불쌍하다고 느끼고 도와주겠다고 약속→히로인 반함

이 루트입니다.

이 히로인들의 과거를 보여주는 게 아닙니다. 그저 히로인들이 “난 이런 과거가 있었어. 엉엉.”하고 말해줄 뿐이죠. 그리고 김처키는 그 말만 듣고 히로인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또 웃긴 건 히로인들은 그 한마디를 듣고 갑자기 반해버립니다. 그나마 디디 정도가 호감을 억누르지만 그건 이미 자기가 좋아하는 상대가 따로 있다는 착각(디디는 사탄맨과 김처키를 다른 인물로 착각하고 있으며 사탄맨을 사랑합니다) 때문이지 디디 역시 공략 완료입니다. 그 이후 히로인들은 주인공에게 들이대기 위해 별 수작을 다 씁니다. 그리고 똑같은 과정으로 히로인 네 명이 1권 중반에 전부 공략당합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히로인들이 반하는데 설득력이 부족한건 다른 라노베도 비슷하긴 합니다. 문제는 그런 라노베들 중 인기가 있는 건 주인공에게 히로인이 반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 나름 노력을 한다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이능력자 학원물”인 한국 라이트노벨 몬스터 프린세스(토돌 作)의 1권에서 히로인 레베카가 주인공에게 반하는 과정을 풀어보겠습니다.

주인공은 특수한 학교에 오게 됨→김처키와 유사한 조건이 걸림→다른 히로인들이 캐릭터 소개하듯 간단하게 나옴→그러다가 레베카와 퍼스트 콘택트→이후 레베카 본인이 숨기기 싶었던 모습(소꿉장난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됨→레베카는 이를 숨기려고 노력하다가 결국 주인공을 자신이 차지해서 입을 막기로 함→그러다가 둘만 외출할 기회가 생김→이 과정에서 레베카의 뒷사정을 알게 됨(레베카의 부모님은 대공의 음모로 암살당했고 레베카는 변태인 대공과 강제로 결혼하게 될 상황에 처함)→레베카는 대공에게 붙잡히고 주인공은 풀려남→레베카의 처지와 그녀가 했던 소꿉장난의 의미(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알게 된 주인공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레베카를 구출→주인공은 죽기 직전까지 다치고 레베카는 주인공에게 반하게 됨→레베카가 자신의 힘(뱀파이어 프린세스)의 능력으로 주인공을 회복시킴→그 이후 에필로그로 다시 투닥투닥.

이것이 1권의 대략적인 내용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슈퍼빌런 아카데미와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을 보입니다.
1) 다수의 히로인이 등장하긴 하지만 단 하나의 히로인에 초점을 맞춤.
2) 레베카의 과거가 단순히 레베카의 입으로 대충 설명되는 게 아닌 대공과의 만남, 레베카의 행동, 둘이 있게 되는 상황 등으로 자연스럽게 밝혀지며 레베카가 불쌍하다는 주인공의 심리에 공감하게 됨.
3)주인공이 정말 죽을 정도로 노력해서 레베카를 구해내고 이에 레베카가 주인공에게 반하게 됨. 이를 통해 레베카가 주인공에게 반하게 된 것에 설득력을 부여.
토돌 작가는 왜 이런 방식을 택했을까요? 한 번에 다수의 히로인을 다룰 능력이 안돼서? 아니요. 이런 방식이 상당히 안정적이고 독자가 쉽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슈퍼빌런 아카데미는 이런 부분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습니다. 히로인들이 김처키에게 반하는 이유는 이해가 가질 않으며 히로인들의 과거도 설명만 되다보니 딱히 이들이 불행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김처키가 히로인들을 구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 정당성을 잃게 됩니다.

셋째로 히로인들의 행동이 이상합니다. 히로인들이 김처키에게 반하는 것까지 넘어간다고 해도 이들이 하는 행동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솔직히 “일단 벗어나고는 싶지만 급하지는 않은” 김처키와는 달리 이들은 각각 나가야만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가씨들 어째서인지 그리 절박해보이질 않습니다. 탈출 계획에서 주인공이 다른 히로인과 좀 더 붙어 있어야 하는 상황이 나오니 방해를 합니다. 이 탈출 계획이 실패하면 본인들도 위험한 처지인데 그에 대한 경각심은 보이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이들은 협력은커녕 서로 디스하기에 바쁩니다. 제가 작품 내에 들어갈 수 있다면 “당신들 나가야만 하는 거 아니었나요? 그런데 왜 그렇게 뻘짓이나 하고 있죠?”라고 말하면서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싶을 정도입니다. 주인공도 절박하지 않고 히로인들도 절박하다면서 헛짓이나 하고 있으니 탈출 계획이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네. 작품 내 주요 플롯이 인물들의 행동으로 인해 “어찌되든 상관없는 일”로 밖에 보이질 않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된 순간 작품 자체가 별 상관없다고 느껴지게 되는 건 우연이 아니었겠지요.

넷째는 주인공이 탈출 계획을 위한 정보 및 재원을 얻는 과정이 지나치게 작위적입니다. 주인공이 발품을 뛰는 과정은 없습니다. 히로인 네 명을 차례로 저 짧은 과정을 통해 공략하니 히로인이 마침 딱 필요한 정보를 주고 딱 필요한 방법을 할 수 있다고 말할 뿐입니다. 차라리 전 히로인이 “이 히로인에게 물어보면 알지도 모른다.”라는 식으로 힌트를 줬으면 게임 속의 연계 퀘스트처럼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러면 작위적이긴 해도 말은 되었겠죠. 문제는 그것도 아닙니다. 우연히 다음 히로인이 지금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답을 제공해줍니다. 주인공이 노린 것도 전에 공략한 히로인이 힌트를 준 것도 아닙니다. 우연히 이러한 과정이 연결됩니다. 거기에 그 과정은(주인공에게 히로인들이 반하는 과정)은 첫째 문제에서 설명했듯이 영 좋지 않습니다. 이점에 셋째 문제와 이어지니 탈출 계획이 진짜 이 작품의 중심 플롯인지 의구심마저 듭니다.

이렇게 네 개의 단점들이 제가 슈퍼빌런 아카데미를 보면서 느낀 치명적인 단점들입니다.


슈퍼빌런 아카데미의 장점

제가 여태까지 단점들을 늘어놓긴 했지만 그것만이 슈퍼빌런 아카데미의 전부는 아닙니다. 슈퍼빌런 아카데미는 작품으로는 라이트노벨로는 한 가지 강력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바로 “히로인들의 개성이 뚜렷하며 서로가 겹쳐지는 면이 거의 없다”라는 점입니다. 사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점이지만 의외로 상당수 라이트노벨이나 판타지, 무협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내용입니다. 예시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피니트 스트라토스에는 황 링인이라는 히로인이 있습니다. 이 히로인은 인기가 별로입니다. 왜냐고요? 이 히로인이 가진 특성은 로리, 소꿉친구라는 점입니다. 문제는 소꿉친구라는 점은 시노노노 호키가 이미 선점하고 있습니다. 로리라는 점으로는 이미 로리면서 다른 매력을 자랑하는 라우라 보데비히가 후발주자로 들어옵니다. 거기다가 같은 반이라는 이점마저 없어서 등장 자체가 드물어집니다. 이 때문에 황 링인은 주요 특성이 겹치면서 인기 자체가 줄어듭니다.

국내 판무의 경우에는 이런 점이 상당히 심한 편입니다. 몇몇 작품을 보면 분명 여태까지는 개성이 있던 히로인들이 주인공과 접촉을 가진 이후 “아잉 몰라요.” 정도만을 말하는 단순한 단백질 인형이 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일부 장면에서는 대사를 보고 이게 누가 말하는 대사인지 설명이 없으면 판단조차 할 수 없습니다.

슈퍼빌런 아카데미는 적어도 이런 면에서 굉장히 자유롭습니다. 적어도 1권에 등장한 네 히로인은 각각의 특성이 확고하며 대사만 봐도 “아, 이건 누가한 대사로구나.”라는 것을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디디는 누구? 흑발에 얌전한 요조숙녀입니다. 이 때문에 주인공을 처키님이라고 존대하며 마치 사극에 나오는 것 같은 말투를 구사합니다.
마리화나는 누구? 금발에 오만한 재벌 아가씨입니다. 이 때문에 대화를 보고 자기 자신의 대단함을 찬양하는 대사나 주인공을 향해 비하어를 내뱉는 건 마리화나의 대사입니다.
카렌은 누구? 붉은 머리에 색기 넘치는 네코미미 괴도 누님입니다. 주인공을 처키 군이라고 부르면서 유혹하는 것 같은 어투를 쓰고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카렌입니다.
골디는 누구? 트윈테일의 조만장자 아가씨입니다. 올곧은 어린아이를 연상시키는 어투로 말하는 데다가 주인공을 오빠라고 부른다면 이는 골디의 대사입니다.

이를 보고 의문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캐릭터들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거 아닌가?” 대답하자면 맞습니다. 슈퍼빌런 아카데미의 히로인들은 상당히 단순한 편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쥬라기 공원의 등장인물들은 솔직히 지나칠 정도로 단순하지만 작품 자체는 수작으로 취급받죠. 거기다가 라이트노벨은 “캐릭터 소설”입니다. 그만큼 강력한 캐릭터가 중요시되는 작품이며 그렇기에 단순하더라도 확고한 캐릭터가 있는 것이 복잡할 지라도 제대로 된 캐릭터가 없는 것보다 훨씬 잘만든 작품입니다. 이런 면에서 슈퍼빌런 아카데미는 라이트 노벨로서 중요한 미덕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결론

결론부터 말하자면 슈퍼빌런 아카데미는 제 기준으로 상당히 문제가 많은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심심하고 히로인들이 주인공에게 반하게 되는 내용은 지나치게 단순하며 히로인들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 않고 이야기의 전개는 지나치게 작위적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라이트노벨로서 가장 중요한 하나만큼은 무엇보다 잘 지키고 있는 작품입니다. 저로서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번 관심이 있으시다면 읽어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겁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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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김철수  
초반부가 위험한 상견례2 같은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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