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수와 커피의 기묘한 만남. Coffee Pop 리뷰

참고로 원문은 커피 앞에 자판기란 말이 붙어있던 가 같지만 상관없어!

 이말년 작가는 자신의 작품인 이말년 시리즈 <본격커피만화-전설의 커피마스터>란 작품에서 말하였다. 70~80년대 경재개발 부흥기에 한국인들은 커피를 수없이 들이켰다고. 그 덕분인가, 지금 한국은 거리를 조금만 싸돌아다녀 봐도 알겠지만 꼭 어딘가에는 카페베네나 엔젤리너스 커피, 스타벅스 같은 커피가게가 꼭 있고 심지어는 시골 깡촌의 노인정과 마을회관에도 커피 자판기가 있을 지경이다. 마치 건담 시리즈에서 나오는 모노아이 기체의 출연 빈도만큼.

요즘 다방이 하도 흔하다 보니 잊혀지지 않는 사람을 다방같은 여자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듯 현대 한국인들에게 커피는 매우 인기있는 기호식품이자 각성제이자 음료로 삶 속에 자리하고 있다. 여기서 커피를 평생 한 잔이라도 안 마신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타임슬립해서 현대로 온 고대인이거나 커피 마시면 쇼크먹고 죽는 특이체질을 가진 사람 뿐일거다.

학교에서 경제를 공부하던 학생들은 이 분들을 보고 "이 놈들을 죽입시다. 이 놈들은 나의 원수야." 하고 이를 갈았으리라. 물론 우등생들은 아닐수도 있다.

각설하고 고등학교 사회 혹은 경제시간에 졸지 않은 사람이라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쯤은 들어 봤을 것이니 이를 빗대 설명하자면 지금 한국은 커피 수요가 엄청나 자연히 커피 상품의 공급도 활발하다. 바야흐로 21세기 이제 소비자들은 색다른 것을 원하기 시작했고 이는 커피도 마찬가지였다.

편의점에 진열된 Coffee Pop.

그래서인가? 탄산음료와 커피를 접목시킨 해괴한 음료가 나왔다. 이름은 Coffee pop, 가격은 1300원. 작명센스부터가 남다르다. 외국에서는 사이다를 soda pop이라 부른다는 건 꼬꼬마들도 다 알테니 넘어가고 이름에서부터 나 탄산음료입니다 하고 드러내고 있다. 아예 편의점 진열대에 붙은 광고에서 확인사살도 해주고 있으니. 캔의 디자인은 뭐랄까 아방가르드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현대적이고 독특하다. 너 합격!

일단 크기는 레쓰비보다는 크다. 1300원짜리가 이것보다 작으면 불곰처럼 양심이 없는거지만.

이 해괴한 음료의 원산지는 말레이시아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국가로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다가 독립한 이슬람 국가이다. 그래서인지 이런 아이디어가 나오나 보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대개 술이 금지되어 커피 문화가 발달해 있고, 영국인들의 미각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더불어 인도인과 중국인들도 많은 동네기도 하다. 이러한 시너지 효과는 어떨지 맛보기 전인데도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난 여기서 빠져나가야겠어.

성분들.

일단 들어있는 성분은 정제수, 탄산가스, 설탕, 카라멜색소, 합성착향료, 구연산, 합성보존료, 카페인 등인거로 볼 때 최소한 에퍼쳐 사이언스에서 제공하는 케이크나 디씨의 와갤러 셰프들의 음식과는 달리 최소한 먹을 수 있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것들이 합쳐지면 어떤 물질이 연성될지는 모르겠다만. 용량은 330mm로 가끔 볼 수 있는 뚱뚱한 콜라캔 크기 수준으로 드럽게 양이 많다.

일단 존나 카와이하게 잔에 따라 봤다. 색은 잘 담근 간장처럼 검은색에 가까운 갈색인게 마치 콜라를 연상캐 한다. 샴페인이나 사이다처럼 처음 따면 부왘하고 탄산이 넘쳐흐르지 않는 점은 아주 좋소! 콜라병에 담아놓으면 아마 따서 마시기 전까지는 이게 콜라인지 커피인지 독인지 알지 못하리라. 커피처럼 흐리고 진한 갈색이 아니라 커피라고 생각하기 힘든 외모다. 누구냐 넌.

아아, 앞에 잡소리를 너무 길게 한 것을 필자는 알고 있다. 이제 필자는 마치 731부대의 이시이 시로의 앞에 선 마루타가 된 기분으로 비장하게 이 괴물질을 들이킨다. 먼저 탄산의 톡톡 튀는 맛이 느껴진다. 막 딴 사이다나 콜라처럼 따가울 정도의 튀는 맛이 아닌 약 2~3분정도 따라놓은 뒤 마시는 그 맛이다. 즉 탄산이 적절하게 배분되어 있어 입에 머금어 목에 넘기기 편하다는 점이다. 야 목넘김이 기분좋다.

이 탄산의 톡톡 튐과 함께 혀를 공격하는 것은 커피향이다. 커피맛이 절대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평소에 마시는 커피의 맛이 아니다. 마치 레쓰비에서 프림과 우유 성분을 빼고 설탕물이나 콜라로 대체해서 탄 느낌, 커피맛 사탕을 용해시켜 놓은 물을 마시는 느낌 바로 이것이다. 평소에 레쓰비로, 가끔은 스타벅스 버블샷이나 T.O.P 아메리카노 캔커피를 마시는 나의 맛간 미각은 마치 미사카 마코토의 레일건을 쳐맞은 듯한 충격에 휩싸인다. 아니 이게 1300원이나 하는 커피의 맛인가 하고. 이건 커피가 아닌 커피향이 느껴지는 콜라다.

마지막으로 오는 맛은 카페인 특유의 씁쓸한 맛이다. 콜라나 커피처럼 깔끔하게 오는 것이 아닌 마치 둘리를 집에서 키우니까 도우너 또치 등이 따라 들어오는 것을 보는 고길동의 느낌, 함선이 워프를 하는데 그 함선에 카오스 데몬과 타이나리드가 붙어오는 걸 본 인류제국의 가드맨들의 심정이 딱 맞으리라. 차라리 커피맛 사탕을 물에 풀어 마시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끝까지 커피향의 단 맛만 나니까. 아니면 문선명의 멘쥬스가 타졌다는 루머가 도는 맥콜에 순결사탕을 곁들여 마시던가.

본인이 이 음료를 마신 느낌을 비유하자면 중국 칭하이성 깊고 갚은 산속 절의 스님이 아이팟을 켜서 반야심경을 프리스타일 랩으로 낭송하는 것을 보는 느낌, 아프리카 적도기니의 성당 신부님이 강론에서 마치 성령을 야구선수 이종범으로 비유해 보통 인간은 볼 수 없는 존재라 설명하는 느낌,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모스크에서 양복을 입은 금발벽안의 백인 이맘이 메카를 향하여 절하는 풍경을 보는 느낌,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에서 통일교 소속 리틀엔젤스가 JMS의 보컬에 맞춰 데스 메탈 라이브를 한 뒤 삼육두유를 마시는 걸 본 느낌 이정도 되시겠다. 물론 필자는 이 종교들에 대한 원한이나 억하심정은 없다는 것을 알아두길 바란다.

이렇게만 말하면 마치 이 음료는 잠에서 깨어난 크툴루가 현세로 강립한 상황을 재현한 맛 같아 보이지만 의외로 마실만은 하다. 단 이 음료가 가격이 1300원이고 커피 음료라는 사실을 모르고 마신다면 말이다. 맛이 이렇게 된 원인은 아마도 들어간 커피를 레쓰비급의 저렴한 것으로 써서일수도 있겠고, 아주 단 맛을 즐기는 열대지방 사람들의 입맛을 고려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단 맛에 사족을 못 쓰는 사람들이나 가끔 색다른 맛을 원하는 사람들, 커피맛 사탕을 물에 녹여 먹는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상태

한줄요약 : 이 음료 짱이다. 꼭 마셔라, 두번 마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