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514화 리뷰. 왕전은 왜?
왕전이 이상한 짓을 시작한 514화
http://ntx.wiki/wiki/%ED%82%B9%EB%8D%A4/514%ED%99%94
요즘 한창 리액션 담당으로 굳혀져 가고 있는 하료초입니다. 이번 에피에선 총사령관 왕전이 상식을 파괴하는 작전을 펼쳐서 내내 리액션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화의 왕전은 왠지 업 공략이 한시라도 급한 마당에 쓸데없이 소도시에 일일히 들러서 함락시키고, 식량만 다 털어먹은 다음에 백성들은 무사히 방생(?)하는 묘한 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당연히 장수들은 이게 뭐하는 짓거리냐고 수군거리고 있죠. 특히 군사인 하료초는 "우책의 극치"라며 그야말로 극딜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 묘사 자체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는 내용입니다. 실제 정사에는 왕전이 업을 치러 가면서 근처 소도기 9곳을 따냈다는 서술이 있습니다. 물론 정사는 간략하게 그러한 사실만을 기록하므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작전이었는지는 묘사되어 있지 않습니다.
킹덤에서는 이게 왕전이 그리는 큰그림이며 나아가서는 이목이 펼치고 있는 왕도권의 수비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계략으로 나옵니다.
그건 그런데... 이게 정확히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일단 장수들은 성 자체보다 그가 놓아준 백성들이 진짜 노림수라고 합니다. 왕전이 갑자기 자선이라도 베풀어서 여론전이라고 하려는 걸까요? 그건 아니겠죠.
지금 추측해 보면 크게 세 가지 가능성이 나옵니다.
1. 적의 식량을 고갈시키자.
왕전은 모든 식량을 빼앗고 그 성의 백성들은 "근처의 성"으로 가라며 놓아줍니다. 그런데 작중에서도 지적되지만 이런 소도시를 털어서 나온 식량은 보잘것이 없습니다. 20만 대군이 연명하려면 얼마 가지 못하는 수준이죠. 그럼 왕전은 왜 하필 식량을 뺏어서 내쫓은 걸까요? 발상을 바꿔봅시다.
왕전이 노린건 아군의 식량을 늘리는게 아니라 적의, 정확히는 업 성의 식량을 고갈시키는 겁니다. 살려서 돌려보낸 백성들이 결국 어딜갈까요? 이미 왕전은 오다성 이후에 다른 소도시들도 공격하러 갔습니다. 이미 식량을 털린 성에 가봐야 백성들은 먹을게 없으니, 결국 업성으로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작중에는 무장해제한 조군 병사들까지 행렬에 넣었다는 묘사가 굳이 나옵니다. 이 점은 한 명이라도 더 먹는 입을 늘려서 최종적으로 업성에 엄청나게 많은 식량을 소비시키려는 계책일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 해석에는 약간의 무리수가 끼어듭니다. "시간"이죠. 다시 말하지만 시간이 아쉬운 쪽은 진군입니다. 설사 주변 소도시의 모든 인구를 업성으로 보낸다 한들 하루 아침에 모든 식량이 거덜나는 일은 일어나지 어려울 겁니다. 게다가 최악의 경우 성주가 전투병력을 우선 병량을 할당하고 나머지 인구는 굶기는 선택도 가능하겠죠. 이렇게 되면 어차피 진군도 병량은 부족한 판이니, 버티는 싸움으로 가면 진군이 100% 위태롭습니다. 고로 이것만 노릴 거 같진 않군요.
2. 백성들로 조군의 진로를 막자.
백성들은 발이 느립니다. 특히 그 중에는 여자와 아이, 노인들이 섞여 있습니다. 왕전은 선심 쓰듯이 다른 성으로 가라고 놓아주었지만, 사실 그건 꽤 가혹한 처사입니다. 하루아침에 집에서 쫓겨나 익숙지 않은 길을 가게 된다면, 그것도 저정도 인원이 양식도 없이 가게 된다면 속도는 더디고 그 과정에서 많은 부상자들이 속출할 겁니다. 게다가 소도시라고 해도 인구는 상당히 되니 행렬 자체도 굉장히 길 겁니다. 게다가 장소는 진군이 휘젓고 다니는 전쟁터 한 복판이죠.
이 백성들이 행군하는 진로 자체가 다른 군대의 접근을 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오다성 하나지만 왕전이 역사대로 아홉개 가량의 성을 함락시켜서 그 인구를 전부 전장 한 가운데로 밀어넣는다면? 움직이는 커다란 장애물이 생기는 셈이죠. 왕전은 이들의 이동경로를 고려하면서 움직인다면 적과 자군 사이에 항상 조나라 백성들이 끼어있게 만들 수도 있겠죠.
이것만 들으면 그럴듯 하지만, 이 해석 역시 비효율적이라는 약점이 있습니다. 단지 적과 아군 사이에 장애물을 만들기 위해서 이렇게 할 필요까지는 없을 겁니다. 단지 그걸 원한다면 빠르게 업성까지 가서 참호라도 파는게 나을지도 모르죠. 목책을 새우던가요. 결국 저렇게 해봐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진군의 병량은 동이 나고, 느긋하게 접근한 조군에게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3. 백성들 사이에 섞여서 업성으로 진입하자.
현재로서는 가장 설득력이 있는 추측이 되겠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스파이를 섞어 보내는 겁니다. 백성들이 조군 병사가 무장해제해서 합류해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사실 아니라는 거죠. 실제로는 무장해제된 조군인 척하는 "진군 병사"가 섞여 있다는 겁니다. 이들이 난민 속에 위장한 채로 업성까지 흘러들어간 다음, 내부에서 성문을 열고 진군을 맞아들인다면 이목이 아무리 열심히 달려와도 시간에 맞추기 어려울 겁니다.
다만 이 설도 조금 문제점은 있습니다. 의외로 간단한 문제입니다. 과연 적합한 스파이가 있겠냐는 거죠.
이때는 아직 중화가 통일되기 전이며 각 나라마다 문화와 지식이 공유되지 않습니다. 사전에 왕전이 스파이를 심을 걸 전제로 전쟁을 시작한게 아니니, 과연 조군 진영에 들어가서 의심을 사지 않고, 성문을 열 수 있을 정도로 보안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인재를 데리고 있을까요? 전쟁 중이니 평소보다 심한 경계를 받을 거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면 처형될 겁니다. 게다가 성문을 열려면 엄중한 감시를 뚫어야 하니, 무슨 메갈기어 분위기군요.
이렇게 세 가지가 팬덤에서 가장 널리 논의되는 가설들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이 세가지가 다 절충된 형태로 묘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번의 경우 하루아침에 군량을 동 낼수는 없어도, 적어도 진군에 비해 병량이 우위라는 확신은 더이상 가질 수 없게 되겠죠. 게다가 식량문제를 놓고 조군 내에서 일시적인 소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2의 경우도 백성들의 이동경로와 왕전의 배치에 따라서는, 다가오는 조군들이 합류하지 못하고 각개격파하는 진형이 될 수도 있습니다. 3은 물론 1과 같은 상황에서 소요가 일어나고, 그 틈을 타서 성문을 여는 시설에 접근한다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세 가지 요소들이 각각 종합적으로 작용해서 조군의 발을 묶고 업성을 함락시킨다, 이렇게 추측하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