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무라의 유럽여행기] (07) 베르사유 궁전, 그리고 독일로 가는 머나먼 길 下
이제 베르사유 궁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인 거울의 방에 도착했습니다. 흐린 날씨인데도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데 만약 푸른 하늘과 붉은 태양이 비치는 맑은 날이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도 안 되는군요. 여기는 무도회장으로도 사용되었고, 각종 행사장소가 되기도 했죠. 대표적으로는 빌헬름 2세가 여기서 독일 제 2제국 수립을 선포하기도 했고 1차대전 후 베르사유 조약이 체결되기도 했죠. 그 후로도 프랑스 대통령이 귀빈을 맞이하는 접견실로도 쓰입니다.
거울의 방은 길이만 75미터, 폭은 10미터, 높이가 13미터입니다. 당시 유리와 거울이 대량생산이 안 되서 귀한 취급을 받을 시절에 이 방에 도배한 건 마치 학교 복도 바닥을 금으로 만든 타일로 도배하는 것 이상의 사치였다고 하죠.
왕비의 처소입니다. 당시 프랑스 왕실은 왕비가 출산하는 순간도 완전 공개했다고 하네요. 이 침대에서 루이 14게 이후의 프랑스 왕들과 왕자, 공주들이 처음 세상을 밟았죠.
이제는 황금을 너무 봐서 황금이 그냥 구리처럼 보이는군요...
이제 궁전을 나갑니다.
궁전에 나가고 난 뒤에는 정원을 둘러보려는 거죠. 여기서 팁 하나 드리자면 만약 궁전에 사람이 엄청 많다면 이 정원을 먼저 본 뒤 궁궐을 봐도 된다는 겁니다. 제가 갔을 때는 비수기+테러가 겹쳐 사람이 엄청 적은 편이었죠. 아니 이게 사람이 적냐 할 지 모르겠는데 성수기에는 줄이 수백미터씩 늘어지기도 한다네요.
보통 안이 화려하면 겉이 영 아니고, 겉이 화려하면 안이 수수한 경우가 많은데 베르사유 궁전은 안이나 밖이나 화려하긴 마찬가지네요. 이 궁전을 보면 사람들이 기죽을 만 합니다.
정원으로 나가봅니다.
베르사유 궁전 정원은 매우 넓습니다. 그래서 돈을 아끼고 싶다거나 어지간히 다리가 튼튼하지 않다면 걷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이 기차(?)의 탈을 쓴 버스를 타는 게 낫습니다. 어른과 학생 각각 7.5, 5.5유로. 정원과 대운하, 그랑 트리아농와 프티 트리아농을 전부 지나가죠.
다음에는 그랑 트리아농과 프티 트리아농 모두 둘러보고 싶네요. 저는 궁전만 들어갈 수 있어서 말이죠.
베르사유 궁전 주변의 물가는 좀 비쌉니다. 관광지라서 바가지를 씌우는 거죠. 그래서 저는 미리 빵을 챙겨 왔습니다. 그걸 먹으면서 다시 베르사유 역으로 돌아갑니다.
날씨가 참 변덕스러운게 제가 나갈 때가 되니까 슬슬 날씨가 맑아지더군요.
특이하게 생긴 차네요.
다시 돌아왔습니다.
오스테를리츠 역에서 다시 갈아타서 크리메 역으로 돌아왔죠. 예약한 열차 시간이 엄청 남았기에 크리메역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크리메역 주변에는 차이나타운이 있더군요. 물론 런던에서 본 것처럼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중국 가게가 많은 수준?
국화차인데 설탕이 엄청 들어갔더군요. 그런데 설탕 넣어도 향은 안 죽는 걸 보니 확실히 국화는 향이 강해요.
중국 식료품점에는 한국 것들도 파네요..
그런데 어째 한국보다 더 싼 거 같나면 기분탓이겠죠?
그 외에도 대형 슈펴마켓도 하나 있기에 둘러봤습니다.
이렇게 둘러보고 짐도 싸고 하니 시간이 벌써 저녁입니다. 이제 독일 뮌헨으로 가는 험난한 길이 막에 올랐습니다. 나의 부주의+직원의 무능함으로 파리-만하임-뮌헨으로 갈 수 있는 길을 파리-스트라스부르-오펜부르크-카를스루예-뮌헨 이렇게 꼬였죠.
일단 파리 동역에서 스트라스부르로 가는 TGV를 탑승.
TGV는 한국의 KTX와 비슷한데 좌석마다 220V 콘센트가 있는 게 감동. 우리나라는 이런 거 안 하나.
그리고 중간에 정차역 없이 바로 스트라스부르까지 달립니다.
저는 2층에 탔죠. 그런데 밤이라서 창 밖 풍경이 안 보이니 소용이 없지만 말입니다.
스트라스부르역에 도착. 만약 여유가 있었다면 하루 날잡아 스트라스부르도 보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없어요. 바로 오페부르크로. 처음에 플렛폼 25번이 어디야 하면서 헤맸는데 제가 탄 TGV 플렛폼 바로 뒤에 있더군요.
스트라스부르는 독일로 가는 열차가 엄청 많더군요. 사람들은 마치 옆동네 가는 그런 감각으로 타고 내리고요.
그런데 어째 기차가 너무 쁘띠한 거 아닌가... 이게 다에요.
오펜부르크 도착. 제가 알기로는 오펜부르크는 독일에서 그냥 소도시라고 알고 있는데, 그거와 다르게 기차역은 크기가 좀 되더군요. 마치 김천역처럼. 그런데 카를스루예까지 가는 기차 찾는데 고생했습니다. 분명히 독일철도청에는 여기서 타라고 되 있는데 전광판에 온 기차 행선지는 엉뚱하더군요. 철도공무원에게 물어보니 이거 중간에 철도 칸이 분리되서 운행되서 그렇다면서 그 열차가 맞다고 하네요. 그래서 일단 타긴 했죠.
우리나라로 치면 무궁화호급이라고 하는데, 좌석배치나 그런 게 전혀 색다르네요.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호그스미드까지 가는 기차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카를스루예역 도착. 이제 두시간동안 여기에서 기다려야 하죠.
카를스루예역은 상당히 규모가 컸습니다. 그런데 밤이라서 문 연 곳이 하나도 없어요. 게다가 기다리는데 집시 두명이 와서 당신 화장실 어디인지 모르지 내가 가르쳐줄께 이러면서 데려가려 하더군요. 이유는 뻔하죠. 소매치기입니다. 바로 도망쳐 맥도날드로 들어갔죠. 그나마 다행인 건 역에 경찰들이 순찰을 돌아서 그 이후로 그런 놈을 못 봤다는 점.
경찰들입니다. 그런데 테러 사건 때문인지 두명 중 한명은 총을 들고 있었어요.
두시간동안 여기서 노숙하려니 춥더라고요. 마지막은 은행 ATM기 앞에서 기다렸죠. 거기는 난방이 되서요.
두시간만에 ICE가 왔군요.
ICE 좌석은 2등석도 엄청 편하네요. 그리고 좌석 아래에는 콘센트가 있어서 폰 충전도 할 수 있었어요.
한밤중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텅텅 비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좌석 두개를 독차지하고 누워 자는 사람도 있더군요.
드디어 뮌헨에 도착. 얼마나 멀고 험한 길이던가..
이걸로 험난한 프랑스에서 독일까지의 여정은 끝났습니다. 뮌헨은 대도시라 그런지 새벽인데도 역이 붐빕니다. Ich bin ein Munchener!
[이 게시물은 함장님에 의해 2015-05-03 23:24:16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