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무라의 유럽여행기] (06) 쏜살같이 지나간 파리에서의 하루 上
가는 법으 RER C선의 Musee d'Orsey역이나 메트로 12호선의 Solferino역에서 내린 뒤 조금 걸으면 됩니다. 안내판과 약간의 질문만으로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오르세 미술관에 간다면 앵글리의 샘, 말레의 만종과 이삽줍기,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드가의 무용수업, 모네의 루앙 대성당과 수련, 고흐의 오베르 교회, 세잔의 카드놀이하는 사람들, 고갱의 타히티 여인, 쇠라의 서커스 정도는 보고 와 줘야 하죠. 아마 학교 미술 교과서를 버리지 않고 한 번이라도 훑어봤다면 알 만한 그런 명작들을 가지고 있죠. 효율적으로 볼려면 먼저 0층의 사실주의 화가들을 보고 5층의 인상파 화가를 본 뒤 2층의 후기 인상파 화가를 보면 됩니다.
입장료는 성인 11유로, 학생 8.5유로고 매달 첫째 일요일은 무료 입장이 됩니다. 파리 뮤지엄 패스를 사서 그냥 줄 안서고 들어가는 게 현명해요.
이 박물관 다음에는 메트로 13호선을 타고 Varenne역에 내려 앵발리드 군사박물관과 로댕미술관도 보러 갈 생각이었습니다.
앵발리드는 성인과 학생 순으로 9.5, 7.5유로, 로댕은 9, 7유로고 정원만 보는 것은 1유로죠.
그 두 곳은 RER C선의 Invalides역에서 내려도 걸어갈 만한 거리에요. 특히 거기에 내리면 알렉상드르 3세 다리도 구경할 수 있죠.
그런데 제가 간 날은 월요일, 문을 닫었더군요. 게다가 월요일에는 근처의 앵발리드 군사박물관, 로댕 미술관도 문을 닫는다는군요. 별 수 없군요.
그냥 겉만 잔뜩 보고 말았군요. 별 수 있나. 그러면 Invalides역으로 가야겠군요.
RER C선을 타고 바로 도착했습니다. 프랑스는 전철을 파리에 운행하는 메트로와 파리와 그 근교를 돌아다니는 RER로 나눠 놨습니다. RER은 특이하게 그 열차가 2층이나 됩니다.
앵발리드 역을 내려서 보이는 이 건물이 앵발리드 군사 박물관이죠. 하지만 문 닫았으니 그냥 패스.
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앵발리드역에서 조금만 걸어도 바로 보이네요.
1893년 러불동맹 체결 기념을 위해 당시 러시아 차르 알렉상드르 3세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이 다리는 다리에 장식된 조각과 세느강이 흐르는 모습이 아름답죠.
가는길에 찍은 먹거리. 이 검은 건 양귀비 씨앗인데, 편견과 달리 마약 성분이 없고 특유의 바삭함으로 인기가 많은 식재료더군요. 서양 요리에 잘 쓰여서 모르는 사이에도 입에 들어가 소화되고 있을 수도 있죠. 일본에서도 이 씨앗으로 양념을 만들기도 하죠.
앵발리드 다음에 간 곳으 사크레 쾨르 사원이 있는 몽마르뜨르 언덕이죠. 메트로 2호선의 Anver역이나 12호선의 Abbesses역애서 내리면 됩니다. 저는 안베르 역에 내렸죠. 이 녹색의 표지판 또한 지하철 역을 나타내는데, 100년 전의 사진에도 쓰이던 오래된 디자인이죠.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올라가는 골목. 먹거리 가게와 기념품 가게가 즐비합니다.
골목을 한 10분 정도 올라갑니다. 오르막길이지만 완만해서 겨울에는 힘들지는 않더군요. 드디어 사크레 쾨르 사원이 보이네요.
이 대성당은 보불전쟁 패배 이후 상처입은 프랑스인을 위로하고 치유하고자 만들어진 성당입니다. 그러다보니 짓는 데 40년이 걸렸죠. 가 보면 정말 프랑스가 국력을 쏟아서 만들었다는 티가 나는게, 위치부터가 파리가 내려다보이는 몽마르뜨르 언덕, 규모도 크면서도 정교하고 화려한 건물 등...
그러나 여기와 몽마르트르 언덕의 아름다움에 취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잡상인들인데 이 놈들은 지나가는 사람, 특히나 동양인과 여자들에게 다짜고짜 팔을 잡은 뒤 끈 같은 걸 묶어 준 뒤 돈 내라고 하는 악질들입니다. 저도 두번 정도 손이 잡혔습니다. 대개 이 사람들은 흑인들이라서 멀리서도 눈에 띄는데 일단 피하거나, 피할 수 없다면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가와 손을 잡으면 나 물건 안 산다고 강력하게 말해야 합니다. 예의 따지고 머뭇거리면 당하니 다가오거나 손 잡자마자 농이라고 외치거나 아니면 꺼져라고 말하세요.
하여간 저런 놈들을 피하면서 계속 올라갑니다.
위에서 사람 사진 찍는 거 보이시죠. 제가 간 이유도 거기에 있죠.
사크레 쾨르 사원 앞에서 보는 파리 풍경은 정말 아름답거든요. 날씨만 맑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하느님이 원치 않으시는 거 같으니 별 수 없죠.
아, 그리고 또 조심해야 하는 놈들이 있는데 바로 소매치기입니다. 수법은 일단 사람 앞에 나타나서 뭔가를 서명하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면서 서명하느라 정신 팔린 사이에 물건을 훔쳐가죠. 그 외에도 물이나 캐펍 같은 걸 뿌린 뒤 닦는 척 한다거나 여자 여럿이서 둘러싸는 등의 수법이 있습니다. 다행히도 이 놈들은 가는 사람을 붙잡거나 하지 않으니 무시하고 지나치면 됩니다. 지갑 단속 잘 하고 말이죠.
파리 자랑할 게 에팰 탑밖에 없는지 이런 길거리 장사꾼들 파는 건 다 비슷비슷합니다.
사크레 쾨르 사원은 당시 번영하던 프랑스 식민제국의 부와 권세를 잘 보여주는 거 같습니다. 막상 보면 사진과 달리 그 규모가 상당하거든요. 곳곳에 세겨진 조각과 동상들은 물론이고.
내부는 너무 어둡고 미사 중이라 사진을 많이 못 건지겠군요. 일단 느낌은 웅장하고 경건합니다. 그리고 미사는 언어만 다르지 하는 방법 자체는 똑같습니다. 갑자기 나를 여기 미사보는 신도에 끼워넣어도 버벅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미사 볼 수 있을 거 같더라고요. 노래같은 거야 뭐 립싱크하고...
앞에는 거지가 지쳐서 잠들었네요.. 동냥은 못 하겠고 그래서 대신 기도나 해 주고 왔습니다.
몽마르뜨르 언덕입니다. 규모는 별 거 없고 거리 곳곳에는 무명 화가들이 싸게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습니다.
점심. 그런데 몽마르뜨르 언덕은 그 아래 골목보다 더 비싸더군요. 3.5유로 하는 이 센드위치 여기는 5유로나 받으니. 카페라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카페지만 커피 대신 2유로짜리 스프라이트를 마셨죠.
뭐, 테르트르 광장과 카페도 도 봤으니 내려가야겠어요.
초콜렛으로 성당을. 그런데 여기는 수제라서 그런지 가격이 엄청 세더군요. 조그만 초콜릿 조각도 기본 1유로니...
다음으로 간 곳은 마들렌 성당입니다. 메트로 8, 12, 14호선 Madeleine역에서 내리면 바로 보입니다.
유럽은 특이하게 거지들 중에서도 이렇게 애완동물 기르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프랑스는 이렇게 대놓고 광고를 하네요.
마들렌 성당은 파르테논 신전같이 생겼죠. 기둥에 조각된 19세기 조각이 볼거리입니다. 이걸 다 보고 나니 오후 1시. 내일은 베르사유 갔다가 바로 독일로 가야 하는데다가 짐도 싸고 그러려면 시간 여유가 많이 남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시간도 남았겠다, 내일 파리에서 볼 것도 다 당겨서 보기로 했죠. 그래서 먼저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갔습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메트로 4호선 Cite역으로 가면 되죠.
1345년에 완공된 이 성당은 고딕 양식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웅장한 성당이죠. 제가 보고 온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원작자 빅토르 위고는 이 곳을 무대로 노트르담의 꼽추를 쓰기도 했죠.
여기 역시 설문조사를 빙자한 소매치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정교한 조각이 한가득..
입장은 무료에요. 다만 탑은 성인과 학생 각각 8.5, 5.5유로죠.
사진은 플래시만 안 터트리면 되요. 문제는 플레시 안 터트리니 사진이 엉망이 된다는 거지만.
건질 만한 게 이거 뿐이군요. 스테인드 글라스와 웅장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내부가 볼거리인데.
다음에는 생 쉴피스 성당으로 갑니다. 메트로 4호선 St.Sulpice역에서 내려서 3분을 걷습니다.
이런 오래된 차도 달리다니..
6세기 경 교구 내의 농민을 위해 세운 이 성당은 6,558개의 파이프가 들어간 파이프오르간과 들라크루아의 악마를 무찌르는 대천사 미카엘로 유명하죠. 그 성화는 사진을 찍고 나니 흔들려서 뺐다는 게 아쉽지만, 그거 하나 보기 위해서 올 가치는 있는 명작이었습니다.
그 다음 생 제르멩 데 프레 성당으로 걸어갑니다. 제 기억에는 한 20분 걸으니 나오더군요. 메트로로는 4호선 St.Germain des Pres역에서 내리면 바로 보여요.
14세기의 조각인 평안의 성모상, 18세기 쿠스투의 성 프란체스코 그라지에상이 유명하죠. 그리고 그 성당 옆에는 피카소와 헤밍웨이, 샤르트르 등이 단골로 찾던 레 두 마고 카페도 있죠. 이제 마지막으로 팡테옹으로 가죠..
Holy shit. 지하철에 이런 걸 광고로 걸어놓다니... 팡테옹은 메트로 10호선 Cardinal-Lemoine역으로 가서 좀 걸으면 나와요.
굽이굽이 펼쳐진 길을 좀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길이 오르막이네요. 겨울이라서 낫지 여름에는 땀나고 더워 힘들 거 같은 길입니다.
드디어 팡테옹이 보이는데 목깁스를 했군요. 내 지금 보수공사 중이더군요.
주변에는 이 성당이 보이는데, 길 찾을 때 이 성당의 뾰족탑을 기준으로 삼으면 찾기가 쉬울겁니다.
팡테옹 앞에는 광장이 있습니다.
위에 세겨진 명문은 "조국은 위대한 분들에게 사의를 표한다."라는 뜻이라네요.
원래 여기는 루이 15세 시절 성당으로 지어지기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프랑스의 위인들을 모신 묘지가 되었죠.
그래서 내부에는 성경의 일화를 묘사한 성화나 조각들이 다른 조각들과 함께 있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면 묘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