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2016 K리그 3라운드

양양 5 9021

*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좌측이 홈팀입니다.

** 소개순서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부여한 경기번호의 오름차순입니다.

*** 3라운드부터는 수원 삼성은 삼성, 수원 FC는 수원이라 부르겠습니다.

3라운드는 그야말로 혈전이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치열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의 연속이었습니다. 이제 슬슬 팀들이 시즌에 적응하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각 팀들이 감독이 원하는 전략과 전술에 선수들이 부응하기 시작하기 때문이지요.

이번주의 경기 컨셉은 "1승을 위하여"가 아닐까 합니다.

 

1. 삼성(2) vs 상주(1)

삼성은 그 명성에 무색하게 승리가 없던 팀이었습니다. 작년 2위팀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초라한 1무 1패라는 사실이 뼈아픈 상태였지요. 그러나 상주를 상대로 한 이번 경기에서 드디어 홈 팬들에게 승리를 안겨줄 수 있었습니다.

삼성은 분명 경기운영이 뛰어난 팀임에는 확실합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늘 뭔가 아쉬운 면을 보여주면서 승리를 놓치는 경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경기도 그런 식으로 승리를 놓칠 뻔 했습니다. 삼성은 전반 오프사이드를 뚫는 양상민과 권창훈의 환상적인 롱볼 콤비네이션이 나오면서 1:0 리드를 갖습니다. 허나 작년과 마찬가지로 삼성은 시즌 초반에 리드를 이어가지 못하고 동점골을 허용하는 장면을 보이고야 맙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용이 올린 프리킥을 박기동이 다이브 헤딩으로 강하게 골망을 흔들면서 삼성의 1승이 좌절되나 싶었는데... 역시 염기훈은 염기훈입니다. 염기훈이 권창훈과의 콤비네이션을 통해 왼쪽 측면을 완벽하게 뚫음은 물론, 이 볼을 산토스에게 연결하여 리드를 다시 찾아갑니다. 이 경기로 삼성은 도약의 기회를 마련했다 평가할 수 있겠네요.

 

2. 성남(1) vs 포항(0)

이 경기에서 성남의 승리를 점친 사람은 아마 거의 없었을 겁니다. 다른건 다 몰라도 김두현이 명단에 빠졌다는 사실은 성남에게 있어 공격루트가 상당부분 제한됨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반면에 포항은 중심선수인 황지수와 손준호가 미드필드를 꽉 쥘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기의 리드는 분명 포항이 이끌어 나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던 건 사실입니다. 또 성남의 티아고가 상승세이긴 하나 원래 포항에서 뛰던 선수였기에 선수에 대한 분석이 다른 팀들보다 더 확실하게 되어 있다는 점도 포항의 우세를 점치는 요소였습니다.

그리고 경기의 흐름도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대로 흘러갔습니다. 중앙에서 게임의 완급을 조절 할 수 있는 김두현이 없으니 성남에서 중시하는 트라이앵글(김두현/황의조/티아고, 김두현/황의조/박용지 등)이 깨진 상태에서 게임을 풀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갓 들어온 피투에게 이런 역할을 기대하긴 너무나도 어려웠고 말이지요. 그럼 포항이 보여줄 수 있는 전략은 상당히 단순하게 황의조만 잘 마크하는 것 만으로도 나머지는 신화용이 막아줄 수 있는 상황. 다행이었던 건 부주장인 장학영이 성남의 레전드급 선수이니만큼 수비를 상당히 안정화 시키고 티아고와의 연계를 통해 좌측의 움직임을 뚫어줄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불리함을 타파해 준 '돌아온 사나이' 조재철이 있었습니다. 경남에서 성남으로 돌아온 조재철은 교체되자마자 강한 피지컬과 돌파력을 바탕으로 중앙에서 폭발적인 인터셉트에 이어 드리블을 보여줌과 동시에 황의조에게 오프사이드를 무너뜨리는 패스를 선보이고, 황의조는 골을 욕심내지 않고 확실하게 골을 넣어줄 수 있었던 티아고에게 양보하며 1:0을 만들어 냅니다.

이 승리가 정말로 값진 결과라고 볼 수 있는 이유를 꼽자면, 비록 시즌 초반이긴 하나 이 골 하나로 성남이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이래 첫 리그 선두를 기록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티아고는 3경기 연속으로 골을 기록하면서 놀라운 성장을 보여줍니다. 참고로 티아고의 작년 포항에서의 성적은 4골 3도움입니다. 겨우 3경기만에 자신의 통산 기록을 따라잡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느낌이 오네요.

 

3. 전북(2) vs 제주(1)

이번에도 제주의 상륙 징크스는 계속됩니다. 제주는 작년 기록만 봐도 정규33라운드까지의 기록을 보면 홈에서는 한라봉이던 것이 원정만 가면 밀감이 되는 마술에 걸렸습니다. 작년 33라운드까지의 기록은 홈에서 8승 3무 5패를 기록하면서 승점 27점을 가져갔던 것과는 반대로 원정에선 3승 4무 10패로 겨우 12점만을 가져갔을 정도입니다. 원정경기의 성과가 나쁘니 스플릿A로 가기 위해 인천, 전남과 그 피터지는 싸움을 했고, 또 성남이 인천을 이겨주길 바랬던 겁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징크스는 깨지지 않았습니다.

포항에서 이미 검증받은 자원인 고무열은 이동국과의 호흡이 대단했습니다. 고무열-이동국-레오나르도의 연계플레이는 상당히 무서웠고, 레오나르도의 오른발 감아차기가 먼저 들어갑니다. 게다가 이재성의 코너킥에 이은 이동국의 득점으로 초반부터 전북은 앞서 나갑니다.

그렇다고 제주의 경기력이 나빴냐면 그건 또 아니라서... 제주는 초반에 2골을 헌납했지만, 33분경에 광주로부터 데려온 김호남을 내세워 득점을 가동합니다. 게다가 권순형의 날카로운 패스와 김현의 돌파는 분명 무시무시했습니다만... 권순태의 손을 넘기기에는 아주 약간 부족했습니다.

이로써 전북은 어쨌거나 계속 순항중입니다. 제주는 다음 경기가 삼성이긴 하지만 홈이라는 걸 최대한 이용하여 승리를 따낼 준비를 해야 하겠습니다. 허나 작년 정규라운드 기준으로 제주가 홈에서 삼성에게 한번도 이긴 적이 없다는 사실은 상당히 암울할 따름입니다.

 

3. 서울(3) vs 인천(1)

인천은 상암에서 서울을 이긴 적이 거의 없습니다. 이 역시 거의 징크스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정도지요. 작년엔 FA컵까지 고려하면 세번 붙어 세번 다 졌습니다. 2013시즌 K리그 2라운드에서 한번 이긴 이후 FA컵까지 포함해 단 한번도 상암에서 서울을 이긴 적이 없습니다. 사실 이쯤되면 경인더비라는 소리보다는 상암징크스라고 불러야 더 맞는 표현이 될 것 같습니다.

경기 흐름도 대다수가 예상한 대로 서울이 압도하는 경기였으며, 인천은 굴욕적이게도 박주영에게 2골이나 헌납하면서 K리그 3라운드까지 승점이 없는 팀이 되었습니다. 네, 3연패입니다. 작년 부산과 대전이 떠오르는 장면이지요. 특히나 첫번째 골은 데얀의 패널티 유도에 당했기에 단순히 수비의 실책 정도로밖에 볼 수 있었지만, 두번째 골은 다카하기가 돌파하는 장면에서 김다솔 골키퍼가 너무 성급하게 나왔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김다솔 골키퍼가 조금만 더 침착했더라면, 돌파해 들어오는 박주영을 놓치지 않았을텐데 이걸 놓치고 다카하기만 본 나머지 박주영을 노마크로 두는 우를 범하고 맙니다.

인천에게 있어 지난 겨울이적시장에서 당시 인천의 수호신이었던 골키퍼 유현을 서울에 팔았고, 대체자인 조수혁이 작년 성남과의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이래 한동안 명단에 들어갈 수 없어 이번 3경기까지 모두 후보골키퍼를 한번씩 기용했습니다. 허나 그 결과는 처참합니다. 이번경기까지 총 8실점을 하며 경기당 평균득실이 -2점이 넘어가는 유일한 팀이 되었습니다. 승점이 없는건 더욱 치명적이고요.

반면에 서울은 이걸로 전북에게 개막전 패배를 맛본 이후 유일하게 연승을 거둔 팀이 되었습니다.

 

4. 수원(2) vs 광주(1)

수원은 승리가 없었습니다. 클래식 승격 이래 그렇게도 바랬던 승리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그 누구보다도 승리를 바라고 또 바랬을 겁니다. 그리고 광주는 지난 홈경기에서의 승리에 이번에도 승리를 거두면 바뀐 순위산정방식(다득점 원칙)에 따라 1위로 등극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후반기의 악몽을 생각하면 남기일 감독으로선 최대한 초반에 승점을 쌓아두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음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갓 승격한 수원은 그야말로 보기 좋은 먹잇감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광주가 리드를 잡아가는데, 정동윤의 던지기에서부터 시작된 공격이 조성준에게 바로 연결이 되고, 조성준은 이걸 또 환상적인 백패스로 김민혁에게 전달하여 골이 들아가나 싶었는데... 이게 레이어의 태클블록으로 막힙니다. 그러나 블록한 공이 정조국쪽으로 흘러들어가며 이걸 논스톱으로 쏜 슛이 망을 흔듭니다. 정조국도 3경기 연속골의 주인공이 됨은 물론이고 시즌 4호골로 득점선두에 경기당 득점이 1.3골이 됩니다.

그러자 수원은 공격에 박차를 가하는데, 김병오의 슛이 골대를 맞고 튀어 나오는 등 아쉬운 장면을 몇몇 연출하였습니다. 그리고 광주는 이런 공격에 역습으로 응대하며 양 팀은 서로의 골문을 뱀처럼 집요하게 노립니다. 수원은 몸상태가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경험이 풍부한 벨기에 특급 오군지미를 투입하여 반전을 꾀했고, 광주는 리드를 바탕으로 순발력있는 변형적인 역습으로 응대했습니다. 특히 여름의 좌우를 오가는 움직임은 주장으로써 최고의 활약이라고 평가하고 싶을 정도였고, 이런 움직임에 추가골까지 만들 수 있었지만 하필이면 비가 오는 상황에서 잔디가 많이 미끄러웠기 때문에 발만 가져다 대면 골이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을 송승민이 놓치는 장면은 광주 팬들에게 크나큰 아쉬움을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교체된 오군지미가 동점골을 뽑아내며 수원시민들을 기쁘게 만들었습니다. 오군지미는 교체로 투입된 이래 원터치 슛을 보여주며 팬들의 기대감을 한층 고양시켰고 이승현의 장거리 얼리 크로스를 신장 193cm의 김근환이 오버래핑으로 올라와 안정적으로 오군지미에게 연결, 그리고 골망을 흔듭니다. 게다가 89분, 그것도 끝나가는 와중에 김근환이 다시 한번 더 환상적인 힐패스로 오군지미에게 연결하고 오군지미는 그대로 슛하며 골...인줄 알았으나 이게 또 골대를 맞고 나오는데... 이게 또 쇄도하던 이승현에게 딱 오면서 바로 골로 연결되며 2:1로 경기가 종료됩니다.

 

6. 울산(2) vs 전남(1)

이 두팀은 모두 승리가 없던 팀입니다. 때문에 해설을 맡은 이천수의 말대로, "1승이 팀에 가져다주는 걸 생각하면 정말로 절실한 팀"들이었습니다. 이천수가 이 두 팀에서 모두 뛴 경험이 있음을 생각하면 상당히 의미심장한 말이었지요. 용과 호랑이의 대결이기에 용호의 권이 되어야 했겠지만 지난 2라운드까지는 그 누구도 대박을 터뜨리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특히나 울산은 아예 골까지 0이었던 상황이라 승리는 커녕 아오소포켄마저 터지지 않는 상황이었음은 명확했었습니다.

그래서 울산은 A매치에서 골까지 기록한 이정협이 다시 합류하였고, 슈틸리케 감독도 관전하러 오는 등 이정협에게 뭔가 돌파를 찾고자 했지만 정작 해결사는 바로 코바였습니다. 코바는 김태환의 크로스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왼쪽에서 쇄도해 들어와 공격에 가담하며 날카로운 슈팅을 몇번 날렸으나 번번히 막히던 것이...

마스다의 크로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게 코바에게 흘러들어갔고, 이걸 트래핑으로 잡아 하프발리로 때리니 레오나르도가 터뜨린 것과 맞먹는 골이 됩니다. 드디어 아오소포켄이 터진 울산. 세 경기만에 첫 골을 맛봅니다. 그러나 전남이 어떤 팀입니까... 지고 있어도 한방이 있는 팀인지라 바로 역습이 성공합니다. 울산의 백패스가 미스난 걸 놓치지 않고 오르샤에게 연결, 오르샤는 빠르게 드리블 돌파에 이어 조석제에게 어시스트를 하고 조석재는 논스톱으로 마무리에 성공합니다. 똑같이 아오소포켄을 한번씩 주고 받은 상황이지요.

그리고 이 빈사상태에서 또 코바가 한건 터뜨립니다. 공중볼 경합에서 왼쪽 아크방향으로 흘러나온 공을 논스톱으로 때려 그대로 또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이건 거의 기폭 카운터 전북익산급 플레이였네요. 세 경기만에 첫골은 물론이고 승리까지 코바가 챙겨준 경기였습니다.

 

이로써 경기는 3라운드까지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라운드는 모두 승패가 갈리는, 상당히 이례적인 라운드라 주말을 보내는 재미가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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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cocoboom  
와 정말 꼼꼼한 리뷰네요
양양  
축구는 제가 한 덕질중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오래된 덕질이라서 조금 공을 들여 봤습니다.
cocoboom  
이정도면 이대로 위키에 올려놔도 손색이 없겠네요^^
이정협은 부상이후 폼이 많이 떨어진건가요? 태국전땐 괜찮던데....
양양  
폼이 좀 떨어진 상태라기 보다는 팀에 대한 적응이 늦는걸로 보입니다. 특히나 상무에서 부산, 부산에서 또 울산으로 옮겨가면서 팀 컬러가 6개월사이에 두번이나 바뀐 환경적 요소를 고려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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