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무라의 유럽여행기] (04) 파리로 가는 지옥같은 길 下
그런데 제가 예약한 메가버스를 놓히고 말았네요. 제가 예약한 건 8시였는데 9시로 착각하고 8시에 출발했으니 당연하지. 20파운드를 날렸네요. 유로라인도 이미 다 떠났고, 국제 미아가 될 것인가! 저는 다시 냉정하게 판단을 가다듬고 유로스타를 예약했죠. 84파운드가 깨졌어요.
1월 17일 11시 30분 차로 예약했죠. 유로스타는 세인트 판크라스 역에서 출발합니다. 일단 여기서 영국 출국 및 프랑스 입국 절차를 밟습니다.
안에는 면세구역처럼 별에 별 것들이 다 있습니다. 면세구역인지는 모르겠지만.
7번 플렛폼으로 갑니다.
유로스타가 왔군요.
생긴 건 KTX같이 생겼습니다. 실제로 시설 등도 비슷하고 만든 데도 비슷하고. 그런데 KTX보다 미묘하게 좁은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 열차, 애쉬포드 역에서 1시간동안 그대로 앉아 있더군요. 체널 터널 근처에서 왜 이렇게 뜸들이지 하고 생각하다가 다시 열차는 움직이기 시작했죠.
그런데 알고보니 다시 세인트 판크라스 역으로 돌아가는 거지 뭡니까. 그리고 내려야 했죠. 물어보니까 지금 열차가 다 취소되서 다 돌아오고 있다고 하더군요. 체널 터널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래서 모든 기차가 취소되었다는 소식이 몇 시간 뒤 유로스타 홈페이지에 뜨더군요. 세인트 판크라스 역은 환불받기 위한 줄이 엄청 늘어섰는데, 뉴스 리포터가 취재하러 올 지경이었죠. 그 뉴스 리포터 말로는 역 바깥의 맥도날드까지 500미터의 줄이 늘어섰다네요.
그렇게 기다린 게 4시간, 그렇게 해서 들은 말은 너님은 온라인 티켓으로 했으니 여기서 환불 안됨요 하고 싶다면 전화하던가 아니면 이메일 하쇼 이럽니다. 그 직원 죽빵 날리려다가 참았습니다. 그리고 한국 돌아온 뒤 유로스타에 환불해달라는 메일과 페이스북 체팅을 보냈지만 2월 11일 기준으로 5일째 답변도 없군요. 한국이나 일본의 철도가 얼마나 서비스 친절한 지 알겠더군요. 학을 땔 거 같은 이 서비스와 사후지원을 보니 참.
뭐 방법이 있나요. 그러면 다시 메가버스 급히 예약해야죠. 겨우겨우 고생해가면서 40파운드 주고 구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예 6시부터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에서 기다렸고, 무사히 탔습니다.
승차권은 솔직히 별로네요.
이 파란 2층 버스가 저를 프랑스로 데려다 줄 겁니다.
옆에는 유로라인 버스도 있네요.
버스는 아미엥을 거쳐 파리로 가죠.
중간에 도버 해협을 건너야 합니다. 그 전에 항구에서 여권과 신분증 검사를 합니다.
이것도 면세 구역인지는 모르겠지만 영국의 마지막 휴개소. 저는 이 때 파운드는 다 처분해서 그냥 구경만 했죠.
그리고 패리에 승선합니다. 페리에서 두시간 정도 있어야 하는데 그 때 모든 버스 승객들은 버스에서 내려야 하죠.
페리는 상당히 규모가 큰 편입니다. 그런데 파운드만 통해요. 그래서 별수 없이 5유로를 파운드로 환전해서 탄산수를 마셨죠.
안에는 바, 면세점, 전망대, 슬롯 머신 등 별 것들이 다 있어서 심심하지는 않더군요.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신나게 프랑스를 달립니다.
이제야 프랑스에 도착했군요. 마음같아서는 내리자마자 땅에 입맞춤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비가 와서 그러지는 못했군요. 도착한 곳으 포트 마요코치 스테이션. 저는 일단 짐을 숙소에 내려놓으려 지하철을 탔습니다. 지하철은 포트 마요 코치 스테이션 내리면 보이는 백화점스럽게 생긴 빌딩이 있는데 거기 지하입니다.
파리 지하철 첫 인상은 나쁘지 않네요.
일단 여기서 까르네라고 하는 걸 사야 합니다. 부산 지하철과 옛날 서울 지하철에서 쓰던 그 종이 티켓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여기서 팁 하나, 까르네는 굳이 산다면 한장씩 사는 것보다 여러 장 묶어 사는 게 싸게 먹히며, 주말에는 1일권 가격이 아주 싸니 그걸 사는 게 낫습니다.
일단 까르네를 산 뒤에는 지도를 받아갑니다. 먼나라 이웃나라에 나오는 것과 달리 요즘 프랑스인들은 영어 쓴다고 무시하거나 피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직원은 저보고 "손님. 프랑스어 구사하시는 건 고맙습니다만 영어로 물어봐도 됩니다."라고 합니다. 어설픈 프랑스어보다는 영어가 낫다는 거죠.
파리 지하철은 여러가지로 한국과 다른데 먼저 좌석 배치. 특히나 여기 보이는 이 접이식 의자는 러시아워일때는 일부러 접고 서서 가는 게 예의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여기는 XX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어쩌고저쩌고 7호선이 어쩌구저쩌구 하는 방송도 없어요. 대다수는 방송 자체가 없고, 이런 신형 차량조차 역명만 두번 말하고 끝이죠. 샤트레? 샤트레! 이렇게.
마지막으로 문이 자동으로 안 열리고 버튼을 누르거나 레버를 당겨야 열립니다. 어떤 열차는 열차가 역에서 멈춰서지도 않았는데도 레버 당기니 문이 열리더군요. 이런데도 사고가 안 나는 게 신기합니다.
제가 가는 곳은 7호선의 끄리메 역이라서 중간에 환승해야 하죠.
1호선에서 7호선으로 환승하는데, 환승통로가 좀 복잡하더군요.
아니 지하철에 이런 게 있는데도 청소도 안 하나.. 파리 지하철을 보면 이렇게 낙서들이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그것도 칼이나 동전 등으로 긁어서 지워지지도 않는 낙서들이죠.
앵, 스탈린그라드역. 어느 나라에 있을 거 같아요? 러시아? 다름 아닌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 있죠. 저는 설마 해서 다른 사람에게 이거 어떻게 읽냐고 하니 프랑스인이 스탈린그라드라고 확실히 읽어주더군요. 공식적으로는 스탈린그라드 전투 기념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1, 2차대전에서 자기네들을 도왔던 영국, 미국 지도자들과 달리 공산국가에다가 독재자인 스탈린이라는 이름을 대놓고 넣기는 그래서 일부러 이렇게 한 거 같습니다. 영국과 미국은 그냥 조지 5세, 프랭클린 루즈벨트라는 이름의 역을 아예 만들어 놨거든요. 참고로 이 역과 파리 북역, 셍드니 지역은 늦은 밤이 되면 북두의 권이 펼쳐진다는 동내라 하더군요...
크리메역 도착. 그런데 에스컬레이터는 고장나서 수리중. 그냥 걸어 올라갑니다.
도착하니 1월 18일 아침 7시 30분. 아침을 먹고 짐을 내려 놓으니 이제야 프랑스 왔다는 안도감과 기쁨이 오는군요. 프랑스 오는데 이렇게 고생을 했으니 원. 밤 센 거는 힘든 축도 안 들어갑니다. 글로는 표현이 안 되지만 정말 유리멘탈이었다면 멘붕을 할 상황을 여럿 겪었죠. 특히 이런 열차 사고는 한국에서 겪어도 상당히 골치아픈데 그걸 영국에서 겪으니 답이 있나요. 그나마도 그 사후 처리도 개판이니. 한국과 일본은 정말 서비스 하나는 최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밥을 먹었으니 바로 파리를 둘러봐야겠군요. 5화에서 이어집니다.
[이 게시물은 함장님에 의해 2015-05-03 23:23:42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