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렌즈] 칼 자이스 인디비주얼 단초점 1.60 플라스틱 렌즈

April_fool 2 7940

안경 때문에 골치아픈 일이 생긴 김에, 잠시 제가 지금껏 잘 써온 안경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제가 쓰고 있는 안경은 지난 2012년 3월에 만든 것인데, 테는 별 볼일 없는 저렴한 국산 플라스틱 뿔테(비싼 렌즈 쓰면 공짜로 해주는 정도의 물건)이지만 렌즈는 돈을 꽤나 들였습니다. 칼 자이스의 플라스틱 단초점 안경렌즈 포트폴리오 중 최상위 등급인 [인디비주얼 싱글비전]이거든요. 뭐, 그 중에서는 가장 저렴한 굴절률 1.60(소위 말하는 “압축 2번”) 제품입니다만… 여튼 기본 가격이 최소 3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물건입니다. 요새는 가격이 더 오른 것 같던데, 잘 모르겠네요.

안경 렌즈의 재질은 크게 플라스틱과 유리로 나뉩니다. 옛날에는 유리 렌즈가 많이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가볍고 잘 깨지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저렴한 플라스틱 렌즈가 안경 렌즈의 세계를 장악하고 있지요. 안경 렌즈 가격의 많은 부분은 굴절률(index)이 얼마냐 높으냐에 따라서 결정되는데, 이게 높으면 안경알의 두께가 얇아집니다. 고도근시나 고도원시 등이 있는 사람은 안경알의 두께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두께를 최대한 얇게 하기 위해서 고굴절률 렌즈를 선택하면 가격이 기겁할 만큼 올라갑니다. 플라스틱 렌즈의 굴절률은 일반적으로 1.49부터 1.76까지 7개의 단계로 나눌 수가 있는데, 제 안경의 굴절률인 1.60은 3단계에 해당하지요. 이건 고도근시인 사람에게는 최소한의 기본값이 됩니다. 그 이하로 내려가면 안경이 너무 두꺼워져요. 또, 개인맞춤형 주문제작 렌즈는 1.60부터 나옵니다.

안경 렌즈의 설계는 크게 구면과 비구면으로 나뉩니다. 또 비구면은 해당 설계가 렌즈 앞에 적용되었는지 뒤에 적용되었는지에 따라 외면비구면과 내면비구면으로 나뉘는데, 앞뒤에 다 적용되었으면 양면비구면으로 분류합니다. 비구면 안경렌즈는 구면 렌즈에 비해서 표면의 커브가 평평하고, 겉보기에 눈이 작아 보이는 효과가 덜하며, 광학적 성능이 높다고 합니다. 광학적 성능을 따지자면 외면비구면보다는 내면비구면 및 양면비구면 렌즈가 훨씬 좋다고 하네요. 안경원에서 판매하는 “비구면” 렌즈의 상당수는 외면비구면 렌즈인데, 제가 쓰는 안경은 내면비구면 렌즈에 속합니다.

최근의 고급형 안경 렌즈 마케팅에서 크게 강조되는 것은 “디지털 서피싱(Surfacing)”이니 “프리폼(Freeform) 가공”이니 하는 것들입니다. 용어는 다양합니다만, 요약하자면 이것들이 뜻하는 것은 [CNC 가공을 통해 렌즈 하나하나를 일일히 원하는 대로 깎아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광학 공장에서 이런 가공기법을 도입하면 기존 방식으로는 대량생산이 불가능하였던 설계의 렌즈를 마음껏 제작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설계의 안경 렌즈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나온 것이 바로 개인맞춤형 주문제작 안경렌즈입니다. 각 개인별로 조금씩 다른 얼굴 모양 및 원하는 안경테의 모양을 변수로 하여, 그 사람에게 딱 맞는 광학적 설계를 지닌 안경 렌즈를 자동으로 제작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죠. 물론 주문제작품이다 보니까 가격은 비싸집니다만, 시각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돈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대충 필요한 배경 지식 설명은 끝난 듯 합니다. 제가 쓰는 안경의 렌즈는 [칼 자이스 인디비주얼 싱글비전(단초점) 굴절률 1.60 렌즈]로, 내면비구면 설계가 적용된 개인맞춤형 플라스틱 안경렌즈입니다. 로투텍(LT) 코팅이 적용되어 있지요. 이 안경을 처음 썼을 때의 감상은 그야말로 “쩐다!” 그 자체였습니다. 보이는 모든 것이 아주 선명하고 콘트라스트가 높았거든요. 시야 정면뿐만이 아니라 곁눈질로 보는 양 옆도 꽤나 괜찮았지요. 안경을 쓰고 눈동자를 굴려 정면이 아니라 옆을 바라보면 각종 수차가 보이기 마련인데, 이 렌즈는 그 수차가 비교적 적은 편이거든요.

코팅을 말하자면, 지난 3년간 로투텍 코팅은 꽤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의 평을 보면 ‘자이스 렌즈는 유리 렌즈는 최고지만 플라스틱 렌즈는 코팅 때문에 별로다’라는 평이 많던데, 적어도 제가 사용한 바로는 코팅의 성능이 그다지 나쁜 것 같지는 않았거든요. 다만 사용한 지 2년이 넘어갈 무렵부터 점차 발수 성능이 떨어진다던가 안경을 닦아도 뿌연 게 남는 일이 늘어나고 있네요. 이건 코팅의 수명이 점차 다해가는 것이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사실 안경 코팅의 수명은 안경을 닦는(=표면을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깎여나가는 법이라서… 오래도록 사용할 튼튼한 안경을 원한다면 유리 렌즈로 가는 것이 최선이고, 그렇지 않다면 코팅의 수명이 다할 때쯤이면 안경을 바꿔 주는 것이 좋습니다. 자이즈의 최신 코팅은 듀라비전 플래티넘(DP)이라는 것인데, 이건 지금 쓰는 로투텍 코팅보다 좀 더 내구도가 개선되었다고 하니 다음에 사용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어쨌든, 저는 이 안경 렌즈를 3년 넘게 만족하면서 잘 쓰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달 이내로 안경을 교체하게 되겠지만, 그때까지는 여전히 제 눈을 잘 책임져 주겠지요. 혹시 눈이 많이 나쁘신 분이라면, 이런 안경 렌즈를 한번쯤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적어도 제 경우에는 돈값은 충분히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 신고

Author

Lv.1 April_fool  2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2 Comments
함장  
다음에 안경 맞출 때는 렌즈도 많이 고려해봐야겠군요.
April_fool  
안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를 꼽으라면 바로 안경 렌즈와 안경사의 실력입니다. 안경사의 실력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은 좋은 렌즈죠.
아무리 좋은 렌즈를 선택해도, 안경사의 실력이 모자라면 눈이 불편한 엉터리 안경이 나옵니다. 그걸 요번에 다시금 느꼈죠. 그리고 좋은 안경사라면 틀림없이 좋은 렌즈를 추천해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지금 쓰는 안경을 만들 때는 서울의 한 유명 안경원을 찾아갔었습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