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무라의 유럽여행기] (04) 파리로 가는 지옥같은 길 上
뭐 16일의 시작은 바로 윈저 성으로 가는 거. 가기 전에 점심으로 먹을 것들을 사갑니다. 빵과 마즈바는 정말 정상적인 음식입니다. 영국에서 최소한 간식용 빵이 아닌 식사 빵과 이 초코 바는 안심해도 될 거 같아요. 뭐 결국 산 건 센드위치였지만.
오늘은 가면서 킹스 크로스역 터미널도 한번 찍어보고 갑니다.
그리고 워털루 역으로 가죠. 워털루 역에서 윈저성으로 갈 수 있죠. 주의할 점은 워털루 역은 지하철은 지하 1층, 그리고 기차 역은 지상 2층에 있어요. 미국식 영어에 익숙한 사람은 2층이 없는데 하실 수 있는데 영국은 1층은 그라운드 플로워, 2층을 1층이라고 불러서 말이죠. 저도 잠깐 헤맸죠.
워털루 역에서는 영국군이 있더군요. 보니까 영국군 모병 홍보관들이더군요. 어쩐지 다들 키가 크고 잘생긴 남성과 예쁘장하게 생긴 미녀들이 마치 모델처럼 서 있더라더니. 그리고 역 한 편의 스크린에는 영국군 홍보 영상을 틀고 있고, 베레모 대신 터번을 쓰고 콧수염을 기른 중령쯤 되보이는 인도인처럼 생긴 장교가 직접 나눠주는데 하나 가져도 되냐고 하니 웃으면서 두 종류의 팜플렛 다 주더군요. 이걸 보고 얼마나 영국에 군인이 안 모이길레 홍보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 영국군 상태가 영 아니라던데. 그리고 영국군 군복 보니 멀티캠 패턴으로 싹 바꾸었는데 거기 야상 하나 가져보고 싶네요.
뭐 각설하고 일단 티켓 오피스에서 표를 삽니다. 대충 11파운드 드네요.
이 때부터 뭔가 불길한 걸 알았어야 했으려나요. 윈저행 기차가 연착이 되었다고.. 그 때는 뭐 영국이 그렇지 뭐 하고 기다리며 좀 더 워털루 역을 돌아봤죠.
원래 출발 시간하고 20분을 기다리니 그제서야 오더군요. 한국 기차도 심심하면 연착되니 그려러니 하고 넘어갔죠.
워털루 역에서 윈저까지 가는 기차.
윈저 이튼 리버사이드 역이 종점이라서 잠깐 졸다 보니 바로 도착이네요.
역 규모는 아담한 편입니다.
역에서 나와서 약간만 걸어가면 바로 윈저 성입니다.
윈저 성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여기도 건물 양식이 19세기 말에 멈춰선 느낌이군요.
윈저 성은 궁전이기도 하지만 그 위치나 성곽, 방어탑 등을 보니 그 자체로도 강력한 요세군요.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원래 이곳의 시작이 1087년 윌리엄 1세가 지은 성체에서 시작하니 말이죠.
헨리 8세 문을 바로 넘어가면 로어 워드가 나옵니다만 입구는 여기 옆의 매표소에서 시작합니다.
일단 표를 사고 들어가야 합니다. 학생은 16.75파운드, 일반인은 18.75파운드를 내야 하죠.
오디오 가이드도 대여해주는데 한국어는 없습니다.
미들 워드로 바로 진입했군요. 여기의 상징 중 하나가 바로 둥근 탑이죠. 평소에는 유니언 잭이 걸리지만 여왕이 있을 때는 왕실기가 계양됩니다. 저는 유니언 잭을 봤으니 평범한 날에 온 거군요.
어퍼 야드로 가 보겠습니다.
어퍼 야드에서는 윈저 시가 한 눈에 보입니다. 땅에서도 지평선이 보이는게 볼만합니다.
그런데 성 안에서 가장 볼만한 스테이트 아파트먼트는 정작 공사 중이라서 못 들어가는군요. 거기는 여왕이 거주하는 방들인데 안에는 퀸 메리 인형관이라는 미니어쳐, 화려한 인테리어, 그리고 루벤스와 뒤러의 그림, 갑옷, 샹델리제 등 별에 별 소장품이 꽉꽉 들어차 있죠. 뭐 아쉽긴 하지만 다음에 오면 되잖아요. 어차피 아직 100년은 더 살텐데 이거 볼 시간 없을까.
뭐 그래도 어퍼 야드는 일단 겉이라도 둘러봐야겠죠.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미들워드로 돌아옵니다. 로어워드로 가기 위해서죠.
영국 돌아다니면서 느끼는데 이렇게 심심하면 하늘에 비행기가 저공비행을 하더군요. 그래서 비행기 심심하면 봅니다.
이 교회는 세인트 조지 성당인데 헨리 8세가 지었죠. 지금은 거기에 헨리 8세가 잠들어 있습니다.
아쉽게도 근위대 교대식은 없었습니다. 보니까 1월달은 근위대 교대식이 홀수 날에 있는데 제가 간 날은 짝수 날이니. 그래도 근위대 순찰은 돌아서 근위대를 가까히서 볼 수는 있었어요. 근위대 교대식은 버킹엄 궁전보다는 여기가 보기 더 좋은데 왜냐하면 더 가까히서 편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이제 로어 워드도 다 봤으니 윈저성을 나갑니다. 그리고 이튼 칼리지로 가는거죠.
윈저성을 내려가면서..
밥도 대충 때웁니다.
아이 러브 런던.. 이런 식의 티셔츠는 나중에도 지겹게 봅니다. 아이 러브 로마, 아이 러브 서울 등..
윈저성과 이튼 칼리지는 강을 사이로 갈라져 있죠.
윈저 성에서 이튼 칼리지까지 가는데는 조금 걸어야 합니다만 윈저 시 자체가 워낙 작아서 찾는 데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튼 칼리지는 1440년 헨리 6세가 설립한 이후 영국의 귀족들과 영재들 등 엘리트들이 주로 다니는 명문 대학이 되었죠.
이튼의 학생들은 특이하게 모두 교복을 입고 다닙니다. 그리고 여기는 어린이부터 대학생까지, 백인, 흑인, 인도인 학생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여기를 이튼이 아니고 에튼이라고 발음하는 학생들도 많아서 길 찾는데 헷갈리더군요.
이 대포는 크림 전쟁 당시 세바스토폴에서 전리품으로 가져왔다고 합니다.
설명할 필요가 없었네요. 내가 이걸 찍었지.
이렇게 대학을 싸돌아다니자 어떤 학생들은 어, 차이니즈다 이러더군요. 확실히 중국계는 잘 안 보여서 신기하게 비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나 코리안인데... 뭐 내가 아임 프롬 코리안, 낫 차이니즈 이러면 저 친구들은 아 김정은 사는 거기 이럴거 같아 그냥 입 닫았어요.
대학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같은 그런 캠퍼스가 아닌 길가를 사이로 흩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한 캠퍼스 안에 몰려 있는 걸 생각하면 특이한 모습이죠.
뭐 이제 다시 역으로 돌아갑니다.
다시 워털루 역으로 돌아가야죠.
역 안의 빵집. 우리는 프랑스식으로 빵을 만든다능 이렇게 홍보하네요. 영국식으로 만든다고 홍보하는 식품을 본 적이 없네요. 자신들도 요리 못한다는 걸 알기라도 하나...
다시 기차를 탑니다.
기차를 탈 때 설명을 안 했는데 이 기차들은 역에 도착해도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버튼을 눌러야 해요.
뭐 그거 빼면 시설은 다를 건 없지만요.
지멘스에서 만들었군요.
워털루 역에서 다시 킹스 크로스 세인트 판크라스 역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가는 도중 한 여성이 머리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 쓰러져 있고 옆에 역 직원과 경찰이 나와 있는 광경을 봤습니다. 대충 보니 네오나치가 저 여자에게 유리병을 던지고 도망갔다는 거 같더군요. 그러고 보니 저 여성의 피부색이나 얼굴이 영국인이 아닌 티가 나긴 합니다. 저는 이런 일 안 당해서 다행이긴 한데 조심햐야겠습니다. 민박집 주인 말로는 머리를 빡빡 밀거나 유니언 잭같은 걸 몸 어딘가에 세기거나 했다던가, 하켄크로이츠나 화살표 십자가, 검은 신발에 흰 구두끈 맨 놈들은 만나면 피하라고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킹스 크로스 세인트 판크라스 역을 둘러보고...
밥도 맛있게 먹고 나섰습니다. 이것이 재앙의 시작인 지 모른 체.
잘 있거라. 술 마실 수 있었다면 이 펍에서 기네스 마셔보는건데.
영국에서 해외로 가는 버스는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이라는 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하죠. 가려면 빅토리아 역에서 내린 뒤 5분 정도 걸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