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2016 K리그 클래식 7라운드
*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좌측이 홈팀입니다.
** 소개순서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부여한 경기번호의 오름차순입니다.
황사경보에도 경기를 펼쳤던 K리그 답게, 미세먼지주의보 따윈 신경도 안 쓰고 대회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팬들도 다들 경기장으로 갔지요(...). 이런 악천에서도 펼친 K리그는 이번에도 볼거리가 풍성했습니다. 한번 소개 들어갑니다.
1. 제주(2) vs 성남(2)
제주는 늘 이야기하지만 홈에서는 한라봉입니다. 그리고 성남은 수비의 핵심인 윤영선이 군대로 끌려가며(...) 수비에 대한 고민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전반에 박용지의 원더골이 터지면서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싸늘하게 식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후반에 교체 투입한 김두현은 클래스를 보여주며 추가골을 넣으며 제주를 절망에 빠뜨릴 뻔 했습니다. 이 두 골 모두 티아고가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득점공동선두에 어시스트 단독선두에 올르는 기염을 토합니다.
이런 제주를 구한 건 바로 제주가 구해준 사나이 이근호였습니다. 이근호는 지난 경기에서 비록 팀이 이기긴 했으나 김용대에게 패널티킥 실축을 당함으로써 마음이 무거웠을 겁니다. 그러나 이번엔 후반에 비가 오는 상황에서 침착한 골을 연거푸 두번이나 만들었습니다. 특히 두번째 골은 마르셀로가 강력한 슈팅으로 날린 것을 중간에 절묘하게 방향을 바꿔주며 김동준 골키퍼가 아예 반응조차 못하는 속도로 만들었습니다.
이로써 제주는 무승부를 기록함으로써 충분히 상위권을 노려볼 수 있는 4위를 지킵니다. 성남은 윤영선과 짝을 이루었던 베테랑 수비수 임채민의 빈자리를 느끼며 아쉬운 무승부에 3위를 유지합니다.
2. 수원(0) vs 인천(0)
2연속 무승부로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아가는 인천이 수원 홈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수원은 오래간만에 이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만... 아쉬운 장면을 상당히 많이 연출하며 득점없이 무승부를 기록하게 됩니다.
아마 이 경기에서 가장 아쉬운 장면을 꼽으라면 가빌란이 아웃프런트로 강하게 찬 슛이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비껴나간 장면일 겁니다. 어려운 각도였지만 가빌란의 슛은 거의 야신 각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보였지만... 이게 비껴갑니다. 궤도가 상당히 예술적이었기에 아마 들어갔더라면 포항과 전남의 경기에서 나온 오르샤의 원더골과 비견할만한 장면이 나왔을 겁니다.
어쨌거나 인천은 비기게 됨으로써 강등 탈출권인 10위와의 차이는 3점으로 좁히는데 성공합니다. 수원은 이번 시즌 패배가 단 하나밖에 없지만 무승부가 승점을 그리 많이 주지 않기 때문에 하위권인 9위에 머뭅니다. 다만, 승점으로만 보면 4위인 제주와 겨우 승점3점차밖에 안 나기 때문에 충분히 반등의 기회는 있습니다.
3. 울산(1) vs 서울(2)
울산은 수비에 있어 총체적 난국입니다. 강민수는 벌써 2경기 연속으로 실책을 보여주며 데얀에게 골을 헌납해야 했으며 박주영에게 극장골을 허용하는 굴욕까지 보여줍니다. 이 두 골의 원인은 강민수의 수비실책에 의한 것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첫번째는 강민수의 백패스가 잘못되어 아드리아누에게 갔고, 아드리아누는 골을 키핑하며 데얀이 쇄도하길 기다렸다가 노리고 어시스트를 해줄 정도로 엄청난 여유를 선보였습니다. 그나마 수비가 실수한 걸 수비수 김치곤이 골을 넣으면서 무마되나 싶었는데... 이젠 박주영에게 골을 먹습니다. 당시 상황이 후반 90분+1분임을 감안하면 박주영이 드리블을 하는 걸 적극적으로 막아 시간을 충분히 끄는게 정답이었음에도 거리를 주고 견제만 하는 바람에 박주영의 드리블을 막을 수도 없었고, 슈팅은 아예 블록조차 못했습니다. 그리고 통한의 역전골을 헌납하지요.
...솔직히 제가 울산 윤정환 감독이었더라면 2경기나 실책을 한 강민수는 일단 다음 경기에서 배제하고 팀을 구상해야 하는 걸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좀 멋있는 플레이에 먹었다면 모를까, 명백한 개인의 실책으로 2골이나 먹은 게임은 참 오래간만에 보네요.
어쨌거나 서울은 이로써 6연승(!)이라는 기록을 세웁니다. 전북의 패배 이후 계속 승리만 합니다. 잘만 하면 전북의 우승을 꺾을 유일한 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울산은 상위 스플릿을 노릴 기회는 남았지만, 수비에 대한 문제점을 남겨둔 채, 다음 경기를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4. 광주(1) vs 삼성(1)
왼발의 달인들이 한골씩 기여하며 광주와 삼성은 무승부를 거둡니다. 염기훈은 산토스의 트래핑을 이어받아 발리슛을 때렸는데 약 25미터 거리에서 쏜 슛이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이게 상당히 절묘해서 잘 하면 이번 라운드의 골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염기훈의 골 이후에 광주는 종료시점에 가까워지면서 롱볼 패스와 우월한 신장을 바탕으로 게임을 풀어갔습니다. 박동진의 롱 패스를 두번 연속으로 헤딩이 이루어지면서 정조국의 패트리어트 장착까지 과정이 매우 깔끔했으며, 정조국은 미사일을 장착하자마자 바로 골망을 흔듭니다. 이 과정에서 신인 조주영은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게 되고, 정조국은 1골을 추가하면서 5득점으로 아드리아누, 티아고와 함께 득점선두 경쟁에 다시 참여하게 됩니다. 토종 공격수 중에서는 유일한 득점선두 경쟁에 참여하고 있는지라 노장의 투혼을 제대로 불사르고 있네요.
삼성은 아쉽겠지만 그래도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6경기 무패를 기록합니다. 다만, 라이벌인 서울과 그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다음 리그경기가 슈퍼매치니, 서정원 감독은 다음 북벌을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리그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광주는 반면에 패색이 짙었던 경기를 무승부로 돌리면서 팀을 추스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다음 경기가 성남이기 때문에 준비를 단단히 잘 해야 할 것으로 보이네요.
5. 상주(2) vs 전북(2)
작년이었더라면 전북의 승리가 사실 매우 당연하다고 생각될 경기였습니다만, 뚜껑을 열어보니 두 팀은 막상막하였습니다. 이번 시즌, 작년에 비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한교원이 슬슬 살아날 기미를 보이며 2골을 넣었지만, 상주는 "박기동이 이렇게 잘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근 엄청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박기동이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전북의 승리를 막았습니다. 적어도 제가 기억하는 박기동은 광주와 전남, 제주에 있을 때 이 정도로 잘하지는 않았는데 이 정도 수준이라면 전역하고나서 전남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북은 패배하지는 않았지만 1위 서울과의 승점차가 5점까지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향후 슈퍼매치에서 삼성이 이겨주기만을 바래야겠네요. 반대로 상주는 의외의 성과를 거두면서 5위에 랭크, 잔류의 꿈에 한발짝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이대로만 간다면 사상 최초 군경팀 상위스플릿이라는 위업을 달성할지도 모르겠군요. 특히 후반기에는 서울에서 뛰었던 신진호와 성남의 윤영선이 합류할 예정이라 허리와 수비라인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6. 포항(0) vs 전남(1)
형제를 밟고 올라가게 된 전남입니다. 드디어 그리던 1승을 거뒀지만, 이 1승은 같은 계열사인 포항을 이기면서 얻은 승리라 여러모로 씁쓸할 겁니다. 특히 포항은 이번 패배로 강등권입니다. 10위거든요. 전남이 승점 6점으로 11위인데 포항도 승점 6점입니다. 즉, 다득점 때문에 포항이 다소 앞서있는 것이지, 이 둘은 사실상 별 차이가 없습니다. 게다가 실점의 빌미가 된 건, 포항의 김동현이 거친 파울로 퇴장을 당했기 때문에 포항으론 할 말이 없습니다. 이 파울 이후 겨우 7분만에 골을 허용했으니까요.
어쨌든 이번 경기에선 오르샤의 원더골이 신화용의 손을 뚫으면서 전남에게 승리를 안겨주었습니다. 오르샤의 감아찬 슛은 정확하게 야신 각을 노리며 그림같이 들어갔기에 신화용은 반응할 수 없었습니다.
위기에 몰린 포스코의 아들들은 과연 이 경기 이후에 어떤 식으로 궁지에서 벗어날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