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선택이다 언더테일! (스포다수)
일단 어떤 게임인지는 동영상을 보시는게 판단이 빠릅니다.
흔히 게임을 보는 관점중에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대리체험"이라는 관점이 있죠.
그런데 이러한 관점에서 약간의 반기(?)를 드는 게임들이 있습니다.
이를 테면 반전메세지를 위해 억지로 게이머를 살인자로 만들기 바쁜 "스펙 옵스: 더 라인"이라던가 멋대로 데이터까지 없애가며 메세지를 전달하는 "lose/lose"라던가 한방에 승부거는 "Execution"같은 게임들이 있지요. 이들 게임의 메세지는 비슷합니다. "그래서 대리체험이라 너랑 상관없는 데이터들을 죽이니 재밌니?" 문제는 이러한 의문에 아니라고 답할 방법이 게임을 끄는 방법밖에 없다는 거죠.
언더테일은 이들과 비슷할 수도 있는 메세지를 플레이어의 선택에 맡깁니다. 모든 몬스터를 죽이는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트레일러에 나온 문구를 실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물론 비폭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RPG게임이 유독 이 게임만 있던 것은 아니지만, 이 게임의 정말 멋진점은 소위 "불살"의 방법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일단 기본적인 게임시스템에서 그 원인이 드러나는데 이 게임의 전투시스템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전투: 타이밍을 맞춰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공격합니다. 일반적인 공격입니다.
- 행동: 상대를 알아보거나 특정한 행동을 합니다.
- 아이템: 아이템을 사용합니다.
- 자비: 도망가거나 자비를 배풉니다 (*중요)
문제는 아무 이유없이 도망가거나 자비를 베풀수 만은 없다는거죠. 적의 상황에 따라 특정한 행동을 취하거나 HP를 1로 만들어야 자비를 베푸는게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적의 공격은 탄막으로 옵니다. 뭔소리냐 하면 적이 공격할때는 탄막슈팅게임마냥 일일히 커서를 조작하여 적의 '탄막'을 피해야 되요. 물론 실력이 있으면 노데미지도 가능하지만 한대 맞을꺼 두대맞고 한번에 가는 경우도 가능합니다. 즉 상대가 열심히 탄막을 펼쳐가며 공격하는데 나는 공격도 못하고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거죠. 물론 이런 시스템덕분에 장비빨이나 LV에 목숨 걸 필요가 없어진 것도 있습니다. 중요한건 플레이어의 컨트롤 실력이지 캐릭터의 LV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실력만 되면 장비 무착용 클리어도 가능은 합니다.
어쨋든 메세지라는 측면으로 돌아가서 불살을 넘어서 한대도 안때리는 플레이 (최종보스는 예외입니다. 얘는 쥐어팬다음에 자비를 시전해야합니다) 를 지향한다고 할때 이 게임의 난이도는 만만치 않아집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과도 비슷해요.
- 나는 해칠 의도가 없는데 강력한 공격을 날려대고
- 우연히 싸움에 휘말리기도 하고
- 가끔은 상대가 불상하다고 졌다고 처주기도 하고
- 서로에 대한 적의가 없음에도 서로의 목적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등
네 소위 말하는 "착하게 사는데 뒷통수 맞는 경우"를 충실하게 재현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죠. 나는 아무 잘못도 안하고 아무에게도 나쁜짓 안했는데 18턴이 넘게 탄막피하다 보면 가끔 "얘는 죽일까?"하는 유혹에 시달리기도 해요. 그렇다고 그런 유혹 꾹참고 아무도 안죽인다고 해도 처음부터 결과가 좋지는 않습니다. 1회차에는 진엔딩을 못봐요. 물론 힌트야 노멀엔딩 볼때마다 알려주기는 하지만요.
이 게임의 진엔딩을 보려면요. 나를 열심히 죽이려하거나 날가지고 노는 상대들에게서 살아남아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그들과 진실한 우정을 나눠야 합니다. 게임내에 어떤 캐릭터 말마따나 "도전"을 해야하는거죠.
재밌는건 게임에 본성이 나쁜 캐릭터는 단 하나도 없어요. 죄책감때문에, 오해때문에, 책임감때문에 나를 죽이려하고 사랑과 우정과 '의지'를 가지고 그런걸 이겨내야 하는거죠. 쓰다보니까 무슨 부처 시뮬레이션 같네요.
다행히 저런 관점에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서 "몰살"도 가능하게 되어있습니다. 이유야 어쨋건 나를 괴롭히고 죽이려 한 존재들을 살려둘 수는 없는법이죠. 일부 상점NPC를 제외한 대부분의 몬스터는 사살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불살루트에선 친구가 되었던 몬스터들에게 책임을 물수도 있죠. 물론 그들의 행동은 불살루트때와는 다르겠지만 알게 뭡니까. 이건 RPG게임이고 저들은 몬스터일 뿐이에요.
그런데 정말 나와 싸운자들만 상대한다면 모르겠지만요. 그렇게 하려면 첫시작부터 잘 챙겨주던 사람 뒷통수를 치고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루트에서 어떤행동을 해도 나와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무고한 몬스터도 죽여야하죠. 그래서 흔히들 노멀엔딩 -> 불살엔딩 -> 게임삭제(...)가 정식루트라고 우기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불살엔딩에서 힘들게 하하호호하는 관계가 되었던 애들을 살육하는게 별로 좋은기분은 아니에요. 일단 어떻게 하든 몰살루트를 타면 정당방위나 복수의 범위는 넘어서게 짜여져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엔딩의 내용을 보면 찝찝한 수준이 아니에요.
아니 뭐 플레이어의 마음은 둘째치고, 사실은 게임 난이도 자체가 몰살루트가 약간 더 어렵습니다. 뭐 필드에 다니는 잡 몬스터야 잡아서 EXP올리고 LV올리고 좋은 장비 찾아서 장비하면 쉽죠. 문제는 보스패턴이 바뀝니다. 같은 보스라도 공격패턴이 더 어려워지기도 하고, 보스 순서자체가 바뀌기도 해요. 최종보스는 루트마다 다른데 몰살루트 최종보스는 정말 어렵습니다. 뭐 일단 이 게임에서 유일하게 "선공"을 하는 적이기도 하죠. 그게 무슨의미인지는 게임을 하면서 거쳐보시고 되짚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또한 이 게임에는 하드모드가 따로 있는데요. 이 하드모드로 들어가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캐릭터 이름을 지을때 주인공캐릭터의 본명을 넣으면 되요. 우리가 지어주는 이름과 무관한 설정상의 본명입니다. 그러니까 뭐 폴아웃4의 네이트/노라 같은 느낌? 당연한 거지만 게임은 몰살루트보다 훨씬 어려워 집니다. 어려가지 의미로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그럼 이쯤에서 급 결론을 내고 마무리 지어볼께요. 이런 이유로 제가 파악한 게임의 메세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누군가를 돕기만 하면서 착하게 사는건 절대 쉽지만은 않고, 니가 원하지 않은 결과도 가져올 것이다
- 그렇다고 공격일변도로 살면 오히려 더 힘들어 질 것이다
- 하지만 무엇보다 힘든 삶의 방식은 너 자신을 유지하면서 사는 것이다.
모르겠어요. 저도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 초라한(?) 그래픽의 인디겜에서 알 수 있는 부분의 일부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게임자체가 여러가지를 숨겨놓고, 여러가지 상황에 대처를 잘 해놔서 파도파도 끝이 없죠. 한글패치가 되자마자 언더테일 갤러리가 생기고 이상성애자(...)들이 증식하기 시작한 이유가 다른데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예술은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작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클래식이라 불리는 작품에서 느끼는 감동이 그때 당시의 사람들이 느꼈던 감동과 다를지라도 아니 다르기 때문에 클래식으로 인정받는다는 말도 있죠. 그런 의미에서 여러가지 선택권을 주고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놓은 이 게임은 스토리텔링이라는 측면에서 명작의 반열에 충분히 오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글 이곳 저곳에 거짓말을 해 놓았습니다. 이유는 게임을 해보시고 리뷰를 다시보시면 압니다.
그런의미에서 링크#2에 스팀상점페이지 올려놨습니다. 한번쯤 받아서 해보실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양도 잘 안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