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무라의 유럽여행기 (15) 물과 보트의 도시, 베네치아 上
1월 29일. 깨고 나니 야간열차는 이미 이탈리아. 직원이 유레일패스와 함께 갖다 준(야간열차는 승무원이 여권과 유레일패스를 수거해 가서 입국 절차를 대행해줍니다.) 밥 먹고 짐 챙기니 어느세 베네치아의 바닷가가 맞이해줍니다.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역 도착. 이제 이걸로 마지막 나라에 도착한 셈입니다.
일단 짐을 맡기러 갑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1번 플렛폼에 수하물 보관소가 있어요. 5시간에 5유로, 그 이후로는 시간당 0.7유로를 받죠. 이런 유인 보관소는 도둑에게 안전하죠. 무인 보관소는 따서 가져가기도 하거든요.
역에서 나오자마자 바다 냄새가 납니다. 보트도 보이고요.
베네치아는 다른 도시와 달리 바다와 운하로 둘러쌓여 있어서 자동차가 없습니다. 배가 대중교통을 맡죠. 수상택시는 모터보트 비슷한 것이고, 곤돌라는 우리가 흔히 아는 그 노 저어서 가는 보트인데 이 두개는 비쌉니다. 추억을 쌓고 싶다면 곤돌라 타는 것도 좋지만 저는 그냥 가장 싼 바포레토를 탈 겁니다. 이건 일종의 버스+지하철 역할을 하는 대형 보트죠.
티켓은 바포레토 정류장에서 사면 되는데, 12시간권이 올해부터 없어진 모양이더군요. 그래서 하루종일 있지도 않을건데도 24시간권을 20유로 주고 사야 했죠. 1회권은 7유로인데 60분 유효하기에 어쩔 수 없이 이런 무제한 표를 끊는 게 나아요. 하여튼 돈 더 벌기 위해 이래야 하나 싶습니다만..
노선도를 보면 참 많은데, 여기서 기억할 노선은 3개입니다. 1번과 2번, 그리고 42번인데 1번과 2번 차이는 1번은 완행, 2번이 급행이라는 것만 배면 베네치아의 핵심을 지나가는 건 동일해여. 42번은 무라노 섬으로 가는 보트인데 저는 그건 안 타서..
보트 정류장에서 보트를 타는 거 색다른 경험이더군요. 먼저 저는 리알토 다리부터 가도록 하죠.
보트를 타고 도시 구경하는 거 정말 재미있네요.
곤돌라도 보이네요.
여기 리알토 다리가 보이기 시작하네요.
리알토 선착장에서 내립니다.
그리고 약간만 걸으면 바로 다리가 보이죠. 제가 배를 타고 지나간 곳이 대운하인데 거기에서 가장 폭 좁은 곳에 위차한 다리죠. 1592년에 안토니오 데 폰데가 완성한 이 다리 아래에는 저렴한 피자집이 많죠.
???
곤돌라입니다.
다음에 갈 곳은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이죠. 마찬가지로 바포레토 1번을 타고 살루테 선착장까지 갑니다.
바포레토는 생긴 것만 보트지 내부 풍경은 사실상 여느 버스와 다를 게 없네요. 아마 베네치아 사람들에게는 이것도 일상일텐데 저에게는 특별하게 보이는군요.
보트가 자동차고, 택시고, 버스죠.
운전석. 선착장에 도착한 바포레토가 천천히 서행하면서 배와 선착장의 출입구를 일치시킨 뒤 밧줄로 묶는 모습을 보면 이 보트 운전도 쉽지 않고 베테랑이 되지 않으면 서는 것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는 중간에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과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지나는데 이 두 곳들은 바포레토 1번 아카데미아 선착장에 내리면 되요. 저는 오후 3시에 피렌체행 기차를 타야 해서 패스했지만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여기 하루 날잡고 다 둘러볼겁니다. 참고로 이 곳은 일요일은 피하는 게 좋은데 왜냐하면 여기도 나름 유명한 곳들이라 사람들이 엄청 몰리거든요.
뭐 잡설이 길었는데 이제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이 보이네요.
살루테 선착장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바로크 양식의 건물이죠.
1630년 베네치아의 흑사병으로 15만명이나 죽은 사람들을 추모하고 흑사병의 종결을 기원하기 위해 성모 마리아게게 바쳐진 성당입니다. 방금 설명한 두 미술관과도 걸어서 5분 거리일 정도로 가까우니 묶어서 볼 수 있을겁니다.
내부에는 틴토레토, 타치아노의 걸작들이 소장되어 있죠.
생긴 건 둥글게 생겼는데, 보석함같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무사여행을 빌고 나왔죠.
다음에 갈 곳은 산 마르코 광장이죠. 베네치아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마찬가지로 바포레토 1번을 타면 되지만 1번 외에도 2번, 41번, 42번도 산 마르코 광장은 거치니 그걸 타도 무방해요.
산 마르코라고 적힌 선착장 아무데나 내리면 됩니다. 일단 저는 산 마르코 발라레소 선착장에.
선착장이 여러개가 있는데 선착장마다 서는 바포레토, 그리고 가는 방향이 다르니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산 마르코 광장에 도착하면 먼저 보이는 것은 두칼레 궁전이죠. 베네치아의 고딕양식을 잘 보여주는 이 곳은 베네치아가 한때 얼마나 강대한 도시국가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듯 합니다. 입장료 16유로.
이 종탑은 높이 99미터로 원래 10세기에 세워졌다가 1902년 무너지고 다시 세웠죠. 여기서 보는 아드리아해의 풍경은 끝내주는데 제가 갈 때는 사람들이 엄청 차 있어 못 갔네요. 입장료 8유로.
두칼레 궁전에 장식된 4명의 황제상. 코스탄티노플에 있던 걸 약탈해 왔다는군요.
닭둘기는 여기도... 사람들을 겁내지 않기로 워낙 유명해 팔 위에 얹어 사진찍기 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꼭 있죠.
저기 보이는 거대한 성당은 앵글 다 잡으려면 엄청 뒤로 가야 하네요. 이름은 산 마르코 대성당.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진 이 곳은 828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성 마르코의 유골을 입수해 매장한 곳입니다. 성당 정면을 장식하는 청동 말 4기는 제4차 십자군 전쟁 때 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 약탈한 전리품으로, 진품은 현재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죠.
입장료는 무료인데, 내부 사진 촬영은 불가입니다. 둘러본 소감은 지금까지 본 성당과는 달리 상당히 이국적이고, 정확히는 서양 양식이 아닌 그런 느낌이며 황금 모자이크와 각종 조각과 장식이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습니다. 베네치아가 한 때 지중해 무역을 독점하다시피 해서인지 그 화려함이 여기에서 나오는 거 같네요. 전망대 테라스에는 앞에서도 언급한 콘스탄티노플에서 빼앗아온 청동 말 4기(모조품)이 장식되어 있죠. 참고로 박물관과 팔라도르, 그리고 보물실을 가각 5유로, 2유로, 3유로씩 받습니다.
탄식의 다리입니다. 두칼레 궁전과 감옥를 연결하죠. 10인 위원회의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죄수들이 두칼레 궁전의 법정에서 나와 이곳을 지나가면서 마지막으로 햇빛을 봤다고 합니다.. 여기를 탈출한 유일한 인물이 카사노바고, 탈출하며 난 수많은 여인들을 사랑했지만 내가 진정 사랑했던 것은 자유였다라고 맗ㅆ다고 하네요. 물론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산 마르코 광장은 왜 나폴레옹이 유럽에서 가장 멋진 응접실이라고 감탄했는지 알겠더군요. 다만 여기는 소매치기가 많으니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제가 갈 때는 테러 떼문에 곳곳에 경찰이 깔려 덜했지만 평소에는 자기 옆에 있는 놈은 다 소매치기라는 농담 반 진담 반 소리도 있으니 말이죠.
마지막으로 갈 곳은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 이 곳은 산 조르조 섬에 떨어져 있습니다.
바포레토 2번을 타고 산 조르조 선착장에서 내리던가, 아니면 산 마르코 광장에서 두칼레 궁전을 지나 산 자카리아 선착장에서 2번 트론체토 방향 바포레토를 타고 산 조르조 선착장에서 내리면 됩니다.
산 조르조 섬은 10세기부터 1806년까지 성 베네딕토 수도회의 중김지였죠. 팔라디오 양식의 이 건물 안에는 틴토레토의 최후의 만찬과 만나 수확 등의 작품이 남아 있죠.
종루는 따로 6유로 내야 들어갈 수 있죠.
이제 베네치아에서 봐야 할 것들은 다 본 거 같네요. 2번 바포레토를 타고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역으로 돌아갑니다. 1번과 2번 모두 순환선이니 결국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역이 있는 페로비아 선착장까지 가는 건 마찬가지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