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무라의 유럽여행기] (03) 대영 박물관에서 템즈 강까지 上

호무라 0 3062

1월 15일 목요일.

또 일찍 일어났네요. 세벽 4시. 완벽한 아침형 인간이 된건가. 한국인들은 아침 식사에서도 특징이 보이던데, 아침으로 나온 빵과 켸란, 그리고 베이컨, 치즈를 모아서 한번에 센드위치처럼 삼켜 버리네요. 정작 이후 보는 외국인들 중에서는 그러는 사람은 못 봤군요. 뭐 이것도 성급한 판단인지는 모르죠. 외국인들도 이렇게 먹는데 못 봤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제가 있던 곳은 요크웨이 버스정류장에서 390번을 타면 바로 대영박물관에 도착할 수 있더군요. 아침은 역시 사람들이 엄청 탑니다.

 

390번 버스는 이렇게 세인트 판크라스와 유스턴을 지나서 대영도서관 근처에 내려줍니다. 세인트 판크라스 역은 이 빨간 벽돌 뒤로 유리 궁전이 숨어 있죠.

 

대영도서관까지 가는 길. 보통은 토트넘 코트 로드역이나 홀본역에서 많이들 가십니다만 위치가 영 이상해서 어디를 내려도 많이 걸을 각오를 해야 하죠.

 

 

 

대영박물관 본관입니다. 규모가 상당하죠.

 

대영도서관은 입장료를 받지 않습니다. 대신 자발적인 기부를 받죠. 하지만 저는 기부는 안 했습니다.

 

본관에 들어가면 노먼 포스터의 유리 촌장인 그레이트 코트가 반겨줍니다.

 

 

 

 

 

내부 구조도만 봐도 규모가 엄청난 게 딱 보입니다. 실제로 이거 제대로 다 보려면 1~2일은 잡아야 해요, 하지만 그러기에는 볼 곳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안내 데스크 옆의 기념품 판매점에서 가이드북을 6파운드 주고 샀습니다. 안에 지도도 있고, 설명도 자세하기 때문이죠. 오디오 가이드도 4.5파운드 정도에 빌려주는데 그걸 선택해도 무방할겁니다.

 

제가 여기 도착한 게 9시 40분 쯤인데, 이집트관이 10시에 문을 연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조금 기다렸죠. 마침 독일 산업 특별전을 열던 거 같던데, 그건 돈을 받던걸로 기억해요.

대영도서관을 효율적으로 관람하기 위한 이동루트를 설명드리자면 이렇게 책이나 오디오가이드, 지도를 챙긴 후 이집트 전시실(4실)-근동 전시실(6~10실)-그리스 로마 전시실(11~23실)-이집트 전시실(2층 61~65실)-한국 전시실(67실, 생략해도 무방)-아시아 전시실(33실)입니다.

 

 

이집트 전시실은 영국이 이집트 지배하면서 가져온 별에 별 유물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주목할 건 로재터 스톤이죠.

 

 

그리고 람세스 2세 석상도요. 오지만지어스라는 시처럼 한 때 강대한 힘을 자랑하던 권력자의 위엄어린 동상이 만리타향에서 사람들 앞에서 구경당하고 있으니 뭔가 묘합니다.

 

아메노피스 3세 석상도 빠트려서는 안 될 유물이죠.

뭐 그거 외에도 엄청 많은 걸 보고 찍었는데 다 올리려고 하니 너무 많아서 이렇게 중요한 것만 올립니다.

이제 근동관으로 갑니다. 이란과 중동의 고대 유물들이 잔뜩 모여있죠. 정확히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물.

 

 

 

 

길가메시가 사자를 잡고 있는 부조는 없더군요. 하지만 이거 하나하나 훑어보는 것이 슬슬 지칠 지경입니다. 눈이 너무 많은 문화제를 보니 채한 모양이에요. 하지만 이런 건 많이 봐도 건강에 이상이 생길 리가 있나. 이제 그리스 로마관으로 갑니다.

 

 

 

 

 

 

 

 

 

 

그리스 로마관도 엄청난 컬렉션을 자랑합니다.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터키 등지에서 엄청 가져왔다죠. 하지만 그 중에서도 백미는 바로 파르테논 신전 유물들이죠.

 

 

 

 

 

 

 

 

 

 

 

 

 

아마 이 흉상은 누구인지 서양사 조금만 공부해도 아시겠지만, 바로 아테네의 페리클레스입니다. 이 사람이 파르테논 신전을 만들라고 지시했죠. 그런데 그 신전이 겪은 고초를 생각하면...

 

 

 

 

 

 

 

그리스 로마 전시실을 다 본 뒤 이제 2층으로 올라갑니다.

 

 

 

왜 다시 이집트 전시실이냐고요? 여기는 이집트 무덤에서 발굴한 미이라와 각종 부장품들이 있기 때문이죠.

무덤 부장품도 세월이 지날수록 이렇게 이집트 풍에서 그리스 로마 풍으로 변해가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여기도 소풍 같은 걸 하는지 영국 학생들이 여기에 놀러왔네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속칭 초딩들처럼 여기는 시끄러워졌고.

 

 

이집트관을 다 봤으니 한국관으로 가 봐야겠군요.

 

 

 

 

입구에 이렇게 현대 일본 도자기를 전시하고 있는데, 저 세하얀 도자기를 보니 한국의 달하아리 같군요.

 

 

 

 

 

 

 

한국 전시실은 별로. 차라리 국립중앙박물관이 낫습니다. 다만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 전파하고 홍보하는 목적에는 충실할 거 같습니다. 이거 한국 정부가 지원해줘서 만든 것이라고 하니 말이죠. 바로 아시아 전시실로 넘어가죠.

아시아 전시실 앞은 거대한 부처님이 웃고 계시군요.

 

 

 

 

인도에서도 엄청 뜯어왔는지 인도 유물들도 엄청나네요. 그런데 어떤 건 지금 기준으로도 아주 위험한 것도 있기에 여기는 그런 건 올리지 않도록 하죠. 카마수트라의 영향인가.

 

 

 

 

 

 

 

 

 

 

중국 유물도 엄청납니다. 무엇보다 저는 당삼채와 염라대왕상이 인상깊군요.

 

 

 

 

 

 

 

이제 대영도서관은 다 봤군요. 규모는 엄청나고 가진 것들도 하나하나가 다 국보급인데 왜 영국 유물이 이렇게 없는 걸까요. 정말 영국산은 건물과 경비원 뿐인 거 같군요.

뭐 이제는 지하철을 타야겠군요. 일단은 토트넘 코트 역으로.

토트넘 코트 역 근처에 도착할 때가 되니 점심시간이군요. 그래서 밥을 먹어야겠군요. 이번에는 정통 영국 요리를 맛볼 겁니다.

메뉴도 참 다양하군요. 하지만 햄버거나 피자, 파스타는 제외.

그럼 선택은 이거 뿐이군요. 피시 앤드 칩스. 13파운드군요. 좀 비싸지만 그냥 먹죠 뭐. 어제 20파운드도 안 써서 돈이 널널해요.

들어가서 주문하고 20분을 기다렸어요. 내부 인테리어는 그럴싸한데, 생긴 게 저녁이 되면 펍이 될 거 같네요.

피시 앤드 칩스 도착. 크기는 상당히 큽니다. 감자튀김도 굵고, 생선튀김도 큼직하네요. 그리고 바삭하게 잘 튀겨졌습니다. 하얀 소스는 타르타르 소스에서 단 맛을 뺀 듯한 맛이고, 녹색 소스는 완두콩을 삶아 으깬 맛인데 상당히 고소하더군요.

식초와 캐첩. 왜 영국인들이 식초를 마치 흥건하게 부워 먹는지 이해할 거 같습니다. 조금 쳐서는 느끼한 맛도 안 없어지고 식초 맛도 안 나니 듬뿍 치는 거 같습니다.

맛은 먹을 만은 합니다. 생선도 싱싱했고, 감자튀김도 바삭해요. 그런데 생선 튀김에는 전혀 간이 안 되어 있어서 소금과 식초로 알아서 간을 맞춰야 합니다.

먹고 계산 다 하면서 느낀 건 맛 자체는 의외로 정상적이고 먹을 만은 한데, 13 파운드를 주고 먹을 가치는 없네요. 한 4~5파운드라면 엄청 찬양하겠는데 말이죠. 그래서 런던에서 미식가가 되고 싶다면 인도나 중국, 일본, 아니면 프랑스, 이탈리아 요리집에 가라는 거군요.

뭐 이제 토트넘 코트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코벤트 가든 역으로 갑니다.

코벤트 가든 역은 뭔가 분위기가 있네요. 코벤트 가든역에 내리자마자 코벤트 가든이 펼쳐지죠.

영국의 대표적인 쇼핑거리이자 번화가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길거리에서 마술 공연하는 사람도 보입니다.

여기는 코벤트 가든 마켓입니다. 오드리 햅번의 마이 페어 레이디에 나오던 그 장소죠. 뭐 저는 안 봤지만요.

 

주변 풍경. 땅을 보면 알겠지만 비가 내렸었죠. 제가 대영박물관 있을 때요. 그리고 다시 파란 하늘이 보이네요.

 

 

 

 

 

 

코벤트 가든은 코엑스같은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고 오래됬지만, 그래서 분위기가 있네요. 안에는 각종 카페, 식당, 그리고 샵들이 있죠. 그리고 이렇게 연주도 해요.

 

 

 

 

 

 

 

 

 

무민 샵.. 뭐 이제 코벤트 가든은 다 봤으니 다시 코벤트 가든역에서 사우스워크 역으로 지하철을 탑니다.

 

그리고 좀 걸으면 바로 템즈강이 보이죠. 여기 보이는 세인트 폴 대성당 아래의 다리를 보세요.

 

 

 

뭔가 현대적이죠? 내 이것이 밀레니엄 브릿지입니다.

이 다리를 감상하면서 탬즈 강을 걷습니다.

 

내, 여기에 테이트 모던과 세익스피어의 글로브 극장이 위치해 있죠.

 

 

가기 전에 다시 밀레니엄 브릿지 찍고..

여기 보이는 저 탑 보이시나요. 이 탑이 있는 건물이 테이트 모던입니다.

 

원래는 발전소였던 이 건물은 지금은 피카소, 세잔, 폴락, 달리, 모네, 헨리 무어의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 되었죠. 가격은 무료입니다. 시간이 있다면 가 볼 가치가 있어요. 다만 저는 미술 전공이 아닌지라 패스.

 

 

 

 

탬즈 강변에도 많은 노상 라이브가 펼쳐집니다. 작년의 신주쿠역이 떠오르는군요.

런던이 마음에 드는 점은 이렇게 길목마다 지도를 배치해 놨기에 길 찾기가 아주 좋고, 지도를 안 챙겨가도 된다는 점이죠. 스마트폰과 이 지도들만으로도 런던 어지간히 길치가 아니면 잘 돌아다닐 수 있죠. 이건 우리도 배워야 해요. 서울이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되고 싶다면 말이죠.

 

 

 

이 곳이 바로 글로브 극장입니다.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이죠. 한 500년 된 이 극장은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주요 거점이고, 저녁마다 각종 희극과 비극이 공연되었죠.

 

 

 

 

 

계속 저는 걷고 또 걷습니다. 탬즈강을 따라서. 여유롭게 걸어다니면서 보는 영국의 골목과 길거리는 지금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비록 다리 아프고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이렇게 음미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죠.

 

가다 보니 보이는 범선. 이것은 골든 하인드호입니다.

 

직접 승선해 볼 수도 있긴 한데 저는 패스했죠.

[이 게시물은 함장님에 의해 2015-05-03 23:23:42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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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분명 바꿀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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