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로보캅, 레고 무비.
1. 우선 겨울 왕국. 솔직히 말하자면 인기가 있는갑다- 해서 보러 간 영홥니다. 디즈니 영화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대충 어떤 스토리인지 들어서… 그냥 제낄까도 하다가 보러 간 겁니다.
근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정말 별로더군요. 솔직히 말해서 너무 오글거립니다. 진정한 사랑이니 가족애니… 제가 제일 싫어하는 가족애에 좀 덜 싫어하는 게 물렸으니 뭐 뻔한 거긴 합니다.
이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라 가리도록 하겠습니다. 스토리가 정말 별로더군요. 이러니 저러니 하다가 자매간의 가족애로 얼어붙은 마음과 왕국을 녹인다! 하! 정말 손발이 오그라드는 줄 알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안나가 마지막에 시스터 실드 해주고 한번 안아주니까 쫘라랑 하면서 마법이 풀리고. 하- 하! 중간중간 나오는 유머나 디테일같은 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만(올라프나 가게 주인 등) 그건 어디까지나 사이드 메뉴니까 말이죠. 뭐, 애초에 스토리가 그런 거니까 이 정도면 준수한 걸까요.
다만 한스의 배신같은 건 제법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한스랑 그러고 놀다가 갑자기 크리스토프가 등장해서 얼라리, 이거 어떻게 되는거야? 디즈닌데? 하고 살짝 당황하긴 했습니다. 디즈니에서 사각 관계를 보나?! YA-HA. 같은 생각도 했었고(…).
음악도 좋긴 좋더군요. 여기저기서 불러제껴대는 Let it go, 괜찮긴 하더군요. 근데 뭔가 좀 2% 부족한 느낌이 드는 곡이더군요. 좀 더 폭발적인 맛이 있었다면… 하고 느꼈습니다. 뭐 이건 별 상관 없는 얘기고…
여하튼 종합하자면, 제게는 대세니까 한번 본 영화… 로 남을 것 같습니다. 뭐, 그냥 그래요. 취향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요.
아, 그리고 겨울왕국 보면서 있던 에피소드 하나. 제 뒤쪽으로 웬 아줌마 둘에 어린 여자애 둘 해서 넷이 쪼로록 앉았는데… 이 애, 특히 오른쪽에 앉은 애가 진짜 진상이었습니다.
울었냐? 시끄럽냐? 떠드냐? 아뇨. 스포일러를 해요. 간단히 말해서, 개콘 코너 중 하나였던 '어제 온 관객 오늘 또 왔네'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본편 전 단편인 Get a Horse부터 시작해서, 여기서 뭐가 나오고 뭘 하고 뭐다! 하고 줄줄 읊어요. Let it go 부른다! 배 뒤집어져! 이러면서… 졸라 크게. 야이… 심지어 노래도 따라부릅니다. 하- 하- 하! Why You Little… 농담같지만, 진짜, 호머가 바트한테 하는 것 처럼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아아앜!
애도 애지만, 보호자가 애들을 컨트롤을 안하더군요. 맞장구 치면서 잘한다고, 다 외웠다고 칭찬해주고 앉았어요. WTF!
앞으로 주 관객층이 저연령인 영화를 볼 땐, 주중에 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하- 하.
2. 로보캅. 뭐 옛날 옛적, 버호벤의 원판을 보긴 했고, 그래서 다소 기대를 하고 있긴 했지만 그렇다 해서 과거의 것과 비교할 정도로 기억하진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백지… 라긴 좀 그렇고, 갱지 정도 되는 상태였죠.
여튼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적당한 수준의 SF 액션이라고 생각됩니다. 무난두루뭉실하다고 생각됩니다. 애초에 원판을 잘 기억하고 있지도 못하니 비교할래야 제대로 할 수도 없긴 했죠.
하지만 전개상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작용한 '그거' 라든가 말이지요.
캐스팅이 빵빵- 하긴 했는데 거진 다 조연이라… 개리 올드먼이나 새뮤얼 잭슨… 둘 다 연기는 흠잡을 데 없지만(올드먼은 좀 노멀한 편이지만 잭슨은… 최후반의 방송 도중 '검열삭제' 대사라든가 하는 게 참 좋았어요) 비중이 너무 작아! 가외로, 릭 매톡스(전술 컨설턴트 캐릭터)의 배우가 재키 얼 헤일리더군요. 조연급 배우입니다만, 왓치맨의 로어셰크라 하면 아실까요. 연기력은 좋은데… 레이 파크 같은 배우랄까요.
가외로, 많은 팬들이 로보캅의 컬러링이 바뀐 걸로 불만이 많은 것 같은데, 전 검정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가 괜찮던데 말이지요. 투박한 원판도 좋지만 이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샤프하게 바뀐 게 맘에 들던데… 뭐, 이것도 결국 취향 차이겠죠.
3. 레고 무비. 간단히 줄이죠. 꼭 보세요.
오늘 보고 왔는데, 솔직히 이게 겨울왕국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소싯적 레고를 좋아했어서 흥미가 동해 보러 간 건데, 월척을 낚았습니다.
아, 정말 맘에 듭니다. 스토리도 그렇고, 연출도, 게다가 여러 패러디가 너무 깨알같고 유쾌해요!
약간 스포일러라 가립니다. 배트맨의 테마 송이라든가(다아아아크니이이스~ 부모 없어! 돈은 많아! 그나마 다행이야!), 스타워즈, DC 코믹스의 히어로들(개인적으론 원더우먼에게 수갑이 채워지는 장면이 참 절묘했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 자체도 좋아요. Instruction에만 집착하는 주인공 캐릭터와 '그'의 모습은… 매뉴얼에 제시된대로만 할 수 없게 된(레고든, 인생이든) 어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좀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도 그랬거든요. 어렸을 땐 이래저래 비틀고 노는 걸 좋아했는데 나이를 먹고 나니 좀 근본주의자 테크를 타버린 듯(…). 제 모습도 살짝 보이는 것 같아 재미있으면서도 씁쓸한 맛이 났달까요?
여하튼 레고를 좋아하지 않아도 정말 괜찮은 영홥니다. 애니메이션과 레고에 거부감이 없다면 한번쯤 보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금번 리뷰에서 최고의 영화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