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쌤'을 자처하는 이유
나는 학생들 사이에서 '메갈쌤'으로 불린다. 학급문고에 페미니즘 책을 가져다 놓고, 수업시간에 성차별, 성평등 이야기를 자주 하며, 페미니즘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다니기 때문이다. 10대 남학생의 사고체계에서 페미니즘은 곧 메갈(메갈리아)이며, 메갈은 남자를 공격하고 혐오하는 나쁜 여자들이다. 그런데 우리 학교에 있는 선생님이, 그것도 남자 선생님이 메갈이라니. 학생들 입장에서는 황당할 법하다.
10대 남학생들은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옛날에는 약자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남자가 더 차별받는 역차별의 시대라 생각한다. 이들이 걸어왔을 삶의 궤적을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공부도 여학생이 잘하고 아르바이트도 여학생이 잘 구한다. 선생님들도 여학생을 더 예뻐한다. 자기네는 군대도 가야 하는데, 여학생들은 안 간다. 심지어 데이트 비용도 남자가 더 많이 내야 할 것 같은데, 여자가 사회적 약자라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