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다윈주의의 확장

기스카르 0 253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 AI죠. 원래 인기였던 주제였는데 한창 4차 산업혁명, 알파고같은 주제까지 만나니 요즘 기업들역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다른 주제는 좀 전부터 유행이던 '유전자'에 관한거입니다. 유전자 변형 식물에 관한 논란이야 뭐....지나치게 유명하고 그외에 연예인들 자식보면 '축복받은 유전자다'라고 하기도 하죠. 이러한 유행의 시작은 어디일까요? 근원은 찾아보면 많겠지만 가장 정확환 근원은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일겁니다.

 

이책의 중심주제는 크게 세가지로 나뉘어질 수 있습니다. 자연상태에서 진화의 최종 수혜자는 유전자라는 것, 동물의 모든 행위의 배후에는 유전자의 이득이 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전자의 긴 팔'인 '밈'입니다.  그렇다면 각 주제들은 어떤 얘기를 하는 것일까요? 하나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도킨스, 정확히는 도킨스의 이론적 바탕인 윌리엄 해밀턴의 이론 전까지 진화론의 주류를 막차지한 '다윈주의'에서는 진화의 이득을 개체, 때때로 집단으로 봤습니다. 이는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제창한 것에 기반한 것으로, '각 개체간의 생존투쟁이 곧 진화를 낳는다.'라는 주장이었죠. 그러나 문제가 있습니다. 개체의 수명은 지나치게 유한합니다. 인간마저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더라도 현재 100년을 넘게 살면 운이 좋은 수준입니다. 설령 개체가 번식을 성공하더라도, 그 개체의 특징은 유성생식으로 인해 계속해서 옅어집니다.(물론 진드기나 균류는 예외입니다. 단, 이들은 진화론에서는 어느정도 별종의 존재라는걸 생각해봐야합니다. 균류의 진화와 수명은 다세포동물과 확연히 다르지 않습니까?) 보통 한 개체의 자식은 그 부모의 1/2씩을 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후손으로 가면 어떻게 될까요? 필자로 예를 들면, 필자의 본관의 시조인 조계룡과 필자의 유전적 동일성은 여러가지(근친, 불륜)등을 제외하고 깔끔하게 계산할때 2의 44승분의 1만큼의 유전적 동일성을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개체가 과연 자연선택의 주역이 될 수 있을거냐는 것이 바로 도킨스의 이론의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유전자는 어떨까요? 이러한 과정에서도 유전자는 '남습니다.' 여러분의 유전자와 침팬지의 유전자의 유사성은 이미 98%에 달합니다. 이렇듯 조상과 후손간의 거리가 멀어지더라도 유전자는 조상의 흔적으로써 남습니다. 이를 도킨스는 이렇게 명쾌히 비유합니다. '유전자는 개체라는 덜그럭거리는 로봇에 탑승한다.'

 

그렇다면 또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가끔씩 동물은 이해가 가지 않는 행위를 합니다. 다른 개체와 협동해 사냥을 한다던가, 고생해서 사냥해온 먹이를 다른 개체와 나눠준다던가, 스스로 위험한 곳에서 경계를 서는 행위를 보이기도 합니다. 정말로 진화가 유전자가 자신의 이득을 위해 획책하는 과정이라면, 어째서 그들의 로봇인 개체의 이득을 포기하거나 나누는 것일까요? 이것은 살짝 거꾸로 봐야합니다. 사자나 다른 육식동물들이 협동해서 사냥하는 것은 종전의 집단진화론이 그렇듯이 '종의 이익을 위해'가 아닙니다. 협동해서 사냥하는건 되려 사냥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고, 개체가 얻는 영양을 늘릴 수 있습니다. 또한, 땅다람쥐는 포식자가 다가올 경우 무리에 경고음을 냅니다. 이로인해 무리는 안전해지지만, 자신은 죽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왜 그런걸까요? 이를 셔먼이라는 학자가 연구해봤는데, 흥미로운게 나타났습니다. 땅다람쥐는 코끼리같은 모계사회로, 수컷은 번식철때 잠시 무리에 합류하고 그게 지나면 떠납니다. 그런데 경고음을 내는 개체는 대개 암컷입니다. 이것이 뭘 의미할까요? 이러한 모계사회는 보통 어머니와 할머니, 자매들이 무리를 이룹니다. 곧, 자신들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개체들을 지키기 위해 내는 경고음이 되는 겁니다. 이렇듯 동물계에서 협동이라는 것은 유전자의 궁극적 이득을 위해서이거나, 유전적으로 가까운 친족들을 지키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경우가 있습니다. 흡혈박쥐의 경우인데, 이들은 가끔 먹이를 챙겨오지 못한 친구들에게 자신이 챙겨온 피를 나눠줍니다. 설치류는 기본적으로 수명이 굉장히 짧고, 짧은 시간 굶는것도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들은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일까요? 그 해답은 역으로 생각했을때 자신도 얼마든지 굶을 수 있고, 언젠가는 나눠줄거라는 생각으로 나눠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군요. 그렇다면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 않았을때 이득이 더 크지 않을까요? 그런데 자연계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학자들의 결론입니다. 이는 팃포탯(Tit for Tat)이라는 자연계의 통용되는 전략탓인데, 바로 "처음에는 협력하라, 그런 뒤 다음 행동은 상대의 행동에 따라 행동해라."라는 전략입니다. 만약 처음에 협력적으로 나와 그에 걸맞게 협력적으로 나오는 동물이 있다면, 자신 역시 협력적으로 나오면 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반대로 행동하라는 거죠. 이 전략은 영국의 정치학자인 로버트 액셀로드와 영국의 이론생물학자인 존 메이너드 스미스가 지적한 이후, 게임이론중 하나인 죄수의 딜레마에서 거의 필승카드가 되었습니다. 이후로 팃포탯 전략보다 승률이 더 높은 전략도 생겨났지만, 이러한 전략들도 결국 팃포탯의 변형뿐이었습니다.(이에 관한 이야기는 역시 도킨스의 작품인  '눈 먼 시계공'에 더 자세히 있습니다.)

 

이제 이야기를 넘겨보죠. 그렇다면 이 책의 또다른 주제인 '유전자의 긴 팔'인 '밈'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이는 도킨스가 유전적 행동에 반하는 행위(피임, 종교적 이유서의 독신과 비혼주의 등)를 하는 인간의 '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입니다. 도킨스는 밈이 탄생한데는 인간의 진화의 핵심인 '모방성'이 존재한다고 봤습니다. 침팬지나 돌고래는 사람이 태양을 가리킬때 태양을 바라봅니다. 그러나, 사람의 아기는 그럴때 사람의 가리키는 손가락을 바라봅니다. 바로 여기서, 다른 이들을 철저할만큼 따라하는 인간의 모방성이 밈과 인간의 찬란한 문화를 낳았다는겁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왜 유전자의 이득을 반하는 행위의 원인이 될까요. 아이들은(사실, 일부 어른들도) 권위있는 어른이 '악어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마라'라고 하든 '농사를 잘짓고 싶으면 저 하늘에 있는 존재에게 음식을 바쳐라.'라는 말을 하는것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바로 이것이 '밈'이 탄생한 계기라는 것입니다. 일종의 모방성의 확대서 온 '부산물'이라는것이죠. 

 

여기서 논의를 확대해보겠습니다. 다윈의 진화론의 가장 큰 적은 무엇이었을까요? 단연 그것은(故스티븐 제이 굴드가 주장한 것과는 좀 다르게) 종교였습니다. 기실, 어지간한 종교인중 과학에 긍정적인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물론, 토마스 아퀴나스나 성 아우구스티누스, (살짝 별종으로) 로저 베이컨같은 종교인도 있었지만, 그경우도 '철학이 신학의 시녀'이듯이 과학역시 신의 업적을 증명하는 존재였을 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과학이 그들의 눈빛과 달라졌을 경우에는 가차없이 잘라냈습니다.(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재판은 논란을 생각해 잘라낸다하더라도, 그를 지지하면 분명 큰 이득이 올것인데, 종교개혁의 대표주자였던 마르틴 루터가 가차없이 갈릴레이를 비판했던건 무작정 과학과 종교간의 충돌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분명 생각할 거리입니다.) 그런 면에서 진화론은 단연 충격이었습니다. 물론 찰스 다윈 이전에도 그의 할아버지였던 에라스무스 다윈이나, 프랑스의 라마르크같은 진화론자는 있었고, 그런 진화론이 제대로 발전해 다윈의 것과 비슷한 수준까지 이른다는건 아마 필연적이었을겁니다. 마치 뉴턴이란 천재가 없었다고 만유인력이 발견되지 않았을까?라는 예측은 그다지 잘 상상이 안되는 것과 같이요. 그러나 다윈의 이론은 칼 맑스가 그의 명저 '자본'의 초판을 다윈에게 헌정하려한 것처럼(다윈은 거절했습니다.), 다윈의 책은 기존 데이비드 흄이나, 에피쿠로스, 그도 아니면 로베스피에르, 생쥐스트가 제창한 무신론들보다 훨씬 더 큰 사회적 파장을 주었습니다. 인간은 더이상 신의 진흙으로 만들어진 피조물이 아니란게 최초로 과학적으로 설명되었으며, 그전까지 당연시되었던 인간의 동물에 대한 우월성 역시 상당수 상실되었습니다. 다윈에 관한 유명한 그림으로 다윈을 원숭이로 풍자한 그림이 남아있는데, 이것도 역으로 생각해보면 엄밀히 따져 (비글호)항해기로 유명세를 꽤 얻은, 지질학의 혁명가 라이엘의 추종자로 알려진 정도가 끝인 시골의 조용한 과학자가 그당시 정치적 최중요 인물이 되었다는겁니다. 그런 과학자가 정치적으로 논쟁거리가 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윈을 제외하면 갈릴레오 갈릴레이등의 16~17세기 천문학자들과, 50년대 핵물리학자들이나, 현재 소개중인 도킨스 정도가 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교계는 당연히 진화론을 적대할 수 밖에 없었고, 윌버포스 주교같은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종교적 이유로 진화론을 거부한 경우는 많습니다. 지구의 나이는 3억년이라 주장해 다윈의 이론을 붕괴 시킬뻔한 켈빈 남작의 주장에 종교적 이유가 없었을까요? 프랑스의 위대한 생물학자들인 앙리 파브르나 루이 파스퇴르가 진화론을 거부한게 종교적 이유가 없었다고 본다면 그건 거짓말일겁니다. 물론 기타 국가서도, 종교가 사회의 기초교육을 담당하던 시기 진화론이 제대로 된 교육에 등장한건 20세기 초중반 쯔음에나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렇듯 다윈의 진화론에 종교계는 격렬히 저항했습니다만, 결국 진화론이 창조론보다 과학적으로 제대로 된 '이론'이었기에, 그것을 결정적으로 반박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서 비오 12세의 1950년 진화론 인정선언은 전략수정의 의미가 있다 봐야합니다. (그런 의미서, 미국과 한국서 논쟁이었던 '지적설계론'은 근본주의 개신교 내부서의 전략수정으로도 볼 수 있을겁니다.) 

 

이러한 과정서, 종교계는 진화론에 대해 다윈의 '개체 선택'이론을 통해 신이 특정 개체인 아담에게 진화를 부여해 인간으로 만들었다라는 식으로 설명해 넘어갔습니다. 물론, 다윈의 진화론은 분명 수렴진화(진화의 방향은 특정한 방향이 있다는 이론)에 부정적이지만, 콘웨이 모리스같은 종교적 진화학자는 자신의 이론을 설명할때 이러한 수렴진화의 사용을 주저치 않았다는 점에서 이점은 두드러집니다. 그런데, 도킨스의 이론은 이 전략수정마저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정말 개체라는게 '유전자의 덜그럭 거리는 로봇'이라면 최초의 인간 역시 그런게 되버리고, 신이 특정 개체를 지정해서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겪었다는 식도 불가능해집니다. 왜냐면 그 개체 역시 수많은 로봇중 하나이므로, 인간의 보편성마저 완전히 상실되게 됩니다. '신이 인간을 지정해 자연을 다스리게 만들었다.'가 교리중 하나인 기독교의 세계관은 '그 인간 역시 유전자의 (조금 특별한)덜그럭 거리는 로봇중 하나일 뿐이다.' 라는 도킨스의 이론으로 완벽하게 무너지게 되버립니다. 거기다가 또 다른 문제는 무엇일까요? 바로 '밈'입니다. 물론 바트 어만같은 신학자중에서도 조금 특이한 이들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신학은 신이나 경전의 특수성 인정에 기반해 전개되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 '밈'은 그러한 경전의 신성성 역시 붕괴시킵니다. 종교 역시 그저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모방성을 위해 발전시킨 것이라면? 사실, 종교 역시 진화론이 발전되면서 해부대상이 되어왔지만, 종전까지의 (다윈의 주장이기도 했던) 종교가 '적응의 일환'이라는 주장은 교계서도 크게 마찰을 일으킬게 없었습니다. 종교가 인간에게 이득이 되는 '적응'이라면, 교계입장에서도 타협하지 못할게 어디있겠습니까? '종교의 진화'라는 책으로 종교가 적응이라는 주장을 강하게 어필한 마이클 소버가 교계에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하는 이유는 괜한게 없을 겁니다. 그러나, 도킨스의 주장대로면, 종교는 그저 인간에게 이득이 되어 남는게 아닌, 그저 인간 이성의 발달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일 뿐입니다. 


물론, 어지간한 학자가 이걸 주장한다면 그 사람은 금새 매장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도킨스는, 특유의 재치로, 특유의 강단으로 그를 이겨내고, 뇌과학자인 스티븐 핑커, 인지철학자인 대니얼 데닛등과 함께 자신의 이론을 마음껏 펼치고 있습니다. 그런 그를 '사탄'이라 누군가는 부르고, '위험한 망상가'라 누군가는 비난하지만, 그는 그것에 개의치 않습니다. 어차피 그런 모욕정도야 너무 많이 먹었으니깐요(?) 60년대에 이미 40대에 가까워진 그가 현재도 장수하는건 아마 그런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하여튼,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글은 여기까지 입니다.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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