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와 마녀의 꽃 - 지브리 감성의 부활 혹은 자기복제
아마 꽤 많은 분들이 보시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스튜디오 포녹의 <메리와 마녀의 꽃>이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만족스럽게 봤지만 장점만 줄줄이 쓰면 글 분량이 안나오니까 아쉬운 점 포함해서 이것저것 넋두리좀 해보려고 합니다.
스튜디오 지브리, 아마 만화랑 담 쌓고 계시는 분들도 이름 한번쯤은 다들 들어보셨을겁니다. 저희 부모님도 아시더라구요.
지브리가 제작 중단을 선언한 이후로 극장에서 특유의 동화적 감성과 삽화같은 그림을 자랑하는 애니메이션은 정말 오랫동안 전멸이었죠.
순수했던 제 어린시절(아마 그런게 있었다면)의 한 축을 담당하던 지브리 애니메이션들이라 정말 아쉬웠었는데 오랜만에 갈증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애니메이션 동화와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감성뿐 아니라 스토리 구조까지도 예전에 즐겁게 봤던 지브리의 그것과 유사하더라구요.
그런데 이 작품의 강점과 단점이 모두 거기에서 기인한다는게 아쉬울 뿐입니다.
저 같은 사람은 오랜만에 추억을 찾은 느낌으로 만족스러워하겠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이 작품은 독창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게으른 자기복제가 되버리거든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한 스푼, <마녀 배달부 키키> 한 스푼, <모노노케 히메> 한 스푼, <천공의 성 라퓨타> 한 스푼
그리고 <고양이의 보은>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까지 섞은 '지브리 짬뽕' 으로 보일 여지가 사실 꽤 있었어요.
물론 제작진이 일부러 그런건 아니겠죠. 이 작품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 이유중의 하나는 지브리 감성을 표방하고 나왔음에도
과거의 지브리 작품과 비교했을 때 여러모로 부족하거나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 눈에도 보일 정도로 심각했던건 이야기 구조와 세계관 설정에서의 분량 설정 미스더라구요.
개인적으로 꼽자면 마법 학교(작중에서는 '엔돌 대학')에 대한 묘사와 설명 부분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보기에는 그림 예쁘고 좋았는데 문제는 편집이 거의 안되있더라구요. 너어어어어무 길어요.
거기에 그렇게 길고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묘사에 공을 들였는데 후반부 이야기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0입니다.
절정부터는 굳이 마법학교라는 장소가 아니었어도 가능했을 이야기거든요.
진짜 하나도 없어요. 이 정도면 마법학교 설정은 만화에서 들어내고 다른 적당한 설정 붙여서 넣어도 하나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에요.
제작진이 의욕에 가득 차서 세계관 설정을 해놨는데 너무 많아서 그걸 다 보여주기도 전에 끝난 것 같은 느낌?
원작이 따로 있다지만 어느 정도는 각본화하는 과정에서 손을 댔어야 했을 텐데 그게 너무 아쉬웠어요.
중반부가 늘어지는 것에 비해서 후반부는 진행이 좀 빠른 편입니다. 결말이 허무하다는 의견도 있던데 주인공의 성장담이라는 면에서는
전 이 결말이 더 만족스러워요. 이게 좀 더 지브리스럽기도 하고(?)
주저리주저리 떠들기는 했는데 아직 안보셨다면 한번 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이 먹고 나니 이렇게 순한 맛(?)인게 더 좋더라구요.
스튜디오 포녹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