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이름, 이름

넬리카란 3 1382

 

 <위키드>, 오즈의 마법사를 좋아하는 저한테는 2차 창작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원작을 초월한 물건이라 볼 수 있을 정도로 명작이라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자세한 줄거리는 생략하고... <위키드>에는 엘파바라는 인물이 나오죠. 원작의 사악한 서쪽 마녀에요.

 

 오즈의 마법사의 서쪽 마녀와 <위키드>의 엘파바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같은 캐릭터지만 한쪽은 단역이고 한쪽은 주연이네요.

 

 순전히 개인적 감상이지만 둘의 제일 큰 차이점은 이름의 유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름은 참 중요하죠. 왜 김춘수 시인이 <꽃>에서도 그리 서술하셨잖아요. 그대가 이름을 불러주었기에...

 

 

  글 읽는거 지루하니까 한번 배경음악을 깔아봅시다. 뮤지컬 <위키드>의 넘버인 No one mourns the wicked. (재생을 눌러주시면 더 좋습니다?)

 

 곡 시작에 솔로로 멋지게 시작하는 인물은 글린다, 원작의 착한 남쪽 마녀고 <위키드>에서는 엘파바의 친구로 나옵니다만... 

 

 등장인물 소개가 중요한게 아니라 주의깊게 들으셨으면 꽤 재미있게(나만...?)느껴지는 부분이 몇가지가 있는데요.

 

 가사에서는 단 한번도 엘파바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습니다. 

 

 오즈의 대중들에게 엘파바는 그냥 사악한 서쪽 마녀일 뿐이고, 죽었다니 그저 기쁜일일 뿐이죠.

 

 그리고 글린다는 "아무도 악한 자를 애도하지 않는다."는 가사를 부르지 않고요. 

 

 대신 악이 어디에서 오는지, 그녀에게도 부모가 있었다는 점을 노래합니다.

 

 엘파바도 우리(=극 중 다른 인물들)와 다르지 않다는거죠.

 

 

  글린다는 엘파바의 인간성과 본질을 이야기하지만, 오즈의 사람들은 엘파바에 대해 노래하는게 아니에요.

 

 '사악한 서쪽 마녀'라는 -우리가 익히 알아왔던-  형상화된, 만들어진 이미지에 대한 노래를 하고 있는 겁니다.

 

 <위키드> 에서 엘파바가 이름을 받음으로써 시작된 이야기는 극 중의 여러 갈등을 겪은 결과 다시 이름 없이 끝나게 되죠.

 

 

 한 곡 더 들어볼까요. 이번 건 좀 짧네요. The March of the witch hunters 입니다.

 

 여기서 극명하게 이름의 중요성에 대해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노래를 부르던 등장인물이 엘ㅍ...까지 말하고 마녀!라고 고쳐부르는 부분입니다.

 

 마녀사냥을 나선 사람들에게 엘파바는 더 이상 그들과 같은 인물이 아니라 타도해야 할 '악' 그 자체가 된거죠. 

 

 재밌지 않나요? 사악한 서쪽 마녀라는 단어에는 왜 사악하고 왜 마녀인지에 대한 설명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엘파바를 잡으러 가자!고 하면 왜 잡으러 가야 되는데? 무슨 잘못을 했는데? 라는 질문이 따라오지만

 

 사악한 마녀를 잡으러 가자!고 하면 그런 의문이 끼어들 자리가 없어지죠.

 

 

 이름이란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인물의 이름이란건 이야기의 시작점이자 그 사람의 역사죠.

 

 다른 사람들에게 이미지 너머의 본질을 보여주고, 주어진 평가를 넘어서 본인이 직접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줍니다.

 

 

 근데 제가 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_-

 

 요만큼 쓰자고 한 두어시간 걸린것 같은데 아직도 덥고 잠도 안옵니다. 후... 역시 지구 온난화가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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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넬리카란  3
308 (30.8%)

게으름뱅이가 세상을 구한다.

3 Comments
hybrid  
1.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알게 된 지인들이 연락두절된 후, 언젠간 돌아오지 않을까, 알아보고 다가와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계속 같은 아이디를 쓰면서 활동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본문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기보단, 그냥 기억이 나더라고요.

2. 노래 참 좋네요. 사회인이면 뮤지컬 보러도 다니고 할 텐데, 찾아보니 8월 말로 종연... 눈물...

3. 대한민국 최고의 여름 피서지는 에어컨 돌아가는 피시방이라는 주장을 누군가 했었죠... 으 피시방 가고싶다..
넬리카란  
1. 오... 왠지 로맨틱(?)하게 느껴지네요?

2. 그것도 그런데 뮤지컬은 너무 비싸요 ㅠ_ㅠ...

3. 은행 아니었나요? -뭐
cocoboom  
위키드라. 저도 한 번 접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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