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이야기]최용수의 중국행과 황선홍의 서울 감독 부임과 그 평가

어제(6월 21일) 한국축구는 술렁였습니다. 현재 팀을 리그 2위, ACL 8강, FA컵 16강에 올려두며 순항하고 있던 FC 서울의 감독 '독수리' 최용수가 중국 슈퍼리그의 장쑤로 적을 옮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충격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작년에 포항의 지휘봉을 내려놓았던 '황새' 황선홍 감독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지요.

 

사실 이게 엄청난 충격일 수 밖에 없는게 포항과 서울은 서로 악연이 깊은 사이입니다. 과거 서울이 안양에서 연고이전을 감행함으로써 구단 자체에 대한 시각이 패륜으로 굳어지면서 팀을 막론하고 각 서포터즈들은 서울에 대한 시선이 곱지 못했지요. 이런 상황에서 서울은 당시 K리그에 있던 신인선수 선발규정의 헛점을 노려 포항과 계약 예정이었던 슈퍼루키 박주영을 빼 오는데 성공, 포항팬들에게 불구대천의 원수로 각인됩니다. 게다가 이 두팀은 유니폼도 가로줄이나 세로줄이냐의 차이만 있다 뿐이지 흑적색 컬러로 디자인되어 검빨이라는 공통속성이 있는데, 이 사건까지 겹치면서 포항은 이런 유사성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아주 싫어하게 됩니다. 이 두팀이 거리상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어 그렇지 만약 포항이 인천이나 수원 등 서울에서 1~2시간 거리에 있는 수도권에 있었다면 이 두 팀의 관계는 수원-서울의 관계보다 더 험악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쨌든 빅 딜은 이루어졌고, 그 결과로 각 축구커뮤니티는 붉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카더라'를 접해서 잠깐 소개해 보죠.

 

 

1. 최용수의 중국행은 이미 작년에 확정된 사안일 수 있다?

이건 사뭇 흥미로운 주장인데, 이 주장의 근거로 다음과 같은 상황을 들었습니다.

 1) 독수리의 이적과 황새의 영입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2) 독수리가 이적하게 된 팀이 다른팀도 아니고 작년에 이미 제의가 왔었던 '장쑤'.

라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도 충분히 일리있는 주장입니다. 1번과 관련하여 설명을 보충하면 보통 감독이든 선수든 이동이 있을 때 방출하는 팀에선 방출과 동시에 영입이 확정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러나 서울에선 독수리를 놓아주며 바로 황새를 잡아들였죠. 그것도 리그 운영 중간에 말입니다. 리그 중간에 성적이 나빠 감독이 경질된게 아니고서야 감독이 바뀌게 된 상황, 이건 최용수의 중국행은 사실상 구단과 감독간에 합의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비교적 오랜 기간동안 구단이 대체자를 물색해 왔었다고 보기 충분하다는 겁니다.

또한 장쑤는 이미 작년에 최용수에게 감독직을 제의한 바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서울은 최용수를 대체할 인원이 없어서 독수리를 '대체자를 찾는 즉시 놓아주는 걸' 조건으로 제시하였다면 이런 상황이 충분히 설명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2. 왜 하필 황선홍일까?

최용수는 FC 서울에서 그간 리그 우승 1회, FA컵 우승 1회, ACL 준우승 1회라는 업적을 세웠습니다. 서울 입장에서 보면 이와 비슷한 수준의 업적을 세운 감독으로 대체하지 않는다면 팬들의 거센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게다가 위의 1번에서 내세운 근거가 사실이라고 볼 경우, 리그 중간에 선임될 감독은 가능하면 신임감독을 내세우긴 어렵죠. 여기에 FC 서울의 자금사정까지 같이 고려하면 현재 감독으로써 충분한 역량이 증명된 전현직 감독중에 서울팬들의 요구를 만족할 만한 인물은 사실 몇 없습니다. 현직 감독중에서 냉정하게 최용수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감독으론 전북의 최강희, 성남의 김학범 감독 정도만이 꼽히는데 이 두 감독이 보여준 팀의 충성도를 생각하면 영입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럼 전직 감독중에 물색해봐야 할 텐데,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대상은 김호곤 전 울산감독(ACL 1회 우승, K리그 1회 준우승)과 박경훈 전 제주감독(현 전주대학교 교수, K리그 준우승 1회, 리그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망가진 팀을 재건) 그리고 2015시즌을 끝으로 포항 감독직을 내려놨던 황선홍(K리그 1회 우승, FA컵 2회 우승) 정도로 좁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장쑤가 최초 영입을 시도하려했던 작년 여름엔 누가봐도 현역 두 감독을 빼오는건 불가능에 가까웠고, 겨울 휴식기 시점에서 봐도 황선홍은 이미 포항 감독직을 내려놓으면서 "당분간(1년) 휴식을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었으니 당장 선임하는 건 무리. 김호곤 전 감독도 사실상 이제 지도자 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던 바 있으며, 박경훈 감독은 비정규직(?)인 감독보다 정규직(?!)인 대학교수가 더 매력적일 수 있으니 어느쪽이든지 당장 선임하는 건 어려웠을 겁니다. 그러나 다른 감독들과는 달리 황선홍이 그나마 가장 서울이 원하는 독수리의 대체자로 볼 수 있었으니 서울이 끝없는 구애의 춤을 췄을꺼라고 충분히 예상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나름 Profit!이죠.

 

3. 최용수가 떠난걸 서울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사실 전 최용수가 떠났다는 사실에 서울팬들은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었던 거 같습니다. 오히려 최용수가 떠난다는 거에 반기는(!) 서울팬들이 많았거든요. 성적도 좋지만 재미있는 축구를 안 한다면서 최용수 감독을 "욘스"라는 별명으로 부르며 오히려 "욘스가 나가고 황새가 오니 기대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습니다. 물론 최용수가 작년에 "리그 중간에 팀을 나가는건 무책임한 거 같다"고 밝혔던 거를 떠올리면 정말로 이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나간다는 거에 아쉬워하는 팬도 있었지만, 그 수가 그리 많아보이진 않았습니다.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예상했던 반응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었다는 건 사실입니다.

 

4. 황선홍이 서울 감독으로 간 걸 포항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우승을 물어오는 황새님에서 원수가 된 걸로 보입니다. 특히나 과거 인터뷰에서 "1년을 휴식하고 다시 시작하는데 그게 포항은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지만, 1년을 채운것도 아닌데다가 하필이면 간 팀이 포항과 불구대천의 원수 서울입니다. 어차피 포항으로 안 돌아올건 알고 있었겠지만 간 팀이 라이벌이 아니라 기회만 되면 죽이고 싶은 팀으로 갔으니 죽일놈이 된 케이습니다. 지금 포항팬들의 반응을 보면 "과연 잘 될지 두고보자" 정도로 압축할 수 있겠군요.

 

5. 앞으로의 K리그 향방 예상

일단 최용수 감독은 오늘 19시 30분에 있을 2016 KEB하나은행 FA컵 16강전을 마지막으로 서울 감독의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입니다. 이 경기가 끝나고 있는 일정은 모두 황선홍 신임감독의 소관이 됩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현재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서울입니다만, 솔직히 말하자면 1위를 노릴 수 있으리란 생각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독수리가 둥지를 떠남으로써 리그 우승 향방이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 최용수가 그간 만들어낸 서울은 외국인 선수의 활용을 극대화 시키는 팀인데 황선홍의 외국인 선수 활용은 딱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 없었다는 점

2) 리그 중간에 들어왔기 때문에 팀과 리그 적응에 걸릴 시간을 생각하면 역시 기대에 미칠지는 미지수

정도가 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비록 서울이 전북에 이어 리그 2위이고, 또 황선홍의 對 전북 전적이 상당히 높은 걸 감안해도 좀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참고로 황선홍의 전북과의 승률은 약팀이었던 부산감독시절의 성적과 중요도가 바닥을 치는 리그컵을 제외하고 따지면 20전 11승 3무 6패로 상당히 높은 승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토너먼트 경기인 ACL과 FA컵에서의 전적을 제외해도 17전 8승 3무 6패로 그래도 높은 수준이지요.

그러나 이 와중에도 외국인 선수를 지독하게 못 썼던 기억은 과연 데몰리션, 데드리아누 등으로 대표되었던 서울의 외국인 선수 활용 중심인 팀 컬러와 맞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들을 활용 못 한다면 전력의 반을 버린 셈이나 마찬가지거든요.

그 밖에도 리그 중간에 들어와서 과연 얼마나 빠르게 팀을 수습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리그 중간에 팀을 수습하는 능력에 대해서 황선홍 감독의 능력은 사실상 미지수라 봐도 됩니다. 여기에 대해선 아쉽게도 전례가 없거든요. 그러다보니 황새가 이끄는 서울의 우승가능성은 높게 주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최용수의 중국행을 통해 전북의 리그 우승이 공고해 질 수도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았나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6. 개인적인 감상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매수구단이 우승하는 꼴을 봐야 할지도 몰라 솔직히 착잡하군요... 그렇다고 패륜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서울의 우승을 바라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도덕적인 결함이 있는 놈이 범죄자보단 낫다고 보는 입장이라 이번 시즌에 한해서는 전북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서울의 우승을 점쳤었는데 다 개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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