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껄끄러운 번역들

양양 6 1894

일본에서 나온 장르소설들의 번역을 보고 있노라면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은 매끄럽지 않게 표현하는 경우가 자주 보여 읽기 껄끄럽다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가령 원(元, もと)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이는 "예전"이라든가 "전직" 등 앞서는 시기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렇게 표현하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전(前)을 쓰지요.

번역이라는 건 그 언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최대한 고스란히 담는 것도 필요하지만 바꿀 언어의 표현도 분명 신경써야 할 겁니다. 영어로 "former president"라는 단어가 있으면 이걸 해석할 수 있는 사람들은 분명 "前 대통령"내지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번역할 겁니다. 영국이라면 "former prime minister"라는 표현을 "전직 수상"이라고 쓰겠지요. 그런데 왜 일본어 같은 경우는 왜 "元内閣総理大臣"을 "원 내각총리대신" 내지는 "원 수상"이라고 이상한 번역을 하는 건지 의문입니다.

예(例)라는 것도 자꾸 "예의 그것"이라고 쓰는 것도 실제로는 매끄럽지 못한 번역입니다. 딱 잘라 이야기하자면 오경화와 동급이거나 그 이하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예의 그것"이라는 식의 표현을 누가 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번역은 글에서 보여주는 상황에 따라 "여느 때"라는 의미를 지닌 "지난번에 있던"이라든가 "늘 해오던 것"을 가리키는 제대로 된 표현이 있을 겁니다만 번역할 때 생각하기 싫은건지 그냥 이런 표현을 자꾸 씁니다. 가령 바에서 손님이 바텐더에서 例の物を라고 말했다면, "늘 마시던 걸로"라고 해석하는게 자연스럽겠지만, "예의 그것을"이라고 쓰면 이상한겁니다. 여러분들이 대학교 단골 술집에서 "이모~ 늘 먹던걸로 주세요~"라고 말한적은 있겠지만 "이모~ 예의 그것을~"이라고 말하신 적이 있나요? 없다면 부자연스러울 겁니다. 그리고 저도 이런 글을 보면 껄끄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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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번역체 관련 논란은 끊이지 않는 문제죠. 그거랑 별개로 원은 자주 쓰는 느낌이다만...(그래도 전이랑은 사용법이 확연히 갈리죠.)
양양  
일본어에서의 "원"과 한국에서의 "원"은 자주 쓰이지만 그 용례가 다름에도 이걸 고려하지 않은 번역가들이 있습니다. 영어로 ex-boyfriend를 일본에서는 元カレ이라고 쓸 텐데, 이걸 전남친이 아니라 원남친으로 번역하는 거랑 똑같은 짓을 한 거지요. 이건 번역가로서의 자질이 없다고 봐도 될 겁니다. 스타크래프트 컴퓨터 AI처럼 게임할 거면 프로게이머의 자질이 없듯이, 이렇게 번역할거면 번역가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어요.
전위대  
원 xx라는 번역은 본 적이 없는데... 참 그렇게 번역한다면 드럽게 대충 번역하는거네요 -_-
예의 그것도 일상 대화에서 바텐더에게 예의 그것이라고 번역한다라... 쯥.
양양  
이럴꺼라면 아예 面白い를 "얼굴이 허얘!"라고 번역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건 번역가가 아닙니다.
루나브레이크  
'예'의 그거라는 말은 표준어로 말하는 대화에선 몰라도 사투리로는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저 어릴 때 어른들이야기 하는거 보면...
양양  
그렇다면 이게 제대로 적용되려면 "작품에서 사투리를 써야 하는 걸 제대로 표현하고 있어야" 성립이 되는 번역일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더군요. 모두가 표준어를 쓰는데 "예의 그것"이라고 한다면 잘못 번역한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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